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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남녀 28화

무료소설 이계남녀: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10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계남녀 28화

028 오기조원(五氣朝元)(1)

 

 

 

 

 

그대로 경공을 사용해서 산을 두 개 넘은 무혼은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숲을 만났다. 아름드리나무들이 빽빽이 둘러싸고 있는 그 숲은 나무의 바다가 어떤 것인지 보여주고 있었다. 숲으로 들어간 무혼은 주위의 나무들을 보며 또 한 번 감탄했다.

 

‘대단한 곳이군. 끝이 안 보이는 숲인 데다 강렬한 기가 숲 전체에서 느껴지고 있다니? 그리고 이건 단순히 잘 자란 나무가 아니라 누가 다듬고 가꾼 듯한 나무들인데?’

 

무혼이 보기에는 숲속에서 아무렇게나 자라는 나무가 아니라 거대한 정원을 가진 중원의 장원에서 신경을 써서 다듬은 나무처럼 보였다.

 

 

 

 

 

무혼을 따라 들어온 엘라드는 엘프의 숲이 자신에게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무혼을 보며 기묘한 웃음을 지으며 생각했다.

 

‘역시 네스 씨도 이 숲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있어. 만년목이 네스 씨를 거부하지 않는 거야. 그렇다면 네스 씨가 가진 저 힘과 기운은 뭐지?’

 

블랙 블러디들과의 대결과 계속된 경공으로 내공이 많이 소진된 것을 느낀 무혼은 큰 나무 아래에 앉아 운기를 시작했다.

 

무혼의 부탁을 받고 옆에서 엘라드가 경계를 서며 무혼의 운기 하는 모습을 흘깃 보더니 생각을 하였다.

 

‘또 저 자세군. 저 모습에 어떤 비밀이 있는 것일까? 주위의 마나를 급속히 빨아들이던데. 느낌은 사이하다는 생각이 들고, 만년목은 저 기운을 거부하지 않는 듯하니 이상하다니까? 그런데 여자가 저렇게 하고 다녀도 되나?’

 

지금 무혼의 주위에는 붉은 기운이 맴돌며 그 기운은 단전 위에서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엘라드와 처음 만났을 때 가지고 있던 아이네스의 곱디고운 자태는 이미 어디론가 사라졌고, 며칠째 제대로 씻지 않은 그녀의 몸은 점점 무혼이 자신의 몸에 있을 때처럼 여기저기 때가 묻어가고 있었다.

 

엘라드가 자신을 보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고 있다는 것을 모른 채 운기를 하여 내력을 모아보던 무혼은 점점 1갑자에 가까운 내공이 모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단하군. 그동안 특별히 수련을 안 했을 뿐이지. 이 여자 무술의 기재였던 것인가?’

 

사실은 아니다. 다만 아이네스가 무혼과 같은 순간 삼화취정(三華聚頂)을 이루었기에 그녀의 몸이 손쉽게 내공이 쌓이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그동안 공주는 그 내공을 자신의 심장을 감싸 도는 마나의 고리에 보내고 있었던 터라 운용을 제대로 하지 않았지만 무혼이 검법을 위한 운기를 하면서 그녀의 몸이 상급 기사의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빨리 지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운기를 마치자 옆에서 기다리고 있던 엘라드가 무혼이 깨어나자 말을 했다.

 

“왜죠?”

 

“여기는 엘프의 숲입니다. 허락받지 않은 자들은 원래 들어오면 안 되는 곳이죠.”

 

그 말을 들은 무혼은 이상했다.

 

‘그럼, 여기까지 오는 동안 왜 엘프의 숲에 대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 그런데 엘프라면 그 귀가 커다랗고 수명이 사람보다 훨씬 길고 미남미녀들만 있다는 그 종족인가?’

 

하지만 긴 이야기를 아직은 자유롭게 구사할 수 없는 무혼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서 동쪽을 보았다. 그리고 혈난보를 펼치기 시작하니 엘라드가 같이 뒤따라왔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는데 자그마한 소리가 무혼의 귀에 들려왔다.

 

피웅!

 

탁.

 

무혼이 우산을 휘두르자 화살은 우산에 맞고 떨어졌다. 그리고 경공을 멈춘 무혼은 화살이 날아온 곳을 찾기 시작했다.

 

피웅. 피웅.

 

다시 두 대의 화살이 날아왔지만 처음 화살과 다른 곳에서 날아왔다. 무혼이 크게 경계하지 않은 이유가 자신의 몸을 직접적으로 노리고 날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력이 부족한 거야? 아니면 일부로 맞추지 않는 거야? 거리가 애매하니 판단이 안 되네?’

 

멀지도 그렇다고 가깝지도 않은 곳으로 날아온다. 이번에는 우산도 휘두르지 않고 날리는 곳을 바라만 보았다.

 

무혼이 가만히 서서 기다리자 2명의 엘프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누구의 허락으로 이곳을 지나는 겁니까? 우린 당신 같은 복장의 사람들이 지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습니다. 허가를 받았다면 증표를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엘라드.”

 

무혼이 엘라드를 돌아보자 엘라드는 난처한 표정으로 무혼을 보았다.

 

“엘프들은 설득이 통하지 않습니다. 이 숲의 규정을 어긴 것은 우리들이며 엘프들의 규칙대로라면 우린 이대로 돌아나가야 합니다.”

 

도리도리.

 

무혼은 고개를 저으며 동쪽을 바라보았다. 이 거대한 숲을 돌아가기 위해서는 얼마나 걸릴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슬그머니 우산을 고쳐 쥐었다.

 

‘차라리 그냥 뚫고 나가는 것이 낫지.’

 

무혼의 모습을 보고 있던 엘라드는 그의 마음을 알아채고 말을 했다.

 

“불가능합니다. 숲에서는 엘프보다 빠른 종족이 없습니다. 더군다나 여긴 엘프의 숲. 누구도 엘프보다 빠를 수는 없습니다.”

 

“숲에서?”

 

“예.”

 

“숲 밖에선?”

 

“숲 밖은 우리가 더 빠를 겁니다.”

 

그 말에 무혼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즉시 나무 위로 오르기 시작했다.

 

“멈추시오. 그렇지 않으면 침입자로 간주해 사살될 것입니다.”

 

하지만 무혼은 나무 꼭대기로 도착했고 숲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흘깃 뒤를 보니 엘라드도 자신 못지않은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내 몸이라면 엘라드와 겨루고 싶은데. 정체와 능력이 정말 궁금해.’

 

그렇게 한참을 달리고 있는데 엘라드가 주문을 외우더니 매직 미사일을 펼쳐내었다. 그러자 허공에서 폭발음이 세 번 들렸다.

 

“무슨 일?”

 

계속 달리면서 무혼이 물었다. 그러자 엘라드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실프가 쫓아오고 있었습니다.”

 

“실프?”

 

무혼도 실프가 바람의 가장 작은 유령이라는 것을 안다. 신경을 집중해 보니 자신의 주위에도 작은 기척이 느껴지고 있었다.

 

무혼은 망설이지 않고 검을 뽑아 휘두르자 작은 폭발이 두 번 느껴졌다. 아마도 그 실프인가 하는 유령이리라.

 

 

 

 

 

베레스카는 가슴을 살짝 짚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아벨이 물어보았다.

 

“왜 그래, 베레스카?”

 

“정령들이 모두 강제 소환이 되었어.”

 

“모두?”

 

“다섯 정령 모두.”

 

지금 모인 엘프 중 가장 뛰어난 정령사인 베레스카가 침입자들을 추적하기 위해서 소환한 정령들이 모두 강제 소환되었다는 것은 무혼과 엘라드의 실력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벨이 주위를 둘러보자 다른 3명의 엘프들이 고개를 끄덕였고 5명의 엘프들은 침입자들을 쫓아 전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치잇, 너무 전력으로 달린 것인가?’

 

무혼은 자신의 내력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싸울 걱정이 없다면 이대로 달려도 상관이 없지만, 만일 갑자기 싸우게 된다면 내력이 없이는 곤란한 점이 많았다.

 

‘진식을 펼치고 그 안에서 운기조식을 좀 하고 계속 달려야겠다.’

 

무혼이 위치를 바꿔 아래로 뛰어내리자 엘라드도 자신의 속력을 줄여 무혼을 따라갔다.

 

무혼은 주위를 둘러보고서 바위를 옮기기 시작했고 엘라드는 그 모습을 구경만 하고 있다. 드디어 진이 펼쳐지자 엘라드는 주위를 둘러보면서 감탄하고 있었다.

 

“이건 아무리 봐도 신기하군요. 어떻게 물체 몇 개 옮긴 것으로 마법트랩의 역할을 하는 것이 형성되는 거죠?”

 

그 말에 무혼은 그냥 웃음을 지어 보이고서 진의 안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에게 혼란을 주고 숨겨주는 사상팔괘진(四象八卦陳)을 설치하고 안쪽에서 한동안 내력을 다시 모으던 무혼이 드디어 고개를 들었다. 자신의 단전에 가득 찬 내력을 확인하고 다시 진을 와해시키자 엘프들이 진을 둘러싸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무혼은 우산을 꽉 잡았고 엘라드는 품속에 손을 넣는 것이 하프를 쥐고 있는 듯했다.

 

“혹시 미라크네 왕국의 아이네스 공주님이십니까?”

 

그 말을 들은 무혼은 잠시 놀랐으나 곧 진정하였다.

 

‘설마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나? 여기서 추격대를 만나면 곤란한데. 보나마나 나를 다시 미라크네 왕국으로 끌고 갈 것이 틀림없다.’

 

엘라드의 말에 엘프의 숲부터는 미라크네 왕국의 국경 밖이라 하여 숲에 들어오면서 추격대가 더 이상 쫓아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벨은 자신의 말에 반응을 보인 여성이 아이네스 공주임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숲의 서쪽을 경계하는 자, 아벨이라 하오. 미라크네 왕국의 기사단이 지금 숲의 허가된 지역에 도착했소. 기사들에게 안내할 테니 함께 가도록 합시다.”

 

그 말에 무혼과 엘라드는 서로 마주 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 따라갔다. 그러자 아벨이 앞장을 서고 다른 엘프들이 무혼과 엘라드의 주위를 둘러싸는 모습을 무혼이 유심히 보았다. 잠시 걸어가던 무혼은 나무들이 드문드문 있는 곳을 발견하자 순간적으로 뛰어올랐다.

 

“윈드 월!”

 

그러자 무혼의 주위에 바람의 장벽이 펼쳐졌다. 바람의 벽을 느낀 무혼은 벽을 뚫기 위해서 자신의 내공을 모두 끌어올렸다.

 

“마… 마인.”

 

엘프들은 모두 경악한 얼굴로 무혼을 보았다. 그것을 본 엘라드는 얼굴을 한 손으로 감싸며 중얼거렸다.

 

“실수다. 미리 경고해주어야 했는데…….”

 

무혼은 내력을 올리자 온몸에 붉은 기운이 휩싸이며 두 눈이 붉게 변했다. 엘라드가 준 검을 뽑아 바람을 찢고서 나무를 올라가기 시작했다. 주위의 엘프들을 둘러보던 엘라드는 무혼이 빠져나가자 그 뒤를 따라 달렸다.

 

“놓쳐서는 안 된다. 마신의 기운에 흠뻑 젖은 자다. 이 숲의 이름으로 절대 그냥 보내줄 수 없다.”

 

아벨의 외침이 울려 퍼지고 엘프들은 날카로운 눈매로 무혼이 달리는 모습을 노려보았다.

 

“빛의 엘프의 긍지를 걸고 저 마인이 숲을 휘젓고 다니지 못하게 하라.”

 

아벨이 날이 선 목소리로 다시 말을 하자 엘프들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무혼을 향해 활을 들어 올렸다.

 

확실한 살기를 띠고 자신을 향해 화살을 날리자 나무를 이용해 피하던 무혼은 휘어져 오는 화살을 보았다.

 

‘이기어시(以氣馭矢)? 한 대만이 아니라 모든 화살이 휘어져 오네?’

 

“화살을 실프들이 유도하는 것입니다. 엘프들의 기술입니다.”

 

옆의 나무에 몸을 피한 엘라드가 하프로 화살을 쳐내며 말하자 그제야 이해가 된 무혼은 고개를 끄덕이고 엘프들을 보았다.

 

‘이대로 피하기만 하면 오히려 불리해진다.’

 

마음을 정한 무혼은 검으로 캐스팅을 하고 있는 엘프를 노리고 나무 아래로 달렸다.

 

챙!

 

활을 날리던 두 엘프가 레어피어로 앞을 막았다. 그것을 본 무혼은 입가에 슬쩍 미소를 짓고 자세를 낮추며 검을 몸에 두르듯이 돌리기 시작했다.

 

‘뜻을 같이하는 자들이 안개가 다가오듯 모여든다. 군랑만소!’

 

“하압!”

 

그러자 무혼의 몸을 휘감듯 돌던 붉은 기류가 엷게 흩어지면서 무혼을 중심으로 온몸을 휘감고 있다.

 

“무…무슨. 바리어!”

 

“모두 피해라. 윈드 월!”

 

엘프의 숲에 맴돌던 기운이 무혼의 군랑만소에 모여들며 거대한 양강의 칼날의 소용돌이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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