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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지존기 35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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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35화

제2장 무신(武神)의 등장 (3)

 

사위가 조용해졌다.

이제 쉽사리 덤비려는 자도 없었다. 일류도 되지 않는 무인은 감히 무진을 상대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안휘성을 대표하는 10명의 무인 중에 하나로 손꼽히는 적룡도 장무위조차 어찌하지 못한 무진을 상대할 자는 많지 않았다.

“더 없나.”

한참을 기다려도 나서는 존재가 없었다. 어쭙잖게 덤볐다가는 죽는다는 것을 깨달은 무인들은 꼬리를 말고 뒤돌아섰다.

“연거푸 실망을 안겨 주는군.”

무진은 중원무림을 완전히 깔아뭉개고 비무장을 내려왔다. 돌아서는 무진의 뒤로 무인들은 분노를 터뜨렸다. 무진에게 철저하게 농락당했다는 것이 분했다. 그렇지만 앞도적인 무위의 차이 때문에 쉽게 나서지 못했다.

시위를 압도한 무진이 청풍장원으로 들어가고 그를 감싸고 있던 300명의 무사들마저 사라지자 그제야 사람들은 숨을 내쉬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실력은 대단한데!”

“너무 오만한 것 아냐!”

“그러게, 중원무림을 무시하다니!”

장원주변에 모인 사람들 대부분은 기분이 더러웠다. 변방의 상인조차 이기지 못한 중원의 무인들이다. 그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고울 리 만무했다. 물론 직접적으로 분노를 표출하지는 않았다. 그랬다가는 분노의 방향이 어디로 향할지 뻔하기 때문이다. 힘이 없으면 눈치라도 있어야 했다.

 

비무는 하루로 끝나지 않았다. 다음 날에도 무진은 비무를 개최했다. 여전히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어제와는 다른 결과를 원하는 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천무상회가 백성들 사이에서 호응을 얻고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태생이 다르다 여기고 있었다. 마음속으로 중원무인을 응원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었다.

잔혈독검 독고랑과 적룡도 장무위가 진 이상 그 이상의 실력자들이 나서야 했다. 이제는 구주십육성에서도 인정받고 있는 초절정고수들이 등장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하루 만에 그만한 실력의 고수들이 나타나기는 힘들었다.

비무 10일째 되는 날.

강룡신창(强龍神創) 진우영, 염사비검(횉蛇匕劍) 막청, 운룡도객(雲龍刀客) 구천성이 대결을 펼쳤다. 그들 모두 적룡도보다는 한 수 위의 기량을 가진 초절정의 무인들이다. 강호100대고수 안에는 들지 못해도 그에 근접한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관중들과 무인들도 이번에는 무진이 비참하게 질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모두의 예상을 비웃듯이 무진이 이겼다. 그것도 점점 더 강해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대결이 치열해질수록 무인들은 무진에게 굴욕적인 패배를 경험해야 했다. 대결의 마지막에는 꼭 청룡곤이 작렬했다. 승부를 펼쳤던 무인들 대부분이 비무장 밖으로 나가떨어졌다. 혼자서는 일어서지도 못했다.

무림에 새로운 용(龍)이 등장했다. 중원의 무인들을 잡아먹고 명성을 얻는 존재였다.

독심곤룡(毒心棍龍). 상대를 깔아뭉개는 듯한 오만한 심성과 잔인한 손속으로 인해 무진에게 붙여진 별호다.

무진의 악명과 명성이 날로 부풀어 올랐다.

처음에는 돈만 보고 달려들던 무인들이 이제는 달라졌다. 초절정의 무력을 보유한 무진을 상대로 평범한 무인은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은 것이다.

이제부터는 강호서열100위 안의 고수들이 나서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자존심이 상한 무인들이 이대로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았다.

15일 동안 비무를 하고 난 후, 무진은 15일 후 다시 비무를 연다고 공표했다.

무진은 장원 내에 만들어 놓은 연못 위의 정자에 앉아 있었다. 정자에서 무진은 바둑판 위에 기석(棋石)을 하나 둘씩 올렸다. 네모반듯한 바둑판 위의 4개의 가장자리 점을 시작으로 기석을 두어 빼곡하게 채워나갔다.

상대는 없었다. 그저 홀로 가상의 상대를 정해 대적을 하고 있었다. 무진의 집중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기석 하나하나의 의미가 남달랐다.

후르륵!

바둑판을 다 채우고 난 후 무진은 용정차를 마셨다. 한 모금 마시자 입 안 가득 풍기는 차향이 코끝을 간질이고 식도를 타고 시원하게 내려갔다. 상회에서 판매하고 있는 최고급 용정차였다.

“한 수로 전체의 형세를 역으로 돌려버린다.”

신의 한 수.

바둑의 절대영역에 든 자는 흐름을 꿰뚫고 있어, 언제 어느 때라도 한 수 만에 전세를 뒤집을 수 있다고 한다.

무진의 형세는 그다지 좋다 할 수 없다. 천하제일상단이라고는 하나 주변에는 온통 적들뿐이다. 사방이 모두 막힌 고립된 섬과 같았다.

하지만 무진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버러지들이 사방을 가로막고 있어봐야 부숴버리면 그만이었다. 진짜 적은 겉으로 드러난 존재가 아닌, 드러나지 않은 존재들이다.

“북에서 느껴지는 기세가 심상치 않고, 동에서 과거의 연이 현세에 이어지는군.”

무진은 천안(天眼)의 영역으로 세상을 보고 있었다. 통천심의 경지에 들어야만 가능한 절대영역이다. 만물은 고여 있지 않다. 언제나 움직이며, 썩어갈 때 다시 새로운 싹을 피우게 된다.

“정천맹의 동태는?”

“절대사천의 준동을 경계하고 있는 상황이라 아직까지도 별다른 움직임은 없습니다.”

“변황의 떨거지들이 제법 잘하고 있군.”

“겉으로는 과거의 세력을 회복한 것 같지만 내부적인 갈등이 심한 것 같습니다. 곧 정천맹도 변황무림의 정세를 파악할 것입니다.”

“그 정도면 됐다.”

변황무림의 준동에 대한 소문을 퍼뜨린 것이 무진이다. 절대사천이 예전의 성세를 회복한 것 정도만으로도 정천맹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절대사천도 바보가 아닌 이상 정천맹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을 것이다. 되도록 자신들의 상태를 들키지 않으려고 할 것이 분명하다. 정황을 제대로 파악했을 때는 계획이 모두 끝나 있을 것이다.

“정천맹에서 자금을 보내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얼마나?”

“비상령을 내리는데 소모한 자금을 확보하려는 듯합니다. 대명상회를 제외한 대륙6대상단에서 걷어 들인 액수보다 족히 3배는 됩니다.”

“상회를 인정할 테니 돈을 내라는 뜻이겠지.”

“그렇습니다.”

천무상회의 존재 자체가 중원에서는 필요악이 되어 가고 있었다. 변방의 오랑캐 상단이라고 하여 배척하고 멀리하기에는 너무 커졌다.

정천맹도 아무런 명분도 없이 천무상회를 치기에는 무리가 따랐다. 자칫 잘못하면 정천맹의 명성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속은 어떨지 몰라도 겉으로는 대의명분을 중시 여긴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렇다 하여 뜻을 거스르는 존재를 가만히 두고 보는 곳도 아니다. 때에 따라서는 없는 죄를 뒤집어씌우기도 한다. 정천맹은 정도무림의 총 연맹이면서도 무인들의 욕망과 힘의 원리가 작용하는 무서운 집단이다.

씨익!

“그냥 주기는 그렇고, 흥정을 조금 해볼까.”

정천맹의 실력을 타진하며 간을 조금 보려는 의도였다. 그리고 빌미를 줄 생각이었다.

“조사는 끝냈겠지.”

“정천맹의 명령이었습니다. 특히 그 중심에 화산파의 최고 고수라고 불리는 매화검제 육진풍이 진두지휘를 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흠, 역시 그렇군.”

무진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과거의 일을 다시 상기하는 것만으로도 무진은 화가 치밀었다. 지옥 같은 참사의 전말을 어느 정도는 파악을 했다.

이미 계획도 세워놓고 있었다. 단지 확실하게 알고 싶어서 조사를 더 진행시킨 것뿐이다.

“받은 대로 돌려주는 것이 예의겠지.”

* * *

 

정천맹의 입구로 수레를 운반하는 무리가 들어서고 있었다. 수레의 주변을 지키는 무사들이 제법 많았다. 그들은 수레를 이끌고 들어오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정천맹은 외성과 내성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정천맹의 외성을 지나 내성으로 들어오자 용사비등(龍蛇飛騰)한 필체로 양각되어 있는 정천맹의 거대한 편액이 내성의 정문 위에 자리했다.

 

〈정도천하총연맹(征途天下總聯盟).

협의천하(俠義天下), 불패무적(不敗無敵), 의기천추(義氣千秋).〉

 

정문을 관할하는 풍운단(風雲團)이 수레를 가지고 온 이들의 신분을 확인하기 위해 멈춰 세웠다. 외성에 비해 내성은 신분확인 절차가 까다로웠다.

풍운단의 단주 정세민은 수레를 확인하다가 놀라고 말았다. 수레 가득 실린 것이 전부 황금이었던 것이다. 그조차 이처럼 많은 황금은 처음 보았다.

“천무상회의 지점을 맞고 있는 갈중혁이라고 합니다.”

갈중혁은 정천맹에서 보낸 통행패를 꺼내 신분을 증명했다. 정세민은 지체하지 않고 천무상회를 통과시키고, 윗선에 연락했다.

연락을 받은 군사 제갈수혁은 천무상회에서 온 인물을 접객실로 불렀다. 정천맹의 군사가 직접 맞이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맹 내의 재정을 관리하는 것도 군사의 몫이었다. 사실 황금상회와 다른 6대상단에 신경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천무상회가 대륙상계를 통합할 줄은 제갈수혁조차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뜻하지 않은 일로 인해 천무상회를 새롭게 보게 되었다. 또한 시험을 할 겸 천무상회에 무리한 요구를 했다. 요구를 들어준다면 맹의 재정을 확보할 수 있고, 들어주지 않으면 맹을 무시한 대가를 치러주면 되었다. 어는 쪽을 선택한다 해도 정천맹으로서는 아쉬울 것이 없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이처럼 빠르게 자금조달을 할 줄은 몰랐다. 그것도 전부 황금으로 가지고 왔다. 천무상회의 자금력이 훨씬 탄탄하다는 뜻이 아닌가! 제갈수혁이 궁금해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제갈수혁이 접객실로 들어서자 앉아 있던 갈중혁이 일어나서 정중하게 예의를 차렸다.

“정천맹의 군사를 뵙게 되어 무한한 영광입니다.”

“만나서 반갑네.”

제갈수혁이 앉자 갈중혁이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았다. 제갈수혁은 갈중혁의 모습을 신중히 관찰해 보았다. 상인답지 않게 잘 발달된 몸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특별해 보이지 않았다. 무공을 익혔나 살펴봤지만 내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 할 말이 있다고 하던데 뭔가?”

“제안을 할까 합니다.”

제갈수혁의 눈꺼풀이 가늘게 변했다. 막대한 자금을 보낸 천무상회에서 아무런 조건도 없이 왔을 리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천맹을 상대로 무리한 제안은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만약 상단 따위가 맹을 상대로 장난을 친다면 절대로 그냥 두지 않을 것이다. 정천맹의 위신을 위해서라도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

“상계를 장악했다고 해서 맹이 우습게 보이는가!”

“그렇지 않습니다.”

갈중혁은 되도록 제갈수혁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듯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차분하게 상회의 일을 전하면서 제갈수혁의 의중을 살폈다. 제갈수혁도 미리부터 거절할 의사를 보이지는 않았다. 다만, 정천맹의 권위에 도전하지 말라는 경고를 한 것뿐이다.

“사실 이번에 보낸 자금은 상회에서도 무리가 되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협상을 하잔 말인가? 상계의 일을 주도할 때 생긴 일을 눈감아 준 것만 해도 맹은 천무상회에 많은 아량을 베푼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가!”

정천맹에서 천무상회의 계획을 알고 있었다면 처음부터 막아섰을 것이다. 하지만 이유가 어찌 되었건 천무상회가 상계를 장악하는 동안 정천맹이 간섭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다. 제갈수혁은 그 점을 강조하고 있었다. 정천맹의 군사다운 정곡을 찌르는 대처였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신속하게 자금을 지원한 것입니다.”

“제안이라는 것은 뭐지?”

“저희 회주께서는 무(武)를 숭상하시는 분이십니다. 그래서 이번에 비무대회를 열어 중원무인들과 손속을 겨루어보았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중원의 진정한 고수들은 비무대회에 출전하지 않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정천맹이야말로 천하무림의 중심이 아닙니까? 이번에 열리는 비무대회에 정천맹의 진정한 고수분들이 참석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갈중혁은 차분하게 무진이 뜻을 제갈수혁에게 전달했다. 반면에 제갈수혁은 제안을 듣고 있을수록 어이가 없다 못해 기가 막혔다.

상인이라면 맹의 권력을 이용해서 상권을 확장하는 것이 정상이었다. 천무상회에서 내건 제안은 제갈수혁의 예상을 한참이나 벗어났다.

또한 무척이나 오만하고 건방진 제안이 아닐 수 없었다. 비무대회에 출전해서 무진을 이기게 되면 지금 보낸 자금의 3배를 더 주겠다고 한다. 맹의 몇 년 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천문학적인 액수였다.

“그것이 천무상회주의 뜻인가?”

“그렇습니다. 한 치의 거짓도 없습니다.”

“알겠네, 그만 가보게.”

“그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제갈수혁도 천무상회의 회주가 중원무림을 상대로 선포한 내용을 들어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처럼 대놓고 거래를 할 줄은 예상치도 못했다. 일반적인 상식을 한참이나 벗어난 행동이었다.

‘수작일까?’

전 무림이 지켜보는 앞에서 수작을 부린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천하무림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정천맹을 상대로 그처럼 간 큰 짓을 할 리 없지 않은가! 천무상회 정도는 정천맹이 작정하면 순식간에 끝내 버릴 수 있었다.

제갈수혁은 군사실로 돌아와서 정보각에 연락했다. 천무상회에서 연 비무대회의 상황을 보다 자세하게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정보각주는 비무대회에서 벌어진 내용을 하나도 빼지 않고 조사해서 올렸다. 공공연하게 떠들어 댄 것들이라, 그리 중요한 정보라고 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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