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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남녀 50화

무료소설 이계남녀: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22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계남녀 50화

050 도제와 천기(1)

 

 

 

 

 

며칠 뒤, 산속의 길을 달리고 있던 귀접 9조는 그들의 앞을 막고 있는 한 중년인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뒤로는 두 명의 앳된 젊은이가 보인다. 이미 멀리서 그를 발견한 무혼은 말의 속도를 떨어뜨렸다.

 

“무슨 일인가?”

 

“대단한 고수입니다.”

 

“청년으로 보이는데……?”

 

무혼의 말에 고명우가 즉시 대답했지만, 그는 곧 입을 다물었다. 점점 강해지고 있는 기세가 앞에서 걸어오는 자의 몸에서 나오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빌어먹을, 저승사자가 따로 없구나. 저 뒤의 놈들도 만만치 않은 놈들이고.’

 

눈앞에 보이는 세 명 중 한 명이 이제껏 임무를 나와 만나본 적이 없는 극강의 고수인 것을 느끼자 강 조장은 속에서 욕을 내뱉었다.

 

“모두들 마음의 준비를 하기 바란다.”

 

강 조장의 말에 모두들 말에서 내려 앞으로 걸어 나왔다. 서로 20여 장의 거리까지 다가가자 중년인의 몸에서 쏟아져나오는 기세가 더욱 강렬해지는 것이 느껴진다.

 

“누굴까요?”

 

무혼의 물음에 강 조장은 신음을 하듯 대답했다.

 

“제길, 우리를 잡고자 정파의 이황칠제까지 움직일 줄은 몰랐군.”

 

“이황칠제라면 정파 화경의 고수들 말입니까?”

 

이원평의 말에 강 조장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을 때 도제의 허리에서 평범해 보이는 도가 뽑혀 나오자 부조장의 눈이 커졌다.

 

“풍아도, 그렇다면 강서의 최강자 도제 우수안!”

 

“허허, 나의 도를 알아보다니 마교의 외당 소속답구나.”

 

도제는 앞에 있는 자들을 가늠해 보았다. 그러나 그의 한 수를 막을 만한 자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도 잘 다듬어진 녀석들이로구나. 풍아도에 피를 묻힐 자격이 있군. 허허허!’

 

그의 여유로운 모습과 대조적으로 귀접 9조의 조원들은 표정이 굳어갔다. 자연스럽게 서 있는 모습에서조차 공격할 틈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황칠제, 정파의 화경의 고수들, 하지만… 태산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무혼은 의아해졌다. 화경의 고수라면 자신의 실력으로 쫓아갈 수 없는 절정의 고수가 아닌가? 그러나 눈앞의 도제는 막연히 생각하던 화경의 고수와 다른 느낌을 무혼에게 안겨주었다.

 

‘내 감각이 이상해진 것일까?’

 

그렇게 도제를 유심히 보고 있는 무혼의 옆에서 고명우가 강 조장에서 물었다.

 

“어떤 자입니까?”

 

“칠제의 한 사람이다. 60년 전 무림맹이 천마신교의 등을 칠 때 앞장선 자 중 한 명이지. 흑도라면 무조건 목을 쳐버리는 자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무림맹의 주구라도 용서가 없어. 그의 손에 목이 떨어진 흑도인들이 셀 수 없을 정도다. 그래서 다른 별호는 참마도라 하지.”

 

풍귀흑각이 신음을 하듯 내뱉자 도제는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신강의 구석에서 쥐새끼처럼 숨어 있을 일이지 왜 기어 나왔느냐. 오늘은 너희들의 목이 내 도를 적셔주겠구나. 아가들아! 내가 저들을 어찌 처리하는지 잘 보아라. 앞으로 너희들이 걸어갈 길이란다.”

 

도제의 말에 뒤에 멀리 떨어져 있는 그의 손자로 보이는 두 청년이 눈을 크게 뜨고 웃으며 대답했다.

 

“기대하겠습니다.”

 

손자들을 보며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은 도제는 귀접 9조가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줄기줄기 내력을 뽑아 올리며 강맹하게 달려들었다.

 

삽시간에 도제의 도가 모두를 노리고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어디로 피해도 도제의 거대해진 풍아도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으으으… 빌어먹을…….”

 

빠르지 않게 휘둘러지나 몸을 움직일 수 없자 풍아도가 다가오는 것을 보며 강 조장은 신음만 내뱉을 뿐이다.

 

도제의 풍아도를 보며 도를 쓰는 자로서 고명우도 이를 갈았다.

 

도제가 지금 보여주는 도의 흐름은 그가 목표로 한 경지에 도달했을 때 가능한 것이다. 무인으로서 미래에 완성할 무공을 미리 본다는 것은 행운이기도 했지만, 그는 지금 기분이 좋지 않았다.

 

풍아도의 궤적에서 상대에 대한 예의를 털끝만큼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상대에 대한 경멸, 도제의 풍아도에는 그러한 마음이 담겨 있다는 것을 고명우는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저 따위 심보를 가진 늙은이의 손에 생이 끝장나다니, 제기랄!”

 

무혼은 앞에서 밀려오는 기세를 흘려보낼 수 있는 방위로 한 걸음을 내디뎠고 자신의 오른손으로 혈랑검의 손잡이를 잡았다.

 

‘풍아도의 길이 보인다. 화룡지세보다는 강맹하나 못 막을 것은 없다.’

 

그리고 자신과 도제의 사이에 펼쳐진 검로를 똑똑히 보았다.

 

‘지지 않겠다!’

 

무혼은 달려 나가며 오른손을 앞으로 힘껏 내밀었다.

 

콰앙!

 

웅장하고 폭발적인 소리가 울려 퍼지며 도제의 풍아도와 무혼의 혈랑검이 격돌했다.

 

도제는 힘에 밀려 뒤로 미끄러져 간 무혼을 보며 의외라는 듯 보았지만, 눈빛을 바꾸며 다시 도를 휘둘렀다.

 

“풍아도에 감히 흑도의 더러운 검을 대다니 네놈은 특별히 조각조각 쪼개어 주겠다!”

 

노호성과 함께 모두를 감싸던 기세가 사라지며 도제의 모든 흐름이 무혼을 향해 흘러갔다.

 

그러나 무혼은 그 흐름을 타는 듯 거스르는 듯 움직이며 다시 한번 묵묵히 검을 찔러 갔다.

 

그러자 도제는 급히 자세를 바꾸며 그의 검을 튕겨내고 중얼거리며 다시 도를 날린다.

 

“이 더러운 마교놈이…….”

 

“상대에 대한 예의조차 없는 선배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도제의 풍아도를 피한 무혼은 지체하지 않고 연달아 검을 날렸다. 도제의 풍아도에 극강의 기운이 서려 있기에 무혼은 검을 부딪치기를 포기하고 자신의 눈에 보이는 약간의 틈을 노렸다.

 

‘이, 이놈이?’

 

도제의 눈에는 놀라운 빛이 서렸다. 화경의 고수가 아니라면 접근하기 힘든 틈을 노려오는 혈랑검. 무혼의 무공 실력을 다시 생각하게 된 것이다.

 

병장기가 부딪치는 소리 없이 순식간에 수십 합이 오고 갔고 무혼이 도제와 공방을 벌이는 의외의 모습을 멍하게 보던 강 조장은 입을 열었다.

 

“우리는 도제의 손자들을 친다.”

 

“예? 하지만 무혼 혼자 내버려둔다면?”

 

“자네는 저 속에 끼어들 자신이 있나?”

 

고명우는 무혼과 도제의 격돌을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나도 저 속에 끼어 무혼을 도와줄 실력이 되지 않는다. 실력의 차이가 많은 자가 끼어든다면 도제만 도와주는 꼴이 될 것이야.”

 

“그렇군요.”

 

고명우와 다른 조원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풍귀흑각은 말을 이었다.

 

“어차피 저들의 싸움에 끼어들 수도 없다. 그렇다고 무혼이 죽을 때까지 서서 기다리는 것도 할 수 없는 일.”

 

그리고 강 조장은 눈을 가늘게 뜨고 다시 확인하듯 도제의 손자들을 유심히 보았다.

 

“도제를 흔들어야 한다. 우리가 무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도제의 손자를 없애 그의 심기를 어지럽히는 일뿐이다. 하지만 도제의 손자들이라 만만치는 않을 것이다. 모두 목숨을 걸어라.”

 

“예!”

 

풍귀흑각의 말에 모두가 대답을 하며 달리기 시작했다. 무혼과의 공방에 정신을 쏟고 있던 도제는 슬며시 웃음을 지었다.

 

‘오너라. 네놈들이 분수도 모르고 싸움에 끼어든다면 오히려 내가 유리할 것이다.’

 

귀접 9조를 곁눈질하던 도제는 그들이 어디를 향해 달리고 있는지 곧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는 당황해 호통을 쳤다.

 

“이놈들, 무슨 짓이냐?”

 

그러나 도제의 말에 대답하는 자들은 아무도 없었다. 도제는 그들을 막기 위해 무혼의 검을 피하며 다른 자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이이익!”

 

도제의 풍아도가 방향을 바꿔 오호를 노리고 날아들기 시작했다. 그에게 다가오는 도제를 보면서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은 오호는 눈을 질끈 감았다.

 

‘내 인생이 이렇게 끝장나는구나.’

 

챙!

 

‘챙? 무슨 소리지? 내 머리가 그 정도로 단단하진 않은데?’

 

아직도 달리고 있는 오호는 눈을 뜨고 고개를 돌려 보았다. 그에게 날아오던 풍아도가 어느새 방향을 바꿔 도제의 등을 노리던 혈랑검을 막고 있었다.

 

“도망가는 겁니까? 도제라는 이름이 아깝습니다.”

 

물론 무혼도 도망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격장지계를 쓰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위험해질 판이니 무슨 말이라도 해야 했다.

 

“누가 너 따위에게 도망을 가겠느냐?”

 

“그렇다면 계속 겨루어봅시다.”

 

동료들이 무엇을 하려는지 알아챈 무혼은 도제를 절대로 보내줄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강한 자를 만나면 목숨을 내어놓는 것이 검을 든 자의 숙명이라면 담담히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내 목을 친 상대가 도제라면 굳이 부끄러울 것도 억울할 것도 없다. 좀 더 높은 경지에 오르지 못했음이 아쉬울 뿐.’

 

무혼의 몸에서 기세가 뿜어져 나오며 붉은 마기가 그의 몸을 감싸 돌면서 혈랑검에도 붉은 기운이 넘실거렸다. 혈랑검이 도제의 요혈을 노리자 풍아도로 튕겨내고 다시 공격을 하고 있는 도제도 눈을 파르르 떨었다.

 

‘잘 다듬어져 있고 제대로 볼 줄 안다. 손쉽게 이기긴 힘들어.’

 

무혼을 뿌리칠 수 없음을 알게 된 도제는 고개를 돌려 손자들에게 외쳤다.

 

“피해라.”

 

한마디를 던진 도제는 다시 그의 요혈을 노리고 질러오는 검을 튕겨냈다.

 

‘이런 낭패가… 고작 외당의 마교도 몇 명이라 가볍게 생각했거늘…….’

 

무혼을 보며 이를 갈던 도제도 온몸에 희뿌연 기운이 휘감으면서 강맹한 기세를 내기 시작했다. 눈앞의 애송이는 느긋하게 상대한다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처치하는 데 별문제가 있을 상대는 아니다.

 

하지만 그것은 다른 문제가 없을 때의 이야기다. 아무리 도제에게 사사한 손자들이라고 하나 살인 한 번 해본 적이 없는 무림의 초출들이다.

 

그들을 벌모세수와 영약으로 단련시켰지만, 마교의 역혈마공이 주는 특성상 지금 손자들을 쫓아가는 자들이 손자들과 맞먹는 실력을 지녔을 가능성이 컸다.

 

“네 이놈!”

 

노호성과 함께 그를 도제로 만들어준 풍룡분광도(風龍吩光刀)의 진수가 펼쳐졌다.

 

풍아도 주위에 몰려드는 기세는 용틀임을 하며 무혼의 귀를 멍하게 만들고 도제에게 끌려오는 공기의 흐름은 무혼의 움직임을 방해하고 있다.

 

그리고 아까와는 다른 수많은 풍아도의 모습은 흡사 쌍귀선의 진식에 갇힌 듯한 느낌마저 주고 있었다.

 

‘으으으, 이것은 뭐냐. 이 늙은이가…….’

 

폭풍 같은 흐름 속에서 더욱 붉은 기세를 끌어올려 혈랑검에 담고 자신의 감각에 걸려드는 풍아도를 밀어내며 버티고 있는 무혼에게 살며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 무슨 바람이죠? 그것도 무혼 경에게 집중되고 있는 듯한데요?

 

- 저자가 내뿜는 기세입니다.

 

- 저 아저씨 말인가요?

 

- 아이네스 소저, 껍데기만 그런 것입니다. 으으으, 소저의 나라에도 있지 않습니까? 마법사나 검사가 아주 높은 수준이 되면…….

 

- 아! 전설적인 마법사들이 다시 젊어진다고 하더군요. 저 사람도 그런 괴물인가요?

 

- 그렇습니다.

 

그때 보였다. 도제의 풍아도가 무혼의 미간을 향해 곧바로 달려오고 있었다. 무혼의 눈동자를 통해서 아이네스의 눈에도 곧 머리를 둘로 쪼갤 듯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블링크!”

 

아이네스의 비명이 섞인 시동어가 무혼의 입에서 울렸고 무혼의 몸은 사라졌다.

 

콰아아아앙!

 

피어오른 먼지가 도제의 기세에 밀려나고 무혼이 있던 바닥은 거대한 흉기에 찔린 듯 길고 깊숙이 패여 땅을 둘로 나누고 있다. 극성의 절초가 성공했음에도 도제는 잠시 멍한 눈으로 앞을 보았다.

 

‘이형환위(移形換位)? 아니야. 그랬다면 내가 못 봤을 리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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