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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남녀 41화

무료소설 이계남녀: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16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계남녀 41화

041 강호 초출(3)

 

 

 

 

 

“거리에는 철겸방 놈들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겠지?”

 

“그렇습니다.”

 

강 조장이 인시에 모인 조원들에게 물었고 무혼의 옆에 있던 부조장이 대답을 했다. 모두가 잠이 들었을 시간에 행한 살행을 철겸방에서는 아직 모르고 있는 듯했다.

 

“무사태평한 놈들이군. 20년 동안이나 계속된 거침없는 생활에 기본적인 경계심도 잊어버린 것인가? 그래, 살행에 대한 거부감은 없느냐?”

 

“극복했습니다.”

 

뒤를 보며 묻자 무혼과 이원풍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했다.

 

“몸에 거부감이 있다면 지금 말하라. 오늘의 살행에서 빼주겠다. 철겸방이 아무리 쓰레기들의 모임이라고 하나 그 속에서 망설이면 목숨이 위험해진다.”

 

그러나 두 사람이 침착한 눈빛으로 강 조장을 보자 고개를 끄덕인 그는 눈길을 돌려 고명우를 보았다.

 

“오랜만에 하는 두 번째 살행이 할 만하더냐?”

 

“문제는 없었습니다.”

 

“좋아. 그럼 부조장이 육호, 칠호와 함께 외당을 친다. 팔호, 구호, 십호는 부조장을 따라가 같이 임무를 수행하라. 삼호, 사호, 오호는 나와 같이 내당을 친다. 지금 남아 있는 철겸방의 무사들은 모두 200여 명 정도다. 그리고 철겸방의 외당에는 140여 명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하지만 그중에서 제대로 된 실력자를 만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철겸방의 누구도 도망가지 못하도록 철저히 부숴버려라.”

 

 

 

 

 

풍귀흑각의 말이 끝나고 반 시진이 지난 후 평요를 호령하던 철겸방이 불속에 잠겼고 사람들의 아우성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여러 군데서 동시에 일어난 불이 창을 밝히자 세 군데의 숙소에서 나누어 자고 있던 철겸방의 외당 무사들은 잠에서 덜 깬 얼굴로 밖으로 뛰어나왔지만, 문밖에서 기다리는 것은 그들을 영원한 안식으로 인도할 번득이는 병장기였다.

 

“으아악!”

 

뒤에서 나오던 자들은 비명 소리에 자신의 병장기를 찾아들고 나와 반격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현재 마교의 외당 무사들은 젊은 마교인이라면 누구나 원하기에 높은 경쟁률을 뚫기 위해 오랜 기간 혹독한 수련을 한 자들이다. 그런 자들 중에서 무공 실력을 기준으로 다시 엄선된 작전조 무사들의 실력과 작은 마을에서 편안하고 유유자적한 생활을 즐기던 철겸방 무사들의 실력은 비교할 만한 것이 아니었기에 그들의 반격은 무기력한 반항에 가까웠다.

 

철겸방 동편에 자리 잡은 숙소에 있던 수십 명의 철겸방의 외당 무사들은 2명의 습격자에게 쫓겨 달리다 앞쪽에서 오고 있는 다른 숙소의 외당 무사들을 만나게 되었다.

 

“도와줘! 고수들이 습격을 해왔어.”

 

“뭐? 우리 뒤에도 고수들이 쫓아오고 있는데?”

 

“뭐라고?”

 

그들로서는 상대가 되지 않는 고수들에게 쫓긴 사령방의 외당 무사들은 세 번째 숙소 앞에 모였다.

 

[남은 자들은 없나?]

 

철겸방의 모든 외당 무사들이 모이자 나무 위에서 그들을 내려보던 부조장이 전음을 보냈다.

 

[예, 몰아오면서 확인을 했습니다.]

 

[저도 확인을 했습니다.]

 

육호와 칠호의 대답을 듣자 부조장은 고개를 끄덕인 후 검을 휘두르며 지시를 내렸다.

 

[한 놈도 놓치지 마라.]

 

 

 

 

 

“네놈들은 대체 누구냐?”

 

귀접 9조가 주위를 포위하자 철겸방의 외당 무사들이 모인 곳에서 한 중년인이 나와 호기롭게 외쳤다.

 

“누군데 감히 철겸방을 향해 검을 뽑은 것이냐?”

 

“외당 당주님이시다.”

 

“너희들은 이제 죽었다.”

 

뒤에서 소리치는 자들을 보며 중년인은 혀를 찼으나 다시 몸을 돌려 귀접 9조의 사람들을 노려보고 있다.

 

그를 보며 눈에 이채를 발한 무혼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고, 그는 팔뚝 길이의 자루를 가진 두 개의 겸을 양손에 휘두르며 무혼을 노려보았다.

 

[조심해라. 좋은 실력을 지닌 자였다.]

 

고명우의 전음에 고개를 끄덕인 무혼은 중년인을 신중하게 보며 천천히 다가가기 시작했다.

 

슈앙!

 

상대의 왼손에서 날아오는 한 자루의 겸을 혈랑검으로 튕기며 무혼은 상대에게 빠르게 다가섰고 상대는 몸을 돌리며 남은 겸을 휘두른다.

 

쒸잉!

 

뒤에서 들려오는 겸의 소리를 듣고 몸을 돌려 두 개의 겸을 피한 무혼은 오른팔을 들어 검을 질러갔고 되돌아온 겸을 받은 당주는 두 개의 겸을 교차하며 무혼의 검을 막았다.

 

검로를 변화시키며 다시 아래에서 위로 올라오는 무혼의 검은 두 개의 겸 사이를 지나 상대의 얼굴을 노렸고 그는 몸을 날리며 얼굴을 기울여 피한다.

 

그리고 뒤로 물러선 철겸방의 외당 당주는 침중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혈랑검법. 정사대전 때 공야세가가 무너지면서 실전된 것으로 알았는데… 우리 철겸방과 무슨 원한이 있기에 온 것이오?”

 

“개인적인 원한은 없습니다. 철겸방이 잘못된 길을 걸어 검을 들었을 뿐.”

 

그 말에 더욱 침울한 얼굴이 된 외당 당주는 주위를 둘러싼 귀접 9조의 사람들을 둘러보고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하더니 천천히 말을 했다.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것이라 생각했소. 그러나 난 철겸방의 외당 당주. 손님들에게 한 수 배우도록 하겠소이다.”

 

말을 마친 당주는 두 개의 겸을 교차시키고 무혼에게 쇄도해 왔다. 왠지 서글퍼 보이는 그의 모습에 무혼은 살짝 입술을 깨물며 그와 스치며 일검을 선사하고 지나갔다.

 

그리고 무혼은 자신의 귀에 들릴락 말락 한 크기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오늘……. 천마신교의 손에 철겸방이 멸문하는 것이오?”

 

“그렇습니다.”

 

“바꾸고자 노력을 했건만 안타깝소.”

 

그 말을 끝으로 외당의 당주는 피를 뿜으며 바닥에 몸을 떨어뜨렸다.

 

“부디 다음 생에서는 떳떳한 길을 걸으시는 문파의 무사가 되시기를…….”

 

무혼은 검을 거꾸로 잡으며 당주에게 포권을 취한 뒤 뒤돌아섰다.

 

“또, 나설 자 있습니까?”

 

 

 

 

 

“네놈들은 편히 죽지 못할 것이다!”

 

써겅.

 

툭. 데구르르.

 

무혼이 자신을 보며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있는 자를 향해 일검을 날리자 그자의 낫은 무혼의 검을 막지 못했고 그의 목이 땅으로 떨어지며 굴러갔다.

 

검은 무복과 얼굴을 가린 검은 천이 검붉은 색으로 바뀔 정도로 베고 있었지만 무혼의 일검을 피한 자는 외당 당주와 기개가 엿보이던 무사 한 사람뿐이었다.

 

그들은 나름대로 철겸의 진수를 따르기 시작한 자들이었다. 하지만 이후로 초식을 나눌 만한 적수를 만나지 못했다.

 

“여긴 조무래기들만 모인 곳인가? 무공을 익혔다는 놈들이 뭐가 이래?”

 

무혼의 옆에서 끊임없이 도를 돌리며 도망 다니는 철겸방의 무사들을 베어가던 고명우는 그의 주위가 한산해지자 조용한 목소리로 불평을 토해냈다. 그 말에 무혼도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 명의 목을 베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이런 실력으로 잘도 행패를 부리고 다녔군요.”

 

남아 있는 자들은 투지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고수들을 만나자 떨면서 그저 살기 위해 자신의 손에 있는 낫을 휘두르고 있을 뿐 이 지역을 장악한 문파의 무사들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물론 보통 사람들의 눈에는 철겸방의 낫이 공포의 상징일 것이다. 오히려 삼류의 무인이 무공을 익히지 않은 자들에게는 더욱 공포스럽게 보일 테니까.

 

하지만 혹독한 수련 속에서 살아온 마교의 정예들에게는 철겸방의 무사들이 낫을 든 농부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무림맹에 붙은 주구의 문파에는 이런 놈들이 대부분이다. 기세등등하게 돌아다닐 수 있으니 제대로 수련을 하는 놈들이 없지. 이놈들이 제대로 된 무공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면 총단에서 작전조 하나만 보냈겠나?”

 

옆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고명우와 무혼은 고개를 돌리니 앞을 주시하고 있는 부조장이 보였다.

 

“하지만 이런 쓰레기들이라도 몰살시키는 것은 수월하지 않아. 도망가는 놈들이 없도록 신경을 써서 다 베어버리고 벤 자는 죽었는지 꼭 확인해라. 그래야 마을 사람들이 편해진다.”

 

그의 말에 고명우와 무혼은 고개를 끄덕이고 검은 낫을 들고 몰려 있는 철겸방의 사람들을 향해 조금씩 다가갔다.

 

이미 6명의 조원들에게 죽어 널브러진 자들이 바닥을 메우다시피 하였고 살아 있는 자들은 모여 있었으나 귀접 9조의 무사들이 사방을 포위한 채 다가오자 얼굴이 시꺼멓게 죽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한 명이 전체의 마음을 대변해 주고 있다.

 

“혀, 혈귀들. 내당의 무사들은 왜 도와주러 나오지 않는 거야?”

 

그때 그들의 뒤쪽 건물 지붕에 강 조장이 나타났다. 그리고 강 조장의 뒤로 같이 간 3명의 조원들이 보였다.

 

3명의 조원들 손에는 한 자루의 거대한 검은색의 낫과 한 사람의 목이 들려 있었다.

 

“남은 놈들은 이것들뿐이냐?”

 

“그렇습니다.”

 

부조장의 대답을 들은 강 조장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옆의 조원이 가지고 있던 목을 잡아채어 철겸방 무사들 가운데로 던졌다.

 

“으악! 방주님의 목이다!”

 

“뭐? 그럼 내당의 무사들이 모두 죽었다는 소리야?”

 

“으으… 이럴 수가 없어.”

 

철겸방의 무사들을 바라보던 강 조장이 살기 가득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너희들에게 생의 마지막 선물로 네놈들의 방주와 함께 장렬한 최후를 맞이할 수 있는 영광된 기회를 주겠다. 한 놈도 살려두지 마라!”

 

그리고는 그가 먼저 철겸방의 무사들이 모인 곳으로 몸을 날리니 조원들도 함께 적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살아남고자 무수한 낫들이 휘둘러졌으나 철겸방의 무사들은 아무도 살아남지 못했다.

 

 

 

 

 

해가 떠오를 무렵 철겸방을 삼킬 듯 타오르던 불은 이미 꺼졌으나 검게 타버린 건물들의 잔해와 간간이 피어오르는 연기들이 어젯밤의 참사를 증명해 주고 있었다.

 

“이제 이 마을도 살기가 나아지겠군.”

 

평요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던 언덕 위에서 철겸방이 있는 곳을 보던 강 조장이 거칠게 말을 내뱉고는 말 머리를 돌려 힘껏 달려갔다.

 

“강 조장님의 기분이 나쁘신 것 같습니다.”

 

작전이 예정대로 잘 되었음에도 기분이 좋지 않은 듯하자 영문을 알 수 없는 무혼이 부조장에게 물었고 고명우와 이원풍도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초출의 세 사람에게서 동시에 시선을 받자 부조장도 얼굴을 찡그리며 입을 열었다.

 

“내당에는 여자들과 아이들. 그리고 무공이 없는 자들도 많이 있었을 거네. 그들을 죽인다는 것은 몇 번의 경험이 있지만, 여전히 적응이 되지 않지.”

 

“어째서 그들을?”

 

“혈겸방의 혈육을 살려둔다면 그들은 우리에게 다시 검을 겨누기 위해 마을 사람들을 더욱 핍박을 했을 것이네.”

 

“그러나 하인들은…….”

 

“어두운 밤에 습격을 하는데 진짜 하인인지 하인처럼 꾸민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워. 결국, 방법은 아무도 살려두지 않는 것이야.”

 

말 머리를 돌려 조장을 따라가기 시작한 부조장의 뒷모습을 보며 무혼은 얼굴을 굳히고 입을 다물었다. 옆에 고명우가 다가오며 나직이 물어본다.

 

“공야 아우, 자네는 아이들이나 무공을 익히지 않은 자들을 벨 수 있겠어?”

 

잠시 하늘을 쳐다본 무혼은 곧 자신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제길, 나는 외당에 오면 무림맹의 놈들하고만 싸우게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원풍이 거칠게 말을 내뱉고 그가 타고 있는 말의 머리를 돌려가자 그 모습을 보던 고명우가 씨익 웃으며 말을 한다.

 

“나도 자신 있다는 말을 못 하겠는데…….”

 

웃고 있는 얼굴이지만 착잡해 보이는 그의 눈빛에 무혼도 얼굴을 한 번 찡그려 보이고는 다른 사람들의 뒤를 쫓아 말을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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