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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지존기 1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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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1화

제1장 분노로 일어선 자 (1)

 

백두산의 북서쪽으로 이어지는 험준한 지형. 깎아지른 듯한 절애(絶崖)에서 흘러나오는 물줄기를 삶의 원동력으로 살아가는 작은 촌락이 있다. 고지가 높고, 구름에 가려서 찾으려고 해도 쉽게 발견하지 못하는 지형이다.

항상 운무(雲霧)로 뒤덮여 있는 마을이라 운부촌(雲浮村)이라고 불렸다. 운부촌은 북방의 소수민족과 고려인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들 모두 세상의 중심에서 소외된 이들이라 세속과 어울리는 것을 극도로 꺼려 했다. 운부촌 주민들은 세상의 뜻과 거리를 두며 조용히 살아가기를 원했다.

150명의 마을 주민들 대부분은 화전을 일구어 터를 잡고, 사냥을 통해 삶을 영위해 나갔다. 의식주 전체를 자급자족하기에 풍족하지는 않지만 작은 것에 만족하며, 소중히 여겼다.

주민들은 작은 울타리 안에서 화목한 생활을 영위하며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서로 벽이 없고, 허물을 감싸줄 수 있어 유대감과 정이 넘쳤다.

하루 종일 일을 하고, 사냥을 하는 마을 사람들은 성장하는 자식들을 보며 항상 미소를 짓고 다녔다. 소박한 삶의 활력소에 만족했고, 그들이 가진 소망이라면 가족과 행복하게 사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그들은 몰랐다. 소박한 삶을 영위하는 것조차 무력한 자들에게는 희망사항에 불과했다는 것을. 폭풍이 휘몰아치고 벼락이 내리치던 어느 날, 지옥의 입구가 흉악한 아가리를 크게 벌렸다.

운부촌 전체가 활화산처럼 불타오르고 있었다.

마을 곳곳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시체들과 죽어 가는 사람들이 서로 뒤섞어 비릿한 혈향과 역겨운 장면을 만들어 내었다. 육신이 온전한 시체도 없었다. 사지가 뒤틀리거나 목이 꺾인 채 나뒹굴고 있었다. 어떤 이는 전신이 난자당해 피칠을 한 채 죽었다. 죽음을 향해 내달리는 도축장과 같았다. 한편의 지옥도가 펼쳐졌다.

간신히 숨을 쉬는 자들조차 도망치는 것이 불가능했다. 운부촌을 중심으로 수백 명의 무인들이 천라지망을 형성하고 있었다. 개미새끼 한 마리조차 도주가 불가능한 처절한 상황이다.

무력으로 마을을 점거하며 잔인한 살육을 벌였던 무리가 소리쳤다. 흉악한 기운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이놈들을 다 죽이고 싶은 것이냐?”

마을을 장악하고 유린한 악마들이 흉험한 기세를 내뿜으며 악에 바친 듯 고함을 내질렀다. 피를 머금은 악마들은 인간의 감정이 존재하지 않았다. 운부촌에 들어온 무리는 마을 사람들을 인질로 협상을 벌이려고 했다. 그러나 상대는 일언반구도 없이 거절했다.

마을을 포위한자들에게 운부촌 주민들의 안위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들이 어찌 되건 추격하는 놈들을 죽여야 한다는 것만이 중요할 뿐이었다. 운부촌의 주민은 적을 죽이는 데 거치적거리는 쓰레기에 불과했다.

구천십육마(九天十六魔).

중원대륙을 피로 물들인 16명의 마인들.

마공을 익힌 마인들의 습성상 피에 대한 갈증과, 욕망의 분출이 강했다. 그 중에서도 구천십육마는 가장 극악하다는 구대마공을 익힌 마인들이었다.

구대마공이란, 수라흡정마공(修羅吸精魔功), 건천혈기공(健天血氣功), 나찰마라기공(羅刹魔羅奇功), 겁천혈사공(劫天血邪功), 흡혼사법(吸魂邪法), 악마신혈공(惡魔神血功), 잔혈파천진기(孱血破天眞氣), 혈수마공(血壽魔功), 패륜흡영마공(悖倫吸靈魔功)을 말한다.

모두 영세 길이 남을 사악하고, 잔인한 마공이다. 발을 내딛는 즉시 마공의 영향을 받아 마인이 되도록 만들어졌다.

극악한 마공을 익힌 마인의 마기는 일반 무인들이 막아내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셀 수 없는 무인들이 구천십육마로 인해 죽어 나갔다.

초기에 그들의 행적은 은밀하게 이루어졌었다. 구천십육마도 마공을 익힌 것이 밝혀져 무림공적이 되는 것은 피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결국 구천십육마는 피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구대마공은 인간을 마인으로 만드는 무공, 결코 벗어날 수 없다.

잔인하고, 패륜적인 악행이 알려지게 되면서 구천십육마는 강호공적이 되었다. 현 무림의 절대 군림맹인 정도천하무림총연맹(正道天下武林總聯盟)-정천맹(正天盟)이 구천십육마를 처단하기 위해서 500명으로 이루어진 추격조를 편성했다.

추격조에 속한 무인들은 9파1방과 5대세가의 정예. 또한 강호의 명숙들이 포함이 되었다. 구천십육마가 절대마(絶對魔)에 근접할 정도로 극강의 무력을 지녔다고 해도 수적인 열세를 극복할 수는 없었다.

그들은 쫓기고 또 쫓겼다. 구천십육마에 대한 추격은 무자비할 정도로 집요하고 끈질겼다. 밤낮을 가리지 않는 지독한 추격으로 인해 구천십육마 중 아홉 마인이 죽었다.

7명만이 남게 된 마인들은 변방의 운부촌까지 쫓겨 왔다. 그들은 마을 사람들을 유린하며 그동안 쌓인 분노를 풀었다. 사내들은 죽이고, 여인과 소녀는 마인들의 노리개가 되었다.

마인들은 최후의 순간에 주민들을 방패막이로 이용했다. 하지만 추격해온 정천맹의 무인들은 마인들의 바람대로 따라 주지 않았다. 변방의 소수 민족은 정천맹의 안중에도 없었던 것이다. 무인들은 마인들을 죽이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마인들은 마을 사람들이 인질로서 가치가 없자 분풀이로 죽여 나갔다. 정천맹의 무인들도 마을로 쳐들어 와서 닥치는 대로 죽였다. 피를 부르는 지옥의 향연이 벌어졌다. 인세의 지옥이 있다면 운부촌이었다.

 

어린 소년의 시야에 비춰진 무인들의 행동은 마귀들 그 자체였다. 사내아이는 폭포수처럼 흘러내리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소년의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눈앞에서 아버지가 처참하게 짓이긴 채 죽고, 어머니와 누나가 겁간을 당했다. 어머니와 누나는 마인들에게 사정했지만 마인들은 처절하게 비는 모녀의 비참한 모습을 즐겼다. 절망과 두려움, 공포에 빠진 무력한 자들을 유린하며 희열을 느끼는 자들이었다.

마인들은 안간힘을 쓰며 발악하듯이 달려드는 소년을 죽이지 않았다. 그저 지켜보았다. 극도의 슬픔에 빠져 발버둥치는 소년을 감상할 뿐이다. 소년의 저항은 무용지물이었다.

소년은 이를 악물었다. 입술이 터져 나갔다. 소년은 절망감보다 무력감이 더 참기 힘들었다. 자신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상대는 무공을 익힌 무인들이다. 촌에서 자란 소년의 연약한 능력으로는 어찌 해볼 도리조차 없는 존재들이다.

주르르륵!

절절한 무력감, 마인들에 대한 분노, 중원인들에 대한 분노, 세상에 대한 분노 모든 것이 뒤범벅이 되었다.

열 살 남짓한 사내아이는 피눈물로 범벅이 된 상태에서 분노했다. 처절한 분노만이 자리하게 만들었다. 놈들은 사람도 아니었다. 사람의 탈을 쓰고 사람을 이토록 잔인하게 죽일 수 있다 말인가! 놈들은 자신들을 사람으로 여기지 않았다.

무인들의 말이 소년의 마음을 사정없이 짓이겨 버렸다.

“비천한 오랑캐 주제에 사람답기를 바라는 것이냐!”

변방에 살고 있는 사람은 사람도 아닌가!

놈들에게 우리는 사람으로서의 가치도 지니지 못한 가축보다 못한 존재인가!

소년은 끊임없이 되뇌었다. 가축보다 못한 존재로 떨어져 버린 소년의 한의 깊이가 측정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가족들이 모두 죽고 홀로 남겨진 소년의 앞으로 무인이 나타났다. 그는 먼저 나타난 마인들을 처단한 정천맹의 무인이었다.

정천맹의 무인들을 이끄는 인물은 강호십육대고수(江湖十六代高手) 중에 한 명으로 꼽히는 매화검제(梅花劍帝) 육진풍이었다. 화산파가 배출한 최강의 검사이며 화산파의 절기를 모조리 다 터득한 천재무인이다.

화산파의 무공 중에서도 가장 익히기 어렵다는 자하신공(紫霞神功)을 대성한 그의 검에서 펼쳐지는 절기는 강호의 일절(一絶)로 불리고 있다.

매화검제의 검에 구천십육마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운부촌 사람들을 인질로 내세운 마인들을 상대로 가차 없는 손속을 보인 냉혹한 인물이기도 했다.

“모두 죽여라.”

추살 명령이 내려졌다. 마인을 처리한 후 마을 사람들까지 깨끗하게 처리해 버리라는 뜻이었다.

여기서 벌어진 일들이 밖으로 새어나가면 곤란했다. 변방의 오랑캐라고 해도 정도를 지향하는 정천맹으로서는 이번 일이 껄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사전에 미리 정보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살인멸구를 해야 했다.

 

정천맹의 무인이 울고 있는 소년 앞으로 다가갔다. 소년은 피눈물을 흘리며, 악에 바친 듯이 무인을 노려보고 있었다. 두려움보다 무력함을 느낀 소년의 한(限)이 극에 달해 있었다. 상상할 수 없는 독기(毒氣)였다.

도저히 어린 소년이 뿜어내는 기운이라고 할 수 없다. 소년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무공을 익힌 무인조차 움찔거리게 만들었다.

종남신검(終南神劍) 나주환은 소년을 가만히 놔둘 수 없다고 판단했다. 후일 골칫거리가 될 가능성이 있었다.

“어린놈이 벌써부터 이리 독한 기질을 가지다니! 필히 죽여야 할 놈이구나!”

무림에 해를 끼칠 놈으로 규정해 버린 나주환의 검에는 인정이 서려 있지 않았다. 또한 소년의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소년의 눈동자에 나주환의 모습이 비쳐졌다.

“그런 눈으로 봐야 소용없다.”

휘이익!

나주환의 검이 소년의 목을 향해 휘둘러졌다. 소년의 기운이 독하기는 해도 실제적으로 싸울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소년은 목을 향해 검이 날아오는데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죽는 것 따위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나주환은 그 당당함이 자신을 비웃는 것 같았다. 검을 소년의 목 앞에서 멈추었다.

“울부짖어라! 변방의 오랑캐 따위가 오만 방자한 눈으로 날 보다니!”

검을 들이댄 나주환은 소년의 겁에 질린 비명소리가 듣고 싶었다. 버러지 같은 놈이 자신을 비웃는다는 것 자체가 참을 수 없는 모욕이었다.

“울어라! 아니면 눈을 빼고, 팔다리를 모두 잘라 버리겠다! 울어라! 그럼 편안하게 죽을 수 있다!”

허나 소년은 나주환을 비웃기라도 하듯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

“싫다!”

“뭐라! 이놈이! 정녕 고통스럽게 죽고 싶단 말이지! 좋다! 그렇게 해주마!”

“죽여라! 어서 날 죽여라!”

소년은 두려움을 잊었다. 죽는 것보다 더한 고통을 경험했다. 아버지가 죽고, 어머니와 누나가 죽었다. 이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이 어디 있는가!

살아도 사는 게 아니었다. 놈들을 죽일 수 있는 힘만 얻을 수 있다면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힘만 있었어도 네놈들을 모두 죽였을 것이다! 어서 날 죽이는 게 좋을 거다! 내가 살아나면 네놈들이 중심이라고 여기는 모든 것을 다 파멸시켜 버릴 것이다!”

나주환은 소년의 독기 어린 말을 비웃었다. 어차피 어린 소년이었다. 소년의 눈빛과 기운에 흥분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강호의 절정검객이 고작 아이를 상대로 치졸한 짓을 하고 있었다. 그는 금세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혔다.

“이제 그만 죽어라!”

사아악!

나주환의 검이 아이의 목을 향해 휘둘러졌다. 망설임은 존재하지 않았다. 정천맹의 명예 앞에 어린아이 하나의 목숨은 일고의 가치도 없었다.

착!

“응?”

난데없이 나타난 괴인이 나주환의 검을 잡았다. 위력적인 검법을 사용한 것은 아니지만 절정에 오른 자신의 검을 맨손으로 잡은 것에 나주환의 입이 벌어졌다.

공수입백인(空手入白刀)의 수법이 괴인의 손에서 펼쳐졌다. 괴인의 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나주환은 검에 기운을 불어넣었다.

“끄응!”

꿈쩍도 하지 않았다. 괴인의 손과 검이 아교에 달라붙은 것처럼 떼어지지 않았다.

나주환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태을신공(太乙神功)을 극성으로 끌어 올렸음에도 검은 끄떡도 하지 않고 괴인의 손에 자리했다. 종남파의 3대 심법에 속하는 태을신공조차 괴인의 능력에는 미치지 못한 것이다.

나주환의 얼굴이 점점 경악으로 물들어갔다. 강호의 16대고수조차 이러한 능력은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다.

“이…럴 수가! 네놈은 누구냐?”

타앗!

괴인의 신형은 귀신같았다. 너무 빨라서 나주환이 미처 신형을 잡아내지 못했다. 공간이동을 한 것처럼 파고든 괴인의 손아귀에 검이 아닌 나주환의 목이 잡혔다.

“커억!”

나주환의 신형이 괴인의 손에 잡혀 깃털처럼 들어 올려졌다. 종남파의 검수 중에서도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나주환이 검 한번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제압당한 것이다.

목이 잡힌 나주환은 어떤 반항도 하지 못했다. 괴인의 손을 타고 흐르는 광폭한 기운이 전신을 지배했기 때문이다.

“살…려……!”

나주환이 다급하게 외쳤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나주환은 소년과 같은 무력감을 맛보았다. 태어나서 처음 당해보는 무력감이 그의 마지막 사념(思念)이 되었다.

빠각!

나주환의 목이 기이하게 꺾였다. 절정검객의 최후치고는 몹시 초라했다.

괴인은 나주환을 쓰레기 치우듯이 던져 버리고, 아이에게 다가갔다. 괴인의 목적은 처음부터 소년이었을 뿐이다.

“네게 강한 힘을 주마. 따라오겠느냐.”

아이는 괴인의 느닷없는 제안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누구라도 힘을 준다면 따라갈 수 있었다. 설사 그가 악마라고 해도 좀 전에 보여준 능력을 얻을 수만 있다면 감수할 수 있었다.

소년은 자신에게 벌어진 일을 절대 잊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뼛속깊이 새겨진 절망과 분노는 모든 것을 불태워야 사라질 것이다. 소년은 괴인에게서 기이한 열망을 본능적으로 감지했다.

“이름은?”

“강무진.”

“지금부터 네게는 지옥이 기다릴 것이다. 지옥을 참을 수 있겠느냐?”

“예.”

“나약한 것은 죄다. 나약한 자는 아무것도 가질 수 없다. 강자만이 세상을 움켜쥘 수 있다. 너는 이제부터 세상 누구보다 강해질 것이다.”

괴인은 무진을 안고 운부촌에서 사라졌다. 남겨진 것은 기이하게 목이 꺾여 죽어 있는 나주환뿐이었다. 괴인의 신형이 너무 빨라 그들이 사라지는 모습을 아무도 보지 못했다. 강호16대고수인 매화검제 육진풍의 감각을 훨씬 상회하는 능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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