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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남녀 39화

무료소설 이계남녀: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16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계남녀 39화

039 강호 초출(1)

 

 

 

 

 

늦은 봄이 되어 간간이 더운 느낌이 들 무렵, 무혼은 청천귀접단의 첫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자신의 짐을 바삐 챙기고 있었다.

 

무혼은 반 단주에게서 검집을 받은 지 며칠 지난 후 청천귀접단으로 옮겨갔다. 자신을 비롯해 옮긴 사람은 20여 명. 보통 때보다 많은 편이라고 했다.

 

“중원은 총단이 아니다. 우리는 최전방에서 싸우는 전사들이다. 그것을 잊지 마라. 한순간의 실수로 자신과 자신의 동료들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라.”

 

“예!”

 

10명으로 구성된 청천귀접단의 작전조인 귀접 9조는 반 단주의 당부에 대답을 하고서 총단의 문을 나섰다.

 

‘드디어 중원이다.’

 

20여 년 동안 말로만 들었던 중원으로 향하는 무혼은 가슴이 설레었다. 사람들의 얼굴이 다른 만큼이나 다채롭다는 중원의 풍경에 대해서는 귀접연무관에서 충분히 설명을 들었다.

 

하지만 풍경의 진면목이 어떨지 자신의 눈에는 어떻게 보일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우리의 임무는 무엇입니까?”

 

“첫 번째 임무는 산서에 있는 평요(平遙)의 철겸방(鐵鎌幇)을 멸문시키는 것이다. 철겸방의 처리가 완료되면 그다음 목표를 알려주겠다. 우선 섬서의 서안(西安)에 도착하면 요령에 있는 상화표국(祥華鏢局)의 표사 복장으로 갈아입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평요로 향한다.”

 

두 가지의 표사 옷과 몇 개의 옷을 행낭에 넣어둔 귀접 9조의 조원들은 조장인 풍귀흑각(風鬼黑脚) 강일중를 선두로 말을 타고 섬서로 달리기 시작했다.

 

작전 지역이 먼 흑천과 마천의 작전조들은 청천보다 먼저 출발했다. 그들과 정해 둔 다섯 달의 일정이 맞지 않으면 모두가 무림맹에 쫓기는 위험을 안게 될 것이다.

 

 

 

 

 

- 와아, 이런 풍경은 처음 봐요. 여긴 어디인가요?

 

고원의 경계선을 달리는 무혼은 감탄사가 섞인 아이네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 제가 있던 신강의 옆입니다. 고원지대가 많기로 유명한 감숙이라 불리는 곳이죠.

 

- 저 끝에는 노란 안개도 있어요.

 

- 모래바람입니다. 저 방향으로 간다면 보이는 모든 곳이 모래로 덮인 곳이 있고 그곳에서 모든 것을 모래로 만든 마을도 만날 수 있다 하였습니다.

 

- 모래로요? 와, 보고 싶어라. 그런데 너무 빨리 달리는 것이 아닌가요?

 

- 지금 예정된 시간이 급하여 최대한 빠르게 달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자 아이네스가 삐죽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 무혼 경, 중원의 풍경을 보여준다고 약속하지 않았나요? 이렇게 달리면서 보는 건 보는 것이 아니라고요.

 

-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여유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번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자주 나올 터이니 기다리시면 계속 볼 수 있을 것입니다.

 

- 흐음, 할 수 없죠. 그래도 이렇게 색다른 풍경이라니 제 마음이 즐거워지네요.

 

말을 달리는 동안 무혼은 간혹 아이네스의 흥겨워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렇게 5천 리가 넘는 길을 25일 만에 달린 10명의 청천마접단의 무사들은 감숙의 끝을 지나 섬서성으로 들어섰다.

 

“후우, 다른 세상을 보는 듯합니다. 옆에 붙어 있는데도 감숙과 섬서는 아주 다르군요.”

 

이번이 강호초출인 세 사람 중 한 명인 이원풍이 경계를 넘자 확 달라지는 풍경을 보며 말한 소감이었다.

 

나머지 두 사람인 마천태풍도 고명우과 무혼도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일중 조장은 웃으면서 대답을 해주었다.

 

“중원은 어디를 가나 풍경이 변한다. 5천 리의 길을 빠르게 이동을 했으니 그렇게 느끼는 것도 당연하다. 그리고 쉬지 않고 달려오느라 수고했다. 이제 시간에 여유가 있으니 옷을 갈아입고 휴식을 취한 뒤 계획대로 가면 될 것이다. 그리고 섬서는 화산파와 종남파의 놈들이 활개치고 다니는 곳이다. 특히 서안에서 종남파가 가깝기 때문에 조심하는 것이 좋다. 괜한 시비에 휘말리지 않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세 사람의 대답을 들은 강 조장은 웃음을 띤 채 고개를 끄덕이고서 다시 말을 몰아갔다. 청천의 기대주들이 될 것이라며 이들의 안전을 챙겨주고 안목을 넓혀줄 것을 부탁한 단주의 얼굴이 떠올랐던 것이다.

 

단의 기대주들을 맡게 된다는 것은 큰 신임을 받는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기에 그의 기분은 더욱 좋았다.

 

잘 정비된 길을 따라 섬서의 중심지인 서안에 다가가는 동안 일행들은 많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웅장한 절이군요. 몇 층이나 되는 것일까요?”

 

“저것이 당나라 황실의 사찰이었던 법문사의 13층 전탑이다. 이 근처 어디에서나 보이는 높은 탑이지. 이정표로 사용하기 좋으니 잘 기억해 두도록 해라.”

 

그러자 고명우가 입을 열었다.

 

“법문사의 13층 전탑이라면 부처님의 사리가 모셔져 있다는 그 탑입니까?”

 

“오호, 잘 아는군. 지금 우리가 달리고 있는 이 길이 사주지로(絲綢之路 : 실크로드)다. 그리고 서안은 서역의 사주지로와 이어진 도시라 그 길을 오고 가는 많은 서역인들이 살고 있지.”

 

무혼은 서역인들이 살고 있다고 하자 귀가 솔깃했다. 아이네스의 말로는 가이오스트 대륙의 동쪽에는 중원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동서를 오가는 서역의 상인들에게 물어보면 가이오스트 대륙과 미라크네 왕국에 대해서 들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운이 좋으면 미라크네 왕국이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 자세히 설명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안다고 해도 갈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해가 서산에 걸리기 시작할 때 서안의 성문을 통과했다. 서안성 안에서 강 조장의 말처럼 서역인들이 거리를 돌아다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와, 서역인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군요?”

 

“이곳에 청진 대사(청진사 : 이슬람 사원)가 있지. 그곳을 중심으로 서역인들이 모여 살고 있는 거리도 따로 존재한다.”

 

고명우와 강 조장의 이야기를 들으며 무혼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이 본 서역인들과 모습이 상당히 차이가 났던 것이다.

 

‘그들은 머리색도 다른 색이었는데? 조금 더 희고…….’

 

풍귀흑각은 원래 말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기대주들인 세 사람을 위해 자세한 설명을 해주고 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길을 가던 일행들은 한 객잔 앞에서 멈추었다.

 

‘상덕일루(尙德一樓).’

 

“어서 오십시오!”

 

고급이라 말하기는 힘들지만 거대하고 넓은 대지에 굳건히 서 있는 2층 목재 건물이었다. 널찍한 출입구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앉아 술과 요기를 하고 있는 것이 보였지만 넓은 1층에는 아직도 비어 있는 자리가 넉넉히 있었다.

 

눈앞의 점소이는 무혼 일행의 복장을 살펴보더니 얼굴에 웃음을 가득 담으며 입을 열었다.

 

“상화표국의 표사님들이시군요. 오늘 좋은 오리들이 들어왔고 통통하고 먹음직스러운 멧돼지도 여러 마리가 들어왔습니다.”

 

무혼 일행이 객잔을 들어서자 인사를 했던 점소이가 재빠르게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가 모두 들어갈 수 있는 방이 있는가?”

 

“물론입니다. 우리는 중원의 많은 표국과 사주지로를 오고 가는 상인들이 몰려오는 곳이라 언제나 넓고 깨끗한 방이 준비되어 있습죠.”

 

점소이는 앞장서서 무혼의 일행을 인도하기 시작했다. 그를 따라 들어간 곳은 10여 명이 편하게 지낼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넓었다.

 

다만 침상의 옆면에 누워 있는 사람을 그린 그림이 침상마다 그려져 있는 것이 특이했다.

 

“침상 옆에 있는 그림을 처음 보나?”

 

“예, 이걸 왜 그려둔 거죠? 침상의 문양도 아닐 테고.”

 

“발 냄새 때문이라네. 이 방을 이용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먼 거리를 이동하는 상인들이지. 그런데 머리 위에 다른 자의 발이 있으면 잠을 잘 수 있겠나? 하하하!”

 

“흐흐흐흐.”

 

“하하하!”

 

옆에 있던 삼호의 말에 순식간에 모두 웃었다. 같이 웃던 강 조장이 세 사람을 향해서 입을 열었다.

 

“여기가 청천에서 지나갈 때 자주 묵는 곳이다. 장사하는 자들이 많이 모여드는 곳으로 비교적 안전하며 이곳에서 출발한다면 의심을 받지 않는다. 물론 항상 이곳을 이용한다면 좀 곤란하겠지만 가끔은 이용하면 편하다.”

 

그러더니 잠시 곰곰이 생각하는 듯하더니 헛기침을 한 번 하고서 입을 열었다.

 

“흠흠! 이곳에서 조금 나가면 상덕로가 있다. 여자가 생각이 난다면 그곳으로 가도 좋을 것이나 이번에는 금한다. 임무를 마치고 돌아올 때 원하는 자는 내가 데려가 주마.”

 

그 말에 몇 명의 조원들이 킬킬거렸고 아직은 경험이 없는 초출의 세 사람은 괜히 얼굴을 붉혔다.

 

그 모습을 보던 풍귀흑각이 웃으며 계속 말을 이었다.

 

“강호의 많은 사내들이 으레 즐기는 곳이니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강 조장님, 한 가지만 물어보겠습니다.”

 

풍귀흑각이 고개를 끄덕이자 고명우는 슬쩍 얼굴을 긁으면서 궁금하던 것을 물었다.

 

“에… 그러니까, 그곳에 서역의 여자들도 있습니까?”

 

“크하하하하!”

 

“크크크크.”

 

고명우의 말에 뒤에 있던 조원들이 동시에 웃기 시작했고 무혼은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강 조장도 고명우의 넉살에 대해서는 이미 들었는지 웃더니 대답을 해주었다.

 

“사주지로를 왕래하는 상인들의 나라가 더 머나먼 서역의 나라들과 싸우면서 생긴 이상한 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노예들이 이곳까지 팔려 온 경우가 있다고 했다. 그러니 잘 찾아보도록. 후후, 이제 모두 표사의 옷으로 갈아입고 식사를 하러 간다.”

 

강 조장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인 후 여장을 풀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손님의 반이 서역인이군.”

 

어느덧 하나둘씩 사라지고 고명우와 둘이서 마주 앉아 죽엽청을 기울이던 무혼은 옆에서 중원의 말로 떠들고 있는 서역인을 유심히 보았다.

 

“공야 아우, 무슨 일인가?”

 

“서역인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그래?”

 

잠시 무혼의 얼굴을 보던 고명우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무혼이 보던 서역인에게 다가갔다.

 

“사해는 동도입니다. 같이 한잔하실까요?”

 

상인의 옷을 입고 있던 서역인은 긴장한 얼굴로 고명우의 얼굴과 모습을 훑어보더니 왼쪽 가슴에 있는 상화표국의 문장을 발견하고는 얼굴을 풀었다.

 

“표사시군요. 그럽시다.”

 

상인이 허락을 하자 고명우는 무혼에게 손짓을 했다. 넉살 좋은 그의 모습에 무혼도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자리를 옮겨 앉았다.

 

“서역의 나라에 대해서 많이 아시는 듯한데요?”

 

“물론이요. 나는 전 세계를 상대로 장사를 하는 사람이오. 이곳에서 서역이라 부르는 대부분의 나라를 알고 있소.”

 

“미라크네 왕국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미라크네 왕국?”

 

그 상인은 한동안 갸웃거리더니 탁자 맞은편에 앉아 있는 서역인에게 고개를 돌렸지만, 그자 역시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그런 나라는 들어본 적이 없소이다. 발음을 들어보니 서쪽의 나라인 것은 맞는 듯한데 처음 듣는 나라이군요.”

 

“가이오스트 대륙에 있는 나라라고 알고 있습니다.”

 

“가이오스트 대륙?”

 

상인은 얼굴을 찡그리더니 오히려 궁금하다는 듯 되묻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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