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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남녀 59화

무료소설 이계남녀: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18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계남녀 59화

059 군단장 베트란(1)

 

 

 

 

 

계단 아래에 아이네스를 노리는 검은 갑옷의 사내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본 무혼은 계단을 천천히 걸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미라크네의 기사들과 동맹군의 기사들은 싸움을 멈추고 모두들 무혼의 발걸음을 따라 눈을 움직이며 서서히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뚜벅뚜벅.

 

어느새 미라크네 기사들과 동맹군이 대치하고 있는 공간의 가운데에 우뚝 선 무혼은 눈앞에 있는 동맹군의 기사들을 노려보고 호흡을 가다듬으며 검을 앞으로 내밀자 한 동맹군의 기사가 순식간에 그에게 날듯이 달려오며 검을 휘둘렀다.

 

‘또 다리를 노리는군.’

 

쉬이이익.

 

아이네스의 몸을 감싸고 있는 붉은 기류를 헤집고 롱소드가 파고들자 무혼은 이를 살짝 물고 다리를 옆으로 옮겨 피하며 몸을 돌렸다.

 

그러자 다른 동맹군의 기사가 검을 날리며 달려온다. 순간 두 가닥의 검기가 무혼을 노리고 밀려왔다.

 

무혼은 상체를 앞으로 숙이며 공중에서 회전을 한 뒤 한 발로 바닥에 착지하자 몸을 돌리며 처음 공격한 동맹군 기사의 목젖을 향해 검을 내밀었다.

 

무혼의 손에 있는 검은 무혼의 의지를 싣고 늑대의 이빨을 드러내며 적의 목을 꿰뚫고 지나갔다.

 

“끄르륵.”

 

비명이었겠지만 바람 빠지는 소리만 들려왔고 다른 동맹군의 롱소드가 잔상만 남기며 무혼의 등을 향해 쇄도해 왔다. 다리만 노린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무혼이 피하자 롱소드는 궤적을 틀어 목을 향해 다시 날아왔고 무혼은 검으로 원을 그리며 롱소드를 튕겨내고 발을 교차하며 몸을 숙인 후 기사를 지나치면서 그의 몸에 일검을 선사했다.

 

“끄아아악.”

 

허무한 듯 짧은 신음 소리를 내면서 몸이 튕기듯이 바닥으로 구른 기사의 검은 갑옷 사이로 피가 배어 나왔다.

 

짧은 순간에 동맹군의 소드익스퍼트 두 명을 쓰러뜨리자 동맹군의 기사들도 난감한 눈빛으로 의연하게 서 있는 무혼을 보고 있었다.

 

당황한 눈빛을 감추지 못한 것은 모레스 성의 기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조금 전까지도 적들의 공격에 어쩔 줄 몰라 하던 아이네스 공주가 갑자기 붉은 기류를 뿜어내어 온몸에 휘감고 놀라운 검술 솜씨로 적의 기세를 꺾으니 그들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공주의 공격에 2층에서 떨어진 동맹군 기사 말고도 눈앞의 격전에서 그녀가 휘두르는 검에 쓰러진 동맹군 기사가 두 명이나 되니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놀라운 검술 실력이다. 공주님은 언제 저런 고급의 검술을 몸에 지니고 계셨던 걸까?’

 

모레스 성의 기사들을 지휘하던 오버레논 남작은 그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만일 그가 공주의 적이었다고 해도 바닥에 쓰러진 적처럼 무참히 무너졌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지금 아이네스가 쥐고 있는 검에 엿보이는 것은 오버레논 남작의 것보다 훨씬 선명한 검기였다.

 

쾅!

 

잠시 고요해진 분위기를 깨고 남아 있던 문짝 하나가 튕겨나듯 부서지며 굉음을 내었다.

 

쿠쿠쿵.

 

튕겨난 문이 바닥에 떨어지며 먼지가 가라앉자 피칠이 된 검은 갑옷을 입은 기사가 모습을 드러냈고 그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앞으로 아이네스를 향해 걸어왔다.

 

뚜벅뚜벅.

 

“당신이 아이네스 공주인가?”

 

냉정한 눈빛과 잘 어울리는 삭막한 목소리에 들어나는 기세에 무혼은 아이네스의 몸에 있는 내력을 다시 점검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네스 공주를 드디어 만난 베트란이 주위를 둘러보니 그녀의 근처에 쓰러져 있는 두 명의 동맹군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그들의 상처로 미루어 보건대 쾌검에 당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다시 아이네스에게로 눈길을 돌려보니 그다지 지친 기색이 찾을 수 없었다.

 

“예상한 것보다도 검술 실력이 뛰어나군. 하지만 마인은 아닌 듯한데 당신의 몸에서 뿜어 나오는 붉은 기운의 정체는 뭐지?”

 

“기운?”

 

상대가 말하는 것이 냉혈공을 운용하면서 생기는 역혈마공의 마기일 것이다. 다만 무혼 자신도 극한지공인 냉혈공에서 붉은 마기가 나오는 이유를 모른다.

 

“그건 나도 모른다.”

 

“당신을 직접 보니 그동안 납치를 계속 실패한 이유를 알겠군.”

 

“납치범들과 관련이 있나?”

 

아이네스에게 지도를 받아 가이오스트의 공통어를 익힌 무혼은 베트란을 상대로 능숙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꼭 관련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군. 하지만 관련 없는 것도 아니니 편하게 생각하라. 그보다 난 당신의 실력이 궁금했었다. 그리고 당신의 강함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베트란은 그의 뒤에서 미라크네 기사들을 노려보고 있는 부하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명령을 수정한다. 공주를 죽여도 좋으니 모두들 전력을 다해 싸워라!”

 

“예!”

 

베트란의 명령에 검은 기사들은 다시 기세를 피워 올리자 두 사람의 대화를 보고 있던 미라크네의 기사들도 앞을 노려보며 기세를 모아가기 시작했다.

 

‘이런!’

 

무혼은 예상외로 흘러가는 주위의 상황이 난감해졌다. 전체적인 전력에서 밀리고 있기에 거센 검술로 기선을 제압하던 중이었다. 그리고 베트란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일 대 일로 싸워 난전을 피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했었다.

 

그러나 베트란은 그와의 승부를 포기하고 검은 기사들의 기세를 다시 불붙여 놓았다.

 

“나와 겨루어 볼 생각은 없나?”

 

“훗, 만일 지금이 전쟁터가 아니었다면 분명 승부를 내었겠지. 하지만 전쟁 중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적을 처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말을 마친 베트란은 마나를 검에 밀어 넣으며 유연한 곡선으로 검을 이끌어 무혼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검은색의 기운이 감도는 베트란의 롱소드의 움직임을 보며 무혼은 낭아무비의 초식으로 검을 질러갔다.

 

은은한 붉은색의 검기를 머금은 무혼의 검이 베트란의 롱소드와 충돌하면서 서로의 기운을 밀어내고자 넘실거린다.

 

기운이 부딪치며 만들어내는 기류에 주위의 먼지들이 공중으로 휘날리고 그들을 지켜보던 주위의 기사들도 각자 상대를 찾아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챙. 챙챙.

 

교차한 검의 사이에 드러난 차갑고 감정이 담겨 있지 않은 베트란의 눈을 보면서 무혼은 맞대어 있는 검을 미끄러뜨리고 풍귀혈영의 보법으로 급속히 몸을 돌렸다. 무혼의 동작에 맞춰 나선형의 궤적을 따라 혈랑검이 이끌려가니 베트란은 앞으로 튕기듯 달리며 온몸을 휘감으며 롱소드를 강하게 질러왔다.

 

쿠에에엥.

 

강한 금속의 거센 충돌음이 울려 퍼지고 전신에 밀려온 충격에 뒤로 몸을 날린 무혼은 등에서 짜르르 울리는 살기가 느꼈을 때 무혼은 몸을 돌리며 적의 검을 쳐냈다.

 

그러나 그의 목을 노리고 또 한 자루의 검이 바람 소리를 내며 다가오자 무혼은 자신 앞에 있는 기사를 피하며 옆의 기둥을 왼발로 박차고 몸을 띄웠다.

 

무혼을 놓친 기사는 고개를 들고 검의 궤적을 바꿔 아이네스의 심장을 향해 검을 내질렀다. 그러자 무혼이 다시 공중에서 몸을 한 번 더 틀며 검을 피하고 천근추로 급속히 내려섰다.

 

공격의 기회를 가진 무혼의 검이 기사의 목을 물어뜯듯이 달려들자 기사는 급히 뒤로 움직이며 롱소드를 들어 검을 막고자 했다. 그러자 무혼의 검이 궤적을 바꿔서 그의 하체를 쓸어간다.

 

다리가 잘릴 듯한 위험 속에서 검은 기사는 경악한 얼굴로 검을 아래로 내려 막고자 하였을 때 등이 후끈하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고 어느새 무혼이 그를 지나쳐 등을 길게 베었다는 것을 알았다.

 

“끄아아아아.”

 

잠시 쓰러진 기사를 본 무혼은 등 뒤에서 자신을 노리는 강렬한 기세를 느꼈다.

 

고개를 돌리니 피가 흐르고 있는 롱소드를 쥔 베트란이 반 장(3m) 정도를 날아올라 무혼을 향해 쇄도해 왔고 그것을 본 무혼도 무릎을 살짝 굽힌 후 혈난보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두 사람은 온 힘을 다해 검에 내력을 싣고 다시 한번 강하게 부딪쳤다.

 

쾌에에엥!

 

다시 퉁겨져 거리를 두고 착지한 두 사람은 땅에 내려서는 순간 검을 휘두르며 서로를 향해 빠르게 달렸다. 다시 검을 부딪친 두 사람은 서로를 노려보며 호흡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아이네스의 몸으로 거침없이 휘두르는 무혼의 검을 상대하고 있는 베트란은 사촌 동생인 베르노가 죽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힘은 나보다 부족하지만 검술 실력은 나를 앞지른다. 베르노가 전력을 다한다고 해도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 내 동생이 자만하다가 죽었다고 한 녀석들을 가만두지 않겠어.’

 

검을 맞대고 있는 무혼도 속으로 놀라고 있었다. 이미 1갑자가 넘는 아이네스의 내력을 가지고서도 힘으로 밀리는 것을 보니 가이오스트에서 검을 겨루었던 자들 중에 가장 강한 자를 만났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블랙 블러디를 상대했을 때가 기억이 나는군.’

 

다만 그때와 다른 점은 압도적으로 밀리지 않는 내력의 차이일 것이다.

 

무혼의 검이 기이한 각도로 휘어지며 베르노의 사혈을 노리고 파고들자 베르노의 롱소드가 사선을 그으며 무혼의 검을 튕겨내었다.

 

다시 호흡을 가다듬으며 틈을 노리는 무혼의 옆으로 또다시 두 자루의 롱소드가 날아들었다. 무혼의 검이 수평으로 그어지다 위아래로 궤적을 바꾸자 두 동맹군의 기사들은 몸을 돌리며 무혼의 검을 피해냈다.

 

‘세 사람.’

 

무혼은 혈향구회의 초식을 떠올렸다. 그러자 무한한 원으로 이루어진 검로가 무혼의 주위를 감싸 돌았고 무혼의 손에 쥐어진 검은 그 길을 따라 부드럽게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무혼의 검이 만든 붉은 궤적에서 태어난 검기는 9개의 반원으로 변하며 대기를 가르고 베트란과 검은 기사들의 목숨을 노리자 베트란의 눈은 크게 벌어졌다.

 

‘여러 개의 회전의 검기. 저런 것이 가능한 것인가? 이 여자는 어디서 배운 것이지?’

 

베트란이 검과 살아온 지 40년이 넘었지만 무혼이 보이는 검기를 이제껏 다른 곳에서는 본 적이 없었다.

 

베트란이 목을 노리는 검기를 걷어내자 다른 검기가 몸을 노리고 파고든다.

 

‘베르노가 이 여자에게 많은 신경을 쓴 것으로 아는데, 정보대에서 공주가 이러한 검술을 지녔다는 것도 알아내지 못한 것인가?’

 

아이네스를 둘러싼 세 명의 기사가 그녀를 노리며 필사적으로 검을 휘두르고 있을 때 베트란은 롱소드를 피하는 아이네스의 등 뒤에서 떠오르는 5개의 아이스 에로우를 보았다.

 

얼음의 화살들은 아이네스의 의지를 싣고 빠른 속도로 날아 그녀를 위협하는 3명의 기사와 주위에 있는 2명의 동맹군 기사의 심장을 노렸다.

 

파파팍!

 

퍽퍽!

 

얼음의 화살들은 기사들의 검에 부서졌지만, 아이스 에로우를 쳐낸 동맹군의 기사들은 목숨을 노리는 검과 마주쳐야 했다.

 

“크아아악!”

 

무혼의 검이 협공을 하던 한 동맹군 기사의 배를 가르고 지나가자 그것을 본 다른 동맹군의 기사는 몸을 틀어 검을 피했으나 오른쪽 가슴에 큰 상처를 입었다.

 

‘제길, 이건 생각 이상이라고 치부할 수준이 아니다. 대단한 검술 실력에 이 정도로 능숙한 마법 운용이라니! 이 여자가 마음만 먹었다면 정보대에서 마법사로 오인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군.’

 

쉬지 않고 롱소드를 휘두르며 아이네스를 노리던 베트란은 상황이 좋지 않음을 느꼈다.

 

일반적인 대결이라면 목숨을 걸고 제대로 싸워보고 싶은 상대이긴 하다.

 

그렇지만 군단의 지휘관인 그가 이 자리에서 죽는다면 지금 후퇴하는 것도, 그리고 그의 휘하의 장교들이 무리한 출정에 대한 처벌을 받는 것도 수습할 수 없게 된다.

 

‘어떻게 할까?’

 

전세는 우세하지만 이대로 싸웠다간 피해가 너무 커질 우려가 있다. 그때 건물의 부서진 정문으로 들어온 동맹군 기사가 베트란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11전대가 지금 도착하였습니다.”

 

롱소드로 무혼을 견제하며 보고하는 장교를 보며 베트란은 슬쩍 웃음을 지었다. 운이 베트란의 편이라 느꼈던 것이다.

 

“이곳으로 투입해서 모두 정리하라고 하라.”

 

“알겠습니다.”

 

장교가 뒤돌아 현관으로 발걸음을 향했을 때 무혼과 베트란은 같은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뭐지?”

 

‘이 기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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