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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남녀 125화

무료소설 이계남녀: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25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계남녀 125화

125 망인곡과 미타모할 성(1)

 

 

 

 

 

아이네스가 있는 조사단은 망인곡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일 년이 되지 않는 사이에 망인곡은 너무나도 변해 있다.

 

망인곡을 들어가는 입구에는 이미 검은 안개가 가득 차 있었고 검은 안개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던 그들로서는 쉽사리 접근할 수는 없었다.

 

‘만년목이 생각나네.’

 

아이네스의 생각처럼 망인곡의 입구에 있는 나무들은 검은색에 물든 채로 음산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고 겨울이라 잎이 없는 그 나무들이 만년목이 중독되었을 때 만년목 주위에 있던 나무들처럼 기괴하게 뒤틀려 있었다.

 

“어찌할 생각이냐?”

 

남궁장천은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 목소리의 주인은 얼마 전부터 함께 움직이는 정심회의 원로 고수인 뇌전벽소(雷電碧簫) 보허주(步虛宙)였다.

 

남궁장천이 조사단과 함께 망인곡에서 멀지 않은 곳에 도착했을 때 그들의 앞에 나타난 정심회의 원로 고수들은 험한 싸움을 하였는지 얼굴에 피로가 가득했고 옷에는 많은 피가 묻어 있었다.

 

그들은 안개 주위를 지키던 서장의 무사들과 격전을 벌이던 중 안개 속에 발을 들여놓았다가 낭패를 본 것이다.

 

안개에 대해서 미리 알고 있기에 재빠르게 안개 밖으로 빠져나왔지만, 하마터면 괴물들과 서장의 승려들에게 전멸을 당할 뻔했던 것이다.

 

하지만 노회한 만큼 순간의 판단도 빨랐기에 큰 피해 없이 안개 주변의 서장인들을 안개 속으로 몰아넣는 데 성공했다.

 

조사단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며 안개 밖에서 서장인들을 감시하고 있던 원로 고수들을 만났을 때 남궁장천은 놀랐다. 말로만 들었던 고수들이 줄지어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그들의 선대에 의해 첫 정사대전이 일어났을 때 선두에 선 자들이 그들이었다.

 

오랜 시간 후회 속에서 살았던 그들은 서장의 세력을 몰아내는 것이 그들의 책임이라 느꼈다. 그렇기에 목숨을 걸고 그들을 막고 있었던 것이다.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후배야 검을 휘두르는 것밖에 모르지 않습니까?”

 

장천의 말에 앞에 있는 세 여인을 보며 뇌전벽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심회에도 진식과 술법을 잘 아는 자들이 있었지만 세 아이만큼은 아닐 듯했다. 그로서는 처음으로 보는 벽안의 서역 여인이 신기한 기술을 많이 알고 저 공포스러운 안개의 술법을 조사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듣고 내심 안도했다.

 

그들이 이곳에 온 후로 안개는 계속 커지고 있었다. 어떠한 원리로 그리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원로 고수들이 모여 고민을 하였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던 차였다.

 

게다가 다른 두 아이는 각각 백도와 흑도의 영재들이라고 하지 않는가? 솔직히 무공에는 자신이 있지만 저러한 문제는 오히려 꺼려지는 원로 고수들로서는 그녀들을 크게 환영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네스는 눈앞의 검은 안개에 눈살을 찌푸렸다. 물론 이곳에 안개가 있음을 알고 있었지만, 막상 눈앞에서 보니 가이오스트의 검은 안개가 보여준 참상이 다시 떠오르는 것이다.

 

이 안개를 누가 처음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그 사람이 몹시 미워지는 아이네스였다.

 

“마법이 사람을 죽이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닐 텐데.”

 

언제부터인가 전쟁을 위한 도구로 전락한 듯한 마법들을 만날 때마다 느끼는 그녀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는 것도 안다.

 

그녀도 공격마법과 방어마법 등 전투를 위한 마법을 익혔고 서로 경쟁하듯 발달하는 마법을 통해 한 차원 더 높은 마법들로 계속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가이오스트의 검은 안개가 젤리와 같은 느낌을 주었다면 그녀가 보는 중원의 검은 안개는 미세한 가루들로 이루어진 연막 같았다.

 

연한 곳에서는 크게 문제를 느끼지 못하겠지만 깊숙이 들어가면 무림맹에서 보내온 서찰과 같은 현상을 겪게 될 것이다.

 

그녀의 옆에서는 고명우가 현류패를 목에 걸고 검은 안개를 노려보고 있었다. 아이네스가 검은 안개 속에서 현류패의 마나를 직접 느껴야 했기에 두 개의 현류패 중 하나는 아이네스가 또 다른 하나는 고명우가 목에 걸고 있었다.

 

다른 중원의 무사들과 무림맹의 원로 고수들은 안개의 밖에서 여차하면 도와줄 생각으로 진을 펼치고 그들을 보고 있다.

 

“아이네스 소저, 준비가 되었나요?”

 

“예. 잘 부탁드리겠어요, 고 소협.”

 

“하하, 듬직한 저만 믿으세요.”

 

그의 능청스러운 말에 아이네스는 살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고명우는 듬직이라는 말과 좀 거리가 있어 보였다.

 

우선 외모로 봐도 덩치는 화룡마편 공극소가 훨씬 좋아 보인다. 물론 가이오스트의 기사들에 비하면 그도 호리호리한 편이지만 무림인들을 기준으로 볼 때 다른 이들보다 공극소의 덩치는 눈에 뜨일 정도다.

 

그렇다고 고명우의 성격이 듬직하냐면 그것도 아니다. 쾌활하지만 장난기가 많은 고명우라 조금 가벼워 보이는 점도 있었다.

 

‘무혼 경이 듬직하지.’

 

물론 무혼이 호리호리한 몸매를 가졌지만, 그의 성격은 언제나 믿음직했다. 그러한 무혼을 떠올리며 고명우를 보니 그도 자신의 말이 뻔뻔하다는 것을 아는지 얼굴을 긁으며 눈길을 위쪽으로 돌리고 있다.

 

“그럼 들어가요.”

 

“예. 아이네스 소저, 저에게서 멀리 떨어지시면 안 됩니다.”

 

아이네스가 먼저 안개 속으로 들어가자 고명우는 급히 그녀의 뒤를 따르며 검을 뽑았다. 내력의 소모가 빠르다는 말을 들었기에 굳이 내력을 끌어올리지는 않았지만, 살짝 운용함으로써 언제라도 폭발적으로 내력을 뽑아낼 준비를 하였다.

 

“클레어보얀스!”

 

안개 속으로 약 백팔십여 장(=500M)을 들어간 아이네스는 그곳에서 마법을 시전하고 현류패의 마나를 살펴보았다.

 

검은 마나가 가득히 흐르는 검은 안개 속에서 현류패의 마나도 검은 마나였기에 구분하기가 힘들었지만, 주의 깊게 그리고 끈질기게 살펴보니 마나의 움직임이 점차 뚜렷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네스는 여러 가지 실험을 하고 있었다. 현류패를 벗었다 다시 걸었다 하면서 마나를 확인하고 있었고 검은 안개의 아직 숨어 있는 능력이 있는지 일일이 느끼고자 했다.

 

그녀가 검은 안개의 연구에 몰두하고 있을 때 고명우는 경계의 눈을 한시도 늦추지 않고 있었다.

 

비록 검은 안개 속이라고 하지만 오랜 수련으로 좋은 시각을 가지고 있기에 검은 가루로 가득 찬 듯한 이 안개 속에서도 꽤나 멀리까지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아이네스의 뒤에서 주위를 살피던 그는 그들을 향해 몰려드는 존재들이 있다는 것이 감각에 잡혔다.

 

그의 감각에 잡히는 느낌은 사람의 것과는 달랐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이 자신과 아이네스에게 적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것을 확인하자 고명우는 조용히 아이네스를 불렀다.

 

“아이네스 소저, 이곳을 향해 달려오는 것들이 있습니다.”

 

정신없이 연구를 하고 있던 아이네스는 고명우의 말에 얼굴을 굳혔다.

 

어느새 그녀의 감각에도 다가오는 자들이 느껴졌던 것이다. 그리고 이 감각은 절대로 잊을 수 없었다.

 

아직 중급 이상의 마인은 직접 만나보지 못했지만, 하급 마족에게 빙의된 마인들이 공격해 왔을 때 풍겨오던 느낌과 같은 것이 지금 다가오고 있는 자들에게서 뿜어 나오고 있다.

 

“마인…….”

 

설마 마족들까지 소환했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던 그녀는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갔다. 만일 중급 이상의 마인이 있다면 그녀와 고명우는 살아서 돌아가기 힘들다.

 

다행히 지금 몰려드는 것들은 하급 수준이라 느껴지지만, 중급의 마인이 언제 나타날지 모르기에 아이네스는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고 소협, 최대한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 해요. 설마, 설마 저들이 나타날 줄이야.”

 

이제까지 이 정도로 당황해하는 아이네스를 본 적이 없었기에 고명우는 그의 자신감보다 아이네스의 판단을 믿기로 했다.

 

즉시 아이네스의 허리에 팔을 두른 그는 전개할 수 있는 최대한의 빠르기로 다른 일행들이 기다리고 있는 안개 밖을 향해 달렸다.

 

서찰에 쓰여 있는 대로 내력이 급속히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지만 이 속도라면 내력이 완전히 소진되기 전에 도착할 수 있으리라.

 

그렇게 생각을 하며 달리는 고명우는 생각지 못한 문제에 부딪혔다. 그것은 안개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서장인들 때문이다.

 

아직 백여 장의 거리가 남아 있기에 다른 사람들로부터의 도움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문제는 경공만으로 달린다면 부족하지 않을 내공이었지만 눈앞에 나타난 여섯 명의 라마승을 상대하기에 턱없이 부족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뒤쪽에서는 아이네스가 두려워하는 존재들이 쫓아오고 있지 않은가?

 

‘이러면 곤란한데.’

 

밝게 웃고 있는 듯했지만, 입술의 끝에 씁쓸함을 감추지 못한 고명우는 아이네스의 얼굴을 슬쩍 보았다.

 

그의 의제와 연결되어 있는 이 여자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안개 밖으로 보내야만 한다.

 

그러나 당장 방법이 떠오르지 않자 그의 마음이 약간 조급해졌다. 그때 갑자기 아이네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이스 애로우!”

 

눈앞의 라마승들을 보고 아이네스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이스 애로우를 시전했다.

 

그러자 아이네스의 몸 주위에 갑자기 여섯 개의 얼음의 화살이 나타나며 빠른 속도로 라마승들을 노리며 날아갔다.

 

‘가이오스트와는 다르게 안개 속에서 마법이 돼!’

 

내력이 빠르게 흩어지는 것처럼 마나도 보통 때보다 훨씬 많이 소모되었지만 3클래스의 마법에 사용되는 마나는 여섯 개의 마나의 고리를 가지고 있는 그녀의 전체 마나에 비교해보면 대단치 않다. 마법의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한 아이네스는 고명우의 팔을 잡으며 두 번째 마법을 시전했다.

 

“블링크!”

 

그러자 아이네스와 고명우의 모습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계속 쫓아다니는 얼음의 화살을 파괴하였지만 두 사람이 눈앞에서 사라지자 놀란 육도승들이 달려갔을 때 그들의 훨씬 뒤에 나타난 인기척이 있다.

 

그들이 고개를 돌려보니 사라졌던 서역의 여인과 중원의 무사였다. 중원의 무사는 여인의 허리를 감싸고 다시 빠르게 경공을 구사해 도망가는 것을 본 그들은 다시 뒤쫓기 시작했으나 거리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드디어 안개 밖으로 탈출하는 데 성공한 고명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마터면 검은 안개 속에서 뼈를 묻게 되었을지도 몰랐다. 아이네스의 도움으로 어렵지 않게 빠져나온 그는 곧 그가 겪었던 것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는 것이 기억났다.

 

‘얼음의 화살과 공간이동이라?’

 

그의 머릿속에서 도제와 무혼의 격전이 기억에 떠올랐다. 얼음의 화살은 아니었지만, 흰색의 불화살이 도제의 주위를 맴돌고 무혼이 위기 때 공간이동을 했었다는 것이 기억났다.

 

‘과연 그랬었던 것이었군.’

 

비로소 그때 도제에 맞서 무혼과 함께 싸운 사람이 누구였는지 알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무혼의 실력을 깎을 생각은 없었다.

 

자신은 꼼짝도 하지 못했던 도제의 기세에 당당히 맞서 그의 풍아도를 막아낸 사람이 의제였다는 것은 변치 않는 사실이니까.

 

두 사람이 급하게 빠져나온 것을 본 다른 사람들은 혹시 뒤쫓는 자들이 있을까 하여 가쁘게 숨을 몰아쉬고 있는 두 사람을 중심으로 방어진을 펼쳤다. 그렇게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라마승들과 괴물들을 보인다.

 

안개의 경계에서 조사단의 무사들은 각자의 병장기를 겨누었고 서장의 승려들은 그러한 모습을 노려보았다.

 

“대체 저 괴물들은 뭐지?”

 

팽조덕의 말에 제갈운혜가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답을 했다.

 

“강시!”

 

“에?”

 

“믿기 힘들지만, 저들은 생강시예요. 살아 있는 사람을 강시로 만든…….”

 

팽조덕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다시 한번 괴물들을 훑어보았다. 일반적으로 강시라고 한다면 최소한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다.

 

하지만 눈앞의 괴물들은 사람의 신체는 가지고 있을 뿐 사람의 형상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었기에 도저히 강시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러는 사이에도 중원의 무사들은 안개 밖에서, 라마승들은 안개 속에서 서로를 한동안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나 중원의 무사들은 절대 안개 속으로 들어가려 하지 않았고 라마승들도 안개 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았기에 말없이 바라보고만 있을 뿐 다른 행동을 취하지는 못했다.

 

잠시 후 라마승들이 몸을 돌려 안개 속으로 사라지고 그들의 뒤를 따라 괴물들도 사라졌다.

 

아무래도 무림맹의 원로 고수들과 싸워본 라마승들이 안개 밖에서 그들과 싸우고 싶지 않은 듯하다. 뒤로 물러나기 시작한 조사단은 그들이 안전한 곳이라 생각되는 곳에 도착하자 편안히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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