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지존기 2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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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034회 작성일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22화
제6장 깝죽거리지 마라 (6)
슈우웅!
검을 찔렀다고 생각하는 그 찰나의 순간, 흑살3호의 공격은 허공을 꿰뚫었다. 정면으로 찔렀는데 무진의 바로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귀신같은 보법이 아닐 수 없었다.
‘헛!’
착! 우드득!
흑살3호의 목이 잡히자마자 부러졌다. 무진이 흑살3호를 처리하기가 무섭게 세 방향에서 흑살단원의 살검이 찌르고, 베었다.
무진의 빠른 움직임을 예상한 공격방식이다. 흑살3호를 희생시켜 무진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세 방향에서 살검을 휘두르는 무시무시한 공격수법이었다. 동료의 죽음조차 수단으로 사용한 것이다. 빠른 신형을 가진 무인을 상대로 하는 효율적인 방법이었다.
“좋군.”
무진의 표정이 재밌다는 듯이 변했다. 목적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흑살단의 공격수법이 마음에 들었다. 살수는 살수다워야 한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살수는 살수라고 할 수 없다. 죽음을 도외시하고 적을 죽이겠다고 마음을 먹은 살수만이 진정한 살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상대는 무진이다.
타아아앙!
10성의 공력을 끌어 올렸기에 검에 실린 힘이 만만치 않았다. 그런데 검을 찌르고, 베자마자 상상을 불허하는 엄청난 반탄력이 형성되었다. 폭풍이 쏟아지는 날에 벼락을 정통으로 맞은 것 같은 충격이다.
불에 데인 듯한 화끈한 충격을 받은 흑살단5호, 7호, 9호는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옷이 넝마처럼 타들어 간 것을 둘째치고, 내장이 모두 녹아 버렸다.
덜! 덜! 덜!
무진의 전신은 수라혼원심공의 운용으로 인한 수라탄강기가 언제 어디서든 자연스럽게 형성되도록 되어 있다. 검강조차 뭉개 버릴 수 있는 수라탄강기의 위력을 살수 따위가 버텨낸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슈슈슈슉!
팟!
검을 찔렀다.
귀살검법(鬼殺劍法)의 최후초식인 무영살(無影殺)이다. 엽만청이 사용할 수 있는 최강의 공격이라고 할 수 있다. 귀살진공(鬼殺眞功)을 극성으로 운용한 무영살이었다.
검에 귀살진기(鬼殺眞氣)가 맺혀 검기를 형성했다. 전후좌우에서 공격을 한 후 생기는 틈을 찌르고 들어가는 살초였다. 웬만한 초절정고수라도 막아내기 힘든 공격이다.
빠아악!
휘리리리릭!
눈을 어둡게 만드는 충격과 동시에 엽만청의 신형이 공중에서 자유의지를 무시하고 7바퀴를 회전했다.
쿠다다다당!
신형을 유지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꼴사납게 바닥을 나뒹군 엽만청이다. 그는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무엇이 번쩍한 것을 느낄 사이도 없이 몸이 먼저 날아올라서 회전하다 떨어졌다.
주르르륵!
오른쪽 뺨 전체가 붉게 물들며 입술을 타고 핏물이 흘러내렸다. 그제야 상황이 어찌 되었는지 파악을 한 엽만청이다. 그는 살수이지만 자존심을 가진 사내다. 뺨을 맞고 분해하지 않는다면 사내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든 생각은 이것이다.
‘언제?’
도대체 언제 싸대기를 날렸는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날카로운 예기를 유지하기 위해서 엽만청은 항상 감각을 단련한다. 그로 인해 초절정의 고수도 갖지 못하는 예민한 감각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기본적인 방어본능조차 발휘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맞았다.
“지금 딴생각 할 시간이 있나?”
“허헛!”
2장의 거리차를 무 자르듯이 잘라 버리고 다가온 무진이다. 보법을 전개했다고 보기에도 무리였다. 그냥 공간을 축약한 것처럼 느껴졌다. 놀란 엽망청이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그것이 불운이었다.
퍼퍽!
무진이 일어서는 엽만청의 얼굴을 발로 차 버린 것이다. 그의 신형은 또다시 의지와는 상관없이 공중으로 솟구쳐 버리고 말았다.
“차기 좋은 위치라서 말이지.”
쿠우우웅!
다시 지면에 떨어졌을 때 엽만청의 꼴은 정말 흉했다. 턱이 망가져서 입을 제대로 놀릴 수도 없는 심각한 상태였다. 그가 정신을 차리고 다시 무진을 노려보았을 때 발이 날아왔다.
‘퍽!’하는 소리와 함께 날아가서 바닥에 처박혔다. 반항을 하려고 해도 소용없는 몸부림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궤도에서 날아오는 무진의 각법은 엽만청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웠다.
‘무초식!’
심각한 내외상을 당한 엽만청이 든 생각은 단 하나였다. 절정의 고수에 근접한 자신을 이처럼 개 패듯이 패는 존재는 무초식의 경지에 든 신화경의 무인밖에 없을 것이다. 무진이 사용한 공격법은 차고, 두드리고, 때리는 기본적인 방법뿐이다. 하지만 그 안에 실린 빠름과, 위력은 경천동지했다.
무진은 가지고 노는 것도 지겨워졌다.
“이제 그만 죽어줘야겠다.”
“도…대…체…….”
발음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엽만청의 의문은 하나였다. 상단의 회주가 초극의 고수라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았다. 정체가 궁금했다.
“커어억!”
무진의 손속은 가차 없었다. 엽만청의 의문을 해소시켜줄 의무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엽만청의 역할을 여기까지였다.
“그럼, 본격적으로 시작을 해야지.”
기습적인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본단의 위치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고 생각한 흑살10호였다. 하지만 예상치도 못한 기습공격에 오히려 궁지에 몰리고 있었다. 놈들은 흑살단의 지형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듯했다.
흑살단의 거처인 흑원(黑圓)에 당도하기 위해서는 열 곳의 기관과 함정을 돌파해야 한다. 그런데 놈들은 마치 제집 드나드는 것처럼 기관과 함정을 교묘히 피해서 진입을 해왔다.
더군다나 흑살단의 1백 살수들이 속수무책으로 죽어나갔다. 놈들의 무력은 상상 이상으로 강력했다.
“어떻게?”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우선 도망치는 것이 급선무였다. 하지만 흑살10호가 미처 도주하기도 전에 앞을 가로막는 존재가 있었다. 별빛에 한기를 내뿜는 도를 들고 고색창연하게 서 있는 존재였다.
흑살10호는 주춤거리며 뒷걸음쳤다. 그는 물러서면서도 얼마 가지 못했다. 어느새 등 뒤로 침입한 무인이 검을 들이대고 있었다. 겨우 일다경 만에 강호5대 자객단에 드는 흑살단이 허무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도…대체 당신…들은 누구…시오?”
“북리중천이다.”
“그…정…천맹의 부맹주!”
정도천하무림총연맹의 부맹주가 강소성의 일개 자객단을 급습하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놀람이 가시기도 전에 의문이 들었다. 이제껏 살행을 해오면서 정천맹의 정보망에 걸리거나 위배된 일을 한 적이 없다. 이유도 없이 몰살당하는 것은 너무 억울한 일이다.
“왜?”
“이유는 없다.”
북리중천의 유성신도가 번쩍였다. 흑살10호가 미처 대처하기도 전에 미간에 구멍이 뚫렸다.
털썩!
북리중천의 성하유성도법이 엄청난 진전을 이루었다. 흑살10호의 미간에 서린 붉은 점이 그 성취를 말해주었다. 북리중천은 자신의 놀라운 성취를 반기면서도 두렵지 않을 수 없었다.
‘가로막힌 벽을 이처럼 가볍게 뚫어버리다니! 그가 과연 인간이란 말인가?’
성하유성도법을 극성으로 터득했다고 자부했던 북리중천이다. 그에게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무진은 인간이 아닌 마신이었다.
초절정의 무인을 애들 다루듯이 가볍게 다루고, 단 하루 만에 극성으로 터득했다고 생각한 성하유성도법의 성취를 새로운 경지로 끌어 올려 주었다. 놀랄만한 성취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착잡한 이유였다.
더욱이 그가 보내준 수하들.
모두 자신보다 밑이라고 할 수 없었다. 수하들조차 초절정의 고수를 능가하는 실력자들이었다. 고작 5명에 불과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무공실력은 그조차 놀랄 지경이다.
북리중천은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았다. 이제는 무진을 믿는 수밖에 없다. 무진은 그가 함부로 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고 확신했다.
‘우선은 그가 시킨 일을 해야겠지.’
북리중천의 옆에 자리한 인물들은 밀영대였다. 무진이 북리중천의 일을 도와주기 위해 보낸 것이기는 하나, 만일을 대비한 안전장치이기도 했다. 정신이 나가지 않는 이상 배신을 할 리 없겠지만 사람은 알 수 없는 존재다. 사람의 내면에 숨죽이고 있는 모든 생각들이 또 다른 야망을 부추길 수 있다.
* * *
청천벽력(靑天霹靂).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쳐도 오늘과 같지 않으리라. 석가장에 모인 모든 식솔들은 허탈하기까지 한 진실에 탄식을 해야 했다. 어떤 이는 분노하고, 어떤 이는 슬퍼했다. 허나 그들이 느끼는 공통점은 배신감이었다.
그러나 정작 거짓되고 참혹한 사실을 받아들어야 하는 석관혁은 말로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억울한 심정이다. 그는 도대체 왜 이런 얼토당토않은 사실을 들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청정한 하늘과 시원한 바람이 부는 정오의 시각에 정천맹의 부맹주인 북리중천이 찾아왔다. 그가 석가장의 사건에 대한 진실을 모두가 보는 앞에서 밝히겠다고 했다.
석관혁은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한 도리라고 여겼다. 석가장의 식솔들이 그동안 받은 고통과 오해를 해소하는 길이라 여겼다. 또한 분분했던 석가장의 내부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석관혁의 생각은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희망사항에 불과했다.
북리중천은 무참히 짓밟힌 거짓된 진실을 당연하게 내놓았다.
부들! 부들!
석관혁은 화가 나다 못해 폭발할 지경이었다. 그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석철심이었다. 석관혁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북리중천에게 역정을 내었다.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입니까? 어찌 그런 거짓된 사실을 함부로 말하시는 겁니까?”
“말이 안 된다, 이 말인가!”
“그렇습니다. 내가 왜 형님과 식솔들을 죽입니까! 거짓된 진실로 우리를 농락하지 마십시오!”
석관혁은 끓어오르는 화를 참기가 힘들었는지, 차분하지 못했다. 그에 반해 북리중천은 좀 전과 변함없이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석관혁이 어떤 변론을 하던 신경 쓰는 기색이 아니었다. 그저 밝혀진 증거를 토대로 진신을 규명할 뿐이었다.
“내가 지금 거짓을 가지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내 명예를 걸고 말하고 있다고 하는 건가. 나는 그렇게 한가한 사람이 아니야.”
북리중천은 그동안 조사한 정보와 증빙자료를 석관혁과 석가장의 식솔들에게 내밀었다. 자료는 치밀했고, 증거는 완벽했다.
증거와 자료를 본 석관혁은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필체와 똑같은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을뿐더러, 그를 상징하는 직인까지 찍혀 있었다. 세밀하게 살펴봐도 그가 한 것과 일치했다. 하지만 석관혁은 절대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이건 모함입니다!”
“이렇게 증거가 확실한데도 발뺌을 하다니, 혈육을 죽인 사갈 같은 놈답구나!”
“이건 분명 날 모함하기 위한 수작입니다!”
“뻔뻔하기가 도를 넘어서는구나.”
석관혁이 무고를 주장해도 믿어주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북리중천의 서슬 퍼런 눈빛에 석가장의 식솔들은 눈을 돌리고 말았다.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해도 증거가 너무 완벽했다. 가족들조차 석관혁의 무고를 믿어주지 못했다. 오히려 그의 독한 수법에 치를 떨었다.
‘허! 이렇게 허망하게!’
이제 막 비고를 열어 운룡상단을 안정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석가장은 수백 년 동안 만일을 위해서 조금씩 황금을 비축해 놓았다. 비동(秘洞)은 석가장이 위기에 처했을 때 사용하도록 석가장의 직계혈족에게만 내려져 왔다.
미처 석가장의 위기를 해소하기도 전에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이대로 북리중천을 따라 정천맹으로 가게 된다면 끝장이었다. 억울한 것도 문제지만 석가장의 명예를 더럽히는 일이 되어 버린다.
석관혁의 시야에 북리중천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이미 작정을 하고 있었구나!’
정천맹이 석가장을 버렸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토록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명예를 지키는 것뿐이다.
마음에 각오를 새기자 석관혁은 두려움이 사라졌다. 오히려 차갑게 기분이 가라앉았다.
“나는 절대 형님과 식솔을 죽이지 않았다. 내가 가장 사랑하고, 지키고 싶어 했던 것이 석가장이다. 내가 왜 그런 끔찍한 짓을 하겠느냐! 나는 지금 억울하고, 답답하지만 밝힐 방법이 없다! 나는 이렇게 끝이 나지만 석가장만은 지켜야 한다. 석가장의 큰 뜻을 반드시 이어나가야 한다!”
벌떡!
석관혁이 갑자기 일어나더니 바닥에 머리를 찍는 것이 아닌가!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쿠우웅!
석관혁의 머리가 터지면서 핏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죽음을 각오한 석관혁이었다. 그는 죽음으로서 결백을 입증하려고 했다.
“나…는…결백…하다.”
털썩!
석관혁은 그렇게 허무하게 죽었다. 석관혁의 죽음을 지켜본 북리중천의 표정은 처음과 같았지만 심경은 착잡하기 그지없었다.
‘어쩔 수 없음을 알아줬으면 한다.’
모든 것이 무진의 손아귀 안에서 벌어진 일이다. 계획된 일을 진행하고, 나아가기 위한 발판을 준비하는 데에 걸림돌이 되는 존재를 가만히 둘 무진이 아니다.
석관혁은 죽음으로써 석가장이 다시 화합하기를 바랐겠지만 거대한 야심을 지닌 무진이 있는 이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석가장 참사의 진실이 강소성 상계를 뒤흔들었다. 돈과 권력은 혈육이라고 해도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한 사건이 되었다.
이로 인해 운룡상단의 평판은 더욱 나빠졌다. 겨우 일어설 수 있는 자금을 확보했지만 쉽지 않은 행보였다. 운룡상단 내부적으로도 문제가 많았다. 석관혁의 죽음으로 인해 내부갈등과 배척이 일어난 것이다.
형제간에 벌어진 골육상쟁이 석가장의 식솔들마저 서로 갈라놓고 말았다. 위기의 상황 속에서도 석가장의 분열은 가속되었다. 석가장의 석씨일가와 따르는 가솔들 간의 분열이었다.
석관혁을 보필하던 나 총관은 석관혁의 석연치 않은 죽음을 조사하려고 했다. 하지만 가족들은 석관혁의 죽음보다 운룡상단에 대한 욕심이 컸다. 힘을 모아도 어려운 상황에서 분열은 망조로 가는 지름길이었다.
흔들리는 운룡상단의 약점을 이용하여 천무상회는 확실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천무상회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무너뜨릴 수 있는 운룡상단을 일부로 방치해 두었다. 운룡상단 스스로 부서지고 망가질 때까지 기다린 것이다. 석가장을 자양분으로 삼아 천무상회는 기득권을 넓혔다.
* * *
불빛에 일렁이는 촛불.
심지가 거의 타 들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광반조(回光返照)를 하듯이 마지막 불꽃을 태웠다. 작은 입김에도 흔들리는 촛불을 무진은 바라보고 있었다.
“일은?”
“명만 내리시면 끝내버릴 수 있습니다.”
“아직은 아냐. 꺼져버리려는 촛불의 심지처럼 석가장은 마지막을 불태우려고 할 거다. 그때 나머지 대륙상단이 개입하게 되겠지.”
호시탐탐 영역을 넓혀가려는 것이 상인의 본능이다. 석가장이라는 울타리가 흔들리면서 내부적인 문제가 산재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머지 천하6대상단이 개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대륙6대상단 간에는 암묵적으로 약속한 묵계(默契)가 있다. 먼저 손을 내밀지 않는 이상 개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만일 이 원칙을 어기게 되면 나머지 6대상단의 공공의 적이 된다.
무진이 무너뜨릴 수 있는 석가장을 방치하며 운룡상단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나머지 대륙상단의 개입을 위해서다.
-상인율법 제4조-상단 간의 경합에 관계없는 상단은 개입할 수 없다.
‘줄줄이 따라오너라.’
천하6대상단에 들어가는 만큼 자존심이 강한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로 인해 최악의 상황이 되지 않는 이상 손을 벌리지 않을 것이다. 무진은 차근차근 먹이가 걸려 들어오기를 기다리면 되었다.
‘모두 먹어 치워주마. 후후후후!’
무진은 아직 배가 차지 않았다. 포악한 육식동물에게 만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더 크고 더 많은 것을 원한다. 그것이 전 세상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