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남녀 12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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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28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계남녀 126화
126 망인곡과 미타모할 성(2)
“안개를 조사해보니 어떻던가요?”
제갈운혜가 궁금하다는 듯 아이네스를 보자 아이네스는 고개를 흔들며 걱정스러운 얼굴을 했다.
“나쁜 소식 하나와 나쁘지 않은 소식 하나가 있어요. 무엇을 먼저 듣고 싶으세요?”
“아무래도 나쁘지 않은 소식을 먼저 듣는 게 좋겠어요, 언니.”
예소소의 말에 아이네스는 목에 건 현류패를 들어 보였다.
“어쩌면 이 패를 우리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예 동생과 제갈 소저의 도움이 꼭 필요하지만, 가능성은 커요.”
그 말에 모두의 얼굴이 환해졌다. 검은 안개가 주는 위협이 한 가지 줄어든 것이다. 특히 원로 고수들은 주먹을 쥐며 안개 속에서 당한 수모를 갚겠다는 듯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예소소와 제갈운혜의 얼굴빛은 밝지 못했다. 그녀들이 듣기에도 분명 좋은 소식이다.
그러나 아이네스는 나쁘지 않은 소식이라고 했다. 언뜻 듣기에는 큰 차이가 없는 듯해도 실제의 차이는 크다.
“그렇다면 나쁜 소식이 뭐죠? 조금 전의 생강시들이 나쁜 소식인가요?”
제갈운혜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묻자 아이네스는 눈을 살짝 내리며 우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것들은 데빌맨(Devilman : 마인)이기도 해요.”
“데빌맨?”
“데빌은 이곳의 악귀와 같은 종족이에요. 맨은 사람이라는 뜻이고요. 즉 악귀에 빙의된 인간을 뜻하는 말이죠. 그들을 신봉하는 자는 별도의 의식이 없이 빙의가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의식을 치러 빙의를 시켜야 하죠. 아무래도 제갈 소협은 그러한 의식을 치르지 않고 빙의가 되었었던 것 같아요.”
아이네스는 운혜의 눈치를 보면서 이야기했다. 아무래도 친오빠의 죽음에 관련된 이야기였기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운혜는 비교적 담담한 얼굴로 있었다.
“데빌맨들은 그렇게 이상한 모습인가요?”
“그렇지 않아요. 정상적인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인데 어째서 그러한 모습이 된 것인지는 저도 잘 몰라요.”
이야기를 옆에서 듣고 있던 남궁장천이 궁금하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원로 고수들은 말할 것도 없고 신룡대의 무사들만 하더라도 절정에 가까운 고수들이다. 그들이 집법무사가 베어낸 괴물들을 베지 못할 리가 없었다.
“서찰에 있던 내용으로 생각해 보자면 패를 목에 걸고 있는 한 그렇게 위협적인 존재라고 생각하기는 힘듭니다.”
그 말에 예소소도 고개를 끄덕였다. 집법무사의 말을 토대로 비교적 자세히 적혀 있던 서찰에는 데빌맨을 단칼에 베었다는 내용도 있었다.
“데빌맨에는 여러 가지 등급이 있어요. 서찰에 나온 데빌맨은 그중 하급에 속하는 것일 거예요. 중급 이상의 악귀가 빙의된 데빌맨들과 하급의 데빌맨들은 능력의 차이가 커요. 내가 살던 곳에서 중급의 데빌맨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검은 안개 속에서 한없이 늘어나는 팔과 끊임없이 재생하는 몸을 이용하여 수많은 병사들을 도륙했다고 들었어요.”
“끊임없는 재생입니까? 그럼 머리를 파괴한다면?”
“그래도 죽지 않을 거예요. 조금 전에 고 소협에게 검은 안개를 빠져나가기를 재촉한 이유가 바로 그 중급 이상의 데빌맨이 나타난다면 검은 안개 속에서는 도저히 싸울 방법이 없기 때문이에요.”
“중급의 데빌맨이 많습니까?”
고명우의 말에 아이네스는 고개를 흔들었다. 어둠의 마신들을 섬기던 동맹군에서도 중급 이상은 단지 네 명뿐이었다.
마신을 믿는 자가 없는 중원에서는 한 명도 없을 수도 있었지만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안개 속에서는 절대적인 힘을 발휘한다.
“제가 있던 곳에서도 네 명뿐이었어요. 이곳에서 두 명 이상 있을 가능성은 희박하죠.”
“그렇다면 언니의 생각으로는 우리가 어찌했으면 좋을 것 같나요?”
“우선은 패를 조사하여 만들어야 해. 그리고 중급의 데빌맨이 없는 곳은 철저하게 파괴해야 하고.”
“그렇다면 안개를 없앨 수 있나요?”
아이네스는 고개를 흔들었다. 이 안개는 이곳에 나타난 이상 이동을 할지는 몰라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지금도 어디에서인가 살육에 사용되고 있을지도 몰랐다.
“중급의 데빌맨과 검은 안개를 없애려면…….”
아이네스가 잠시 말을 멈추자 모두들 그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무혼 경을 중원으로 불러와야 해요. 오직 무혼 경만이 그 일을 해낼 수 있으니까요.”
제단에서 의식을 준비하던 둘루네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무림맹과 마교의 연합 세력이 망인곡의 입구에 왔다는 소식에 그가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는 옆에 있는 수하에게 고개를 돌렸다.
“소뢰음사에서는 아직도 연락이 오지 않았는가?”
“아직… 아무리 빨리 연락을 한다고 해도 며칠은 더 걸릴 것입니다.”
“흠…….”
이제까지 숨어서 공격하던 그들이 이제부터는 중원의 무사들에게 쫓기게 된 것이다. 단지 안심이 된다면 중원의 무사들이 가지고 있는 현류패가 단지 두 개밖에 없다는 점이다.
패가 두 개이니만큼 안개 속에서 제대로 싸울 수 있는 고수들도 두 명뿐일 테니 내력은 무한한 것이 아닌 한 어떠한 고수라도 검은 안개 속에서 집중적인 공격을 받는다면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다만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원활한 활동을 기대하기 힘들기에 그가 꿈꾸는 일이 늦어질 것은 각오해야 했다.
“중원인에게 넘어간 패가 두 개밖에 없기에 걱정을 하지 않지만 그래도 뭔가 불안한 느낌이 드는 이유가 무엇일까?”
며칠 만에 무혼을 찾아갈 수 있었던 아이네스는 중원의 검은 안개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었다.
- 이 안개는 가이오스트 대륙의 검은 안개의 기운도 포함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무혼 경이 있었다는 명계의 기운도 함께 있는 것 같아요.
무혼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중원이니만큼 이 가이오스트 대륙의 기운보다는 명계의 기운이 더 많을 것이라고 짐작하기 때문이다.
- 이곳처럼 단순히 마신들을 믿는 자들에게 도움을 줄 뿐인 검은 안개가 아닌 새로운 안개입니까?
- 예, 아무래도 중원의 술법과 합해진 검은 안개인 듯해요.
- 그 패가 이곳에서도 사용이 가능할까요?
- 누가 만든 안개인지는 모르겠지만 쉽게 창안할 수 있는 마법은 아니에요. 아마도 가이오스트 대륙의 안개를 기초로 덧붙인 것이라 생각해요. 무혼 경이 명계에 넘어간 통로가 되었던 마법진과 패에 새겨진 마법진을 조사하면 가이오스트 대륙의 안개에 저항하는 패를 만들 수도 있을 거예요.
약간 들뜬 듯한 목소리를 들으며 무혼은 아이네스가 새로운 마법을 연구하게 되었다는 기쁨도 섞여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가 아이네스를 통해 본 마법사들은 모두가 새로운 것을 보게 되면 연구하기를 좋아했다. 그것은 아이네스도 마법사인 이상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 생각에 살짝 웃음을 짓던 그에게 아이네스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 그런데 무혼 경.
- 예, 아이네스 소저.
- 생각지 못한 문제가 있어요.
- 무엇입니까?
아이네스의 말에 따르면 서장인들이 끌어내고 있는 검은 안개를 발견했고 또한 그것의 해결책인 패도 손에 넣었는데 아이네스의 목소리가 심각하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 여기에 마인이 있어요.
- 예?
분명 중원의 안개는 내력의 빠른 소모와 감각과 행동이 비정상적으로 느려진다고 했다. 그런 데다가 마인이라니?
이곳에서 중급 이상의 마인들이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 느끼고 있는 무혼으로서 아이네스가 왜 그렇게 심각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는지 쉽게 이해가 갔다.
특히 내력의 소모가 심한 곳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마인은 중원인들에게 공포일 수도 있다.
- 중급 마인이 있나요?
- 아니요. 아직 발견하진 못했어요. 이곳의 생강시를 이용해 만든 마인이라는 결론을 얻었어요.
- 알겠습니다, 아이네스 소저. 이곳에서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다시 어두워져요. 몸조심하세요.
그 말을 끝으로 아이네스의 느낌이 사라지자 무혼은 저 멀리 앞쪽에 펼쳐진 산을 보았다. 그 산을 넘으면 무혼이 도착하고자 하는 미타모할 성이 있다.
이미 무혼에 대한 소문이 퍼졌기에 미타모할 성의 공격 이후로 동맹군들도 더 이상의 진격을 피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검은 안개가 무혼의 앞에서는 오히려 그들에게 큰 피해를 주는 힘이 되고 있었기에 그들로서도 무혼과 맞닥뜨리는 것을 피하고자 하는 것이다.
마지막 싸움의 피해자가 된 미타모할 성에는 현재 살아 있는 자가 없다. 동맹군은 성을 공격한 뒤 성을 버리고 검은 안개를 따라서 로자본 성으로 후퇴를 했기 때문이다.
첩자들의 보고에 따르면 동맹군이 미타모할 성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로자본 성에 병력을 집결시키는 중이라고 한다.
보통의 병사들로는 지킬 수가 없었기에 연합군은 성의 수비 병력과 꼭 필요한 예비 병력을 뺀 나머지 병력을 무혼과 함께 이곳으로 파견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뿐만 아니라 엘프의 숲에서 엘프들과 드워프들도 미타모할 성을 향해 출발했다는 말을 들었다.
비록 누구도 말은 하지 않지만 모두들 수십 년간 계속된 전쟁이 미타모할 성에서 결판이 날 것을 예상하고 있다. 무혼과 마인의 대결에서 무혼이 이긴다면 이미 동맹국의 주요 도시를 감싸고 있는 검은 안개가 그들에게 독이 되어 동맹국은 무참히 패할 것이다.
그리고 마인들이 이긴다면 더 이상 검은 안개를 저지할 방법이 없는 연합국의 패배가 불 보듯 뻔하다. 가이오스트의 운명을 한 자루의 검에 담은 황토인에게 대륙의 사람들 모두 관심을 모으고 있었다.
그러나 관심을 받고 있는 무혼은 그러한 것에 관심도 없었고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다. 그는 단지 아이네스의 바람을 들어주고자 했고 강한 자와 겨루는 것에 만족하고 있었다.
그날 저녁 무혼과 함께 가던 연합군은 산자락에서 야영을 준비했다.
저녁 식사를 마친 무혼은 아이네스의 마법 지팡이를 들고 자신에게 배정된 천막 앞에서 밤하늘을 보았다.
‘중원은 지금 아침나절이겠군.’
무혼은 그의 아버지 공야패를 떠올려보았다. 자신이 살아 있음은 다행으로 여겼지만 다시는 직접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말에 내려간 어깨는 쓸쓸해 보였다.
무혼도 미타모할 성에서의 대전투가 이 대륙의 운명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는 말은 들었다. 그와 아이네스를 위해서 절대로 질 수 없는 싸움인 것이다.
무혼은 아이네스에게 말하지 않은 비밀을 가지고 있었다. 아이네스의 지팡이를 쥐고 천천히 손을 올리던 무혼의 입에서 주문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태양의 열기를 간직한 마나여, 나의 적을 노리는 화살이 될지니. 파이어 애로우!”
화르르르!
타오르는 소리와 함께 무혼의 어깨 위에서 세 개의 불화살이 나타났다. 그 화살들은 무혼의 의지를 싣고 허공을 날아다니더니 까마득하게 멀리 보이는 바위를 향해 긴 여운을 남기고 일제히 날아간다. 그리고 바위는 작열하는 파이어 애로우에 산산조각이 났다.
‘조금만 더 연습한다면 아이네스 소저에게 자랑할 수 있겠군.’
왠지 칭찬받을 일을 준비하고 있는 아이의 마음처럼 무혼의 마음도 은근한 기대를 하는 듯했다.
다음날 산을 넘고 해가 서쪽으로 꽤나 기울어졌을 때 연합군은 미타모할 성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미 유령의 성이 되어버린 듯 멀리서 보기에도 초췌하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미타모할 성은 반쯤 부서진 성문만이 찾아온 연합군을 반긴다.
성의 앞쪽에 임시 진지를 구축한 연합군은 일부의 병력으로 성내를 둘러보기 위해 들여보냈다.
수색대에 합류하여 성안으로 함께 들어간 무혼은 그곳에 펼쳐진 풍경에 눈살을 찌푸렸다. 그곳에 보이는 것은 한편의 처참한 지옥도였다.
길 위에는 주인 없는 병사들의 창과 칼이 뒹굴고 있었고 사람들의 시체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상태로 갈기갈기 찢겨져 있었다. 자국만 남긴 채 말라버린 핏자국 위로 부패해 색깔이 변해버린 시체들에서 흘러나온 썩은 물들이 고여 있다.
병사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로 보이는 남녀노소 모두가 같은 모습이었다. 이미 제대로 맞춰주기 힘들 시체들을 보며 수색대원들도 앞으로 나가기를 꺼려했다.
이들은 흑마법이 성행하는 동맹군에게 죽은 것이다. 시체를 이렇게 만들었다면 결코 제정신이라 보기 힘들다. 그렇다면 시체에 무슨 짓을 했을지 모르는 것이다.
동맹군들과 싸우면서 온갖 기괴한 것들을 본 연합군이었기에 건물들까지도 흉물스럽게 변해 음산한 분위기를 내고 있는 길 위에 시체들이 갑자기 일어나 모여 공격해 온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듯했다.
“이런 아이마저도…….”
무혼은 입술을 깨물었다. 아무리 삶과 죽음이 붙어 있는 전쟁터라고 하지만 검을 제대로 휘두를 힘조차 없을 어린 소녀의 시체를 보며 노약자와 부녀자들까지 죽음으로 몰고 가는 그들의 행태에 대한 분노가 온몸을 휘감았던 것이다.
그러나 잠시 후 꽉 쥐었던 주먹을 풀면서 무혼은 고개를 저었다.
‘나도 작전조로 있으면서 멸문시킬 문파에 있던 어린아이들의 죽음을 방관했었다. 그런 내가 다른 자들의 행동을 비난할 수 있을까?’
분명 이런 지옥도를 펼친 자들 중에 무혼이 속한 작전조가 저지른 짓을 보고 똑같은 분노를 터뜨릴 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자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소녀의 시체로부터 눈길을 돌린 무혼은 거리를 걸었다.
그러자 얼굴빛을 창백하게 한 병사들이 눈치를 보면서 한 명씩 무혼의 뒤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이것 심하군.”
수색대 외에 성의 접근이 허락된 자들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무혼이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머레이 장로와 투돌 장로가 주위를 보며 혀를 차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그들의 얼굴을 알아본 무혼이 먼저 인사를 하자 두 노인도 무혼을 보며 인사를 했다.
“처음 보는군요. 나는 엘프의 숲에서 장로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머레이라고 하오.”
“난 투돌이오.”
엘프답게 차분한 목소리로 인사를 하는 머레이 장로와 한마디로 모든 것을 설명했다는 듯 멀뚱히 보는 투돌 장로의 모습은 대조적이었다.
“저는 무혼이라 합니다. 반갑습니다.”
그러자 투돌 장로는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한다.
“한눈에 보아도 황토인임을 알겠군. 그런데 인간들은 어찌 이리도 잔인할 수 있지?”
투돌 장로는 무혼에게서 눈길을 떼고 주위를 보며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얼굴을 찡그리며 툴툴거렸다.
외모와는 다르게 차갑고 메마른 금속으로도 최고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드워프 족으로 이러한 짓이 세상에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듯하다.
옆에서 그의 모습을 보던 머레이 장로는 어색한 미소를 띠었다.
“무혼 경이 이해를 해주기 바라오. 이 친구가 지금 아이네스 공주님의 희생으로 당신이 이 땅에 있다는 것을 알고 꽤나 심통이 나 있는 상태라…….”
“시끄럽소. 누가 나를 대변해달라고 했소? 어찌 장로라는 자가 이렇게 입이 싼 건지. 쯧쯧.”
그 모습을 보던 무혼도 어색하게 웃었다. 그들이 아이네스를 얼마나 좋게 봤는지 아이네스의 눈으로 봐서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녀를 생각해 주는 그들이 고맙기도 하다.
“송구스러울 따름입니다.”
“아무래도 같은 인간들로서 이곳을 정리하는 게 힘들 거요. 카세팜 후작과 이미 상의를 끝냈소. 이곳의 정리와 보수는 엘프들과 드워프들이 맡을 테니 그대들은 본대로 돌아가시는 것이 좋겠소.”
머레이 장로의 말에 무혼은 주위의 모습을 잊지 않으려는 듯 한 번 더 둘러보더니 머레이 장로와 투돌 장로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엘프들이라면 사람들의 시체를 정성껏 다루어줄 것이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