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남녀 62화
무료소설 이계남녀: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22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계남녀 62화
062 일인합력(一人合力)(1)
다음날 마법사들과 병사들이 줄지어 숲으로 들어가고 있었고 아이네스가 그들을 따라 숲으로 향하고 있었다.
쿠에에에에!
콰콰콰쾅!
음침한 야수의 소리가 들려오는 숲속은 이미 앞서서 들어간 기사들에게 잡혀서 산산조각 난 마물과 마수들의 시체가 보였다. 몇 명의 기사들과 병사들이 부상을 입었으나 마법사들과 신관들의 치료를 받고 안전하게 후방으로 후송된 상태였다.
아이네스는 그들을 따라 계속 숲으로 들어갔다. 숲의 넓은 지역에 거대한 진식을 몇 개 펼쳐둘 생각이었던 것이다.
동맹국에서 흘러오는 마기의 영향인지 거대한 나무들이 음산한 분위기를 내며 휘어져 있고 불을 붙인다 해도 나뭇잎들만 탈 뿐 나무 자체는 타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한참을 걸어온 아이네스는 케이브 후작이 가리키는 곳을 유심히 보았다.
군데군데 거대한 바위가 있어 진입하기 힘들지만, 그 사이로 보이는 덫들은 동맹군들이 파괴한 뒤였다.
“이렇게 덫을 놓아 적들의 진입을 막고 있지만, 적들도 조사를 하여 모두 파괴한 것입니다.”
한 기사의 설명에 아이네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주위를 다시 한번 돌아보았을 때 아이네스의 가장 든든한 우군의 목소리가 들렸다.
- 아이네스 소저?
- 아, 무혼 경! 마침 잘 왔어요. 무혼 경이 좀 도와주셨으면 해요.
- 제가 어떠한 도움을 드리면 되겠습니까?
- 여기에 진식을 설치하고자 해요.
- 진식 말입니까?
- 예, 이곳을 아무도 통과하지 못하도록 만들려고요.
무혼은 아이네스의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거대한 환상망각진(幻像亡却陣)을 몇 개 펼친다면 아무도 이 숲을 통과하지 못하도록 만들 수 있었다.
- 환상망각진을 펼치기 좋겠습니다.
- 많은 환상으로 아무것도 구분할 수 없도록 만드는 진식 말이죠?
- 그렇습니다.
그동안 무혼과 많은 지식을 주고받으면서 진식에 대해서 이론적인 부분을 상당히 이해하고 있는 아이네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네스는 주위를 천천히 돌아보면서 진식에 필요한 구조를 정리하는데 앞쪽에서 큰 소동이 일어났다.
사람들의 비명 소리와 경악에 찬 소리가 들려오자 모두들 그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고 전투마법사들과 기사들이 그곳으로 달려갔다.
“무슨 일이냐?”
케이브 후작의 외침에 한 기사가 달려와 보고를 했다.
“거대 마수 스콜비크가 나타났습니다.”
“뭣이?”
케이브 후작과 에란 후작 그리고 주위의 다른 사람들도 얼굴이 창백해졌다.
옆에서 같이 들었던 아이네스도 긴장을 하였다.
스콜비크는 거대한 전갈 모습에 어느 정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는 마계에서만 산다는 고위 마수였다.
그러나 꼬리에는 3개의 독침이 있었고 거대하고 날카로운 집게발은 갑옷을 입은 기사도 순식간에 잘라낼 정도다.
게다가 온몸을 감싸고 있는 껍질은 기사들의 갑옷보다 단단하여 소드익스퍼트 급의 기사가 집채만 한 스콜비크의 등에 올라 검으로 내려친다고 해도 통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럴 리가 없다. 동맹군들도 길들일 수 없는 마수다. 그리고 마계에서만 산다는 그 마수가 이 숲에 있을 이유가 없지 않나?”
케이브 후작의 말대로였다. 동맹군이 스콜비크를 길들일 수 있었다면 이미 그 마수에 의해 많은 연합군의 성이 무너졌을 것이다.
마수가 나타났다고 보고가 된 곳을 노려보는 후작을 보며 기사는 다시 입을 열었다.
“마수가 갑자기 땅속에서 고개를 들고 모습을 드러내었습니다. 그리고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습니다. 지금 많은 기사들과 병사들이 앞길을 막고 있지만 다른 분들께서는 빨리 피하시도록 하라는 3전 대장님의 전갈이셨습니다.”
- 스콜비크가 위험한 것입니까?
- 마계의 마족들도 조심한다고 알려진 마수예요. 동맹군도 그것을 길들일 방법도 사로잡을 방법도 없어서 보이는 즉시 전력을 다해서 없애는 마수라고 들었어요.
무혼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 아이네스의 세계는 중원과 다르게 신계와 직접 이어져 있었다고도 했으니 다른 세계의 마물들이 넘어오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후작의 명령으로 모두들 다시 성으로 발걸음을 돌렸을 때 작은 언덕 뒤에서 스콜비크가 튀어 오르듯 나타나는 것을 보였다.
스콜비크를 소개한 책에 그려진 그림과 똑같은 모양의 마수였다. 그리고 책으로 알 수 없는 것을 아이네스는 느낄 수 있었다.
‘광폭한 살기.’
갑자기 숨이 막히는 듯하였으나 이제 떨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으며 마수를 보았다.
마수의 전신에서는 검붉은 마기가 마수의 전신에 흐르고 있었고 6개의 눈은 번득이며 주위를 보고 있었다.
그 눈동자들은 주위의 공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엇인가를 찾는 듯하더니 곧 아이네스 공주에게 눈길을 돌렸다.
아이네스는 느낄 수 있었다. 그 마수가 노리는 것은 바로 자신이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아이네스의 감각은 그렇게 알려주고 있다.
- 소저를 노리고 있습니다.
마음으로 전해지는 무혼의 목소리에는 흥분한 느낌이 있었다. 단순히 자신과 무혼이 이어져 있기에 무혼이 피해를 입을까 걱정하여 애써 자신에게 신경을 써주는 것일까?
아이네스는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무혼의 마음에는 따스한 무엇인가가 전해지고 있었고 무혼이 아이네스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다는 것도 안다.
- 겁내지 않을 거예요. 무혼 경, 도와주실 거죠?
- 물론입니다, 아이네스 소저.
결의에 찬 듯한 무혼의 목소리에 아이네스는 마음이 든든해졌다.
예전이라면 저 마수가 그녀를 노려보았을 때 다시 공포에 휩싸였을 것이다. 지금도 무혼이 없었다면 자신의 마음이 어찌 되었을지 모를 일이다.
‘지지 않아. 이길 수 있어.’
어디선가 많이 들었던 말을 속으로 되새기던 아이네스는 그 말을 어디서 들었는지 기억이 났다.
어린 시절 빈약한 내공을 지녔던 무혼이 강한 상대를 눈앞에 두고서 항상 외치던 말이었고 최근에도 도제라는 자를 상대로 외치던 말이었다.
마수를 눈앞에 두고서도 아이네스는 웃음이 나왔다. 어느새인가 자신이 무혼을 닮아간다고 느꼈던 것이다.
그녀가 속으로 주문을 외우며 한 걸음 앞으로 나서자 주위에서는 놀란 눈으로 아이네스를 본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저 마수는 지금 저를 노리고 있어요.”
사실 아이네스가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었다. 주위를 훑어보던 마수의 눈동자가 아이네스에게 향하더니 그대로 고정된 것이다.
다만 아이네스가 두려워하거나 마음의 상처를 입을까 걱정하여 아무도 입 밖에 꺼내지 않았지만, 그녀가 스스로 한 걸음을 내디디며 전의를 불태우자 케이브 후작과 에란 후작이 그녀를 말렸다.
“공주님께서 굳이 상대할 필요는 없사옵니다. 성으로 돌아가시는 것이 좋을 듯하옵니다.”
“아니에요, 저 마수는 성벽을 무너뜨리거나 타고 오를 수 있다고 들었어요. 제가 성안으로 피하게 된다면 방어 마법진이 완성되지 않은 성으론 저 마수를 막을 방법이 없어요. 그렇게 된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칠지 모를 일이에요. 게다가 성까지 가는 동안에도 제 뒤를 막아주기 위해서 많은 기사들과 병사들이 목숨을 잃게 돼요.”
아이네스의 말은 옳다는 것을 케이브 후작과 에란 후작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네스 공주의 신변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것은 어떤 이유에서라도 용납을 받을 수가 없었다.
“싸울 테니 저를 도와주세요.”
케이브 후작과 에란 후작은 아이네스 공주의 눈을 보았다. 굳은 의지의 눈과 결의에 찬 얼굴을 보며 케이브 후작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후작의 머릿속에는 젊은 날, 옆에서 수행했던 용맹한 라에뮤 3세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것이 왕가의 피인가? 대체 무슨 일이 있으셨기에…….’
궁 안에서 편안하게 살아온 공주나 귀족 영애로서는 가질 수 없는 전장의 기사들과 같은 눈빛이다. 그리고 그 눈빛을 하고 있는 자의 의지를 꺾을 수 없다는 것도 안다.
에란 후작도 작게 고개를 흔들었다. 이미 저 눈은 두려움에 떠는 여인의 눈빛이 아니었다.
“공주님 부디 조심하셔야 합니다.”
“비록 마나는 부족하나 저 역시 6클래스의 마법사입니다. 여러분들께서 도와주신다면 저 마수를 처치할 수 있어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두 후작은 주위의 기사들과 병사들을 배치하고 그 뒤로 마법사들을 배치하여 마수를 공격할 태세를 갖추었다.
- 무혼 경, 부탁해요.
- 맡겨주십시오.
이미 마음이 잘 통한 동료가 된 두 사람은 서로 무엇을 해야 할지 잘 알고 있다.
마법 지팡이에 숨겨진 검을 뽑은 아이네스는 무혼이 내력을 끌어내자 붉은 기류를 흩날리기 시작했다.
“오오.”
그동안 말로만 들었던 공주의 붉은 기류는 최전선에서 동맹군과 싸우고 있는 그들의 눈으로 봐도 동맹군들이 뿜어내는 마기와 다른 기류였다.
한낮의 햇빛을 받은 붉은 기류는 신비로운 분위기도 연출하고 있었고 왼손에는 마법 지팡이를, 오른손에는 검을 들고 있는 아이네스의 모습은 적을 무찌르는 여신의 모습도 연상이 되었다.
“저런 분을 누가 마녀라고 부른 거야?”
“그러게? 어딜 봐서 동맹군의 그 마녀들과 같다는 것이지?”
“모레스 성의 많은 사람들을 위해 스스로 싸울 것을 결정하시다니, 내가 저분이라면 안전하게 도망가는 것을 택했을 것이야.”
뒤에서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는 기사들과 병사들의 대화는 감탄사가 가득했다. 그리고 그들을 더욱 감동시킨 것은 스스로 마수의 미끼가 될 것을 자청한 모습이었다.
아쉬울 것도 없을 고위 마법사인 공주가 기사들과 병사들 그리고 성의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스스로 위험에 몸을 노출 시킨 것이다.
“모두들 공주님의 신변에 신경을 써라. 기사의 명예를 생각하라.”
마수의 앞에서 당당하게 서 있는 공주의 모습을 보며 특히 기사들은 눈빛을 태우고 있었다.
아무리 강인하다고 하나 공주는 여린 숙녀. 그들도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마수에게 공주가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리가 없다.
그러나 저렇게 당당하게 대하고 있지 않은가. 기사들의 롱소드를 쥔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갔고 전의는 어느 때보다 높았다.
마수도 기세를 느꼈는지 공주를 노려보고 있지만, 섣불리 다가서지 않고 천천히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공주를 중심으로 마수를 포위하듯 둘러싼 진영에는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꿀꺽.
누군가의 목울대가 울리며 작은 소리를 내자 그 순간 마수는 공주를 향해 쏜살같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팡!
어느새 돌진을 하며 마수의 머리를 노린 공주의 검이 황급히 막아선 집게발을 강하게 치고 있었지만, 상처를 주지 못하고 튕겨 나왔고 마수는 포위된 진 가운데에서 멈추었다.
설마 공주가 공격하러 나갈 줄 몰랐던 케이브 후작은 재빨리 명령을 내렸다.
“공격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