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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지존기 12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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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12화

제4장 준비 2 (5)

 

쿠아아앙!

절기가 스며든 내가공력이 폭발을 일으킨 것이다. 서로의 힘이 상충하여 벌어진 충격이 대기를 시끄럽게 만들었다. 기운의 폭발만으로도 주변의 무인들은 물러서야 했다.

처저저적!

충격을 받고 뒤로 밀려났다.

모용중경과 철무정의 몸이 사시나무 떨듯이 떨렸다. 강기의 충돌에 하마터면 검과 도를 떨어뜨릴 뻔했다. 간신히 검과 도를 부여잡고 있지만 육체적, 정신적으로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울컥!

핏물이 식도를 타고 목구멍으로 올라오는 것을 겨우 참아내었다.

‘반탄력이 이 정도라니!’

‘좀 전에 느낀 힘은 나의 경지를 한참이나 벗어났다!’

이제는 밀영대가 사람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이놈들은 애초부터 상대가 되지 않는 절대고수들이었다. 중원을 구성하는 천하최강자들. 즉 천하십육강(天下十六强)에 비견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상식적으로 그런 고수들이 누군가의 수하로 있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았다.

‘만약 저놈들이 우리를 죽일 생각이 있었다면 이번 수로 죽었을 것이다!’

밀영대가 손속에 사정을 두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지만 몸은 이미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단 한 번의 격돌로 심각한 내상을 당한 것이다.

모용중경과 철무정은 죽어 가는 수하들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어야 했다. 이것은 전투라고 부를 수도 없는 일방적인 도륙에 불과했다. 몸이 말을 듣지 않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지켜봐야 하는 두 가주는 분노와 무력감에 절망했다.

“그…만!”

“멈…춰!”

모용세가와 철혈세가의 무인들도 겁이 났다.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밀영대는 수가 많다고 해서 이길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두려움과 공포로 인해 뒷걸음질을 치고 말았다. 무인으로서 수치스런 행동을 하고 있다는 자책감조차 느낄 수 없을 지경이다.

밀영대는 물러나는 무인들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다. 이제까지 자리만 지키던 밀영대가 앞으로 나아가 무인들을 학살했다.

“멈…추시오!”

모용중경은 느긋하게 구경하는 무진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너무 다급한 나머지 경황을 따질 겨를조차 없었다. 그러나 들려오는 대답은 모용중경과 철무정의 상식을 벗어나 있었다.

“아직 반이 더 남았다.”

“…그럴…수가!”

3천의 절반이 남지 않는 이상 멈추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미 승부는 끝난 것이나 다름없는데도 자신의 말을 관철시키기 위해 죽인다는 뜻이 아닌가!

“모두 벗어…나라!”

어쩔 수 없다. 저놈들의 수는 고작 20명이다. 사방으로 퍼져 도망친다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무진은 그들의 바람대로 되지 않게 만들었다. 차분한 목소리로 모든 무인에게 들리도록 상황을 설명해 주는 친절함을 보여주었다.

“내가 이곳을 왜 매입했는 줄 아는가, 너희들은 이곳이 상회로 가는 최적지로 알았겠지만 내가 그렇게 되도록 만든 것이다. 농사도 짓지 않는 농지, 이상하다고 생각되지 않는가! 이곳 일대의 주변은 모두 기관과 진법이 섞여 있지. 도망가고 싶은 놈은 도망쳐라! 단, 살겠다는 의지는 버리는 게 좋을 거다.”

무진이 넓은 평원에 펼쳐 논 진법은 천극십이금쇄진(天極十二禁鎖陣)이었다. 6방의 문을 잠그면 더 이상 나갈 곳이 없다고 보는 것이 정석이다. 따라서 8문금쇄진 정도만 되어도 웬만한 무인들은 절대 빠져나가지 못한다. 천극십이금쇄진은 말 그대로 12개의 방위를 차단하여 개미새끼 한 마리조차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단단하게 잠근 진법이었다.

모용세가, 철혈세가의 무인들이 빠져나가기 위해 안간힘을 써도 헛수고에 불과했다. 천극십이금쇄진에 걸리면 초절정의 고수조차 뚫어내지 못한다. 하물며 초절정에 이르지도 못한 무인들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무인들 모두 처절한 절망감을 맛보아야 했다.

치밀하고 지독하다.

천무상회의 회주에게 대항하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 깨달아야 했다. 무인들은 기관진법에 약하다. 그들은 도망쳐도 살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더군다나 마지막 무진의 말은 모두의 귀에 또렷이 들렸다.

“네놈들의 세가가 무사할지 모르겠군.”

가볍게 스쳐 지나가는 말투였다. 듣든지 말든지 상관하지 않겠다는 듯했다. 그러나 무진의 말은 거스를 수 없는 불가항력이었다.

밀영대의 고수 한두 명만 가도 세가는 무너진다. 세가의 정예도 감당하지 못하는 무력을 어떻게 막아낸단 말인가.

모용중경과 철무정은 천무상회주의 잔인성에 치를 떨었다. 무인이 해서는 안 되는 짓을 서슴없이 하고 있었다. 인질과 독, 목적을 위해서는 그 어떤 것도 사용한다. 거칠 것이 없으며, 당연하게 생각했다. 패도(敗道)와 마도(魔道)를 동시에 극에 이른 자라고 할 수 있었다.

 

일각이 지난 후 정적이 흘렀다.

바닥에 쓰러진 무인들의 시체가 즐비하게 쌓여 있다. 시체들 대부분은 몸뚱이가 반으로 잘려 있었다. 예리하게 절단된 시체 사이로 흐르는 핏물이 마른 농지를 적셨다. 비릿한 혈향이 진동했다.

어떤 무인도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도주하려는 무인도 있었다. 하지만 무진의 말대로 기관진법에 걸려 죽고 말았다. 무진이 꺼낸 말 중 거짓은 단 한 개도 존재하지 않았다. 반항은 애초부터 부질없는 짓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제야 무인들은 무진의 잔인함과 무서움을 뼈에 사무치도록 깨달았다. 만약 무진이 이와 같은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였다면 처음부터 덤비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무인의 습성상 직접 보지 않는 이상 믿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무진에게 타협과 협상, 자비는 없었다. 무조건적인 복종만을 요구할 뿐이다.

느긋한 표정의 무진과는 다르게 모용중경과 철무정은 허탈함, 분노, 조급함을 느껴야 했다. 지금 이 순간이 지난 후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지 생각만 해도 무서울 지경이다.

“기회를 다시 한 번 주지. 선택은 역시 너희들의 몫이다.”

강요하는 듯한 말투가 아니었다.

선택을 하든지 말든지 관여치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어떤 무인도 무진의 말을 흘려듣거나 비웃지 못했다. 무진의 뜻에 반대되는 결정을 하게 될 경우, 어떤 결말이 다가올지 뻔히 보였다. 죽음 아니면 복종만이 남겨져 있었다.

개처럼 엎드려 살 것인가, 끝까지 자존심을 지키며 싸우다가 죽을 것인가?

결정을 해야 한다.

모용중경과 철무정, 대다수의 무인들은 이가 갈리도록 치를 떨었다. 세가의 동료들을 죽인 놈들이었다. 그런데도 대항할 수 없다는 절망감과 분노가 서려 있었다.

모용중경이 악을 쓰듯 물었다.

“우리가 당신에게 무엇을 그리 잘못했소!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오!”

절규에 가까웠다. 모용중경의 절규는 살아남은 무인들의 뜻과 일치했다. 굳이 많은 사람을 희생시킬 필요도 없지 않은가! 적당히 힘을 보여주었다면 뜻에 따랐을 수도 있었다.

“훗!”

무진의 입가에서 뒤틀린 비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모용세가와 철혈세가는 무림세가다. 무림은 약육강식의 세상. 그것을 모를 리 없는 모용중경이다. 그럼에도 이런 말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은 무진의 행위가 도를 넘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한 것이 세상이 아닌가! 이치를 따지면 그 무엇도 해서는 안 되는 짓이다. 그러나 세상은 순리와 이치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강자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으며, 모든 것을 해도 된다. 그것이 세상의 진리다.

“설마, 세가의 가주씩이나 되는 놈이 그따위 유치한 말을 할 줄은 몰랐군. 세상이 순리대로 흘러간다고 생각하는 건가? 세상이 언제 이치를 따져서 흘러갔나! 이유를 알고 싶다라! 그건 바로 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너희들을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이유다. 그럼 되었나.”

무림은 다른 세력을 무너뜨리고, 또 다른 세력이 일어난다. 강한 세력이 약한 세력을 무너뜨리는 것은 결코 부자연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모용중경과 철무정도 알지만 자신들이 그런 처참한 상황의 주인공이 될 줄은 몰랐다. 요동성 내에서 모용세가와 철혈세가가 언제 이런 처지에 놓인 적이 있었던가!

“시간이 없군.”

무진이 밀영대에게 눈짓을 보내려고 하였다. 그것은 사신의 신호였다. 결정이 내려지면 무인들은 밀영대에 의해 또다시 처참하게 학살당할 것이다. 뻔한 진실이 무인들에게 열려 있었다.

1천 5백의 무인들이 모용중경과 철무정의 결정에 집중했다. 어떤 무인은 끝까지 항전하자는 듯했지만 대다수의 무인들은 포기한 상태였다. 상대도 상대 나름이었다. 압도적인 실력차이를 극복하기는 힘들었다.

모용중경과 철무정은 무거운 짐을 느꼈다. 무진의 말대로 혈독고를 복용하고, 수하가 된다면 이제까지의 모든 명예는 무너진다. 반대로 거절하면 이곳의 무인들은 물론 세가까지 뿌리째 뽑힐 것이다.

“복…용하…겠소.”

요동성의 패자이자 최강의 세력으로 군림하던 모용세가와 철혈세가가 한순간에 비참한 약자로 돌아서 버리는 순간이었다.

“현실을 인정해야지.”

밀영대가 혈독고를 무인들에게 주었다. 가장 먼저 먹을 사람은 정해져 있었다. 바로 모용중경과 철무정이었다. 그들이 복용해야 무인들도 먹을 것이다.

부들! 부들!

몸이 저절로 떨려 왔다. 혈독고를 복용하면 다시는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후일을 기약하기 위해서는 먹어야 한다.

모용중경과 철무정이 복용하자 나머지 무인들도 혈독고를 복용했다. 개중에 망설이며 먹지 않으려고 한 무인들도 있었다. 밀영대는 그들의 목을 단숨에 잘라내었다. 한순간의 망설임도 용서하지 않았다.

무진은 혈독고를 복용한 무인들을 향해 말했다.

“나의 야망을 위해 너희들은 움직여야 할 것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다. 그저 내가 시키는 대로 움직여야 살 것이다. 반항을 해도 좋다. 너희가 무엇을 하든 세상은 내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질 테니 말이야. 크하하하하!”

우우우웅!

귀를 틀어막고 내기를 극성으로 끌어 올려야 간신히 버틸 수 있을 정도의 막강한 기운이 퍼져 나갔다. 고작 목소리만으로도 모든 무인을 주눅 들게 만들었다.

절정에 달하는 모용중경과 철무정은 천무상회주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 영원히 그의 그늘 안에 있어야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살아남은 모용세가와 철혈세가의 무인들은 전부 세가로 돌아갔다.

겉으로는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은 것처럼 고요했다. 요동성 내에서도 소문은 돌지 않았다. 모용세가와 철혈세가만이 진실을 알 뿐이다. 그들은 사실을 전할 수 없었고, 천무상회의 명령을 받들어야 했다.

천무상회는 두 세가를 제압하자마자 마수를 드러냈다. 요동성 내의 모든 상권과 권력을 흡수한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모용세가와 철혈세가의 묵인과 협상을 통해 천무상회가 힘을 키워 가는 모습으로 비춰졌다.

무진은 모용세가와 철혈세가를 이용하여 요동성 내의 무인들을 하나로 규합했다. 본격적으로 맹을 건립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협력을 약속한 계약이었다.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천무상회의 힘을 부풀리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요동성을 무진의 세력으로 확고하게 가다듬는 시간은 꽤 오래 걸렸다. 5년의 시간을 투자하여 만들어 낸 성과였다. 이제는 무진이 원하기만 하면 요동무림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어차피 후일 닥쳐올 일을 위한 소모품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무진은 요동성 내의 무인들을 규합하면서 한편으로 절정의 무인들을 길러내는 데 주력했다. 밀영대의 숫자가 아직 부족했다. 원하던 숫자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100명은 되어야 했다. 또한 중원 내에 새로운 무력부대를 이미 만들어 놓고 있었다. 그들은 밀영대와는 다르게 어둠의 무력부대가 될 것이다.

천무상회의 정보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정보통을 흡수하고, 새로운 정보망을 개설했다. 중원 내에 산재한 소수집단들을 이용하여 정보를 하나의 선으로 통할 수 있도록 연결했다. 철저한 통제와 비밀리에 이루어졌기에 누구도 알지 못하는 일이었다.

모든 준비가 계획대로 마무리가 될 즈음이었다.

 

-천무군림각(天武君臨閣).

사실 천무상회의 이름 자체가 무척이나 어색했다. 하늘의 무(武)를 숭상하는 상회라니,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또한 천무상회의 모든 일이 이루어지는 천무군림각 역시 상회의 이름치고는 대단히 거창했다. 그렇지만 상회의 전 상인들은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무진의 말은 법이었다. 그가 시키는 일은 목숨도 던져야 했다.

상회의 각 지점장들은 3개월마다 천무군림각에서 실적을 발표했다. 실적 내용은 반드시 전분기보다 성과를 올려야 한다. 성과를 올리지 못하더라도 앞으로 실적을 올릴 수 있는 방안과 대책이 마련되어야 했다. 그렇지 못하면 분타주는 천무상회 내의 모든 권한을 박탈당한다.

상회를 위해 노력하지 않고 안주하는 자를 절대로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 무진이었다. 버러지는 밟아서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도록 혹독하게 다루었다. 무진의 가혹한 채찍은 천무상회의 원동력이 되었다.

대신에 성과를 올리면 많은 권한과 대접을 받을 수 있다. 그에 합당한 능력을 평가해 준다. 철저한 능력지상주의를 바탕으로 한다. 능력 없는 놈이 자리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또한 무진은 천무상회 내에 따로 감찰기관인 음영단(陰影團)을 두어 내부의 비리나 배반이 일어나지 못하도록 감시하였다. 일단 걸리면 가차 없다. 발본색원하여 뿌리하나 남기지 않도록 말살해 버렸다.

후흡!

무진은 회의가 끝나고 난 후 한가롭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 머리를 식히며, 차분하게 다음을 구상하였다. 모든 것은 작은 생각에서 시작이 된다. 생각은 실마리를 제공하고, 앞으로의 발전된 방향을 제시하게 된다.

사삭!

천무군림각 안으로 그림자가 들어왔다. 밀영의 수장이자 1호인 차중천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무진은 차중천의 움직임을 이미 파악하고 있기에 개의치 않고 차를 마셨다.

“말하라.”

“회주님이 말씀하신 철광산의 개발은 합의를 보았습니다. 또한 비밀스럽게 굴착한 철광산은 광석을 이미 채취하고 있습니다.”

“잘됐군.”

요동성의 산지 주변은 철광산의 생산지가 많다. 물론 개발하는 데 드는 비용은 상회의 자본으로 이루어졌다. 돈이 드는 대신에 개발 이후 군수물자와 일반생산물자로 반출될 경우 상당한 액수를 벌어들일 수 있었다.

무진은 철광산 개발을 위해서 관리에게 많은 뇌물을 주었다. 뇌물이 통하지 않는 경우, 관리의 배후를 파악하고, 약점을 잡아서 집요하게 노렸다. 모든 방법이 통하지 않는 관리는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 버렸다.

천무상회에서 은밀하게 개발한 광산은 특별한 광석을 생산해 내었다. 일반적인 철광석과는 다른 성질을 띠었다. 엄청나게 단단하며, 예기를 띤다. 심령에 타격을 줄 정도의 날카로운 예기로 인해 쉽게 다룰 수 없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아직까지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이 광석을 무진은 뇌전석(雷電石)이라고 이름 붙였다. 뇌전석은 분명 다스리기 어려운 성질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담금질하여 병기로 만들어 낼 수 있다면 대륙의 그 어떤 신병이기(神兵利器)보다 뛰어날 것이다. 천무상회의 무력을 한층 강화시킬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보다 내가 지시한 것은 알아봤나.”

“그렇습니다. 당시의 정황을 파악하기 위해 정보망을 총 가동하여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였습니다.”

“진척은?”

“워낙 오래된 사건이고, 중요성이 떨어지는 내용이라 확실한 자료를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다만, 정천맹과 구천십육마로 인해 벌어진 사건이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말해보라.”

“구천십육마는 그 당시 강호공적으로 무수히 많은 악행을 저질렀습니다. 그로 인해 정천맹이 구천십육마를 추격했습니다. 정천맹의 집요한 추격전 끝에 구천십육마는 위기에 몰렸고, 어쩔 수 없이 변방으로 도주를 해야 했었습니다.”

밀영1호가 수집한 정보를 묵묵히 듣는 무진이었다. 과거의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참혹했던 과거의 편린, 일반 사람이라면 감당하기 어려운 지옥 같은 상황을 다시 들으면서도 무진은 평정심을 유지했다. 어린 시절의 무진과 현재의 무진은 같은 사람이지만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모든 설명을 들었을 때 결론은 간단하게 나왔다. 구천십육마를 잡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천맹이 추격했다. 그로 인해 무진의 부모님과 누나가 비참하게 죽었다는 것이다.

씨익!

무진은 오히려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딱히 방법이 틀리지 않다. 무진은 인정했다. 자신도 목적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누구의 목적이 더 강한지는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된다.

무진은 이제 단순히 복수만을 위해 움직이지 않는다. 물론 지나간 과거의 편린은 가장 잔인하게 지워버릴 것이다. 놈들에게 세상에 건드려서는 안 되는 존재가 있다는 확실하게 알려주어야 했다.

“왜 그러지?”

“소주를 이대로 두실 생각이십니까.”

“괜찮다.”

차중천은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했다. 무진의 의중이 너무 단호했다. 한번 정한 것은 절대 번복하지 않았다.

무진의 아들은 아홉 살이다. 아이는 아버지의 정(情)을 느낄 새도 없이 홀로 떨어져서 살고 있다. 무진의 혈통을 그대로 이어받은 천재이지만 무공을 익히지 않았다.

물론 무공을 익히지 않았을 뿐이지 이미 무진의 모든 무공을 이어받았다. 후일 때가 되면 익힐 수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 익히지 못하도록 명령을 해 놓았다. 무공은 시간보다 재능과 노력이다. 범재가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갈 수 없는 한계가 존재하듯이 말이다.

“이제 세상을 향해 나아가야 할 때가 되었다.”

요동성은 무진에게 너무 작았다. 큰 세상을 집어삼키기 위한 발판에 너무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다. 포악한 마수가 드디어 넓은 세상에 이빨을 드러내었다. 그 누가 감히 그의 앞길을 막을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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