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5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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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3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51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3권 - 1화
Chapter 1 클리쉬 클라우드 공작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라인하르트 공작님.”
라인하르트 공작이라는 소리에 위드는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선이 굵은 강직한 남성적인 외모에 흰색과 자주색이 적절하게 뒤섞여 있는 클록은 고풍스런 느낌을 발산하고 있었다. 걸친 클록 안쪽의 옷들은 겨울용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정도로 얇아 보였기에 위드 자신이었다면 추위를 견디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또, 허리춤에 언뜻 보이는 한 자루의 롱소드는 단순히 손잡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그 검이 얼마나 명검인지를 말해주고 있었다. 어쩌면 라인하르트 공작이라는 말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몰랐다.
‘카르타 제국의 소드 마스터 맥케이 라인하르트 공작.’
소드 마스터!
프라디아 대륙을 통틀어 채 20명도 되지 않는 존재.
인간으로 태어나 그 어떤 종족과 몬스터에게 뒤지지 않는 강력한 존재. 그 존재가 바로 위드의 앞에 당당히 서 있는 맥케이 라인하르트 공작이다.
부르르르.
“……?”
위드는 손을 통해 느껴지는 외부의 떨림에 고개를 돌려 피에나를 바라봤다.
라인하르트 공작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는 세차게 떨리고 있었다. 타이먼 족 특유의 전투 성향으로 인해서 라인하르트 공작의 강함을 온몸으로 느끼고, 강자에 대한 두려움을 본능적으로 보이는 것이다.
“피에나…….”
위드는 피에나의 손을 꼭 잡아주며 그녀의 떨림이 진정되길 기다렸다.
“이종족?”
강자의 시선.
라인하르트 공작의 시선이 피에나에게 꽂혔다. 피에나가 뒤집어쓰고 있는 카울을 꿰뚫어보는 듯한 시선에 위드마저 마른침이 절로 넘어갔다.
라인하르트 공작은 단순히 피에나를 바라봤을 뿐이지만 그 시선을 받고, 보는 피에나와 위드는 괜히 온몸이 바짝 긴장되었다. 그게 바로 소드 마스터란 존재가 가진 힘이다.
타이먼 족 특유의 특성으로 인해서 피에나에게 잠시 관심을 기울였던 라인하르트 공작은 이내 몬테로 백작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내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을 셈인가?”
몬테로 백작은 그럴 리가 있겠냐는 듯 대답했다.
“단장님의 개인적인 부탁이 있어 네드벨 시에 오게 되었습니다.”
“클라우드 공작의 개인적인 부탁? 명령이 아니라 부탁?”
“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몬테로 백작의 모습에 라인하르트 공작은 더 이상 캐물을 수가 없었다. 개인적인 부탁이라고 하는데 무얼 더 물을 수 있단 말인가?
설령, 명령이라고 하더라도 라인하르트 공작이 뭐라고 할 권한은 없었다.
강철의 기사단을 이끌고 있는 단장은 클라우드 공작이기 때문이다. 강철의 기사단은 분명 카르타 제국을 대표하는 3대기사단 중 하나다. 하지만, 클라우드 공작이 단장이 되면서 강철의 기사단은 그의 그늘아래 많은 부분이 흡수되었고, 지금도 그 영향력은 커지고 있었다.
쉬쉬하는 소문에 의하면 클라우드 공작은 이미 강철의 기사단 중 80퍼센트를 자신의 영향력 아래 넣었다고 하니 명실상부 강철의 기사단은 클라우드 공작의 개인 기사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그럼에도 카르타 제국 황제와 귀족들이 직접적으로 막지 못하는 것은 클라우드 공작이 카르타 제국을 위해 보이는 충성심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의 행동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이들은 존재했고, 그중 대표적인 이가 바로 라인하르트 공작이었다.
아무리 제국에 대한 충성심이 높다 하더라도 제국을 대표하는 기사단을 사사로이 자신의 힘 안에 두려고 한다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일이라 생각하는 라인하르트 공작이었다. 그래서 라인하르트 공작과 클라우드 공작은 사이가 별로 좋지 못했다.
몬테로 백작 또한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지금의 자리가 편할 수 없었다. 무력이나, 권력, 어느 것 하나도 자신은 라인하르트 공작에게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럼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몬테로 백작은 서둘러 자리를 벗어나려고 했다. 편하지도 않은 자리에 오래 머물고 싶지 않기도 했지만, 라인하르트 공작과 자신은 뭔가를 오래 이야기할 사이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라인하르트 공작도 몬테로 백작을 더 이상 붙잡고 늘어질 생각도, 그럴 명분도 없었기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
라인하르트 공작은 자신의 곁을 지나가는 몬테로 백작을 향해서 고개를 슬쩍 돌렸다. 라인하르트 공작을 지나가면서도 그의 행동에 온 신경을 기울이고 있던 몬테로 백작은 그의 작은 탄성에 마주 고개를 돌렸다.
“소문을 듣자니 클라우드 공작이 꽤나 곤란한 일을 당했다고 하던데? 혹시, 저 두 사람이 그 일과 관련된 건가?”
머릿속에서는 온갖 생각이 거미줄처럼 얽히고설켜 떠올랐지만 몬테로 백작은 아무런 내색도 없이 희미하게 웃었다.
“라인하르트 공작님께서 잘못 알고 계신 것 같습니다. 단장님께는 아무런 일도 없습니다.”
“그래?”
라인하르트 공작의 눈가에 엷은 웃음기가 생겼다. 마치, ‘네가 내게 그런 뻔한 거짓말을 한다고 해서 속을 것 같냐?’ 라는 비웃음을 담고 있는 얼굴이었다.
몬테로 백작은 라인하르트 공작의 모습에도 여전히 눈동자의 흔들림조차 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렇습니다. 단장님의 부탁이 시간을 다투는 일이라 그럼 이만.”
“알겠네.”
고개를 돌리는 몬테로 백작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라인하르트 공작…….’
어느 나라든 강한 권력을 잡고 있는 자는 그만큼 적이 많은 법이다.
클라우드 공작이 그러했다. 클라우드 공작에게 라인하르트 공작은 최대의 적이었다.
몬테로 백작의 뒤를 따르며 위드는 라인하르트 공작을 다시 한 번 바라봤다. 마침, 그와 시선이 마주쳤다. 짧은 순간 시선을 마주했던 위드는 다시 고개를 돌렸고, 몬테로 백작의 뒤를 피에나와 함께 걸어갔다.
“심장에 마나를 쌓은 검사라…… 특이하군.”
라인하르트 공작은 위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흥미롭다는 듯 중얼거렸다.
***
원형 탁자에 둘러앉은 6인.
“이제 두 번째 계획을 실행할 때가 왔습니다. 서서히 우리가 원하는 것, 우리의 오랜 바람이 이뤄진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크루거 아크의 말에 카르무 리엔이 맞는다는 듯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아크 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사실, 대륙의 발전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지대한 공헌은 모두 우리 연금술사의 손끝에서 이뤄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언제나 기사와 마법사들의 등 뒤에 서야만 했습니다. 이는 명백히 잘못된 일입니다.”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바보처럼 참고 있었던 것이 억울하고 원통할 뿐입니다.”
제브리는 울분을 겨우 참아내는 사람처럼 두 주먹을 굳게 쥐고는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더 이상 같은 연금술사들의 희생은 최소한으로 줄여야 합니다. 아니, 희생을 없앨 수 있다면 반드시 그래야만 합니다.”
로제의 말에 카르무 리엔이 얼굴을 찌푸렸다.
“로제! 언제까지 그렇게 감상적으로 일을 처리할 생각인가? 무슨 일이든 반드시 희생이 뒤따르는 법이거늘, 자네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렇게 희생을 극도로 기피하려고만 하는가?”
로제는 지지 않고 받아쳤다.
“감상적이라고 하셨습니까? 틀렸습니다. 오히려, 희생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이 감상적입니다. 이성적이라면 희생을 최소한으로 줄이거나, 희생을 막아야 하는 것이 옳은 일입니다. 모든 일에 희생이 필요하다 하셨습니까?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하지만, 한쪽 감상에 치우쳐 그들의 희생을 당연시 여기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입니다. 방법을 찾아보면 희생을 충분히 줄일 수도 있습니다.”
“이곳에 모인 그 누가 희생을 줄여야 한다는 걸 모른단 말인가! 문제는 그런 방법들이 모두 당장 실행할 수 없다는 것 아닌가! 언제까지 준비만 하고 있을 텐가? 준비는 이정도면 충분하네! 너무 완벽하게 하려보면 결국 이렇다 할 실행도 한 번 해보지 못하게 될 것이야!”
“그렇다고 아무것도 모르는 이들을 더욱이 우리와 같은 연금술사들을 허무하게 죽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말입니까? 그것이 정말로 우리 연금술사들을 위한 방법이란 말입니까?”
“허무하다니! 엄연히 연금술사들의 미래를 위한 고귀한 희생이네!”
“고귀한 희생이란 희생을 하는 본인이 가장 먼저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영문도 모른 체, 모진 고통 속에서 억울하게 죽어야 하는 이들의 입장에서는 단지 개죽음일 뿐입니다. 우리는 같은 연금술사들을 그렇게 개죽임 당하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개, 개죽음이라니!!”
두 눈을 똑바로 뜨고 반박하는 로제의 모습에 카르무 리엔은 화가 치솟았지만 탁! 소리가 나도록 탁자를 내려치는 루스티 히에브로 인해서 더 이상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이곳에 모인 모두가 바쁜 사람들인데 언제까지 싸우고만 있을 텐가?”
더 이상의 싸움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경고의 의미였다. 루스티 히에브로 인해서 장내는 조용해졌지만, 카르무 리엔과 로제는 여전히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두 사람으로 인해서 분위기가 싸늘하게 변하자 크루거 아크가 입을 열었다.
“이거야 원. 두 사람 모두 우리의 앞날을 위해 밤잠을 설쳐가며 고민들을 해온 것 같으니 그보다 노력이 부족한 내가 부끄럽군!”
평소 여러 나라의 고위 인사들을 상대로 외교 활동을 해왔기 때문인지 크루거 아크의 말은 단번에 분위기를 바꾸는 기이한 힘이 있었다.
“지금 당장 누구의 생각이 옳고, 그른지를 따지기 위해 모인 것이 아니니 그 이야기는 더 이상 거론하지 말도록 합시다. 히에브 님, 바이텐 님께서는 언제 돌아오신다고 하셨습니까?”
크루거 아크의 물음에 루스티 히에브가 특유의 낮은 음성으로 짧게 대답했다.
“내일 저녁까지 돌아오실 거네.”
“그렇습니까?”
루스티 히에브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베논 바이텐과의 약속, 그리고 자신의 이상이 있기에 이 자리에 앉아있는 것이지 솔직히 그는 연금술사의 존재 자체를 좋아하지 않았다.
“히덴 가르시아가 프레타 영지에 머물고 있는 이상 프레타 영지로는 블루 키메라를 투입할 수 없는 것입니까?”
제브리의 물음에 크루거 아크가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제브리 자네도 알겠지만 두 번째 계획까지는 우리의 존재가 절대로 드러나선 안 되네. 블루 키메라와 레드, 블랙 키메라들은 우리의 오랜 노력의 결과이자, 앞으로 대륙의 판도를 바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들이지. 만에 하나라도 프레타 영지로 투입을 했다가 히덴 가르시아에 의해 포획이라도 된다거나, 그 존재 여부가 드러나면 가장 먼저 연금술사의 탑이 의심을 받을 것은 당연한 일.”
크루거 아크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잘 알고 있는 로제는 아무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렸다.
‘이것이 진정 옳은 일이란 말인가?’
로제의 머릿속엔 블루 키메라와 그것으로 인해서 억울하게 죽을 사람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아무것도 모른 체, 단순한 몬스터들의 침략이라는 이름아래 죽을 사람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 모든 것들을 바꾸기엔 너무 늦어버렸다. 이렇게까지 잔인한 계획인지 깊게 생각하지 않고 섣부르게 동참한 자신에 대해서 화도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이미 물은 쏟아졌다.
담을 수 없다.
“다른 곳은 그렇다 치더라도 르완 지방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우려 섞인 표정으로 제브리가 자신을 바라보자 크루거 아크가 말했다.
“자네의 말이 맞네. 르완 지방은 그라다의 명장 중의 명장이라 불리는 플로렌 백작이 영주로 있는 곳이지. 하우트 지방이나, 림텔튼 지방, 라네시 지방은 걱정할 것이 없지만…… 확실히 플로렌 백작이 버티고 있는 르완 지방은 쉽게 생각할 곳이 아니지.”
“그렇습니다. 플로렌 백작은 익스퍼트 상급의 검사이면서 고가의 트랜트 아머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의 휘하의 기사들 중 2명이나 트랜트 아머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블루 키메라라고 하더라도 트랜트 아머를 착용한 플로렌 백작과 그의 기사들이라면 솔직히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카르무 리엔의 말에 크루거 아크는 루스티 히에브를 바라봤다.
“플로렌 백작은 익스퍼트 상급의 검사들 중에서도 알아주는 실력자지. 거기에 그를 따르는 기사들 중 트랜트 아머를 소유한 이들 역시 익스퍼트 중급 중에서도 상위에 들어가는 실력자들이니, 레드 키메라라면 모를까 블루 키메라 한 마리 정도로는 그들을 상대로 이긴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아니, 불가능하다!”
루스티 히에브의 정확한 판단에 크루거 아크는 눈살을 가볍게 일그러트렸다. 어쩌면 플로렌 백작으로 인해서 또 다시 두 번째 계획을 수정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벌써 한 번 수정된 계획이다. 또다시 수정하게 된다면 그 만큼 본래 계획으로 인해 얻을 것들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또한, 계획을 실행하고 마무리 짓는 것에 있어서도 빈틈이 많아진다.
“프레타 지방에 투입하려고 했던 블루 키메라를 르완 지방으로 투입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제브리의 물음에 크루거 아크 역시도 그 점을 생각했는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했다.
“확실히 현재로서는 가장 가능성 있는 방법이지. 히에브 님, 블루 키메라 두 마리라면 어떻겠습니까?”
루스티 히에브는 블루 키메라 두 마리와 플로렌 백작을 비롯한 기사들의 싸움을 미리 짐작하며 대답해주었다.
“충분하다. 하지만, 내가 알기로 블루 키메라를 두 마리 이상 한 자리에 모으면 다크 웜(Dark Worm)을 통제하기가 쉽지 않았었던 것 같은데? 또, 트렌트 아머를 지니지 않고 있다 하더라도 플로렌 백작을 따르는 기사들의 수를 생각하면 그 역시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나, 적어도 한 마리보다는 훨씬 가능성이 높아지겠지.”
“다크 윔 통제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브리가 자신 있는 얼굴로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