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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남녀 102화

무료소설 이계남녀: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98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계남녀 102화

102 소환마법 메이즈(3)

 

 

 

 

 

꺄아아아악!

 

퍽!

 

고명우는 눈앞에 나타난 은발의 색목인의 여자를 정신없이 쳐다보다 그녀가 휘두른 혈랑검에 한대 얻어맞았다.

 

“어딜 보는 거예요?”

 

“크윽. 소, 소저, 그것은 내 의지가 아니었소. 남자라면 본능적으로 취하게 되는 행동으로서…….”

 

“시끄러워욧!”

 

퍼억!

 

아이네스의 혼신의 힘이 실린 혈랑검을 검집 채 맞은 고명우는 앞으로 엎어졌다.

 

그리고 아이네스는 무혼이 왜 그렇게 놀란 표정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알몸으로 오게 되다니!”

 

바닥에 떨어져 있는 무혼의 옷으로 몸을 가린 아이네스는 얼굴이 붉어져서 하늘을 보고 외쳤다.

 

“엘라드~으!”

 

 

 

 

 

반 시진이 지났을 무렵 무혼의 옷을 몸에 걸친 아이네스는 둥글게 앉은 주위의 사내들을 보았다. 그중에서 눈에 익은 사람은 무혼의 의형이 고명우뿐이었다.

 

우선 그에게 그동안의 무혼의 일을 설명하였다.

 

“그러면 공야 아우는 현재 소저의 세계에 있는 것이오?”

 

“예, 그래요.”

 

고명우는 믿기 어려운 말을 하는 색목의 여자를 보았지만 무혼이 다시 사라지기 전에 설명했던 여인과 일치하는 외모와 이름을 가진 그녀를 무작정 의심하기도 어려웠다.

 

“명계에 빠진 무혼 경을 구해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어요. 게다가 우리 세상에는 무혼 경의 힘이 꼭 필요했고요.”

 

“명계에서 공야 아우가 받은 임무가 흑백공존의 길이라고요?”

 

“예, 무혼 경이 그렇게 이야기했어요.”

 

고명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은 이미 무혼이 처음 사라지기 전에도 나누었던 이야기였다.

 

무혼이 그러한 말을 여러 곳에 퍼뜨리고 다닐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아는 고명우는 그녀의 말을 모두 믿을 수 없다고 하더라도 상당 부분은 믿어야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공야 아우가 다시 돌아올 수 있습니까?”

 

“그건 저도 확실히 알 수 없어요. 제가 올 때까지는 그런 방법을 알지 못했고요.”

 

고명우는 아직도 미심쩍었지만 무혼의 말을 상기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공야 아우의 말도 있으니 소저의 말을 믿기로 하겠습니다. 무엇보다도 그 몸매를 생각하면 믿음이…….”

 

퍽!

 

주먹으로 한 대 맞은 뺨을 문지르며 잠시 생각에 잠겼던 고명우는 뒤돌아보았다.

 

뒤에는 갑자기 나타난 색목의 여자를 신기한 눈빛으로 보는 사내들이 있었다.

 

이미 수십 일이 지났지만, 이곳에서 빠져나가지 못했던 그들은 무혼이 사라지는 것을 보았기에 원진의 근처에는 다가오지 않았다.

 

그리고 빠져나가고자 노력을 하는 동안 어쩔 수 없이 합심하여 움직이게 된 그들은 그동안 서로에게 적대감이 상당히 사라져 있었다.

 

“모두들 좀 이야기를 나눠야겠소.”

 

고명우의 이야기에 신룡대와 흑도의 신성들은 모두 원을 이루어 앉았다.

 

“여기 있는 아이네스 소저의 이야기대로라면 저 원진은 명계로 떨어뜨리기 위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 소저는 대체 누굽니까?”

 

그 말에 아이네스는 고명우를 보았다. 하지만 고명우는 난처한 얼굴을 하고서 말을 했다.

 

“지금 대답하기는 곤란합니다. 저희 천마신교의 일과 관련이 되어 있으니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정파의 무사들끼리도 하지 못하는 말이 있다. 이렇게 많은 문파의 사람들이 모였을 때는 당연히 숨길 일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곳을 한시라도 빠져나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어떻게 말이오? 이곳을 빠져나갈 길을 벌써 수십 일 동안 찾아 헤매었는데도 길이 없지 않았소?”

 

“그것은…….”

 

아이네스가 입을 열자 모든 사내들이 아이네스를 향해 시선이 몰렸다.

 

“제가 해결할 수 있을 거예요. 어찌 되었든 이곳 자체가 진식인듯하니 여러분들께서 도와주신다면 빠져나갈 수 있을 거예요.”

 

그녀의 말에 사람들의 얼굴에 희망의 빛이 떠올랐다. 이대로 이 계곡에 갇혀 늙어 죽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던 중이었다.

 

 

 

 

 

다음날 해가 밝았을 때 아이네스는 무혼을 명계로 보낸 진식을 살펴보았다.

 

“누구 필기를 할 수 있는 도구를 가진 자는 없나요?”

 

그러자 몇 사람의 품에서 지필묵이 나왔다. 그것을 곤란한 얼굴로 보던 아이네스는 고명우의 얼굴을 보았다.

 

“무엇을 하실 생각이시죠?”

 

“저 진식에 대한 모든 것을 빠짐없이 기록해야 해요. 똑같이 그릴 수 없을까요?”

 

그러자 흑도의 한 사내가 앞으로 나섰다.

 

“저에게 맡겨주십시오.”

 

아이네스는 왠지 불안한 얼굴로 그를 보았다. 우락부락한 얼굴에 엄청난 근육들이 붙어 있는 몸을 보면 도저히 그림과 어울릴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네스의 걱정은 기우였다. 다루기 힘든 붓으로 명계와 이어진 진식을 완벽하게 그려냈던 것이다.

 

“와아! 정말 똑같이 그리셨네요? 화가이신가요?”

 

“아닙니다. 제 직업이 가모자(假冒者 : 위조하는 사람)였습니다. 저 정도쯤이야. 하하하.”

 

“아하하하.”

 

다시 한번 대조를 하며 진식을 살펴보았을 때 아이네스의 얼굴은 심각해졌다.

 

‘반은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지만, 나머지 반은 엘라드가 알려준 잊혀진 마법진을 거의 모방하고 있어. 중원에 어떻게 마법진이 있는 것일까?’

 

그러나 더 이상 조사할 방법이 없었던 아이네스는 우선 이곳을 빠져나가기로 했다.

 

무혼의 혈랑검을 들고 몸에 있던 마나를 끌어낸 아이네스는 빠르게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동어를 외쳤다.

 

“클레어보얀스!”

 

아이네스가 마나의 흐름을 알아보기 위해 사용하던 마법이 시전되자 그녀는 분지 전체에 흐르는 기묘한 마나의 흐름을 볼 수 있었다.

 

“세상에……!”

 

“아이네스 소저, 왜 그러십니까?”

 

출발 준비를 마치고 아이네스를 보고 있는 무사들은 아이네스가 주위를 보면서 경악성을 내자 모두들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곳 자체가 이 세상이 아닌 듯해요. 그리고…….”

 

말을 중간에서 잘랐다. 지금 이 분지에 펼쳐진 것은 아이네스가 알고 있는 중원의 진식이 아니었다.

 

바로 그녀의 세계에 있는 마법진과 흡사한 점이 많았던 것이다.

 

아이네스는 다시 명계로 통하는 마법의 구조물을 보았다. 두 개의 마법진이 서로에게 반발을 하지 않도록 구성한다는 것은 보통의 시간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이 두 개의 마법진은 서로에게 반발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 말은 아주 오랜 시간을 들여 만들어낸 마법진이라는 설명이 된다.

 

‘어떻게 된 것이지? 이 계곡을 덮고 있는 마법진은 가이오스트 대륙의 마법진의 체계와 거의 똑같아. 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무혼이 사용했던 텔레포트 마법진이 발전된 것일까 하고 생각도 해보았지만 그럴 리는 없었다.

 

텔레포트의 대응 마법진을 바닥에 그린 지 며칠이 돼지도 않은 데다가 무혼도 마법수식에 대해서는 자세히 모른다.

 

그렇다면 결국 다른 이유로 그녀의 세계에 있던 마법진이 이곳의 세계로 흘러왔다는 가정을 내려볼 수 있다.

 

‘과거에도 나와 무혼 경처럼 서로 통하던 사람이 있었던 것일까?’

 

만일 그랬다면 아주 오래전의 일인 듯하다. 명계를 향하고 있는 마법진이 엘라드가 그녀에게 알려준 마법진과 유사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엘라드가 보여준 마법진보다 훨씬 엉성해. 아니면 이곳에 맞게 고친 것일까?’

 

어떻게 되었던 우선은 이곳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최우선인 만큼 아이네스는 눈을 다시 돌려 주위를 살펴보았다.

 

거대한 마법진에는 진식과 환상마법이 함께 걸려있어 마법진 속에 빠진 사람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는 듯했다.

 

하지만 무혼과 함께 진식과 마법진을 연구했던 아이네스로서는 마법진을 빠져나가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주위를 자세히 살펴보는 아이네스의 눈에 거대한 바위가 진한 마나의 기운을 뿜어내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 바위는 연하게 다른 풍경을 비춰주고 있었다. 아이네스가 서서히 걸음을 옮기자 다른 사내들도 주위를 경계하며 그녀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바위를 향해 정면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뒤를 따르던 무사들은 놀라운 장면을 보았다.

 

아이네스가 앞을 막고 있는 거대한 바위 속으로 걸음을 옮겼던 것이다.

 

그런데 그 바위가 허상인 듯 아이네스의 몸이 바위 속으로 쏙 들어갔다.

 

“이럴 수가!”

 

달려온 사내들은 바위를 만져보았다. 그러나 차고 딱딱하며 거친 바위의 촉감이 그대로 느껴졌고 손으로 밀어도 바위는 꿈쩍하지 않았다.

 

“이게 어찌 된 일이오?”

 

“그 소녀가 혹시 혼령이거나 귀신인 게 아니오?”

 

바위가 가짜가 아니자 웅성거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바위의 안쪽에서 아이네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바위를 진짜라 믿는 마음이 있다면 통과할 수 없어요. 그것은 단순한 환각이 아니라 기운으로 실체처럼 느낄 수 있는 주술도 함께 걸려있기에 바위임을 확인하는 자에게는 바위로 존재하게 돼요.”

 

그러더니 다시 바위에서 아이네스의 몸이 빠져나왔다.

 

“저처럼 바위의 존재를 전혀 믿지 않는 사람들은 이렇게 통과할 수 있고요.”

 

그것을 본 한 신룡대의 대원이 눈을 감더니 당당한 걸음으로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그의 몸이 바위 속으로 사라졌다.

 

“그럼 빨리 따라오세요.”

 

아이네스는 다시 바위 속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보던 고명우와 다른 사내들도 눈을 감으며 걸어갔다.

 

물론 두 사람이나 통과한 바위이니 진짜일 리 없다고 스스로에게 계속 납득을 시켰다.

 

세 명이 잠시나마 의심을 했는지 다시 바위에 튕겼지만, 그들도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바위를 통과하는 데 성공했다.

 

아이네스는 계속 거침없이 길을 걸었다. 간혹 나무를 통과하고 바위도 통과하며 길을 걷자 뒤를 따르던 무인들은 감탄을 하면서 따라왔다.

 

그렇게 걸은 지 5시진 정도가 지나자 아이네스는 한쪽에 있는 바위를 향해 걸어가더니 그 위에 걸터앉았다.

 

“진의 밖이에요.”

 

그 말을 들은 무사들은 서로를 껴안으며 환호성을 질렀다. 죽음의 진에서 빠져나오는 것에 성공한 것이다.

 

“어? 이건 뭐지?”

 

흑도의 무사가 아이네스가 걸터앉은 바위의 옆으로 다가서더니 나무 덩굴을 잡아 뜯었다.

 

덩굴에 가려진 바위에 사람들이 알아볼 수 있는 크기의 글자가 쓰여 있었다.

 

 

 

 

 

망인곡(亡人谷)

 

 

 

 

 

서로의 얼굴을 보던 그들은 다들 각자의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리고 신룡대의 대원들은 그들의 임무가 생각이 나는 듯 흑도의 사내들을 보았다.

 

하지만 그것을 제재하기라도 하는 듯 남궁장천은 고명우와 화룡마편에게 다가가 포권을 취한다.

 

“그동안 고생이 많았습니다. 여러분들의 솜씨를 견식하는 것은 다음 기회로 미뤄야 할 것 같습니다.”

 

남궁장천의 이야기에 고명우와 화룡마편도 포권을 하며 입을 열었습니다.

 

“그런 듯합니다. 다음에 남궁 소협에게서 한 수 배우게 될 것을 기대하겠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것을 본 신룡대의 무사들과 흑도의 신성들도 서로에 대한 긴장을 풀며 포권을 하고서 반대쪽으로 길을 걸었다.

 

 

 

 

 

아이네스는 고명우와 흑도의 무사들을 따라 신강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아이네스 소저, 이 길을 따라가면 무혼이 태어난 신강으로 갈 수 있소.”

 

그 말을 들은 아이네스는 감회가 어린 눈빛으로 고명우가 가리킨 길을 보았다.

 

며칠간이긴 하지만 그녀가 방황했던 총단의 마을과 무혼이 첫 강호를 나섰을 때의 풍경들이 새록새록 머리에 떠올랐다.

 

‘무혼 경의 고향에 있다는 그 호수를 다시 가볼 수 있는 날이 올까?’

 

멀지 않아 중원의 정사대전이 시작될 것이라 생각한 아이네스는 이 아름다운 대지가 피로 적셔진다는 것이 슬프게 느껴졌다.

 

‘흑백공존의 길… 과연 있는 것일까?’

 

어느새 감숙 땅의 끝에 도착한 그들은 신강을 보며 한껏 환호성을 질렀다. 그런 그들을 멀리서 보고 있는 한 사람이 있었다.

 

‘분명 공야 소협이 있어야 할 터인데 보이지가 않는군. 게다가 저 색목의 여인은 누구일까?’

 

도안은 그동안 종적을 알 수 없는 혈랑성의 주인을 오랜 시간 동안 찾아 헤매었다.

 

그의 사승을 소림으로 모셔다드리고 돌아오니 땅에 내려온 혈랑이 사라졌던 것이다.

 

혈랑성을 찾아 중원을 헤매던 그는 며칠 전 하늘의 혈랑성이 그의 주인이 어디 있는지 알려주었을 때 전력을 다해 달려온 것이다. 그러나 그곳에는 무혼이 보이지 않았다.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만일 변화가 있다면 빨리 알아내어 사승에게 알려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오는 동안 본 혈랑성이 특유의 붉은색이 사라졌기에 그의 마음은 더욱 불안했다.

 

아이네스 일행이 신강 땅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도안은 불호를 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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