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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남녀 123화

무료소설 이계남녀: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21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계남녀 123화

123 모여드는 사람들(2)

 

 

 

 

 

하오문주 모장독(茅長毒)은 무림맹의 심상치 않은 동태를 주시했다. 이미 은거한 것으로 알려진 원로 고수들이 동시에 몰려나온다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다.

 

“저놈들 대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냐?”

 

소문으로만 은밀히 나돌았던 정심회, 마교의 원로원을 흉내 내어 만든 백도 원로 고수들의 모임이다.

 

하지만 만들어지고서 잠잠하던 그들이 최근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었다는 것은 결코 찬성할 일이 아니었다. 더욱이 지금은 마교와 전쟁 중이 아니던가?

 

게다가 마교의 원로원처럼 결정적으로 어려울 때만 나온다는 보장도 없다. 마교의 원로원처럼 지켜야 할 것이 총단 하나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럼 결과적으로 무림맹의 원로원 역할을 하는 정심회는 중원 어디서나 모습을 나타낼 수 있다는 말이기도 했다.

 

“서로 자신들의 세력을 키우려고 하는 정파의 노물들이 저렇듯 힘을 합하는 원로원을 만든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이렇게 움직이리라고는 생각을 못 해봤는데…….”

 

그런데 그 노인들이 하오문의 정보망에 포착된 것이다. 무엇 때문에 모습을 나타내었는지 모르겠지만 평생을 두고 한 번 볼까 말까 한 노인들이 대거 등장했다는 것은 하오문의 부흥을 원하는 그로서는 달갑지 않았다.

 

하오문주는 즉각 수하들에게 정심회의 늙은 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노인들의 발걸음은 사천과 감숙의 경계로 향하고 있었다.

 

“저놈들 설마 마교와 직접 싸우겠다는 말은 아니겠지?”

 

그렇다면 곤란해진다. 마교의 원로들은 마교총단 밖으로 나오지도 않지만, 설혹 나온다 하더라도 도와주기 위해서 오기에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비록 적은 숫자이지만 무공의 수준이 다르기에 그들의 행보를 막기 위해서는 마교 중원 진출군의 많은 희생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공동파가 있는 곳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을 생각해 볼 때 더욱 그 의심이 짙어갔다.

 

 

 

 

 

며칠 뒤 마교 교주의 인장이 찍힌 편지를 수하가 들고 들어오자 하오문주는 의문에 가득한 얼굴로 그 수하를 보았다.

 

“왜 그러느냐?”

 

“천마신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무엇이냐?”

 

“지금 조사단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봐 달라 하고 있습니다.”

 

“조사단을?”

 

“예. 얼마 전에 무림맹에서 사신으로 환영삼검이 왔다고 합니다.”

 

하오문도는 하오문주에게 환영삼검이 한 말을 그대로 전했다.

 

그것을 듣고 있던 하오문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정파의 늙은이들이 움직이는 것도 이해가 간다.

 

지금 그가 알고 있기에 무림맹에는 남는 전력이 없다. 결국, 그 노인들은 망인곡에 가는 것이 맞을 것이다.

 

마교의 조사단이 이미 무림맹의 조사단과 행동을 같이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물론 무림맹도 개방을 통해서 알고 있을 것이다.

 

마교의 조사단과 무림맹의 조사단이 함께 움직이기를 원하는 듯 마교의 수뇌부도 무림맹의 수뇌부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있다.

 

그만큼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은 미궁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다만 개방과 하오문이 서로 견제를 하며 훼방을 놓고 있기에 조사단의 현재 위치를 알지 못한다. 그냥 어디쯤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뿐이다.

 

“개방에서도 그들에게 인원을 증파시킨다더냐?”

 

“한 사람씩만 보내자 하였습니다.”

 

하오문주는 하늘을 보더니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비영(飛影)을 보내도록 해라. 그리고 이제부터 조사단의 모든 행적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옛.”

 

수하가 사라지는 것을 확실히 느낀 하오문주는 하늘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

 

“백도만의 시간이 끝나고 이제 다시 천하는 흑도와 백도의 세계가 될 터인데 대체 무슨 일이 생기려고 하는 것일까?”

 

 

 

 

 

둘루네는 기분이 안 좋았다. 그저 세력을 넓히기 위해서 오래전부터 내려온 문헌에 따라 검은 안개를 중원 여러 곳에 뿌렸고 안개 속에 들어온 자를 살려두지 않았다.

 

그런데 전혀 생각지도 않은 곳으로 구멍이 뚫려 중요한 현류패가 넘어간 것이다. 물론 빙의되기 시작한 그자가 살아남을 것이라 생각지 않지만 수백 년 만에 열린 힘의 근원이 있는 망인곡의 문이 막힐지도 모르는 것이다.

 

“망인곡 앞의 안개는 점검을 해보았나?”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현류 강시들은 어떻게 되었나?”

 

“그들의 숫자를 늘려 놓았습니다.”

 

“흐음……. 그들이 패의 비밀을 알아낼 수 있을까?”

 

“쉽게 알아내진 못할 것입니다. 백여 년간 연구를 해온 우리도 모르는 것이 많은 현류패가 아닙니까?”

 

수하의 말을 들은 둘루네는 그제야 얼굴을 폈다. 그의 말대로 패의 비밀을 알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을 했던가?

 

하지만 이용할 수 있을 뿐 그들조차 아직도 만들지 못하고 있는 패였다. 다행히 꽤나 많은 숫자가 라마혈교 내에서 은밀히 내려져 왔기에 그들이 무사히 검은 안개 속을 다니는 것이다.

 

“허 참, 이것에 대해서 제대로 알 수만 있었다면 지금 이렇게 고생하지 않아도 될 것을…….”

 

사용된 술법의 많은 것이 비밀이었고 많은 것이 밝혀지지 않으며 백여 년 동안 내려오는 동안 문이 열리기만 기다렸다.

 

어떻게 된 것인지 모르지만 망인곡에 숱한 사람들이 들어갔지만, 문이 열리지 않았다. 오죽하면 기다리다 못해 라마혈교에서도 정예 무승 중 몇 명을 망인곡에 들여보냈을까?

 

하지만 그들도 결국 문을 열지 못하고 돌아와야만 했다.

 

문을 에워싸고 있는 절진은 정말로 무서운 것이었다. 어디로 사라지는지 알지 못하지만 절진을 조금이라도 잘못 다룬 자는 그대로 사라졌고 간혹 어떤 자들은 옷과 검만 남기기도 했다.

 

둘루네는 자신이 직접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접근할 생각은 없었다. 비록 라마혈교에 은밀히 내려오는 문헌에 의해서 망인곡을 다닐 수 있었다 하더라도 절진에 대해서는 알 수 없는 말로만 이루어진 탓이기도 했다.

 

그리고 소식을 들었다. 무림맹과 마교의 싸움이 멈추었고 그들에게서 조사단이 파견되었다고 한다.

 

물론 완전히 멈춘 것이 아니기에 서로 대치하고 있는 중이지만 전처럼 쉽게 현류 강시로 만들 무림인을 끌어오기가 힘들 것이다.

 

‘선택의 의지가 없었어.’

 

무림맹과 마교에서 조사단을 보내게 된 사건을 떠올려보았다. 간혹 검은 안개로 들어오는 자들은 현류 강시가 알아서 처치하기에 놔두었다가 한 부하의 실수로 그게 마을까지 확장되면서 3개의 마을이 몰살되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만일 그 일만 없었다면 서로를 의심하면서 무림맹과 마교는 계속 피를 흘렸을 것이다.

 

그렇지 못했기에 지금 조사단이 조사하는 동안 암묵적으로 휴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놈들 좀 더 치고받지 않고 그깟 조그마한 마을 3개가 전멸했다는 이유로 싸움을 멈추다니.”

 

어차피 자신들의 터전인 서장의 주민들도 아니다. 그의 눈에는 나중에 부려먹을 중원인들이 몇 명 줄어든 것에 지나지 않지만 흑도와 백도의 고수들이 양민들을 해치는 것을 좌시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였다.

 

오랜 준비 끝에 중원에 진출했던 1갑자 전의 싸움에서 마교가 본격적으로 전력을 다해 공격해 온 이유도 중원의 땅과 양민들을 학살했기 때문이지 않은가?

 

젊은 날 중원 진출에 참여했던 그로서는 마교의 저력을 뼈저리게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더욱이 무림맹의 계략에 주위의 많은 흑도 인재들을 흡수함으로써 세를 더욱 불린 마교는 서장의 수뇌부에게는 걸림돌이 아닐 수 없었다.

 

소뢰음사의 명령에 따라 중원으로 온 자신들이 중원 무림의 힘을 빼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서장의 무사들이 그에게 실패의 책임을 묻기 전에 그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이번 일을 잘 처리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자는 살아남지 못했을 거라는 것이 확실한가?”

 

“그렇습니다. 이미 빙의가 반 이상 되었기에 내버려두어도 빙의가 될 자였습니다. 물론 불완전한 빙의로 제대로 된 구실을 할 수 없었겠지만 살아남기 힘들 것입니다.”

 

“좋아. 그렇다면 그 목걸이를 회수하는 것이 우선적이겠군.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조사는 되었나?”

 

“그게… 행방이 묘연합니다. 패를 빼낸 자들이 한 놈에게 맡기고 길을 막아 쫓지를 못했습니다.”

 

“젠장.”

 

둘루네가 탁자를 한 번 내려치자 탁자가 반으로 조각이 나며 무너졌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찾아내라. 현류패의 행방에 이번 우리들의 대사가 걸려 있음을 잊지 마라.”

 

“알겠습니다.”

 

 

 

 

 

도안은 벌써 보름 넘게 조사단을 멀리서 따라다니고 있었다. 매일 밤 혈랑성의 위치를 살피기에 그들을 놓칠 걱정은 없었다.

 

혈랑성이 신강으로 돌아간 후 도안은 소림사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마교의 중원 진출 이후 그는 청해에 가리키는 혈랑성을 보고 사천으로 왔었다.

 

그곳에서 무혼을 어찌 찾을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혈랑성이 갑자기 감숙을 지나 몽골로 올라가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 그도 곧 채비를 차리고 아직 마교에 점령당하지 않은 섬서를 넘어 몽골로 혈랑성을 쫓았다.

 

하지만 그가 몽골에 도착했을 때 다시 산서로 들어간 것을 알게 되자 급히 산서로 쫓아온 것이다.

 

문제는 혈랑성이 가리키는 위치로 가보니 무혼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조사단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어려워 이렇게 멀리서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대체 공야 시주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비록 혈랑성이 흰색으로 바뀌었다고 하나 사라진 것은 아니니 무혼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버리지 못했다. 그를 만나게 된다면 혈랑성이 흰빛으로 바뀐 이유도 알 수 있으리라.

 

다만 그들이 어찌하여 같이 다니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무림맹의 무사들과 마교의 무사들이 같이 다니기에 쉽사리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가 나타난다면 마교도들이 보기에는 무림맹에서 합의 없이 사람을 보냈다고 생각할지도 몰랐고 무림맹의 무사들은 그가 왜 왔는지 의아한 눈길을 보낼 것이다. 그리고 이유를 밝히지 않고 마교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면 마교의 간세에 몰릴지도 모른다.

 

“아미타불.”

 

나직이 불호와 함께 한숨을 내쉬는 그의 눈길에 새로운 사람이 걸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저 옷은 천봉개복(千縫丐服)? 그렇다면 저 친구는 급난개가 아닌가?”

 

천보다도 기운 자국이 더 많은 저 옷은 분명 개방에 다섯 개뿐인 천봉개복이 틀림없다.

 

겉으로 보기에 당장이라도 버리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누추해 보이지만 저 옷에 대해 알고 나면 그러한 생각이 싹 가실 것이다.

 

군데군데 급소의 위에는 교룡의 가죽이 덧대어 있고 천년누에로부터 뽑아 만든 천잠사로 기웠기에 어지간한 검과 도는 파고들지를 못한다. 게다가 둔기와 장, 권에 의한 충격까지도 줄여주는 대단한 갑옷(?)이다.

 

천봉개복의 주인 중 가장 젊은 자가 바로 급난개였다. 최근에 그의 사부에게서 옷을 물려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도안은 즉시 몸을 날려 급난개의 앞에 섰다.

 

“아니? 도안 형님 아니십니까?”

 

“오랜만일세, 아미타불. 그런데 자네 어디로 가는 길인가?”

 

“예. 지금 모종의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조사단에 소식을 전할 것이 있어 가고 있습니다.”

 

그가 말하는 조사단이라는 게 도안이 쫓아다니고 있는 자들을 말하는 것이 틀림없다. 도안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넉살 좋게 웃었다.

 

“그렇다면 나도 함께해도 되겠나? 나도 궁금한 것이 많다네.”

 

‘도안 형님도 이 사건을 이상히 여겨 조사를 오신 모양이구나. 잘 되었다. 주위의 사물에 대해 냉철한 판단을 잘하시는 분이니 조사단에 도움이 되겠군.’

 

구파일방의 후기지수로서 잘 아는 처지였기에 급난개는 특별히 의심하지 않고 그와의 동행을 허락했다.

 

“그렇게 하십시오.”

 

그의 대답을 들은 도안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동안 조사단에 합류할 방법이 없어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뜻하지 않게 일이 잘 풀렸다.

 

어차피 조사단이 어디에 있는지 잘 알고 있었고 급난개도 조사단의 위치를 알고 있는 듯해, 두 사람은 곧 조사단이 머물고 있는 곳에 도착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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