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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남녀 100화

무료소설 이계남녀: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10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계남녀 100화

100 소환마법 메이즈(1)

 

 

 

 

 

- 무혼 경.

 

천마에게서 새로운 무공인 흑명공을 전수받고 있던 무혼은 그를 오랜만에 찾아온 아이네스를 반겼다.

 

물론 그에게만 긴 시간이었을 뿐 그녀의 시간으로는 이제 2일이나 3일이 지났을 것이다.

 

- 어서 오십시오, 아이네스 소저.

 

아이네스는 무혼의 눈을 통해 주위의 풍경을 볼 수 있었다. 붉은 하늘과 약한 빛을 뿜어내는 붉은 태양, 모래바람이 날리는 척박한 대지와 멀리 보이는 기묘한 생물들. 바로 문헌에 나오는 마계와 흡사한 모습이었다.

 

‘무혼 경은 이런 곳에서 2년이라는 시간을 살아온 것일까?’

 

- 중요한 이야기가 있어요. 무혼 경의 동의도 필요해요.

 

무혼은 아이네스가 심각한 목소리로 이야기하자 천마에게 눈길을 돌렸다.

 

그러나 이미 천마는 무혼의 행동으로 색목인의 여자아이가 찾아온 것을 알았다.

 

“허허, 이야기를 나누렴. 나도 좀 쉬어야겠다.”

 

천마는 수련을 하고 있는 장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바위로 걸어갔다.

 

무혼도 옷매무새를 고치며 다른 바위를 향해 걸었다.

 

- 아이네스 소저, 잘 지내셨나요?

 

- 예. 무혼 경, 한 가지 알려드릴 것이 있어요.

 

바위에 걸터앉은 무혼은 고개를 끄덕였다.

 

- 무혼 경이 그곳에서 나올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

 

- 예?

 

무혼은 순간 바위에 일어났다. 이제까지 명계에서 빠져나가고자 방법을 계속 찾았지만 조그마한 단서조차 없어 고민만 하고 있었다.

 

- 아이네스 소저, 자세히 들을 수 있을까요?

 

아이네스는 무혼의 몸을 통해 가이오스트와 명계에서 동시에 마법을 시전하게 되면 발동이 되는 마법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 그렇다면 아이네스 소저가 이곳 명계에 오게 되는 것이 아닙니까? 그럴 수는 없습니다. 이곳 명계는 아이네스 소저가 견디기에는 어려운 곳입니다.

 

- 아니에요. 엘라드가 말하길, 무혼 경은 명계의 존재가 아니라 인간계의 존재이기에 제가 무혼 경과 서로 자리를 바꾸게 된다면 무혼 경이 인간계에 있었던 최후의 장소인 중원에 있게 된다고 했어요.

 

- 제가 가이오스트로…….

 

- 하지만…….

 

그제야 무혼은 아이네스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궁금해하는 무혼은 그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 무혼 경과 저, 다시는 가족과 만날 수 없어요.

 

- 소환마법을 한 번 더 하게 된다면…….

 

- 엘라드에게 물어보았지만 불가능할 것이라 하더군요.

 

- 그렇습니까?

 

무혼은 망설였다. 가이오스트가 아이네스의 눈을 통해 많이 본 세상이라 하지만 그래도 역시 낯선 세상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리고 아이네스 역시 그녀의 모든 것이 있는 가이오스트를 떠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아이네스는 무혼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

 

- 하지만 검은 안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전 어차피 가족들을 잃게 돼요. 그리고 그 안개와 마인들을 막을 수 있을 사람은 오직 무혼 경뿐이에요. 무혼 경, 부탁이에요. 우리나라를 지켜주세요. 저의 가족들을 지켜주세요.

 

마지막에는 울먹이는 듯한 아이네스 목소리를 들으며 무혼은 입술을 깨물었다. 길게 생각하지 않았다.

 

‘어차피 소환마법을 하지 않는다면 나는 명계의 존재로 살아가야 할 것이고, 아이네스 소저는 가족과 나라를 잃게 될 것이다.’

 

무혼은 자리에서 일어나 천마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이 있는 게냐?”

 

“인간계로 돌아갈 방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오.”

 

천마와 초 노인은 서로 기뻐하며 마주 보았고 공야 노인은 얼굴에 미소를 가득히 띤 채 무혼을 보았다.

 

“그러나 중원으로 돌아가지 못합니다.”

 

“엥? 그것은 무슨 말이냐?”

 

무혼은 천마와 그리고 다른 노인들에게 아이네스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그렇다면?”

 

초 노인은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열었다

 

“그 소저가 중원으로 가게 되는 것이냐?”

 

“그렇습니다.”

 

“그리고 너는 소녀의 몸을 통해서 중원에 올 수 있는 것이고?”

 

“예.”

 

고개를 끄덕인 그는 다시 생각에 잠긴 듯하더니 말을 꺼냈다.

 

“그렇게라도 하는 것이 좋겠구나. 이대로라면 네가 명계의 존재가 되어버릴 터이니. 우선 서로의 세계로 간 후 되돌아갈 방법을 찾으면 되는 것 아니겠느냐?”

 

그 말에 다른 노인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 무혼 경, 다음에 오기 전에 모든 준비를 마쳐두도록 하겠어요.

 

- 알겠습니다, 아이네스 소저.

 

 

 

 

 

무혼은 세 노인과 함께 마을로 돌아왔고 천마의 부름에 마을 노인 대부분이 모여들었다.

 

무혼으로부터 설명을 들은 노인들은 잠시 조용해 있더니 한 사람이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우리도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지.”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고 초 노인은 무혼에게 다가왔다.

 

“이제부터 이들이 전해주는 것은 각자 문파에서 일정한 경지에 든 자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말이니 너의 말을 믿을 것이다. 부디 나가서 좋은 방법을 찾아 중원에서 강호가 사라지는 일을 막도록 하여라.”

 

무혼이 고개를 끄덕이자 노인들은 한 명씩 다가와 무공의 한 구결을 들려주며 그 구결의 뜻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무혼에게 소환마법에 대한 이야기를 한 다음 날 아이네스는 엘라드와 함께 카세팜 후작을 찾아갔다.

 

후작은 그녀가 사령관실로 들어갔을 때 아이네스에 대한 예의로 그의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다.

 

“아이네스 공주님, 내가 도와 드릴 일이 있소?”

 

순수한 호의가 담긴 눈빛으로 보는 후작에게 미소를 띠며 다리를 살짝 굽히는 것으로 예를 취한 아이네스는 작은 심호흡을 하였다.

 

“검은 안개를 없앨 방법을 찾았다고 생각해요.”

 

“그게 정말이오!”

 

후작의 눈에서 불이 나는 듯했다. 그만큼 그도 고심하고 있던 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그의 날카로운 눈은 아이네스의 눈 속에 담긴 슬픔과 결의를 읽어낼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방법에 문제가 있소?”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아이네스는 후작을 똑바로 보았다.

 

“그래서 후작님을 찾아온 것이에요.”

 

“말해보시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주겠소. 저 안개를 없앨 수 있는 방법은 빛의 연합국을 파멸에서 구하는 일이오. 무엇을 못 들어주겠소.”

 

“이 사람을 아실 거예요.”

 

그 말에 후작은 엘라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공주가 신분을 보장하는 강력한 마법 사제라던 자이다. 머리에서 쉽게 지워질 리가 없었다.

 

“엘라드가 한 사람을 데려올 것이에요. 그는 무혼이라는 이름을 가진 황토인의 남자이며 그가 온다면 저를 대하듯 그를 대해주셨으면 해요.”

 

“공주, 좀 더 자세히 알 수 없겠소?”

 

“이제 길을 떠나 안개를 없앨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존재를 이 세상으로 불러오고자 합니다. 그 존재가 지금 말한 무혼 경이고요. 지금으로서 말할 수 있는 것은 무혼 경마저도 검은 안개를 없앨 수 없다면 더 이상 어떠한 방법도 없다는 것이에요.”

 

“대체 그 남자는……?”

 

“그리고 후작님의 도움이 없다면 혼자 적들을 막아내고 마인들을 물리치며 검은 안개를 없애기 힘들 거예요. 지금 내 옆에 있는 엘라드와 무혼이라는 이름을 가진 황토인의 남자를 도와주세요.”

 

“그렇게 한다면 공주님은 어떻게 되는 것이오?”

 

“글쎄요.”

 

아이네스가 그의 얼굴을 외면하며 고개를 돌리자 후작은 조용히 앞을 보더니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다만 군례를 취하며 입을 열었다.

 

“공주님의 결심에 경의를 표합니다. 그리고 제 모든 것을 걸고 공주님께서 저에게 이야기하신 것을 지키겠노라고 대천신의 이름으로 맹세를 합니다.”

 

아이네스는 처연하게 고개를 끄덕이고서 사령관실을 나왔다. 그리고 그대로 계속 걸어갔다.

 

“엘라드, 그 마법 실패할 가능성이 있나요?”

 

“거의 없어요. 아니 제가 옆에 있으니 없다고 생각해도 되요.”

 

사령관실이 있는 건물 밖으로 나오니 미라크네에서 따라온 100여 명의 기사들이 각자의 말을 데리고 그녀를 기다리며 도열해 있었다.

 

그들에게 예를 취한 후 아이네스는 굳은 얼굴로 그녀의 백마에 올랐고 아이네스와 미라크네의 기사들은 엘라드의 인도를 받아 동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매서운 바람이 부는 벌판을 지나 며칠을 가니 눈앞을 가로막는 산이 나타났다.

 

그녀가 처음 보는 산으로 엘라드는 그 산을 향해 말을 재촉해 달려갔고 그 뒤를 아이네스가 따라갔다.

 

산의 중간 정도에 도착하자 엘라드는 뒤를 보고 이야기를 꺼냈다.

 

“아이네스 공주님, 이곳에서부터는 공주님과 저, 두 명만 갈 수 있어요.”

 

그 말을 들은 폴레노는 말도 안 된다는 듯이 고함을 쳤다.

 

“웃기지 마시오. 우리는 아이네스 공주님의 호위 기사들이오. 그런 것을 용납할 것 같소?”

 

“폴레노 경의 말이 맞소. 절대로 그럴 수 없소.”

 

그러나 아이네스는 호위대를 이끌고 있는 스완킨 백작을 보았다.

 

“제 말을 기억하고 계시죠?”

 

그 말을 들은 스완킨 백작은 얼굴이 구겨지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 그렇습니다만…….”

 

“저에게 해주신 맹세도 잊지 말아 주세요.”

 

그 말에 스완킨 백작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도 공주를 말리고 싶었다.

 

그놈의 맹세만 아니었다면, 그런 맹세를 시킨 공주가 원망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공주의 마지막 말에 그의 눈은 결국 흐려지며 고개를 떨어트렸다.

 

“잘 지내세요. 스완킨 백작님, 그리고 저를 지켜주신 호위대의 여러분, 그동안 저를 위해 해주신 모든 것을 잊지 않을 거예요. 고마웠어요.”

 

그리고 등을 보이는 공주를 보며 기사들은 영문을 몰랐다. 다만 곧이어 터질 듯이 나오는 백작의 명령에 모두들 군례를 취하고 있었다.

 

백작의 명령에 무의식으로 따랐던 폴레노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저희는 공주님의 호위대입니다. 그런데 공주님 홀로 가게 하다니 이게 무슨 일입니까?”

 

그의 말은 호위대에 소속된 기사들 모두의 마음과 같았다. 모두들 해명을 요구하듯 백작을 돌아보았다.

 

그러자 공주는 다시 뒤를 돌아보며 처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모든 것은 스완킨 백작님에게 알려두었어요. 그리고 폴레노 경, 경이 저를 위해 보여주신 많은 모습들은 잊지 못할 거예요. 더 이상 저를 슬프게 하지 않고 보내줄 수 없을까요?”

 

폴레노는 불안한 느낌이었다. 그의 공주님이 이대로 어디론가 영영 떠날 것 같은 느낌에 고개를 저으려 하였다.

 

그러나 아이네스의 얼굴을 본 순간 그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행동도 하지 못했다.

 

아이네스의 얼굴에 반짝이는 것은 바로 한줄기의 눈물이었기 때문이다.

 

그 눈물은 폴레노로 하여금 더 이상의 저항 의지를 송두리째 빼앗았다.

 

아이네스는 다시 몸을 돌리고서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엘라드를 따라 산 위로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능선을 넘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밑에 있는 기사들을 보았고 주위의 풍경을 둘러보았다.

 

‘이제는 다시 볼 수 없겠지.’

 

미라크네 왕국과 그녀가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을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바마마, 어마마마, 그리고 모두들… 안녕히.’

 

미라크네의 왕궁이 있을 것이라 생각되는 곳을 향해 예를 취하고 다시 엘라드의 뒤를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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