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지존기 24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004회 작성일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24화
제7장 밀영100호 (2)
우발산이 대도를 크게 들어올리면서 위로 솟구쳐 올랐다. 거대한 덩치와는 어울리지 않게 무척이나 쾌속하고 날렵했다.
-혈풍칠식(血風七式) 제3절초-절풍파(絶風破).
우발산은 절대 방심하지 않았다. 전사기가 속수무책으로 당할 정도의 무력이라면 최소 일류 이상 절정에 달하는 실력일 것이다. 그런 놈이 쉽게 죽을 리 만무했다. 위험한 놈일수록 최선을 다해서 단숨에 끝장을 봐야 한다. 그것이 지금까지 목숨을 유지하게 만든 우발산의 원동력이었다.
파아아아앙!
거센 파공성과 함께 먼지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산의 정적을 일도양단해 버리는 우발산의 절풍파였다.
우발산은 도에서 느껴지는 감각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피륙이 갈라지는 쾌감과는 다른 것이었다. 먼지로 가려진 어둠의 시야가 밝혀지고 난 후 우발산은 기겁하고 말았다.
“말…도 안 돼!”
“세상에 말이 안 되는 것은 없습니다. 경험해보며 다 됩니다.”
눈가에 미소를 지우지 않은 천득구가 멀쩡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그것도 육중한 무게를 자랑하는 우발산의 혈풍도를 한 손으로 잡고서 태연하게 응대를 주었다. 바람을 가르고, 분멸(焚滅)해 버린다는 절풍파의 위력이 무색해지는 상황이다.
“아, 따끔한 것은 별로 취향이 아닙니다. 그러니 돌려 드리겠습니다.”
천득구의 손안에 고주환이 날린 비도가 들려 있었다. 흙덩어리 사이로 날아오는 비도를 이화접목(移花接木)과 건곤대나이(乾坤大那移)의 수법을 혼합한 이화건곤수(梨花乾坤手)로 끌어당겨 모두 잡아챈 것이다.
이화접목과 건곤대나이가 상대방의 힘을 이용하는 차력미기(借力彌氣)의 수법이라면 이화건곤수는 차력미기와 본신의 내공을 조율하여 언제 어디서든 위력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고도의 수법이었다. 그걸 아무렇지 않게 해낸 천득구가 대단한 것이다.
퓨슈슝!
푸우욱! 푸우욱! 푸우욱!
천득구는 가볍게 던졌다. 하지만 비도에 실린 힘은 결코 가볍지 않다. 천무파황공(天武破皇功)의 공력이 실림과 동시에 무영살권(無影殺拳)의 5절초인 음영살격(陰影殺擊)의 오의가 깃들여 있었다.
고주환이 막아낼 수 있는 수준을 한참이나 벗어났다. 그는 날아오는 비도를 눈뜨고 있는 상태로 허락하고 말았다. 비도가 고주환의 목, 심장, 단전을 여지없이 꿰뚫었다.
부들! 부들!
철퍼덕!
고주환은 눈조차 감지 못했다. 자신이 왜 죽어야 하는지 이해를 하지 못한 것이다.
“이…놈!”
우발산은 분노와 경악으로 인해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그는 있는 힘을 다해 혈풍도를 들어 올리려고 했다.
“이…럴 수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천득구가 만면에 화사한 미소를 지은 채 혈풍도를 잡고 놓아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혈진공(邪血眞功)을 극성으로 끌어 올린 우발산이었다. 전신의 내공과 신력을 동원하여 혈풍도를 빼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발산은 혈풍도를 움직이지 못했다. 눈이 충혈되고, 혈관이 팽창하여 터져 버릴 것 같은 우발산이다.
“죽어랏!”
어쩔 수 없다고 판단한 우발산이 혈풍도를 놓고, 안으로 재빨리 파고들었다. 육중한 덩치를 지닌 우발산의 우권이 천득구의 명치를 노렸다.
우발산의 신력과 내공이라면 사람의 뼈를 간단하게 으스러뜨릴 수도 있었다. 우발산의 경(勁)이 실린 권격이 뻗어 나가는 찰나에 천득구의 좌수가 교묘하게 움직였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부드러운 좌수가 우발산의 패도적인 권격을 감싸듯이 않았다.
휘청!
우발산의 신형이 소용돌이 속에 끌려들어 가듯이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쿠다당! 쿠다다당! 쿠다다다당!
타고난 신력을 자랑하는 우발산의 몸이 공중으로 붕 떴다가 바닥에 떨어지기를 수십 번 반복했다.
우발산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천득구의 수법이 워낙 고절하기 때문이다. 우발산이 힘을 주는 방향으로 풀어주었다가 힘이 끝나는 접점에서 다시 원래의 방향으로 돌려버리는 이화건곤수의 무리(武理)가 작용했다. 우발산이 힘을 주면 줄수록 자기 힘만 빠질 뿐이었다.
“놔…라!”
“그렇지 않아도 놔드릴 생각입니다.”
쿠우우웅!
거한의 우발산이 바닥에 떨어지며 큰 충격음을 냈다. 쓰러진 우발산의 앞에 천득구가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이놈!”
마지막 발악을 하듯이 달려들었다.
퍼퍽!
일어나기도 전에 천득구의 발이 우발산의 배와 다리를 쳐버렸다. 또다시 바닥에 쓰러진 우발산이 다시 일어나려고 했다. 그러나 천득구가 일어서는 것을 허용해 주지 않았다.
퍼퍼퍼퍼퍼퍼퍽!
“크아아악!”
내리찍는 천득구의 발에 힘이 점점 강해졌다. 결국에는 우발산도 비명성을 지르고 말았다.
천득구는 우발산의 얼굴은 때리지 않았다. 몸만 자근자근 밟아주며 고통에 몸부림치는 우발산의 모습을 보고 있을 뿐이다. 그것은 마치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아이의 표정과 비슷했다.
천진난만한 아이는 장난감을 갖고 놀다가 재미가 떨어지면 가차 없이 부숴버린다. 아이는 잘못됐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그저 본능에 충실할 뿐이다.
오싹한 소름이 돋은 우발산이었다.
“그…만! 그…만!”
“저도 조금 지겨웠습니다. 그러니 이만 용무를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씨익!
입가에 미소를 띤 천득구의 모습은 악마를 보는 듯했다. 우발산은 설마 하는 심정이었다. 하지만 설마가 사람을 잡았다.
“크아아아아악!”
우발산의 고통에 겨운 비명성이 정강산을 메아리쳤다.
* * *
뭉개구름이 유유히 떠다니는 청명한 하늘. 끝없이 펼쳐진 만경창파(萬頃蒼波)가 눈부시다.
정강산의 중턱을 지나 끝자락에 이르면 넓은 분지가 형성되어 있다. 분지는 세 방향의 갈래길이 있으면 각 방향마다 수림이 우거져서 장막이 쳐진 것처럼 되어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모인다고 해도 쉽사리 눈치를 채기 어려웠다.
정강산의 분지에 수백의 무인들이 집결해 있었다. 그들 모두 비장한 기색으로 모임에 임했다. 대부분의 무인들은 오랜 시간 숨어 지내느라 많이 지쳐 보였다.
수백 명의 무인들은 모두 분열된 사파계열의 후손들이다. 정천맹의 비겁한 수법에 휘말려 흑룡성이 붕괴되면서 사파무림은 족보를 찾기 힘든 지경에까지 왔다.
정천맹은 겉으로는 화합을 주장했지만 뒤로는 사파무림의 거두로 성장할 가능성 자체를 소멸시키는 작업을 수행했다. 비열하기가 사파인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았다.
너무 오랜 시간 숨을 죽이고 있었다. 이대로는 사파무림이 강호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릴 수도 있었다. 그래서 사파무림의 무인들은 한두 명씩 뜻을 모아 정천맹에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그 중심에 선 이는 과거 흑룡성의 8대 장로의 수장인 흑풍마령(黑風魔靈) 담대환의 후인이자 손자인 흑풍마객(黑風魔客) 담소극이었다. 그는 혈천마라흑풍검(血天魔羅黑風劍)을 익혀 왕년의 담대환의 경지에까지 다다른 초절정 검객이다.
과거 흑풍마령 담대환은 초절정의 고수로 알려졌으며 강호서열100위 안에 들어가는 인물이었다. 그를 중심으로 사파무림의 무인들이 힘의 결집을 위해서 정강산 분지에 모였다.
그 외에 백혈검(白血劍) 사마진, 벽력마권(霹靂魔拳) 손대량, 독심호리(毒心狐狸) 이면상이 자리를 했다. 그들 모두 절정의 반열에 든 무인들이었다.
전성기 시절의 흑룡성에 비해서는 초라한 구성이었지만 지금 당장 과거의 힘을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우선은 정천맹의 정보력 밖에서 힘을 모아야 했다.
오늘 이러한 자리를 마련한 것은 사라졌다고 여긴 사파무림의 계보가 아직 남아 있다는 자긍심을 세우기 위해서였다. 심한 압박과 좌절을 겪은 사파인들에게 이제는 기지개를 펼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5백의 사파인들이 모인 분지의 초입에 들어선 이가 있었다. 거대한 덩치에 대도를 매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를 중심으로 2명의 무인이 뒤를 따르고 있었다.
“다 모였나.”
흑풍마객 담소극이 사파무림의 부활을 위해 일장연설을 했다. 사파인들의 결속을 다지기 위한 연설이다. 그렇다고 해서 사파인들이 감동을 하거나 희망을 가진다고 볼 수는 없다.
이들 모두 산전수전 다 겪은 이들이다. 말만 해서는 이룰 수 없다는 것을 다들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다시 타오를 불씨를 갖추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결속력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여겼다.
“거 좀 비켜봐.”
거구의 덩치에 대도를 맨 이가 응집한 사파인들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려고 했다. 앞을 막는 녀석들을 거칠게 밀고 들어가다 보니 소란이 벌어졌다.
“뭐…야? 헛!”
주춤!
뒤에서 미는 놈이 있기에 화를 내려던 무인이 혈풍대도 우발산을 보더니 뒷걸음질을 쳤다.
우발산을 아는 무인들은 놀라서 뒤로 물러섰다. 성질이 개 같고, 자기 식대로 해석하는 천하의 개망나니가 바로 우발산이었다.
사파무인들에게 중요한 것은 성격이 아니다. 본질적으로 무공이 강해야 한다. 이중에서 우발산을 넘어서는 무인은 그리 많지 않았다.
“길 가는데 거치적거리면 반토막 나는 수가 있어.”
“알…겠습니다.”
쩔쩔매며 길을 비키는 무인들이었다. 우발산을 중심으로 파도가 갈라지듯이 길이 생겼다. 우발산은 담소극을 비롯한 중요 인사들을 향해 당당하게 걸어갔다.
무인들의 소란에 시선을 돌린 담소극이 우발산을 보았다. 우발산의 몸에서는 패기가 솟구치고 있었다. 전신에 흐르는 기운은 같은 반열에 든 고수만이 알아차릴 수 있는 기운이다.
담소극의 눈동자가 잠시 흔들렸다.
‘내 밑이 아니다.’
담소극을 비롯한 사마진, 손대량, 이면상도 우발산의 기운을 느끼고 있었다. 특히 담소극의 놀람은 당연했다. 흑룡성이 붕괴되는 당시에 할아버지인 담대환은 그를 살리기 위해서 비궁을 열고, 그 안으로 집어넣었다.
비궁은 담대환의 안배였다. 비궁에는 영약과 영단, 영과, 비급이 존재했다. 비궁 안에서 담소극은 담대환의 모든 역량과, 흑룡성의 비기까지 터득했다.
마흔의 나이에 초절정을 넘어 화경을 눈앞에 둔 담소극이었다. 그조차 승부를 점치기 어려운 존재가 나타난 것이다.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우발산의 능력이 이 정도였단 말인가!’
경계심이 들었다.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였다. 내부적인 분열은 원치 않았다. 만약 우발산과 자리를 놓고 경쟁한다면 시작하기도 전에 붕괴될 수도 있었다.
“나도 이 자리에서 한몫하고 싶소이다. 그러니 끼어줄 수 있겠소! 담 형!”
우발산이 먼저 자신을 낮추었다. 그렇다고 해서 기세까지 낮아진 것은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뜻을 당당하게 밝혔다.
담소극은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지 않아 다행이라고 여겼다. 그의 말투가 투박하기는 해도 숙이고 들어온 것은 사실이었다.
“좋소이다. 우리 함께 잘해 봅시다.”
“고맙소이다. 사도무림의 부흥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소이다!”
“와아아아아!”
혈풍대도 우발산의 합류는 사파인들에게 힘이 되었다. 그가 가진 능력이라면 사파무림의 부흥에 큰 힘이 될 것이라 여긴 것이다.
담소극의 지휘 아래 사파무인들의 결집을 다시 한 번 되새겼다. 시작하는 단계라 보안이 철저해야 했다. 정천맹이 눈치라도 채는 날에는 사파무림은 그날로 강호에서 사라져 버릴 것이다.
결집이 끝나고 난 후 수뇌부들 간의 대화가 이루어졌다. 우발산도 한자리를 꿰찼다.
“천사문이 우리와 동조하기로 했으니 당분간은 힘을 기르며 세력을 모으는 데 집중합시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우발산은 회의 내용에 집중하다가 말할 시기를 재고 있었다. 시간이 되기를 기다린 우발산이 신중하게 입을 열었다.
“지금은 그렇게 한가한 시기가 아니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백혈검 사마진이 우발산의 뜻 모를 말에 반문했다. 다른 무인들조차 같은 반응이었다.
“정천맹이 우리의 결집을 모를 것이라 여기는 것이오? 내가 조금 늦게 온 것도 그들의 움직임을 살피기 위해서였소.”
정천맹을 거론하자 분위기가 살벌하게 변했다. 우발산의 말에서 진중함이 흘러나왔다.
“그럼 정천맹이 우리의 결집을 눈치 채고 있다는 말이오?”
담소극이 물었다. 만약 정보가 흘러갔다면 큰일이었다. 정천맹이 습격을 한다면 분지 형태로 된 정강산에 모인 것은 최악의 수가 된다. 도망갈 곳이 없이 갇혀 씨몰살을 당할 수 있었다.
“아까는 사기 저하가 우려되어서 언급을 피한 것이지만 지금쯤 정천맹에서 무사들을 이곳에 파견했을 것이오!”
“그…런!”
다들 놀라는 기색이 완연했다. 우발산이 전한 정보가 사실이라면 지금 당장 무인들을 피신시켜야 했다. 아직은 정천맹을 상대로 이길 수가 없는 실정이다.
“사실이오?”
“내가 거짓말을 해서 무엇 하겠소!”
우발산은 진지했다. 거짓을 말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만약 우 대협을 말대로라면 서둘러 피해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담소극을 비롯한 수뇌부들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당장 후퇴를 해야 후일을 도모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모두 전멸당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우발산이 그들의 행동을 저지했다.
“우리는 지금 피해서는 안 되오.”
“그게 무슨 말이오?”
“현재 정천맹에서 출전하는 놈들은 모두 새파랗게 어린 잠룡들이오! 이게 뭘 뜻하는 말인 줄 아시지 않소이까!”
담소극과 사마진, 손대량, 이면상의 표정이 굳었다. 그들도 알고 있다. 정천맹의 힘은 역대 어느 세력보다 강력하다는 것을.
하지만 그렇다 해도 그들은 사파무림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정천맹은 애송이들을 보내 처리를 하려고 한다. 비록 각 문파의 후기지수들이라고는 하나 실전경험조차 없는 애송이들을 상대로 도망친다면 사파무림의 자존심은 깡그리 무너져 버린다.
빠드득!
이가 갈린다.
그토록 핍박을 당했지만 무인으로서의 자존심마저 무시를 당한다고 생각하자 울화통이 터져 나왔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을 모두는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