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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남녀 137화

무료소설 이계남녀: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25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계남녀 137화

137 심장 박동 그리고 진정한 일인합격(2)

 

 

 

 

 

검에 내력을 밀어 넣고 진지한 모습으로 베트란의 미간(眉間)을 향해 힘껏 질러가던 무혼은 백색의 신검이 미간에 도착하기 직전 베트란의 몸이 살짝 떨리는 것을 보았다.

 

파아아아앙!

 

무혼은 세찬 충격파에 튕겨 백여 미터나 날아갔다.

 

“크으윽, 뭐지?”

 

공격의 의지가 없이 단순히 밀어내는 힘이었기에 그나마 충격이 덜했지만 베트란과의 격전으로 엉망이 된 몸으로 튕겨 나가니 온몸에 비명 소리가 들리는 듯 아팠다.

 

“어떻게 된 거야?”

 

분명 베트란에게서는 생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무혼의 심장은 더욱 강렬하게 울리기 시작한다.

 

‘나의 감각을 잡은 것이 그가 아니었나?’

 

그의 눈앞에서 베트란의 시체가 일어나더니 거대하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머리에서 세 개의 뿔이 나타나 하늘을 향해 치솟고 과도한 팽창으로 갈라지는 피부 사이에 새로운 살이 솟아나 몸을 채우고 있다.

 

순식간에 팔 미터에 달하는 거구로 변한 그는 이미 베트란이 아니었다.

 

‘저게 무엇인지 몰라도 아직 깨어나지 않았어.’

 

무혼은 입술을 살짝 깨물고 신검에 내력을 불어 넣었다. 그리고 귀조비보(鬼鳥飛步)의 방위를 따라 거인의 몸을 향해 뛰어올랐다.

 

텅!

 

퍽!

 

하지만 무혼은 이십여 미터도 달리지 못하고 투명한 막에 부딪혀 다시 뒤로 튕겨 났다.

 

“으윽, 아까도 날 밀어낸 것이 저것인가?”

 

집중을 해야만 간신히 느껴지는 투명한 막이 거인을 중심으로 반경 팔십 미터의 반구를 형성하고서 모두의 접근을 막고 있었다.

 

 

 

 

 

와아아아아!

 

갑작스러운 함성에 무혼이 고개를 돌려보니 동맹군의 기사와 병사들이 지르는 소리였다. 그들은 무릎을 꿇고 두 손을 하늘로 치켜든 채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그들 사이로 간간이 거인을 향해 정신없이 절을 하고 있는 자들의 모습도 보였다. 동맹군들은 그 거인이 복수의 마신 콜레나루트라는 것을 안다.

 

마신 강림. 마신 콜레나루트, 마계의 일곱 투신 중 하나인 그가 인간계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대마신 아코마사본이 그토록 바라던 일이었다.

 

마족에 빙의된 인간이 죽을 위기에 처하면 마족들은 소멸당하지 않기 위해 본신의 모습을 나타내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는 마계의 계약.

 

이 계약에는 조건이 하나 있었다. 힘의 논리에 따라 최선을 다해 싸우다 죽게 되었을 때만 현신이 가능하다.

 

본신의 힘을 모두 가지고 인간계에 나타나게 된다면 커다란 불균형이 일어나기에 신계의 존재나 마계의 존재들이 인간계에 오면 많은 힘의 제약을 받는다.

 

그러나 힘의 제약을 받는다 해도 강림한 신은 인간계의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존재다. 현재 인간계에서 지닐 수 있는 최고의 힘을 부여받기 때문이다.

 

마계의 계약을 이용하여 마신을 강림시키고자 한 아코마사본은 지금 마신성에서 광소를 터뜨리고 있을 것이다.

 

마신을 보고 있던 엘라드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천여 년 전 신마전쟁 이후 신계와 마계는 직접 관여하지 않도록 협약을 맺었기에 빙의의 형식이 아니라면 천신들은 모습을 나타낼 수 없다. 하지만 현신(現身)한 마신을 막기 위해서라면 빙의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강림한 신을 막을 존재는 오직 강림한 신뿐이다.

 

엘라드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연합군은 마신의 존재감에 모두들 바닥에 짓눌러진 채 그저 숨을 쉬는 것이 고작이었다.

 

연합군의 사람들이 믿는 빛의 신과 마신이 상극이었기에 그들의 몸속에 있는 빛의 신성력이 짓눌러지며 바닥에 쓰러진 것이다.

 

“무혼 경, 빨리 피하세요!”

 

엘라드는 자신이 아직 관조자가 아님을 이렇게 안타깝게 생각한 적이 없다. 마신의 존재감이 현재 엘라드에게도 미치고 있었고 엘라드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소리를 치는 일뿐이었다.

 

엘라드의 목소리에 무혼은 성벽 쪽으로 잠시 눈길을 돌린 후 거인을 보았다.

 

“저게 대체 무엇이기에…….”

 

 

 

 

 

무혼을 찾아온 아이네스는 그가 보고 있는 거인에 넋을 잃을 뻔했다. 빛의 왕국의 왕족으로서 모든 천신과 마신의 모습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녀의 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은 마신강림. 저 마신이 눈을 뜨는 순간, 가이오스트의 모든 빛의 왕국들은 파괴되고 인간계는 마계의 손아귀에 들어갈 것이다.

 

- 저, 저게 어떻게?

 

- 아, 아이네스 소저, 그런데 저게 무엇인지 아십니까?

 

- 예, 하지만 어떻게 저게 있는 거죠?

 

- 최강의 마인을 쓰러뜨렸더니 저게 나왔습니다. 그런데 주위에 투명의 막이 있어 공격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혼의 대답으로 아이네스는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다. 최강의 마인에는 마신이 빙의되어 있었던 것이다. 설마 마신이 빙의할 수 있는 인간이 있을 줄이야.

 

그리고 투명의 막은 마신의 현신이 완성될 때까지 마신을 보호하기 위해 생긴다. 고위 마법사들이 고위마법을 시전할 때 자연적으로 생기는 보호막과 유사하다.

 

그 속에서는 마신도 자신의 힘을 사용하지 못하지만, 외부로부터도 공격받지 않는다.

 

- 아이네스 소저?

 

- 저건 마신이에요. 마계에 있는 어둠의 신이 인간 세상에 나타난 것이죠. 그것도 마계의 투신 콜레나루트라니…….

 

무혼은 황당해졌다. 중원에도 신적 능력을 지닌 존재들이 나타나 활동한 이야기들이 있긴 하지만 거의 허구에 가깝다.

 

그런데 이곳은 모든 게 현실이다. 신전에서는 신의 목소리를 듣는 자들이 있는가 하면 신앙심으로 치료하는 자들도 있다.

 

가이오스트 대륙을 모르는 중원인에게 이곳을 설명하면 무혼을 미친놈으로 볼 것이 틀림없다.

 

- 어떻게 신이 이곳에 나타날 수 있는 것입니까? 그리고 마신이 나타났으면 천신도 나타날 수 있는 것이 아닙니까?

 

아이네스는 마계의 계약 및 여러 가지 법칙에 대해서 설명을 하였다. 그러나 말을 하는 아이네스의 마음속은 점점 절망감으로 물들고 있다.

 

- 그러니까, 인간계에서 지닐 수 있는 가장 강한 힘인 것입니까?

 

- 예, 드래곤이 없는 한 가장 강한 힘을 가진 존재에요.

 

- 드래곤? 그 덩치가 엄청나게 크다는 도마뱀 말입니까?

 

- 본래 인간계에서 가장 강한 존재는 드래곤들이었어요. 그들이 인간계라 불리고 있는 중간계를 지키는 임무를 맡고 있었죠. 그렇기에 어떠한 신적인 존재가 오더라도 드래곤보다 훨씬 약한 존재로 오도록 제약이 되어 있어요.

 

- 그 드래곤들도 사냥당한 경우가 있다고 하던데 맞습니까?

 

- 하지만 사냥당한 드래곤은 아주 어린 드래곤들이었어요. 드래곤이 이천 살만 넘는다면 인간계의 누구도 그들을 건드릴 능력이 없죠.

 

- 어쨌든 죽긴 한다는 말입니까?

 

- 예.

 

아이네스의 대답을 들은 무혼은 입가에 미소가 띄워졌다. 마신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눈앞에 있는 마신이라는 것이 죽이거나 하다못해 원래 있는 곳으로 되돌려 보낼 수 있는 존재인지조차 의문스러웠다.

 

그러나 아이네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저 앞에 보이는 덩치는 인간에게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강한 녀석을 상대한다고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 때려잡읍시다.

 

- 예? 하지만 저건 마신이에요.

 

- 인간계의 생명체인 드래곤이 잡을 수 있다면 인간도 잡을 수 있을 겁니다. 저걸 잡지 않으면 미라크네 왕국이 위험하지 않습니까?

 

잠시 무혼의 말에 당황하던 아이네스는 곧 웃음이 나왔다. 서로의 세상이 바뀐 후 중원에서 강력한 무사들의 호위를 받으면서 잠시 잊었었지만 무혼은 이런 사람이었다.

 

그녀가 본 무혼은 그 길이 어떠한 길이라도 가야 할 길이라면 검 한 자루를 앞세우고 걸어가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었기에 무혼이 같이 있으면 세상의 어떠한 것도 두렵지 않았다.

 

- 무혼 경, 무혼 경이 내가 어려울 때마다 어떻게 나타날 수 있었는지 알게 되었어요.

 

- 예? 그게 무슨 말입니까?

 

- 심장 박동. 지금 마신을 바라보는 무혼 경의 심장이 저의 심장과 함께 뛰어요.

 

- 아, 하하. 그러니까 저기 숨기려고 했던 것은 아닙니다. 그저 확신이…….

 

- 무혼 경이 마신을 잡겠다면 저도 함께하겠어요.

 

- 아이네스 소저…….

 

- 가장 힘들 때 우리는 항상 같이하지 않았나요? 이번에도 그럴 거죠?

 

- 예, 아이네스 소저.

 

두근. 두근.

 

갑자기 무혼의 심장이 울려온다. 마신을 보고 두근거리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어디서 들려오는 것일까?

 

두근. 두근.

 

잘못 느낀 것이 아니다. 무혼은 자신의 가슴에 손을 대어보았다. 박동의 느낌만 클 뿐 심장은 정상적으로 뛰고 있었다.

 

두근. 두근.

 

무혼은 이 심장 소리가 익숙하다는 것이 느껴졌다. 바로 아이네스가 그를 애타게 부를 때 느껴졌던 심장 박동이다.

 

- 아이네스 소저?

 

- 예, 무혼 경.

 

- 소저의 심장 박동이 느껴집니다.

 

- 저도 무혼 경의 심장 박동을 느낄 수 있어요.

 

무혼과 아이네스는 동시에 마신을 보았다. 어느새 검은 안개가 마신을 중심으로 밀려 나오고 있다. 저 안개가 진해지면 마신 강림이 끝나고 마신이 깨어난다.

 

아이네스는 왼손을 움직여 무혼의 상처를 쓰다듬었다.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마인들과 싸우다 생긴 상처라는 것을 잘 안다.

 

‘많이 아플 텐데.’

 

그녀는 진심으로 상처가 아물어 무혼에게 고통을 주지 않았으면 했다.

 

그리고 그녀가 원하는 일은 이루어지고 있었다. 은은히 빛나는 왼손 아래에 있던 상처가 깨끗하게 아물었다.

 

- 놀랍습니다, 아이네스 소저.

 

놀라기는 아이네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마신 강림이 끝나기 전에 무혼을 치유해야 한다고 생각한 그녀는 주문을 외우고 시동어를 외쳤다.

 

“리커버리 (Recovery)!”

 

신성마법이 자랑하는 치료마법 중 최고위 치료마법인 리커버리가 무혼의 몸을 감싸자 그는 포근함에 몸을 맡겼다.

 

그가 눈을 다시 떴을 때 그를 괴롭히던 상처들이 모두 사라지고 없다.

 

너무나도 불편한 몸이었기에 제대로 된 운기를 하지 못했던 무혼은 마신을 보호하는 투명한 막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보호막의 바로 앞에 앉아 운기를 통해 부족한 내공을 채우기 시작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이미 운기를 마치고 명상을 하고 있던 무혼은 보호막이 점점 사라지며 검은 안개가 스며 나오는 것을 느꼈다.

 

명상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난 무혼은 마법 지팡이에서 검을 뽑았다.

 

- 아이네스 소저, 준비되었습니까?

 

- 예, 무혼 경.

 

- 우린 이길 것입니다.

 

- 무혼 경의 말을 믿어요.

 

- 갑니다.

 

그 말과 동시에 무혼은 눈을 뜨기 시작하는 마신을 향해 몸을 날렸다.

 

 

 

 

 

콜레나루트는 정말 황당했다. 그리고 지금 황당이 당황으로 바뀌고 있다.

 

강림이 끝나고 눈을 뜨자마자 공격을 해온 인간을 보며 코웃음을 쳤는데 쉽게 잡히지도 않는 이 인간이 점점 강해지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콜레나루트가 불러낸 마계의 기운이 주위를 감싸고 있지만, 그의 적은 마계의 검은 안개마저 지배하여 사용한다.

 

아무리 제약을 많이 받는 인간계라지만 상대가 드래곤이 아닌 이상 그에게 위협을 줄 존재는 없다. 설혹 천신이 강림을 했다고 하더라도 두려워할 콜레나루트가 아니었다.

 

‘설마 드래곤은 아니겠지?’

 

불안한 생각을 떨친 그의 가공할 마신력이 손을 거쳐 흑마나탄으로 변해 마신의 의지에 따라 무혼에게 뿌려졌으나 마법 지팡이의 수정에서 빛이 발하며 나타난 수많은 아이스 애로우가 마나탄들을 꿰뚫으며 소멸시켰고 아이스 애로우를 피해 무혼에게 쇄도하는 마나탄들은 무혼의 손에 있는 검이 갈랐다.

 

벌써 몇 차례나 무혼의 검에 의해 몸에 상처를 입은 콜레나루트는 분노에 찬 괴성을 지르며 검은 안개와 흑마나탄으로 무혼을 잡고자 했다.

 

 

 

 

 

두근. 두근.

 

무혼은 심장의 박동은 다시 느껴보았다.

 

두근. 두근.

 

마신 때문에 느끼는 박동의 느낌이 아니다. 바로 아이네스의 심장 박동의 느낌이었다.

 

마신과 처음 격돌하였을 때는 도망 다니기 바빴지만 아이네스의 심장 박동이 점점 크게 느껴질 때마다 공격하기가 점점 수월해진다.

 

지금 들려오는 심장의 박동 소리를 아이네스도 듣고 있다는 것을 안다.

 

두 사람이 느끼는 심장 박동, 그곳에서 출발하는 혈액을 따라 서로의 모든 것이 하나처럼 움직이며 합격을 하고 있다. 도제를 상대했을 때의 그러한 합격이 아니다.

 

중원에 있는 아이네스의 몸이 반투명하게 변해 그녀를 보고 있는 예소소와 제갈운혜가 너무 놀라 입을 벌리고 있지만 아이네스의 모든 것은 지금 무혼과 함께 생생히 살아 있었다.

 

무혼의 심장을 둘러싼 아이네스의 마나 고리는 무혼의 마나와 합해져 끊임없는 마나를 뽑아내고 있었고 단전에는 혈령마경(血靈魔勁)과 냉혈공(冷血功)이 어우러져 거대한 내력을 이루고 있다.

 

무혼이 생각하는 것은 아이네스도 생각을 하고 아이네스가 생각하는 것은 무혼도 생각을 한다. 어떠한 생각을 떠올릴 필요도 없었고 의견을 나눌 필요도 없다.

 

지금 무혼은 아이네스였고 아이네스는 무혼이었다. 그들은 진정한 일인합격(一人合擊)을 펼치고 있었다.

 

 

 

 

 

혈랑검법의 아홉 개의 초식 중에는 하늘로 돌아가는 혈랑의 모습을 나타낸, 최고의 위력을 자랑하는 두 개의 절초가 있다.

 

 

 

 

 

천하를 진동시키는 포효로 모든 것을 밀어내고 폭풍 같은 기세에 주위의 공기들마저 길을 열어 푸른 하늘의 태양을 보여준다.

 

그 폭풍의 중심에서 대지를 굳건히 밟고 날카로운 어금니를 드러내며 고개를 든 혈랑의 붉은 눈빛이 태양마저 꿰뚫어 버린다는 낭안관일(狼眼貫日).

 

 

 

 

 

지상을 어지럽히는 모든 것을 쓸어버리고 한 걸음 한 걸음 대지를 울리는 걸음의 웅장함에 주위의 모든 것이 순응하며 따른다.

 

어떠한 것에도 굴하지 않고 용맹한 기세로 온몸을 감싸며 기나긴 늑대의 노래와 함께 하늘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가는 혈랑귀천(血狼歸天).

 

 

 

 

 

가이오스트에서 혈랑귀천의 초식을 만나게 된 콜레나루트는 서서히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다. 다가오는 인간에게서 하얀 털을 가진 늑대가 붉은 기운을 온몸에 감싸고 콜레나루트를 찢어 버릴 듯한 날카로운 눈매로 노려보며 다가오는 모습이 겹쳐 보인다.

 

신이지만 힘의 논리에 순응하는 존재인 마신 콜레나루트는 그가 지배하던 검은 안개를 빼앗아 온몸에 감싸고 오는 늑대의 인간이 두려웠다.

 

미칠 듯이 무료하고 따분한 마계에서 탈출해 피의 향연을 즐기고자 기쁘게 찾아왔던 그는 자신이 사냥꾼이 아니라 사냥감임을 느꼈다.

 

‘마, 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상황에 콜레나루트는 그의 힘을 가득 실은 오른손으로 무혼을 노리며 최후의 반격을 시도했다.

 

그것을 본 무혼은 하늘로 돌아갈 혈랑의 발판이 될 곳을 향해 몸을 날렸다.

 

아이네스의 의지를 받은 마나가 빙계 대인 마법의 최고봉인 글레이셜 디스트로이어(Glacial destroyer)를 불러들이자 무혼의 의지에 따라 백색의 신검을 중심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무혼에게 모여든 검은 안개는 흑색의 기류가 되어 빙계 최고의 마법에 스며들었고 혈령마경과 냉혈공을 품은 흑명공이 글레이셜 디스트로이어를 휘감았다.

 

“혈·랑·귀·천!”

 

흑성무의 의미가 부여된 혈랑귀천이 무혼의 손에 이끌려 검로를 따라 하늘로 향하자 두 사람의 모든 것을 품고 혈랑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 앞에서 굳어 있던 마신은 달려오는 혈랑에 의해 미간에서 명치에 이르는 선을 따라 화끈한 열기를 느끼며 몸이 좌우로 쪼개어졌으며 곧이어 밀려오는 시린 냉기에 얼어붙으며 온몸이 터져나갔다.

 

크아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마신 콜레나루트는 소멸되어 갔다. 힘의 법칙이 지배하는 마계에서는 존재의 능력 이상으로 충격을 받으면 마신일지라도 소멸하게 된다.

 

존재의 훼손에는 고통이 없으나 존재의 소멸은 지독한 고통이 함께하며 마신의 입에서 흘러나온 처절한 비명이 메아리쳤다.

 

엘라드는 혈랑귀천의 여운이 남아 있는 글레이셜 디스트로이어의 궤적을 좇아 하늘로 눈길을 돌렸다.

 

“흑백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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