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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지존기 34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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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34화

제2장 무신(武神)의 등장 (2)

 

화르르르!

무진의 조롱에 무인들이 분노했다. 하지만 일반 무인들은 감히 덤벼들 엄두를 내지 못했다.

무진은 애초부터 경고했었다. 같잖은 실력으로 덤비면 죽는다고 말이다. 경고대로 무진은 독고랑을 희생양으로 정해 간단하게 처리해 버렸다.

모인 무인들 중 독고랑보다 강한 무인은 많지 않았다. 황금에 대한 욕망이 강하다고 해도 목숨보다 중요할 수는 없다. 무인들은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눈치를 살폈다. 무진의 실력을 조금 더 지켜보려는 의도였다.

숨 막히는 듯한 분위기 속에서도 무진은 태연하게 다음 상대를 기다렸다. 비무 간격은 이각이다. 이각 안에 올라오지 않으면 하루의 비무가 끝이 난다.

파팟!

한 번의 발구름으로 비무장 위로 올라선 자가 있었다. 적색 장포를 입고, 붉은 머리를 한 중년인이다. 핏물에 담가 놓은 듯한 진한 붉은색으로 치장을 한 듯했다. 또한 그의 허리춤에 매어진 도(刀)는 범상치 않았다. 화룡(火龍)을 세밀하게 조각해 놓은 듯한 검병이 살아 움직이려는 것처럼 생생했다.

“적룡도 장무위 대협이시다!”

“안휘성 십대고수의 등장이구나!”

와아아아아!

적룡도(赤龍刀) 장무위.

안휘성을 대표하는 10명의 무인 중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는 드는 도법의 고수다. 중원에 산재한 무수히 많은 고수들 중에서도 제법 이름이 알려진 자로 초절정에 근접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펼치는 화룡승천도법(火龍昇天刀法)은 붉은 용이 승천하는 듯한 광경을 연출한다고 알려졌다. 도기(刀氣)를 뿜어낼 수 있는 도기상인(刀氣傷人)의 경지를 넘어섰다고 한다. 나이 마흔에 이만한 경지에 들어선 무인은 그다지 많다 할 수 없었다.

관중들이 흥분한 듯한 함성을 내질렀다. 안휘성의 십대고수라면 무진의 건방진 행동을 단죄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장무위가 비무장 위에 올라 위풍당당하게 무진과 마주 섰다. 그는 무진의 일수(一手), 일격(一擊)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잔혈독검 독고랑이 허무하게 진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자신이라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적룡도 장무위라고 한다.”

“내 이름은 알 테니 생략하지.”

우웅!

장무위의 화령도가 활활 타오르는 듯한 기운을 퍼뜨렸다.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장무위는 무진의 건방진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마음을 헤아리듯이 화령도가 스스로 도명(刀鳴)을 터뜨린 것이다.

“알량한 재주를 지녔다고 건방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무인으로서의 기본적인 소양조차 갖추지 못한 변방의 무인 따위가 중원무림을 넘볼 수 있다 여기는 건가!”

위엄 섞인 장무위의 목소리에서는 힘이 실려 있었다. 그러나 무진의 대답은 여전히 전과 같았다.

“같잖은 소리를 하는군.”

“역시 변방의 오랑캐는 어쩔 수 없나 보구나!”

장무위는 무진을 인정하지 않았다. 변방의 오랑캐는 오랑캐일 뿐이다. 몇 수 재간을 보이기는 했지만 중원무림을 넘볼 수 있다고 보지 않았다.

“큭!”

무진은 정인군자처럼 행동하는 장무위가 하찮다 못해 역겹기까지 했다.

무공의 본질은 스스로를 구하고, 지키는 것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건 태초의 무공이 탄생한 연원에 불과하다.

지금에 와서 무공은 자신을 지키는 것이 아닌 적을 죽이는 수단이 되었다. 협의(俠義)로 무공을 배우든, 마도(魔道)로써 무공을 배우든, 결국에는 상대를 죽이는 방법에 불과하다.

무공을 통해 서로의 수양을 점검하고, 세상을 위해 협의지심을 실천한다. 결국 말만 번지르르한 개소리에 불과했다.

바로 앞에 있는 장무위조차 위선에 가득 찬 버러지였다. 물론 그렇다 하여 무진이 협의 자체를 없다 여기지는 않는다. 셀 수도 없는 무수히 많은 사람 중에 몇몇은 진정한 협사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하여 무진이 그들의 뜻을 숭고하게 여기느냐, 그건 또 아니었다. 무진은 무진의 원칙이 있으며, 결코 꺾을 생각이 없다. 협의를 어느 누가 실천하든 상관없다. 자신의 앞을 가로막지만 않으면 말이다.

“무인의 기본적인 소양이라고 했나.”

“그렇다. 무인은 자기수양을 위해 끊임없이 수행한다. 네놈은 스스로조차 통제하지 못하는 자에 불과하다.”

“상대를 깔보는 것은 마찬가지일 텐데.”

무진은 핵심을 찌를 줄 알았다. 거침없으며, 요점을 정확히 전달한다.

“돈 때문에 올라와서 그따위 유치한 말을 지껄이면 위안이 되나 보지.”

또한 비수와 같았다.

“감히!”

장무위의 심기가 점점 더 불쾌해졌다. 무진이 정곡을 찔렀기 때문이다. 100만 냥의 황금은 장무위의 마음조차 흔들었다. 무인에게도 돈은 필수적이다. 그 돈이 주어진다면 문파를 개파해도 충분한 액수였다.

장무위는 아직까지 문파를 만들지 못했다. 이제까지는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편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개파를 해서 혼자만의 문파를 갖고 싶어졌다. 무인이라면 한번쯤 가져볼 수 있는 욕망의 형태였다.

“쓸데없이 말이 길어졌군. 시간 낭비하기 싫으니 어서 덤벼라.”

화르르르!

장무위의 화룡신공(火龍神功)이 분출되었다. 그의 눈썹과 머리가 붉게 물들어 있는 것은 화룡신공의 화룡기(火龍氣)라는 불속성의 기운 때문이다.

강렬한 화룡의 기운이 솟구쳐 올라 장무위의 주변을 들끓게 만들었다. 무진과 대화를 할수록 장무위는 심기를 제대로 다스리기 힘들었다. 오랜 시간 수양을 했다고 자부했던 마음이 흔들린 것이다.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솟았다.

“죽고 싶은 모양이구나!”

“오히려 지금이 좀 전보다 낫군.”

본성을 숨기지 말라는 뜻이었다. 장무위도 더 이상 대화를 이어 나가지 않았다. 단번에 승부를 내서 다시는 오만을 떨지 못하도록 각인시켜 줄 것이다.

“3초를 양보해주마!”

“좋을 대로.”

장무위는 끓어오르는 화를 주체하기 힘든 상황에서도 무진을 상대로 3초를 양보했다.

고수가 하수를 상대할 때 3번의 초식을 양보하는 것은 배려이자, 스스로의 권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었다. 무진은 마다하지 않았다. 적을 상대할 때 양보를 하다니!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압도적인 실력을 지녔다 하더라도 그런 썩은 정신 상태로는 절대 지배자가 될 수 없다. 아주 작은 사소한 적도 간과하지 않는 자만이 세상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슈슉!

무진이 먼저 움직였다. 잔상이 미묘하게 남을 정도의 속도였다. 잔혈독검을 상대할 때보다 족히 반 배 정도는 빨라졌다. 속도의 차이는 대결의 승패를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잔상효과라고 하여 전의 속도가 눈에 익게 되면 느껴지는 체감속도는 그보다 족히 배는 더 빠르게 보인다.

장무위의 눈빛이 약간 흔들렸다. 예상했던 속도보다 빠른 무진의 보법에 다소 놀라는 기색이 비쳤다. 그래도 이미 내뱉은 말을 도로 주워 담을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카아앙!

무진의 손에는 두 자 길이의 곤(棍)이 들려 있었다. 만병지왕(萬兵之王)이라는 검과 백병지왕(百兵之王)이라는 도와 창이 아니었다. 곤법(棍法)의 고수가 적지 않다고 해도 검이나 도에 비해서 차이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곤의 길이도 그리 길지 않았다. 석 자는 돼야 하는 곤이 두 자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위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장무위의 근접거리까지 접근한 무진은 어깨를 뒤로 젖히며 탄성을 이용해 휘둘렀다. 바위가 으깨지는 둔탁하고 육중한 소리가 들려왔다.

“윽!”

‘아니?’

장무위는 곤에 실린 위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체험했다. 뒤로 밀려나지는 않았지만 충격이 제법 거셌다. 화령도에 부딪친 곤이 평범하다 여길 수 없는 지경이다. 대륙의 7대 신병(神兵)에는 들어가지 않아도 명도(名刀)라고 불리는 화령도에 부딪친 곤이 멀쩡했다.

장무위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일타(一打)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이타(二打)가 휘둘러졌다. 장무위가 화령도를 들어 막으려고 하자 뱀이 가지를 타고 흘러가듯이 도신(刀身)의 궤적을 휘감으며 가슴으로 뻗어왔다. 횡으로 휘둘러지는 곤의 궤적이 변화무쌍하고 현란한 위력을 보였다.

움찔!

놀란 장무위가 저도 모르게 화령도를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했다. 뻗어오는 곤의 길이를 감안할 때 수비는 위험했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였던 것이다. 화령도가 무진의 신형을 꿰뚫었다.

차착!

무진은 정면에서 좌로 일보 움직였다 뒤로 물러섰다. 거리를 유지한 무진이 의미심장하게 장무위를 보았다.

장무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공격을 하고 난 후 깨달았다. 애초부터 무진의 공격은 허초에 불과했다. 화들짝 놀라 도를 뻗은 장무위는 좀 전에 선언한 말을 스스로 어기고 말았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개망신을 당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것이 네가 말하는 무인의 기본수양인가.”

빠직!

수치심에 장무위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붉은 안면은 화룡신공의 영향만은 아닐 것이다.

어차피 약속을 어긴 상황이다. 이제는 체면 따위를 따질 때가 아니다.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무진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여서 이겨야 한다.

화룡신공을 극성을 끌어 올렸다. 붉게 타오르는 화룡의 기운이 외부로 번져 나왔다. 화룡신공이 극의에 이르면 붉은 기운이 터져 나와 화룡의 형상을 만들어 내지만 아직 그와 같은 경지에는 들지 못한 장무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룡신공은 대단한 기운을 뿜어내었다.

치지직!

장무위가 밟고 있는 비무장 바닥이 타는 듯한 소리를 내었다. 청강석이 녹을 정도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놀라운 열기였다. 장무위의 화령도에서 화룡승천도법의 절기가 펼쳐졌다.

파파팟! 타타탕!

무진도 물러서지 않고 정면으로 치고 들어가서 곤을 휘저었다. 무진의 곤은 보통의 재질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설청옥(雪靑玉)이라고 하여 만년빙설의 지하에서 나오는 독특한 성분의 옥을 재련하여 만들었다. 눈처럼 하야면서도 공력을 받으면 청색으로 변하는 특징을 가진다. 단단하기로는 만년한철에 버금가는 능력을 가졌다. 중원에서도 설청옥의 존재를 아는 자는 극소수의 장인들뿐이다.

화령도(火靈刀)와 청룡곤(靑龍棍)이 불의 기운과 눈의 기운을 뿜어내며 시야를 어지럽혔다. 절정고수의 치열한 대결이 펼쳐지고 있었다.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기도 전에 또다시 곤과 도가 충돌을 일으켰다. 그 여파가 비무장 안을 흔들어 버리고 있었다.

지켜보고 있던 관중들 모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절정고수의 움직임을 본 이가 얼마나 되겠는가! 무공을 모르는 자는 자세히 보려고 해도 볼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무인들 중에서도 일류 이상의 실력을 가진 자만이 얼핏 느낄 수 있었다.

“와아아아!”

“멋지다!

고수다운 대결이 펼쳐졌다. 관중들의 환호성이 극에 달하도록 커지고 있었다. 무인들도 손에 땀을 쥐기는 마찬가지였다.

긴장감 넘치는 접전을 펼치는 장무위와 무진의 대결은 중반을 치달아 갔다. 쉬지 않고 화령도를 뻗어야 했던 장무위는 놀라고 말았다.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다급해지고 있었다.

‘이놈이 이 정도였단 말인가!’

잔혈독검과 대결할 때와는 천양지차였다. 곤력에서 뻗어 나오는 기운이 화령도를 타고 손목을 시큰거리게 만들었다. 부딪칠 때마다 힘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는 소리였다.

뿌드득!

장무위는 이를 악물었다. 여기서 지면 그가 이제껏 세웠던 모든 명성이 바닥에 떨어져 버린다. 쉴 새 없이 휘두르던 화령도의 거친 회전 속에서 장무위는 무진의 무표정한 얼굴이 보였다. 있는 힘을 다하고 있는 장무위와는 대조적으로 무진은 별반 힘을 쓰고 있지도 않는 듯한 표정이다. 무진이 봐주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네놈이 나를!”

장무위는 참지 못했다. 화룡승천도법의 최후3절초를 망설이지 않고 펼쳤다. 화룡회륜(火龍回輪)을 시작으로 화룡천망(火龍天網), 화룡탈백혼(火龍脫魄魂)을 출수했다. 그에 반해 무진은 별다른 초식을 구현하지 않았다. 그저 휘두르고, 긋고, 뻗는 세 가지 동작으로 장무위의 절기를 맞이했다.

파파파팡! 화르르르!

장무위의 화룡기가 비무장 안을 뜨겁게 달구었다. 붉게 달구어진 쇠를 가까이서 보는 듯한 열기였다. 불똥이 비무장 밖까지 튀었다. 잘못하면 화상을 입을 수도 있었다.

장무위는 전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무진은 마치 공략할 지점을 알고 있다는 듯이 화룡승천도법의 맥을 가닥가닥 끊고 있었다. 맥이 끊기자 화룡신공의 운용 자체가 거칠어졌다.

일순간 증폭했던 기운이 터져 나갈 기운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외부로 분출되지 못한 기운은 내부에 충격을 주었다. 제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듯한 느낌을 받은 장무위는 공격의 흐름을 한 박자 늦추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비류혼(飛流魂)을 밟으며 수면을 타고 유영하는 제비처럼 벗어났다. 하지만 무진은 물러서는 장무위를 가만히 두고 보지 않았다. 거리를 벌리기 위해서 화령도를 출수하고 회수하는 짧은 순간에 무진이 돌격해 들어왔다.

청룡곤이 장무위의 왼쪽 갈비뼈를 향해 휘둘러졌다. 장무위가 급하게 화령도를 회수하고 다시 수직으로 막아섰다. 그때 무진의 청룡곤이 횡(橫)에서 수직으로 변화를 일으켰다. 횡으로 베어 오던 청룡곤이 수직으로 궤적을 변화시켰다.

파아앗!

“커어억!”

청룡곤이 장무위의 오른쪽 어깨를 부서뜨렸다. 그러자 장무위의 오른손이 힘을 잃고 화령도를 떨어뜨렸다.

퍼퍼퍼퍽!

청룡곤이 장무위의 전신을 떡 주무르듯이 난타했다. 장무위의 신형이 의지와는 상관없이 좌에서 우로, 위에서 아래로, 형편없이 흔들거렸다.

“그…만…살…려! 으으윽!”

장무위는 정신을 잃지도 못했다. 청룡곤에 의해 받은 충격이 혼백을 날려버리고 있었다. 어찌나 지독하게 아픈지 비명성을 내질러야 했다.

마침내 무진이 장무위의 전신을 향해 마지막 일격을 휘둘렀다. 공격은커녕 방어조차 할 수 없었던 장무위는 비무장을 3번이나 두드리더니 장외로 나가떨어져 버렸다. 바닥에 떨어진 장무위는 눈이 뒤집혀져 흰자만 남아 있었다.

한번 고개를 들어 올리는 듯하더니 장무위는 그 자리에서 기절해 버렸다. 명색이 초절정고수의 반열에 올라선 자의 꼴이 말이 아니었다. 보기에도 안쓰럽고, 지저분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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