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지존기 2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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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005회 작성일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28화
제1장 상계장악(商界掌握) (3)
비틀! 비틀!
산채에 처박힌 광철남이 간신히 일어나서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이미 만신창이가 된 상태였다. 광극패력신공이 흔들려서 청광신도 해제되었다. 다시 덤비기에는 힘이 부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빛이 아직 죽지 않았다.
무진은 더 이상의 반항은 용납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다 죽여 버리면 여기까지 와서 한 수고가 전부 물거품이 된다. 그래서 무진은 주먹을 뻗었다.
권격이 뻗어나가자 강맹한 기파가 발생하면서 바람의 소용돌이가 형성되었다. 폭풍을 넘어서는 막강한 기운으로 인해 산적들의 몸이 휘청거렸다. 산적들은 오싹한 소름을 맛보았다.
푸아아아아앙!
무진의 권격이 닿은 공간이 폭발을 일으켰다. 좌우 반경 3장에 달하는 장소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벽력탄을 대포로 쏘아낸 것과 같은 위력이었다.
직선으로 뻗어나간 권풍은 산채의 정중앙을 관통해 버렸다. 산적들은 산채의 뒤에 있는 천인절애를 볼 수 있었다. 녹림도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것은 인간이 낼 수 있는 위력이 아니었다. 광철남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럴 수가!”
“인…간이 아니야!”
그제야 산적들은 정문을 박살낸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인간 같지 않은 위력을 뿜어낸 무진의 능력에 얼이 빠져 버리고 말았다.
광철남은 무진의 굉장한 능력에 놀라면서도 희열을 느꼈다. 패력의 정점에 달한 권격이었다. 그것이야말로 광철남이 지향하는 무(武)의 결정체였다.
만약 저와 같은 무력을 자신이 가졌다면 세상을 향해 녹림의 힘을 보여줄 수 있었을 것이다.
저벅! 저벅!
무진이 광철남을 향해 걸어왔다. 산적들은 고요했다. 침조차 마음대로 삼키지 못하고 있었다. 무진의 결정에 따라 생사가 결정된다. 도망이라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다. 도망쳤다가는 무진의 권풍에 맞아 흔적도 없이 소멸해 버릴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권이란 이런 거지.”
끄덕! 끄덕!
광철남은 무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패도의 권이란 바로 저와 같은 위력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광철남은 생사의 기로에서도 그와 같은 힘을 가지고 싶었다. 무진과 같은 힘을 가질 수만 있다면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 수 있을 것이다. 지옥에 들어간다 한들 사내라면 한번쯤 세상을 향해 포효를 내질러 봐야 하지 않는가!
“가지고 싶나.”
“그…렇습니다.”
“명을 받들어라.”
광철남은 망설여졌다. 과거에 비해 약화되었다고 해도 그는 녹림의 제왕이다. 제왕이 누군가의 명을 들을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광철남은 무진의 눈을 보는 순간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무진의 눈동자에 보인 무심함과 냉철함이 광철남의 이성을 뒤흔들었다.
‘죽…는다!’
여기서 입을 잘못 놀리면 본인은 물론 녹림 전체가 사라져버릴 것이라는 것을 느꼈다. 무진은 그렇게 하고도 남을 위인이다.
광철남이 고개를 숙이자 산채의 녹림도들이 무릎을 꿇었다. 그들은 반항할 엄두도 못 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살아남았다는 것을 감사히 여겼다.
무진의 무심한 눈동자가 주변을 돌아보았다. 녹림 정도는 밀영대가 나서도 충분했다. 그가 나선 것은 가벼운 여흥거리였다. 폭발하는 듯한 기운을 잠시 사용해본 것에 불과했다.
‘이제 황금충을 밟아야겠군. 후후후후!’
황금에 찌든 오래된 벌레는 제법 먹음직스런 먹이였다. 그가 지닌 것들을 전부 토해내도록 할 생각이다. 무진의 영역에 들어온 이상 빠져나가기는 불가능했다. 빠져나가기에는 너무 늦어 버렸다.
* * *
긴 탁자를 주변으로 사람이 모여 앉았다. 그런데 탁자를 마주 보고 있는 자들의 표정이 영 편치 않았다. 왼쪽에 자리한 자들의 대표자인 나 총관이 반박하듯이 따져 물었다.
“장주님의 핏물이 마르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자리싸움을 하다니, 제정신들이오!”
“석가장을 예전으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위계질서가 필요하다! 그러니 한시라도 빨리 장주를 뽑는 것이 당연한 순리지!”
나 총관에게 하대를 하는 인물은 석가장의 혈족 중에서도 연장자인 석경환이었다. 석철심과 석관혁이 죽은 이상 석가장주를 이어받을 수 있는 유력한 인물이다. 그는 자신이 석가장의 혈족을 대표하여 석가장주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 이번 일로 인해 가장 큰 이득은 본 이가 바로 석경환이었다.
나 총관은 분노했다. 외부세력에 의해 음해를 당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석관혁이었다. 그의 석연치 않은 억울한 죽음에 대한 이유를 밝혀야 강소성의 인심을 되돌릴 수 있었다.
기반을 잃은 상회는 다시 일어서기 힘들다. 재계를 해도 명분이 약해 오래 지속할 수 없는 것은 자명했다. 더군다나 단순히 자리에 욕심을 내는 위인들이 석가장을 다시 일으켜 세운다는 것은 어림도 없는 일이다.
“당신들 뜻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오!”
“아직 상황파악이 되지 않는 모양인데, 석가장은 석씨가문의 것이야! 나 총관이라고 해도 석가장 내부의 일에 왈가왈부할 수는 없어!”
석경환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나 총관이 석가장의 대내외적인 총관 역할을 하며 많은 일을 수행했지만 석가장주의 선임에는 관여할 수 없다. 그것은 석가장 대대로 혈족을 지키기 위한 율법이었다.
“그렇다 해도 이번에는 어쩔 수 없소이다!”
“그래서 한번 해보겠다는 것인가?”
나 총관의 세력에 비해 석경환의 세력이 좀 더 강했다. 석경환은 나 총관의 반항을 묵살하고 석가장주에 올라서기로 작정한 듯한 태도였다. 욕심에 눈이 멀어 본성을 드러낸 석경환에게 다른 말은 들리지도 않았다. 그저 자리를 차지하고 싶은 욕망만이 자리할 뿐이다.
“무슨 말을 해도 안 되오!”
“나 총관의 뜻대로는 안 될걸!”
나 총관이 반박하려고 할 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자가 있었다. 허름한 옷을 입은 초로의 노인이었다. 주름진 얼굴 사이로 보이는 누런 이가 그다지 좋은 인상을 풍기지 않았다.
왜소한 노인의 등장에 나 총관은 크게 놀란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황…금…노!”
초라한 행색의 노인이 바로 대륙6대상단의 수좌를 차지하고 있는 황금상회의 황금노 금만성이었다. 볼품없는 초라한 행색의 노인이지만 어느 누구도 감히 그를 무시하지 못한다. 그가 가진 상계의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대륙상단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앉으십시오! 금노야!”
“내가 껴도 되는 자리인가. 허허허!”
“물론입니다. 어서 상석에 앉으십시오!”
“고맙네.”
금만성은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천연덕스럽게 했다. 석경환은 당연하다는 듯이 금만성에게 상석을 내주었다. 석가장의 어느 누구도 제지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황금상회의 황금노가 운룡상단의 상석에 앉다니,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불만 어린 나 총관이 따지듯이 물었다.
“설마! 황금상회에 손을 내민 것이오!”
“그렇다.”
“왜 그런 것이오? 황금노가 얼마나 무서운 자인 줄 모르는 것이오?”
나 총관은 털털하게 웃고 있는 황금노가 무서웠다. 그는 겉으로는 소탈하고 대범한 행동을 보여주지만 그 이면은 결코 소탈하지 않았다. 황금상회가 대륙제일상단에 근접해 있다고 해도 손을 잡아서는 안 될 상대다. 차라리 안휘성의 태평상단과 손을 잡는 것이 훨씬 나았다.
황금노의 욕심은 끝이 없다. 그와 함께한 곳은 언제나 황금상회의 먹이가 되어 왔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석경환이 황금상회를 끌어들였다.
“우리는 찬성할 수 없소이다!”
“이제 나 총관도 쉴 때가 됐지.”
“뭐요!”
회의장 안에 또 다른 자들이 들어왔다. 무복을 입고 병기를 손에 든 무사들이 나 총관을 비롯한 상인들을 포위하듯이 둘러섰다. 그들은 황금상회에서 동원된 무사들이었다.
“어디서 감히!”
후르륵!
황금노가 탁자에 놓인 백호은침(白毫銀針)을 마시며 입을 열었다.
“쓸데없는 짓이야.”
“무슨 소리요?”
나 총관이 화를 내자 석경환이 나섰다.
“이미 운룡상단의 상인들 대부분이 내게 포섭이 되었다. 이제 나 총관과 떨거지들만 처리하면 끝나지.”
그제야 나 총관은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어 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석가장의 위기를 해소할 중대한 결정을 하겠다는 석경환의 말을 따라 이곳에 오는 것이 아니었다.
‘황금노. 진정 무서운 자다!’
나 총관은 짧은 시간 안에 운룡상단 내의 모든 세력을 포섭해 버린 황금노의 수단에 놀라고 말았다. 작은 상단을 대륙제일상단으로 이끈 그의 무서운 능력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나 총관의 시선이 석경환에게 향했다. 지금 석경환은 승리한 듯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리석은 위인!’
석철심조차 황금노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하물며 석경환 따위가 황금노의 상대가 될 리 만무했다. 지금 당장은 승리를 했을지언정 모든 것은 황금노의 손아귀에 들어갈 것이 뻔했다.
“후회할 것이다!”
“그런 소리는 듣고 싶지 않다. 어서 꺼져라.”
나 총관과 그를 따르는 상인들은 황금상회의 무인들에 의해서 끌려 나갔다. 세력을 잃은 그들은 이제 살아남는 것도 힘들 것이다. 황금노는 뒤를 남겨두는 위인이 아니다. 세력으로 거둘 수 없다면 비열한 수도 마다하지 않았다. 지금의 황금노가 된 것도 전적으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노야, 약속은 반드시 지켜주시리라 믿습니다.”
“물론이네. 우리 같이 변방의 오랑캐를 무찔러 보세.”
“은혜는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중원 상계를 위한 일일세. 은혜랄 게 뭐가 있는가. 허허허허!”
황금노 금만성이 호방하고 털털한 웃음소리를 내었다. 상인 간에도 약속은 천금보다 중요한 것이다. 하물며 한 상회의 회주가 거짓을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석경환도 황금노가 무서운 인물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나 총관이 태평상단을 끌어들이려는 것을 안 순간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다. 그래서 나 총관보다 먼저 손을 썼다.
석경환은 황금상회를 끌어들이기 위해서 강소성 상계의 절반에 달하는 상권을 담보로 내놓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황금노는 절반이 아닌 십분지 일만으로 원했다. 황금을 위해서 무슨 짓이든 한다고 알려진 황금노가 중원 상계의 자존심을 위해서 허물없이 도움을 주겠다고 한 것이다.
또한 오랑캐에게 중원 상계를 넘겨줄 수 없다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웠다. 의심이 들만한 일이지만 계약서에 적인 내용은 사실이었다. 석경환은 별로 어렵지 않은 제안에 의심하지 않고 계약서에 직인을 찍었다.
웃는 얼굴 속에 가려진 황금노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드디어 천하제일상단이 될 수 있겠구나!’
사실 강소성 상계를 제압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6대상단의 개입은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직접적으로 강소성 상계에 뛰어들 계기가 부족한 상황에서 석가장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물론 사전에 유혹의 손길을 보내기는 했었다. 계획대로 석경환은 계약서에 직인을 찍었다.
황금노에게 중요한 것은 강소성 상계에 진입할 수 있는 발판뿐이다. 발판만 마련하면 석가장 따위는 단숨에 흡수해 버릴 수 있다.
황금노는 천무상회를 변방의 오랑캐 상회로 규정하고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무너뜨릴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는 강소성 상계에 들어온 이상 본심을 드러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황금상회의 자금과 물량을 지원받으면서 천무상회로 인해 흔들리던 운룡상단이 서서히 살아나기 시작했다. 운룡상단은 잃었던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서 상품의 가격을 표준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를 해나갔다.
처음에는 미심쩍어 하는 이들도 많았지만 지속적인 판매로 인해 백성들도 운룡상단을 다시 찾게 되었다. 천무상회에서 판매하는 가격보다 현저하게 낮은 가격에 강소성의 백성들도 운룡상단의 물건을 사게 된 것이다.
운룡상단으로서는 손해를 감수한 상행위였지만 황금상회의 막대한 지원 아래 이루어졌기에 무리한 일은 아니었다.
강소성 상계를 지배해 나가던 천무상회가 처음으로 주춤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천무상회가 곧바로 반격을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천무상회에서는 별다른 반응 없이 평상시대로 상회를 운용해 나갔다.
천무상회의 물품은 안정적이고, 적당한 가격 선을 유지했다. 신뢰성을 꾸준히 쌓아가면서 다른 상단에 대한 관용을 베풀고 있다는 인상을 풍겼다.
천무상회에서 반격을 하지 않자 운룡상단은 움직임에 가속력을 붙였다. 황금상회에서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영역을 다시 확장해 나갔다.
황금상회의 물품 중에 고가의 비단과 서역의 양탄자들이 대량으로 풀리기 시작했다. 강소성에서는 구하기 힘든 희귀물품까지 들어오면서 천무상회는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와 더불어 천무상회가 변방의 오랑캐 상단이라는 소문이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 중원인이라는 자긍심을 내세워 천무상회의 명성에 흠집을 내었다.
황금상회의 공격적인 상행위가 강소성 상계를 흔들고 있을 때 무진은 구룡채 안에서 느긋하게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무진의 권풍으로 인해 심하게 망가졌던 구룡채는 대부분 원상복귀되었다. 천무상회에서 물품을 지원해준 결과였다.
구룡채의 채주실에 총채주 광철남을 비롯한 녹림30채의 채주들이 모였다. 백호피의 통가죽을 사용한 의자에 무진이 앉아 있었다.
채주들 모두 침조차 삼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들 모두 녹림지존령(綠林至尊令)의 발령으로 인해 구룡채로 불려왔다.
녹림지존령은 초대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녹림의 원형은 여러 군소 산채로 이루어진 산적에 불과했다. 녹림의 모습을 갖춘 것은 그 이후 100년이 지났을 때였다.
초대 녹림왕이라고 불리는 녹림투왕(綠林鬪王) 장용운에 의해서 녹림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되었다. 장용운은 당시의 신주이십육성(神州二十六星)에 속하며, 화경의 경지에 이른 무인으로 평가받았다. 그의 압도적인 권위와 무력으로 녹림이 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그 이후 10대 녹림왕부터 72채에 달하는 최대의 성세를 구가했지만 정천맹이 들어서면서 세력이 점점 쇠퇴했다. 대대로 녹림지존령은 녹림왕이 부릴 수 있는 최대의 권한이었고, 녹림의 어느 누구도 녹림지존령 앞에서는 함부로 할 수 없도록 되어 있었다.
지금에 와서는 많이 쇠퇴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도 녹림지존령은 무시될 수 없는 권한을 지녔다.
녹림지존령에 의해 불려온 채주들은 심기가 편치 못했다. 산채를 유지하는 것도 시원찮은 상황이었다. 정파의 떨거지들이 협객행을 한다며 산채들을 못살게 구는 바람에 형편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장강이나 동정의 수로채들은 형편이 나은 편이다. 강이나 바다에서는 무인들의 무력이 쉽게 발휘되지 못한다. 토벌하는 것이 어렵기에 만만한 것이 녹림이었다. 짜증이 쌓일 때로 쌓여 있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총채주는 은인자중하며 때를 기다리라고만 했다. 산적들이 언제까지 은인자중하며 살겠는가! 말이 쉽지 수하들을 관리하는 것도 어려운 판국이었다.
그런 상황에서의 갑작스런 녹림지존령의 전달은 심기를 자극하는 일이 되었다. 그런데 막상 명을 받들어 달려왔더니 녹림총채라고 불리는 구룡채의 상석에 20세를 갓 넘은 애송이가 턱을 괴고 오만하게 앉아 있었다. 그걸 보고 인내심을 발휘할 산적들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그 즉시 호통을 치며, 무진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것이 불운이었다. 맨 처음을 입을 벌린 놈의 주둥이가 돌아가고, 강냉이가 사방으로 튀었다. 채주들이 악을 쓰며 반항했지만 소용없는 짓에 불과했다. 한 호흡을 쉬기도 전에 30명의 채주들은 뒈지게 맞고 정신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다시 깼을 때 그들의 앞에 지옥이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