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지존기 3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957회 작성일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3화
제2장 지옥수련 (1)
투선십팔관(鬪仙十八關).
투선문의 문주가 되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관문을 통칭한다. 다른 말로 지옥십팔관(地獄十八關)이라는 뜻으로 해석해도 틀리지 않다. 인간의 육체와 정신, 내공을 어떻게 하면 가장 강력하게 만들 수 있는가를 분석해서 만들어 낸 관문이다. 초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극한의 고통과 인내가 필요하다. 처절하고, 극악한 대가를 치러야만 투선십팔관을 통과할 수 있다.
1관 육체개조.
인간의 몸은 두드릴수록 단단해지며, 찢을수록 강력해진다. 극복할 수 없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극한의 고통을 인내하면 자연스럽게 몸은 강해질 수밖에 없다. 단, 버티지 못해 부숴진다면 쓸모없는 몸뚱이를 가진 것으로 여겨 다시 살아날 수 없도록 만들어 버린다.
관마혁이 육체개조를 하기 위한 과정을 설명했다. 아직 어린 무진으로서는 버티기 힘든 과정이다. 아니 성인이라고 해도 견디기 힘든 수련이었다.
“오늘부터 나는 너의 몸을 두드리고, 늘일 것이다. 맞는 고통과 찢는 고통을 동시에 맛보게 될 수밖에 없다. 살이 베어지고, 껍질이 벗겨지는 고통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너는 내가 가르쳐 주는 심공을 끊임없이 운용해야 한다. 심공의 운용이 원활치 못하면 두드리기 전에 부서지고, 늘이기 전에 끊어질 것이다.”
인간의 한계에 달하도록 두드린다. 맞는 고통을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맞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 수 없다.
관마혁은 투선문의 비전오의 심법이라고 불리는 수라혼원심공(修羅混元心功)의 수련을 분리하여 가르쳤다. 수라혼원심공은 한꺼번에 익힐 수 있는 심법이 아니다. 수라공(修羅功)과 혼원공(混元功)을 따로 익혀 서로의 심공을 일정 수준 이상 쌓았을 때 하나로 합일(合一)하여 익히는 특이한 심공이었다.
혼원공은 그릇을 늘이는 심공이다. 육체와 정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바탕을 만들어 낸다. 반면에 수라공은 파괴력에 집중되는 신공으로, 혼원공으로 만들어 낸 바탕에서 속성의 내공증진을 얻어낼 수 있도록 만들어진 심공이다.
사실 수라공만 익히게 될 경우 심마(心魔)에 빠질 수도 있다. 수라공은 달리 수라마황공(修羅魔皇功)이라고도 불린다. 내공이 늘어가는 속도가 여타의 정종 내공심법의 20배에 달하는 속도를 자랑한다. 가히 마공의 조종(祖宗)이라고 불릴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대신에 바탕이 만들어지지 않은 내공이기에 그 속성에 젖어버리면 수라마황공의 도구로 전락해 버릴 수 있다.
무공은 시전자의 능력을 강력하게 만드는 도구다. 주객이 전도되어 버렸을 때는 이미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 투선문의 3대 문주였던 기자천이 제자를 죽인 이유도 그것 때문이었다.
제자는 수라공에 빠져 혼원공의 수련을 게을리 하였다. 제자를 너무 아낀 것이 탈이었다. 할 수 없이 기자천은 제자를 죽이고, 다른 제자를 선택해야 했다.
그 뒤로 투선문은 제자에게 정을 주지 않는 문파가 되어 버렸다. 그저 투선문의 비기를 강력하게 만드는 선택된 도구로 보게 되었던 것이다.
“3년간 혼원공을 익힌다. 그동안 나는 너의 성취를 끊임없이 확인할 것이다. 확인 방법은 처음에 말했던 것 그대로다. 성취가 부족하다면 부서지고, 끊어질 것이다. 시간을 허비할수록 최악의 고통 속에 몸부림치다 죽게 된다. 나는 네게 ‘할 수 있느냐’라는 말은 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너는 투선문의 제자다. 혼원공의 구결을 들은 이상 너는 반드시 해야 한다. 못한다는 말은 내 앞에서 꺼내지도 마라. 나는 나태하고 나약한 제자를 끝까지 인내하는 사람이 아니다.”
무진은 마혁의 가혹한 말을 들으면서도 그다지 두렵지 않았다. 이미 죽는 것보다 더한 고통을 경험했다. 가족이 눈앞에서 죽는 고통에 비하면 육체적 고통 따위는 얼마든지 버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럼 혼원공을 익힐 시간을 주마. 정확히 7일이다. 지나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7일의 시간을 잘 활용하도록 해라.”
마혁은 무진을 홀로 내버려두고 동굴 밖으로 나갔다. 동굴은 제법 넓었다. 좌우 폭을 계산하면 족히 10장은 되었다. 수련을 하는 데 부족하지 않은 장소였다.
“혼원공이라. 무엇이든 좋아! 내 분노를 터트릴 수만 있다면.”
무진은 운공하기 편한 최적의 자세를 취했다. 투선문의 심공은 좌공(坐功)이 아니었다. 좌공은 앉아서만 할 수 있는 심공이다. 여타의 심공이 가부좌를 튼 좌공에서 뛰어난 성취를 보이는 반면 투선문의 심공은 어떤 자세에서든 최선의 심공을 연마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운기하기 편한 자세가 최적의 대처를 할 수 있는 자세다. 불의의 습격에도 대응할 수 자세를 취해야 한다. 투선문에 방심은 존재하지 않는다.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대자연의 기운을 흡입하여 몸의 중심으로 끌어들인다. 끌어들인 기운을 사지백해로 퍼뜨려 몸을 구성하는 모든 혈맥과 세맥을 단련한다.
몸을 단련하기 위한 기본적인 구결이었다. 혼원공은 우주만물의 기운을 끌어들일 수 있다. 대자연의 기운을 끌어들여 자연스럽게 몸이 단련이 되도록 만들어 주는 기공술(氣功術)이었다.
-제행무상(諸行無常), 운전망이(運轉亡已). 우주는 항상 움직이며, 고여 있지 않다. 정체된 기운은 유동적인 기운을 따라올 수 없다. 변화하는 기운의 중심에 나 자신을 두어 몸속으로 끌어들인 후 끊임없이 움직여라.
무진은 혼원공의 구결 하나하나를 마음속에 되새겼다. 쉽게 여길 수 있는 구결은 존재하지 않았다. 글자 하나가 가진 의미가 무진의 뇌리를 가득 메워나갔다.
동굴은 불빛이 약하다. 마혁은 무진이 희미하게 볼 수 있을 정도의 불빛만을 남겨주었다. 열악한 환경이 인간의 본능을 깨우는 최적의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수련에 필요한 모든 준비를 완벽히 준비했다.
투선문의 투선십팔관은 인간이 강해지기 위한 최적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천 년의 총화가 스며들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스쳐 지나가는 일련의 과정도 허술하게 여길 수 없다.
무진은 전심전력을 쏟아부으며 최선을 다했다. 마혁은 절대 허투루 말하는 사람이 아니다. 7일 후에 무진의 성과를 확인할 것이 분명했다. 시간을 낭비했다가는 마혁이 전한 최악의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무진은 혼원공을 운기하자 기이한 느낌을 받았다. 전신의 모공으로 기운이 흡입되어 들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혼원공은 기운을 흡입하여 바탕을 만드는 심공. 여타의 심공처럼 기운을 느끼고, 단전으로 인도하여 내공을 쌓는 것이 아니었다. 마치 폭발적인 기운을 받아들기 전의 튼튼한 받침대를 만드는 것 같았다.
또한 혼원공은 대기의 기운을 느끼는데 그 어떤 심공보다 빼어난 심공이었다. 처음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대기의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대자연의 총화(總和)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전율과 감동을 전해주었다.
“기운을 흡입하고 퍼뜨려서 단련하라 이거지.”
초인적인 인내력과, 뛰어난 머리를 가진 투신지체를 타고난 무진이었다. 무공에 대한 이해력이 보통의 기재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혼원공이 절대의 심공이기는 해도 시작하자마자 바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하지는 않았다. 솜이 물을 흡수하듯이 빠르게 진전되고 있는 무진이었다. 무진은 일각이 다르고, 한 시진이 달랐다. 하루가 지나면 과거의 자신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존재가 될 것이다. 면면히 흐르는 물줄기를 타고 큰 강을 이루어 대해(大害)로 퍼져나갈 준비를 했다.
후우우! 후우우!
동굴 안은 일정하게 반복되는 호흡소리만 계속되었다. 무진은 이미 혼원공과 혼연일체(渾然一體)가 되어 버린 상태였다. 단번에 몰아지경(沒我之境)에 들어선 무진의 집중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남은 것은 독기뿐이다. 무진은 자신의 모든 염원과 열망, 욕망을 혼원공에 쏟아 부었다.
7일 후.
태풍처럼 시간이 지나갔다. 흘러가는 물은 막을 수 없으며, 매진한 세월은 현재의 자신을 단단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퍼퍼퍼퍼퍽! 퍼퍼퍼퍼퍽!
동굴 안에서 매몰차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단 한 번의 권영에 36번의 격타음이 들렸다. 눈으로 쫓을 수 없는 굉장히 빠른 권속이었다. 살아 있는 가죽이 부서지도록 두드리는 소리였다.
마혁의 권격은 인정이 서려 있지 않았다. 7일 동안 성취한 혼원공을 시험하는 것이었다. 무진이 게을렀다면 도저히 버틸 수 없는 위력이었다. 고작 열 살의 어린 소년이 참아낼 수 있는 위력이 아니었다. 건장한 성인이라 해도 마혁의 권격을 버티지는 못한다.
“크윽!”
입술을 비집고 흘러나오는 신음소리를 참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이를 악무는 무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터져 나오는 신음소리를 참을 수가 없었다.
어떤 고통이든 참아낼 수 있다고 다짐했기에 결단코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다짐은 시작하자마자 무참히 짓밟혔다. 인내에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한계를 벗어나는 고통을 참아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마혁은 무진의 노력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자신이 할 일을 하는 것뿐이었다. 이 정도도 버티지 못하면 마혁은 무진을 죽일 것이다. 쓸모없는 제자를 가르치지는 않는다. 그것이 관마혁이었다.
무진은 고통을 참으며 독기를 뿜어내었다.
‘참는다! 이 고통을 참고 나는 강해진다!’
무진은 강자지존(强者至尊)의 세상에 우뚝 서서 세상 만물을 발아래 굴복시킬 것이다. 어린 나이에 겪은 모진 고통은 세상에 대한 독기와 악기로 증폭되어가고 있었다.
마혁은 무진의 눈가에 비치는 지독한 기운을 보며 슬며시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그는 단순히 무진의 실력만 보지 않았다. 무진의 내면에 웅크리고 있는 커다란 야심과 욕망을 보았다.
대부분의 무공이 자신의 욕망을 다스리고 수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만 투선문의 무공은 다르다. 무공의 극을 이루어 원하는 욕망을 채우는 것이 목적이다. 욕망은 장애가 아니라 극을 이루는 원동력이었다.
‘그래! 강한 자만이 세상의 중심이다! 나약한 정신은 전부 쏟아내거라!’
두 시진동안 타격을 받은 무진은 기진맥진했다. 권격을 맞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혼원공을 운용하지 않았다면 전신의 뼈가 모조리 가루가 되어 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마혁은 약속대로 무진의 전신을 늘였다. 가히 찢는다는 표현이 적당할 정도로 가혹했다.
“크으윽!”
무진은 몸이 찢겨 나가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버티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이 안쓰러워 보일 지경이다.
무진의 입가로 핏물이 흘러내린다. 어찌나 세게 물었던지 입술이 터져 버린 것이다.
마혁이 행한 방법은 줄을 사지에 매달아 늘이는 것이었다. 줄은 사지에 매달고 여러 개의 줄로 이어져서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한 곳만 집중적으로 늘이는 것이 아니라 무공에 필요한 모든 곳을 찢고 있었다.
인간의 몸은 두드리고, 찢을수록 강해진다. 완전히 깨지지 않는 이상,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 본능적으로 강해지게 되어 있었다.
마혁은 냉철하고, 인정이 없었다. 그는 철저하고 혹독한 수련만이 강해지는 지름길이라고 여겼다.
털썩!
“오늘은 이 정도로 하겠다. 하지만 3년 동안 매일 매일이 오늘과 같을 것이다. 죽고 싶지 않다면 혼원공을 게을리 하지 마라.”
바닥에 엎어진 무진은 거친 숨을 토해내며 꿈틀거렸다. 전신이 갈가리 찢기고, 망가진 것 같았다.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부서져 버린 것처럼 느껴졌다.
어기적! 어기적!
벌레처럼 기어야 했다.
다시 혼자 남겨진 무진은 살기 위해서 움직였다. 동굴의 한쪽 모서리에 마혁이 놓고 간 음식이 있었다. 그곳까지 서서 가지도 못하고 기어서 갔다.
음식은 물과, 단약이 전부였다. 마혁이 말하길 꾸준하게 먹으라고 했다. 몸에 필요한 힘을 북돋아 주는 영약이었다. 영약이 아니라고 해도 무진은 배가 고팠다. 고통 속에서도 몸은 정직했다.
“후웁… 하아.”
한입에 털어 넣고 단약을 씹었다. 쓴맛이 혀를 타고, 목으로 넘어갔다. 타는 듯한 기운이 온몸을 지배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무진은 고통스러웠지만 강해지기 위해 참아냈다. 육체적인 고통은 두렵지 않았다. 절대자가 될 수 있다면 참을 수 있었다.
‘오늘의 고통을 잊지 않는다! 나를 이렇게 만든 세상을 울부짖게 만들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