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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남녀 38화

무료소설 이계남녀: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32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계남녀 38화

038 화룡마편과 쌍귀선(3)

 

 

 

 

 

- 어머나, 숙녀들의 환호성이 가득 울리네요?

 

‘응?’

 

무혼은 갑자기 머리에서 울리는 아이네스의 목소리에 잠시 자세가 흐트러질 뻔했다.

 

- 지금 무술대회 중입니다. 상대를 쓰러뜨려야 하니 잠시 후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 무혼 경은 주위 숙녀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나 봐요? 내가 올 때마다 점점 더 많은 숙녀들의 환호성이 들려요~.

 

‘큰일이군.’

 

무혼은 난감했다. 지금 전력을 다해 부딪쳐야 할 상대를 두고 아이네스의 이야기를 들어주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 상대가 아주 강한 자입니다.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이기기 쉽지 않은 상대입니다.

 

- 그리고 나면 무혼 경은 더욱 많은 여성들에게 둘러싸이겠죠? 부러워라~.

 

- 아, 아닙니다. 상대에게 보내는 찬사입니다.

 

- 그래요? 음… 그런 상대라면 우리가 연습했던 합격술을 실험하기에 딱이겠군요?

 

- 아, 안 됩니다. 마법을 사용하게 된다면 반칙패가 되어 무술대회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이네스의 마법은 눈에 띈다. 게다가 그 힘이 내력이 아닌 다른 것이라는 것을 심사원들과 귀빈석에서 보고 있는 사람들은 눈치를 챌 것이다.

 

그러면 그 순간 시합은 중지된다. 순수 무공과 내력으로만 승부를 하는 무술대회에서 주술이나 사술 혹은 다른 술수를 쓰게 된다면 두고두고 욕먹을 짓이었다.

 

- 어머, 그럴 리가요?

 

무혼은 자신의 심장에서 기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이 느껴졌다.

 

- 아이네스 소저, 고정하십시오. 무엇을 하려고 그러십니까?

 

- 아이스 에로우를 사용해 볼까 하는데, 좋겠죠?

 

- 안 됩니다. 만약 제가 소저의 마법 대련 중에 검술을 사용한다면 난감하지 않겠습니까?

 

- 글쎄요? 나는 대련을 할 일이 없는데…….

 

 

 

 

 

‘오호라! 귀곡성에 걸렸구나.’

 

무혼의 상태를 주시하고 있던 육무천은 그의 안색이 굳어지며 행동이 부자연스럽게 되자 흡족한 마음에 공세를 더욱 강하게 펼쳤다.

 

육무천의 왼손에 쥐고 있던 귀선이 무혼의 요혈을 노리며 거세게 밀려들었고 무혼의 뒤를 노리며 날아드는 다른 귀선은 무혼의 등줄기를 서늘하게 하고 있다.

 

 

 

 

 

아이네스를 설득하느라 심력을 소모하고 있는 무혼은 귀선을 뿌리치기에 급급할 수밖에 없었다. 허리를 숙이며 검을 뒤로 돌려 날아드는 귀선을 밀어내고 다시 옆으로 몸을 돌려 요혈을 노리는 귀선을 막았다.

 

‘두 사람을 상대로 싸우는 듯하군.’

 

순간 무혼의 머리에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 아이네스 소저,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싶지 않습니까?

 

아름다운 풍경을 즐겨 찾아보는 아이네스로서는 귀가 솔깃한 말이었다.

 

중원의 풍경은 가이오스트 대륙의 풍경과 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주기에 더욱 마음이 동하였다.

 

- 아름다운 풍경이 어디에 있는데요?

 

-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한다면 중원으로 나갈 수 있으니 아름다운 풍경을 찾아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러니 마법을 거두어주십시오.

 

‘급해서 한 거짓말이지만 죄송합니다, 아이네스 소저.’

 

- 호홍…….

 

아이네스는 생각을 해보았다. 중원이라는 곳이 광대한 지역에 걸쳐 있어서 지역마다 풍경이 다르며 여러 가지 절경이 있다는 소리는 들었다.

 

‘천마화산만 하더라도 그렇게 아름다웠는데, 중원에는 어떤 모습이 있을까?’

 

- 진짜 보여주는 건가요, 무혼 경?

 

- 꼭 보여드리겠습니다. 그 풍경이 가장 아름다울 때를 맞추어 술 한 잔을 놓고 마시면서 보겠습니다.

 

- 그럼 기대하고 있을게요. 무혼 경~.

 

- 그, 그러십시오.

 

마지막에 무혼을 부르며 콧소리까지 섞어서 말하자 순간 무혼의 기가 흐트러져 쓰러질 뻔했다.

 

‘여자는 여우를 조상으로 두었을 것이라는 월강 그 친구의 이야기가 왜 떠오르는 것이지?’

 

아이네스를 겨우 달랜 무혼이 다시 검을 고쳐 쥐고 귀선에 맞서며 파고들었을 때 주위의 풍경이 기이하게 변하는 것이 느껴졌다.

 

‘아차, 진식에 걸렸구나.’

 

무혼이 아이네스를 달래느라 신경을 쓰지 못하는 틈을 육무천이 놓치지 않은 것이다.

 

지금 무혼을 둘러싼 것은 귀에 울리는 귀곡성과 눈을 어지럽히는 두 개의 부채, 그리고 주위의 기를 흩트리는 육무천의 보법이 어우러지며 만들어낸 만변환상진이다. 고명우도 이 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패했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자신의 눈앞에 떠오르는 검로를 따라 검을 이끌어보지만 이미 흔들리기 시작한 마음처럼 무혼의 검로도 흔들리고 있었다.

 

육무천은 득의양양하게 자신의 절기를 뽑아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혼은 자신을 에워싼 셀 수 없이 많은 부채의 환영에 시달리고 있다.

 

‘낭패다!’

 

수많은 부채를 보며 무혼은 입술을 깨물었다. 이미 절기의 위력 문제가 아니라 진식을 뚫고 나갈 수 있는 것이 이 시합의 관건이 되었다.

 

간신히 알아채는 부채의 공격을 막으며 무혼은 진식의 생문을 찾고 있었지만 진식에 완전히 잡힌 듯 생문이 될 만한 것은 찾을 수가 없었다.

 

 

 

 

 

- 왜 이렇게 어지러운 거예요?

 

- 진식에 빠진 것입니다.

 

- 너무 어지러워요. 약속은 했지만, 도저히 못 참겠어요.

 

“클레어보얀스(Clairvoyance: 일정한 거리 내의 사물을 마음으로 보게 해주는 마법)!”

 

아이네스의 시동어가 낮게 울리자 무혼의 눈에 마나가 모이며 무혼을 둘러싸고 있는 많은 사물들의 모습이 바뀌어 보였다.

 

두 개의 부채를 제외한 나머지 부채가 자신의 색을 잃었으며 비무대의 바닥이 온전한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주위를 감싸고 있는 옅은 막 뒤로 사람들의 윤곽이 언뜻 보였고 색이 변하지 않은 두 부채의 기이한 곡선을 그리며 자신에게 날아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어머나? 완전히 꿰뚫어 볼 수가 없네요? 지독한 술법이군요.

 

- 이건 진식입니다. 다만 어떠한 지형지물이나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자신의 내력만으로 펼치는 것이기에 무공으로 인정을 받는 것입니다.

 

- 진식이라면 검은 숲에서 본 그것인가요?

 

- 그렇습니다.

 

- 그럼 클레어보얀스를 시전하면 진식에도 걱정을 할 필요가 없겠네요?

 

무혼은 고개를 저었다. 지형지물을 이용한 것이 아닌 육무천의 내력만으로 만들어낸 것조차 거의 파훼하지 못할 정도라면 대자연의 기를 이끌어 펼친 진의 위력에는 아이네스의 마법이 통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본 무혼은 마음이 편해졌다. 자신을 위협하는 수많은 부채도 자신의 귀를 어지럽히던 귀곡성도 이제 자신에게 무력해졌기 때문이다.

 

‘쌍귀선의 진식이 이제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순수한 무공이라면 지지 않는다.’

 

이제는 보이는 진식의 구조. 무혼은 혈랑검을 휘두르며 진식을 부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만변환상진의 생문을 찾을 수 있었다.

 

 

 

 

 

쌍귀선에게 한없이 밀려나던 무혼이 검을 휘둘러 진식을 깬 뒤 안정된 모습으로 검을 이끌어가자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고 있던 귀검마옹과 귀룡일검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만변진과 귀곡성을 떨친 듯합니다.”

 

“대단하구나. 아직 나이도 어린 듯한데 저것을 어떻게 깰 수 있었을꼬?”

 

“무공에 대해 끝없는 열정을 가진 아이입니다. 그러기에 제가 저 아이의 집까지 찾아가서 데려오지 않았겠습니까?”

 

“장 아우, 이번에 저 아이가 청천에 올라오나?”

 

“허허, 대회의 모든 참가자는 외당으로 올라가야 한다는 사실을 잊으셨습니까? 앞으로 저 아이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암. 내가 저 아이에게 날개를 달아줄 걸세. 아무래도 저 아이로 인해 청천이 빛날 일이 많을 듯하이, 허허허!”

 

무혼의 모습을 눈에 담고 있는 귀검마옹은 흐뭇한 웃음을 지으며 수염을 쓰다듬고 있었다.

 

 

 

 

 

무혼이 진식을 파훼하고 나오자 쌍귀선의 눈은 커졌다. 이제까지 자신의 진식을 뚫고 나온 자는 없었다.

 

그에게 만변귀선을 가르친 쌍귀선의 할아버지도 화경에 이른 자가 아니라면 완벽하게 펼쳐진 그의 만변진을 깰 수 없으리라고 장담했다. 그리고 누구도 깬 자는 없었다.

 

‘완벽하게 펼쳐진 진인데?’

 

무혼과 화룡마편의 대결을 보았다. 이제 무혼의 검을 자신의 작은 두 부채로 직접 상대해야 했다.

 

‘제기랄!’

 

쌍귀선은 몸을 날리며 왼손의 부채를 날렸다. 그리고 다시 몸을 돌려 무혼에게 바싹 다가갔다.

 

그러자 무혼은 몸을 솟구치며 수직으로 그어 내린다. 하지만 쌍귀선의 잔상만 베자 그대로 몸을 달려 쌍귀선과의 간격을 넓히며 날아드는 부채를 튕겨냈다.

 

쌍귀선은 퉁겨진 부채를 받아들면서 무혼의 머리와 다리를 동시에 노리며 달려들었고 무혼은 다시 상체를 굽히며 큰 보폭으로 옆으로 돌며 오른팔을 들어 쌍귀선의 옆구리를 향해 혈랑검을 질렀다.

 

탕!

 

육무천은 몸을 뒤로 물리며 쌍선을 교차하여 무혼의 검을 막아냈다. 그러나 무혼은 다시 궤적을 바꾸며 육무천의 목을 노리고 옆으로 베어가자 왼손을 들어 올리며 오른손을 앞으로 내뻗는다.

 

그때 무혼이 육무천의 다리를 걷어차며 왼손의 귀선을 튕겨내었다.

 

‘으윽’

 

쌍귀선이 급히 공중에서 몸을 돌리며 다시 간격을 벌리고자 하였으나 착지를 한 그의 명치 앞에는 혈랑검이 겨누어져 있었다.

 

“청천 9번 승!”

 

심판관의 깃발이 올라가자 무혼은 검을 거두어들였다. 그리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포권을 하니 주위에서 엄청난 함성이 쏟아졌다.

 

우와아아아아!

 

꺄아아아아아~.

 

무혼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친구들과 아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귀빈석으로 몸을 돌려보니 장대암이 얼굴에 한껏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 흥! 여자들의 함성이 더욱 많아졌네요?

 

무혼은 아이네스의 삐친 목소리를 들으며 어떠한 변명을 해야 할지 고민 중이었다.

 

 

 

 

 

무혼이 무술대회에 우승하고 며칠이 지나자 장대암은 자신의 집무실로 무혼을 불렀다. 그 자리에는 청천의 단주인 귀검마옹 반성량의 모습도 보였다.

 

“수고했다. 너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구나.”

 

“관장님의 깊은 가르침 덕분입니다.”

 

“허허, 내가 해준 것이 뭐가 있다고. 허허허. 이제 너의 윗사람이 되실 귀검마옹 반 단주님이시다. 물론 알고 있겠지?”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무혼이 공손히 인사를 하자 청천귀접단 500여 명의 우두머리인 귀검마옹은 기분 좋은 듯 수염을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이 대회에 우승을 해 청천을 널리 빛내주어서 고맙다. 혹시 필요한 것이 있느냐? 내 너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구나.”

 

“아닙니다. 단주님의 그 말씀만으로도 저는 큰 선물을 받은 듯합니다.”

 

무혼의 대답에 더욱 기분이 좋아졌지만 그만큼 무엇인가 해주고 싶었던 귀검마옹은 다시 물어보았다.

 

“그래도 생각을 해보아라. 내가 들어줄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라도 해주고 싶구나.”

 

무혼은 귀검마옹의 말에 생각에 잠기다 아이네스의 말이 머리에 떠올랐다.

 

‘깨끗하면서 가능한 큰 수정이랬지. 크기보다는 맑아야 한다고 했는데…….’

 

무혼은 고개를 들며 입을 열었다.

 

“실은 제가 꼭 구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무엇이더냐? 말해 보아라.”

 

“깨끗한 수정이 하나 필요합니다.”

 

“수정?”

 

반성량은 표정이 약간 어색해졌다.

 

현재 중원에서 수정이라면 넓은 중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흔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귀중한 보석도 아니다.

 

가난한 선비 집안에서나 귀하게 여길 뿐 부호의 집만 되어도 값싼 장식물의 하나로 취급받는 것이 수정이었다.

 

“깨끗한 수정이라…….”

 

“예, 자세히 말씀드리기 어려우나 저의 수련에 맑은 수정이 큰 것으로 하나 있으면 많은 도움이 될 듯합니다.”

 

무혼이 예의상 비싸지 않은 것을 말한 것이라 생각했던 귀검마옹은 자신의 생각을 바꿨다.

 

청천을 빛내줄 자가 무공 수련에 필요한 것이라는 말에 자신이 잘못 생각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허허, 나도 속물이 되어갔던 것인가?’

 

반성량은 스스로에게 혀를 찼다. 눈앞에 있는 무혼이 가진 무공 실력을 보면 무공에 대한 열의가 얼마나 대단할지 그도 짐작할 수 있었다.

 

‘저 나이 때의 무인이라면 무공 증진이 무엇보다도 중하게 느껴질 터. 비싼 것보다 무공 수련에 도움이 되는 것을 찾는 것이 당연할 텐데 나는 그 물건의 값어치만 생각을 했으니……. 쯧쯧.’

 

“큼직한 것이면 되겠느냐?”

 

“작더라도 깨끗한 것이 도움이 됩니다. 아무리 크더라도 깨끗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이 검의 검집 끝에 매달 생각입니다.”

 

귀검마옹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그건 내가 책임지고 해결해 주겠다.”

 

“감사합니다.”

 

 

 

 

 

귀검마옹의 약속은 오래 지나지 않아 지켜졌다. 아이네스가 보고 놀랄 정도로 깨끗하면서 아기 주먹만 한 크기의 수정을 구해왔던 것이다.

 

게다가 반 단주는 자신이 직접 무혼의 검집을 받아서 서열 500위 안의 사람들만 이용할 수 있는 천마단철장(天魔鍛鐵場)에 맡겨 수정을 붙여주었다.

 

돌려받은 검집은 손상된 부분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깔끔했고 어색한 느낌이 들지 않도록 잘 마무리되었다. 검집의 수정을 손으로 쓰다듬던 무혼은 중얼거렸다.

 

“이제 목걸이를 손에 감지 않아도 되겠군.”

 

무혼은 며칠 후로 다가온 청천귀접단의 입단을 머리에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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