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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남녀 106화

무료소설 이계남녀: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22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계남녀 106화

106 새로운 만남(4)

 

 

 

 

 

엘라드가 그러한 고민에 빠져 있을 때 안개 속에 있는 무혼은 아이네스의 마법 지팡이에서 검을 뽑으며 계속 걸어가고 있었다.

 

안개 속은 명계의 낮보다는 조금 더 어두웠고 살아 있는 생명체는 느낄 수 없었다.

 

그러나 무혼을 향한 광기 어린 살기를 지닌 존재가 계속 다가오고 있다는 것은 확실히 느껴지고 있다.

 

“아귀장과 같은 느낌이군. 아니 그들보다는 좀더 광기가 서려 있다고 해야 하나?”

 

마음에 드는 위치에 자리를 잡은 무혼은 검의 끝을 바닥에 집고서 상대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크르르르.

 

잠시 기다리니 맹수의 표호와 비슷한 목울림 소리를 내는 사내가 오른손에 레이피어를 들고 나타났다.

 

검붉고 끈적끈적한 느낌이 드는 기운이 온몸을 감싸고 있었고 눈은 탁한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다.

 

“마인… 인가? 그 당시 나를 마인이라 부른 것도 크게 틀린 것은 아니었군.”

 

무혼도 그의 내력을 이끌어 온몸에 밀어 넣었다. 그러자 무혼의 전신에서 붉은 기운이 흘러나와 전신을 감싸고 있었으며 무혼의 눈은 맑은 붉은 기운으로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안개에 대해서 미리 들었던 내용들을 다시 떠올리며 검을 들어 올리고 한 걸음을 내디뎠다.

 

“네가 마계의 힘을 이어받은 마인이라면 나는 명계의 힘을 이어받은 자이니 어느 쪽이 더 대단한 것인지 확인을 해보자.”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마인은 순식간에 모습을 감추었다. 그러나 무혼은 몸을 돌리며 길게 검을 휘둘렀다.

 

챙!

 

마인의 쥐고 있던 레이피어가 무혼의 검과 부딪치며 쇳소리를 냈다. 그 소리를 신호로 무혼과 마인의 격렬한 접전이 시작되었다.

 

마인의 검을 튕겨냄과 동시에 혈운난풍(血雲亂風)으로 마인의 뒤를 잡은 무혼은 그의 등을 향해 쾌랑단천의 초식으로 대기를 갈랐다.

 

마인의 몸이 깊게 갈라져 가고 있었지만 무혼의 심장을 노리는 마인의 손에 든 검은 속도가 줄지 않았다.

 

황급히 뒤로 몸을 날리니 마인의 손에 쥐어진 레이피어의 검신이 늘어나는 듯 무혼의 심장을 노리며 계속 파고들어 왔다.

 

챙챙챙!

 

무혼의 내력이 담겨 있는 백색의 신검은 그의 손길에 따라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쫓고 있는 레이피어의 검신을 동강 냈다.

 

마력의 공급이 끊어진 검의 기운은 곧 사라져갔고 이미 무혼에게 베인 상처가 아문 마인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간 레이피어를 들고 무혼을 노려보고 있다.

 

이미 무혼에게 베인 상처는 아물었고 다시 걸음을 옮기며

 

‘몸의 빠른 회복과 팔이 늘어나는 것이 특징이라고 했지?’

 

검은 안개에서의 마인의 특징을 머릿속에 다시 정리한 무혼은 눈앞의 마인을 처치하기 위한 방법을 강구했다.

 

이대로라면 마인은 안개 속에서 불사신이라는 말이 된다.

 

‘하지만 이 안개는 나에게도 유리해.’

 

무혼의 눈 주위에 옅은 검은빛이 감돌기 시작한다. 흑명공을 시전할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무혼의 온몸이 검게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명계의 기운을 조금이라도 포함할 수 있다면 어떠한 무공이든 훨씬 강하게 만들어주는 천마의 흑명공이 천마의 생각과는 다르게 머나먼 가이오스트 대륙에서 첫선을 보였다.

 

흑명공이 시전되자 무혼의 호흡은 자연스럽게 명혼흡정술이 펼쳐지기 시작했고 주위에 흘러 다니는 검은 안개가 무혼을 중심으로 천천히 회오리치듯 그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몸속으로 흡수된 검은 기운은 무혼의 내력과 서로 휘감으며 선명한 붉은색이던 무혼의 마기를 맑은 검붉은 색으로 바뀌었다.

 

무혼의 전신과 그의 검을 검은 기운과 붉은 기운이 휘감자 마인은 눈에 이채를 발하더니 그 역시 안개를 흡수하기 시작한다.

 

어느새 두 사람의 주위에 있는 안개는 옅어져 가고 다른 곳의 안개가 빈 곳을 채우기라도 하는 듯 계속 몰려들고 있었다.

 

공중에 마주친 두 명의 시선이 상대를 반으로 가르기라도 할 듯 매섭게 빛나고 있을 때 또 한 번 마인의 모습이 사라졌다.

 

슈우욱.

 

투캉!

 

검은 안개가 무혼의 등 뒤에 나타난 마인의 위세에 눌리기라도 한 듯 일순간 밀려났으나 곧 다시 몰려왔다.

 

하지만 수평을 가르는 무혼의 검이 마인의 레이피어를 막자 두 검이 부딪친 충격으로 그들의 발아래가 금이 쩍쩍 갈라졌으며 검은 안개의 대기는 충격파에 반으로 갈라진 듯했다.

 

마인이 몸을 뒤로 날리며 무혼의 다리를 향해 팔을 길게 뻗었으나 그가 벤 것은 무혼의 잔상뿐이다.

 

무혼을 놓친 마인은 주위를 한 번 둘러보더니 몸이 연해져 갔다.

 

푸악!

 

아직 완전히 사라지진 못하고 무혼의 검에 베인 마인의 팔은 공중으로 튕겨 올랐고 가까스로 몸을 비튼 마인은 상하로 두 조각이 되는 것은 면했다.

 

“크으…….”

 

무혼에 의해 팔이 베어진 마인은 아직 몸에 붙어 있는 오른손으로 쥔 레이피어로 무혼을 경계하며 뒤로 물러났고 마인의 팔은 끌려가듯 마인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그러한 마인의 동작을 놓치지 않고 유심히 보던 무혼은 마인의 팔이 몸통에 붙는 순간 잠시 드러난 모습에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그 마신인가 마족인가에게 육체도 잠식이 된 것이었나? 좀 더 강력한 능력을 사용하기 위해서였겠지만 그것이 네 존재를 위협받는 이유가 될 것이다.”

 

무혼이 한걸음 다가오자 마인은 한쪽 입가를 들어 올려 송곳니를 보이며 혀로 입술을 축였다.

 

다음 순간 마인의 왼팔이 길게 뻗었고 5개의 손가락에서는 검은 기류가 반지처럼 손가락에 끼워져 무혼을 찢을 듯 날카롭게 회전했다.

 

무혼은 그 손가락을 피하며 검을 휘두르니 마인의 왼손에 있던 손가락이 바닥에 떨어진다.

 

그러나 마인의 공격은 끝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러기를 기다렸다는 듯 그의 왼팔이 검은 기류에 휩싸이며 무혼의 주위의 대기를 찢어발기며 무혼을 노렸다.

 

“안 됐지만 늦었다. 흑명공은 이미 완성되었어.”

 

무혼의 눈 주위에 있던 검은 빛이 어느새 무혼의 얼굴 전체를 뒤덮으며 검은색을 일렁였고 무혼의 검에서 이글거리는 검은 검기에 위협을 느낀 마인은 황급히 몸과 팔을 뒤로 뺐다.

 

파파팟!

 

잠시 사이에 마인의 왼팔을 세 번이나 지나간 혈랑검은 쉬지 않고 마인의 몸통을 향해 질주했다.

 

무혼을 눈에서 떼지 않고 있는 마인은 오른손의 레이피어로 달려오는 무혼을 막으며 남은 왼팔로 바닥에 떨어진 왼팔의 조각들을 불렀으나 꿈쩍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챘다.

 

‘어째서이지?’

 

“내 검에는 너희들의 대기인 명계의 기운이 고스란히 담겨 있지. 아무리 너라 할지라도 그 법칙에서는 자유롭지 못할 터.”

 

혈운난풍(血雲亂風)의 방위를 순서대로 밟으며 마인을 향해 다가서는 무혼은 검을 들어 올리며 마인을 향해 웃어주었고 마인에 빙의된 마족은 그 웃음에서 큰 불안감을 느꼈다.

 

‘설마 인간계에서 내가 소멸되지는 않겠지? 내가 무슨 하급 마족이나 마물도 아닌데.’

 

마인의 몸속에 빙의된 중급 마족은 아무리 마계와 흡사한 영역 속이라고 하나 그래도 인간계에 마족을 소멸시킬 방법을 알고 있는 자가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마족은 그의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것을 쉽게 깨달았다.

 

무혼의 검에서 이글거리는 기운은 바로 마족들의 무기에서 흘러나오는 기운과도 흡사했다.

 

‘이럴 수가! 이렇게 된다면 나도 소멸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

 

마인의 몸이 부풀기 시작했다. 그의 몸은 갈라지고 다시 새로운 살이 채우기를 반복했으며 등 뒤에서 두 개의 팔이 새로이 솟아났다.

 

“그게 네놈의 팔이냐?”

 

마인의 등에서 새로 나타난 팔은 인간의 팔이 아니었다. 수많은 관절이 있고 딱딱한 껍질로 뒤덮였으며 손가락은 뾰쪽하고 길게 뻗어 나와 어떠한 상대의 몸도 꿰뚫을 듯했다.

 

“크아아아!”

 

야성의 맹수처럼 포효를 한 그의 모습에 무혼의 눈매가 날카로워지며 앞으로 질주를 한다.

 

검로를 따라 무혼이 이끄는 길을 달리는 검이 품은 기운에 마인도 뒤로 물러섰다.

 

이미 인간계에서의 싸움이 아닌 마계에서의 싸움으로 바뀌었기에 무엇 하나도 만만히 볼 수 없었다.

 

뒤로 물러선 빠르기로 다시 앞으로 달려든 마인은 레이피어를 든 오른팔로 무혼의 정면을 노렸고 두 개의 마족의 팔은 기이한 각도로 휘어지며 무혼의 양옆을 노린다.

 

쿠콰콰쾅!

 

대지가 갈라지는 소리가 들리며 그 주위는 먼지 속에 휩싸여 무혼과 마인의 모습을 가려버렸다.

 

 

 

 

 

성벽 위에서 후작을 비롯하여 많은 연합군이 무혼과 마인의 싸움을 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약간 밀리는 듯하였지만 무혼의 몸이 안개를 휘감자 갑자기 천지를 진동시키는 파장이 성에 있는 자들에게도 느껴질 정도였다.

 

“대체 저자는 누군가? 누구이기에 저 악마를 상대로?”

 

“아이네스 공주님이 누구보다도 믿으시는 최고의 전사시죠.”

 

엘라드의 능청스러운 대답에 후작과 지휘관들은 놀란 눈빛으로 돌아보았다.

 

그 옆에서 무혼의 싸움을 보고 있던 폴레노는 스완킨 백작에게 조용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저 검술을 본 적이 있습니다.”

 

“어디서 말인가?”

 

“예전 아이네스 공주님이 어떤 자에게 빙의되었을 때…….”

 

그 말에 백작은 무혼의 동작을 자세히 보았다. 확실히 공주가 처음 왕궁에서 탈출했을 때의 동작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그 후에도 공주님이 저 무술을 사용하지 않으셨나?”

 

“빙의된 후 사용하시기 시작하셨습니다. 공주님은 저자에게서 무술을 배우신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저자를 더욱 보호하여야 한다. 공주님과의 유일한 단서이니까.”

 

“그리고 어쩌면 공주님을 다시 모셔올 방법을 가진 자일 수도 있습니다.”

 

그 말에 백작은 폴레노를 한 번 쳐다보더니 생각에 잠기는 듯 눈을 내렸다.

 

“그럴 수도 있겠군. 저자를 보호함과 동시에 절대로 놓치지 마라.”

 

“알겠습니다.”

 

그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아직도 먼지에 휩싸여 있는 성벽 밖의 안개 속에서 거대한 기운이 나타나더니 안개들이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저 기운은 무엇이냐?”

 

놀란 후작이 옆을 보며 묻자 한 지휘관이 대답을 했다.

 

“무혼 경이 거대한 기운의 구를 형성했습니다. 그곳으로 안개가 빨려 들어가고 있습니다.”

 

“자네는 어떻게 그것을 아나?”

 

“지금 먼지가 걷혔습니다.”

 

그 말에 후작은 무혼이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의 말대로 먼지가 사라졌고 무혼의 검에 회오리치는 짙은 검은 색의 기운이 주위의 안개를 흡수하고 있었다.

 

후작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성벽에 가까이 다가오던 안개가 상당히 옅어져 있었으며 무혼의 위치도 조금 전보다 뒤로 물러나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는 마인은 뒷걸음을 치고 있었다. 철저한 약육강식의 세상에서 살던 중급 마족이 무혼의 모습에서 자기와 비슷한 족속이라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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