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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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50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5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1권 - 5화
엘프왕!
프라디아 대륙에 존재하는 모든 엘프들의 왕.
위드는 203호의 엘프가 설마 엘프왕의 아들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기에 놀란 감정을 감출수가 없었다.
“선생님들이다!”
하지만, 위드의 생각은 더 이상 이어질 수 없었다.
체술 수련장에 나타난 체술 선생님들은 총 5명.
그 중 위드의 눈에 익숙한 페르딘이 보였다. 각자 일정 거리를 두고 선 선생님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소리쳤다.
“검술학부 1반과 2반은 내 앞으로 모인다!”
“검술학부 3반과 4반은 내 앞으로 집합!!”
“마법학부 1반과 2반은 내 앞으로 모이도록!”
선생님들의 목소리에 여기저기서 학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우리가 어째서 검술학부 4반이랑 모이는 거야?”
“이상하다? 테일, 너 분명히 우리는 마법학부 1반이랑 같이 수업을 한다고 했잖아?”
“분명히 그랬는데…….”
위드 역시 라이너를 바라봤다.
“우아악! 이럴 수가! 우린 분명히 연금술학부 1반이랑 같이 수업을 받는다고 했는데!”
라이너는 그 누구보다도 놀란 모습으로 소리를 질러댔다. 그런 그의 모습에 위드는 피식 웃고는 페르딘의 앞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페르딘의 앞에 모인 남학생들 중의 일부는 뭔가 잔뜩 불만스런 표정으로 서 있었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거냐는 듯한 해명을 원하는 얼굴로 페르딘을 바라보고 있었다.
“페르딘 선생님!”
라이너가 손을 번쩍! 들며 소리쳤다.
“무슨 일이냐?”
“질문 있습니다!”
“해보도록.”
라이너는 3반, 4반 학생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물었다.
“혹시 지금 모인 이 인원이 앞으로 1년간 체술 수업을 받는 것입니까?”
페르딘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학생들이 웅성거렸고, 라이너는 얼굴까지 붉히며 외쳤다.
“이상합니다!”
“이상하다니?”
“제가 알기론 우리 검술학부 3반은 연금술학부 1반과 함께 수업을 받는다고 들었습니다! 저희보다 먼저 네드벨 아카데미에 입학을 한 2, 3, 4학년 선배들도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다고 알고 있습니다!”
라이너의 말에 몇몇 학생들이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부터 바뀌었다. 앞으로 디아일에 있을 1학년 전체 체술 수업 시간에는 지금 여기 모인 검술학부 3반과 4반이 함께 수업을 받는다.”
더 이상의 질문은 받지 않겠다는 듯 단호한 표정으로 말을 마친 페르딘의 모습에 라이너를 비롯한 몇몇 남학생들은 맥 빠진 얼굴로 연금술학부 여학생들을 바라봤다.
“모두 정렬하도록!”
페르딘의 외침에 학생들이 빠르게 정렬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에도 라이너의 시선은 여전히 연금술학부 여학생들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반 별로 정렬한 검술학부 3반, 4반 학생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페르딘이 입을 열었다.
“다른 학부와 다르게 너희 검술학부는 검술과 마찬가지로 체술 또한 정규과목이다. 작년까지는 라이너의 말대로 검술학부의 학생들이 다른 학부의 학생들과 체술 수업을 받아왔지만…….”
잠시 말을 멈춘 페르딘이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내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방침을 바꿔야 한다고 건의했고, 그것이 이뤄졌다.”
페르딘의 말에 라이너를 비롯한 꿈에 부풀었던 남학생들은 저마다 원망스런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 또 하나! 검술학부의 체술 시험은 다른 과목들과 다르게 특별히! 두 번 시험을 볼 것이다.”
“에엑?!”
“뭐야? 시험은 모든 과목이 한 번씩 보는 거 아니었어?”
“왜 체술만 두 번씩이나 시험을 보는 거야!”
페르딘의 앞에 모인 3반, 4반 학생들뿐만이 아니라 다른 선생님 앞에 모인 검술학부 1반, 2반 학생들도 같은 소리를 들었는지 체술 수련장은 검술학부 학생들의 웅성거림으로 금세 소란스러워졌다.
“조용! 첫 번째 체술 시험 일시는 2월이다.”
페르딘의 말에 위드의 반 학생인 테일러가 손을 번쩍 들며 말했다.
“체술 시험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알고 싶습니다.”
테일러의 질문에 페르딘이 웃으며 대답해주었다.
“체술 시험은 시합이다!”
“엥?”
“시, 시합?”
“오호! 시합이라…….”
시합이라는 말에 반은 고개를 갸웃거렸고, 반은 흥미롭다는 듯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러한 학생들의 반응을 지켜보던 페르딘이 다시 말했다.
“시합에서 1차전 탈락을 하게 될 검술학부 100명에겐…….”
말을 멈추며 희미하게 웃는 페르딘.
그런 페르딘을 3반, 4반 학생들이 집중해서 바라봤다. 그런 학생들의 시선을 즐기기라도 하듯 더욱더 진하게 웃음을 그려내곤 말을 이었다.
“없다.”
“없다뇨?”
“무엇이 없다는 말씀이십니까?”
학생들의 질문에 페르딘이 대답했다. 악동처럼!
“1차전 탈락 100명에게 여름방학은 없다!”
“으엑!”
“컥!”
“여, 여름방학이…….”
“없다니이이!!”
말도 안 된다는 듯 소리를 지르며 절규하는 학생들을 즐겁다는 듯 페르딘은 웃음 가득한 얼굴로 바라봤다. 그리고 그런 학생들 가운데 위드는 희미하게 미소를 그리며 중얼거렸다.
“체술 시합이라…… 뭐, 나름대로 재미있을 지도 모르지.”
“우아아아악! 이건 악몽이야!!”
위드의 곁에서 라이너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부여잡으며 그 누구보다 큰 목소리로 절규했다. 위드는 몰랐지만 라이너는…… 검술학부 입학시험에서 체술 시험을 아주 간신히 통과한 경력을 지니고 있었다.
“악몽이야, 악몽이야…….”
“라이너, 이제 그만 좀 해라.”
트레제의 말에 라이너는 두 눈에서 당장 눈물이라도 떨굴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트레제, 니가 내 마음을 알아? 내게 있어서 체술 시험은 악몽이야! 여름방학이 되면 당당한 네드벨 아카데미 학생의 모습으로 돌아가 에벨이랑 데이트를 하려고 했는데……. 트레제! 니가 이런 내 마음을 알아!!”
라이너의 말에 트레제는 가볍게 눈을 찌푸리고는 고개를 돌렸다.
“위드! 너는 이런 내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해주겠지?”
“뭐…… 그럴지도.”
“그래, 넌 아는구나.”
위드는 트레제를 바라보며 피식 웃고 말았다. 그러는 사이, 갑자기 학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
위드를 비롯한 트레제, 라이너는 웅성거림의 중심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나의 인간 장벽을 만들고 있는 학생들을 바라보던 세 사람은 이내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그곳으로 향했다.
“미쳤군! 미쳤어!”
“그러게 말이야. 하필 건드려도 레슬리를 건드리다니…….”
“입학식 날에도 누가 레슬리를 건드렸다가 엉망으로 당했다면서?”
“레슬리와 같은 반인 카르윈이잖아.”
“카르윈? 혹시, 키에브 제국의 테오도르 백작의 장자인 카르윈 테오도르?”
“쉿! 함부로 말하지 마. 네드벨 아카데미 규칙 잊었어?”
“아…….”
주변 학생들의 목소리에 트레제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테오도르 백장의 장자 카르윈 테오도르…….”
트레제의 바로 곁에 있던 위드는 그 소리를 듣고 물었다.
“아는 사이야?”
“그런 건 아니야. 단지 카르윈이 입학식 날 누군가에게 당했다고 하기에 내심 궁금해 하고 있었을 뿐이야.”
위드는 트레제가 뭔가를 알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지만 그가 말을 하지 않으려고 하니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는 정면을 바라봤다.
금발의 두 학생이 서로를 바라보며 대치하고 있었다.
“어?”
“왜 그래?”
위드의 탄성에 트레제와 라이너가 동시에 그를 바라봤다.
“본적이 있거든.”
“누구?”
“왼쪽.”
라이너가 자세히 물으려고 했지만 이내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다시 한 번 말해봐. 내 체술이 어떻다고?”
오른편에 있던 학생이 사납게 노려보며 묻자 왼편의 학생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태연하게 입을 열며 대답했다.
“네 체술은 겉멋만 잔뜩 들었어.”
“다시 말해봐.”
눈빛이 더욱더 사나워졌다. 그런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왼편의 학생은 여전히 태연하게 대답했다.
“네 체술은 겉멋만 잔뜩 들었어.”
“다시!”
“네 체술은 겉멋만 잔뜩…….”
탁-!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오른편에 있던 학생이 땅을 박차며 앞으로 튀어 나갔다. 워낙에 서로의 거리도 짧았지만 그 몸놀림도 보통이 아니었기에 순식간에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맞닿을 정도까지 가까워졌다.
“레슬리가 먼저 움직였다!”
“레슬리!”
“빠르다!”
라이너는 놀란 얼굴로 외쳤다.
“빠르기는 한데…….”
위드는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
레슬리는 상대의 얼굴을 향해서 주먹을 내질렀다. 아직 20살도 되지 못한 소년이라고 하기엔 그 속도와 파워가 놀라울 정도로 빠르고, 위력적이었다.
슬쩍 고개를 옆으로 젖히며 자신의 주먹을 옆으로 흘려버리자 레슬리는 곧바로 몸을 회전시키며 반대 팔꿈치로 다시 얼굴을 노렸다.
휙!
이번에도 역시 상대는 슬쩍 뒤로 한 발 물러나는 것으로 레슬리의 공격을 피했다. 이후로도 레슬리는 발을 차올리고, 주먹을 찌르고, 팔꿈치를 휘두르는 등 온갖 방법으로 공격을 펼쳤지만 단 한 번도 상대를 가격하지 못했다.
“레슬리의 공격이 하나도 통하질 안잖아!”
“쟤 누구야? 대단하다!”
“우리 학부에 저렇게 대단한 녀석이 있었던가?”
레슬리의 공격을 하나도 빠짐없이 모조리 피한 그는 이내 슬쩍 주먹을 뻗듯 내질렀다.
퍽!
“큭!”
옆구리를 얻어맞은 레슬리는 고통에 신음을 흘리며 재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격하게 호흡을 뿜어내는 레슬리와 다르게 그는 여전히 처음과 같은 상태로 서 있었다.
“너…… 이름이 뭐지?”
“카인.”
“어느 나라 귀족이지?”
레슬리의 물음에 카인이라 이름을 밝힌 그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네드벨 아카데미 내에서는 이름 외엔 함부로 발설해선 안 되는 걸 모르는 건가?”
마치 조롱이라도 하듯 묻는 카인의 모습에 레슬리의 얼굴은 금세 붉어졌다. 그렇지 않아도 수많은 학생들이 보는 가운데 처참하게 패배를 했는데 조롱까지 당하니 참을 수가 없었다.
“죽고 싶냐!”
레슬리는 고함과 함께 왼쪽 팔뚝을 걷었다.
팔꿈치 위쪽으로 하나의 복잡한 도형이 그려져 있었는데 지금 이들을 바라보고 있는 학생들 중 그 도형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는 이는 한 사람도 없었다.
“트랜트 아머!!”
레슬리의 팔뚝에 그려져 있는 도형은 트랜트 아머의 마법문신이었다. 트랜트 아머를 아공간(현재 물질이 머물고 있는 공간이 아닌 또 다른 보이지 않는 틈새의 공간이자, 또 다른 물질들이 머물고 있는 전혀 다른 공간)에 넣었다가 그것을 한순간에 끄집어 낼 수 있는 열쇠와 같은 장치를 하는 것이 바로 마법문신이다.
레슬리가 마법문신을 보여준 이유는 자신에겐 트랜트 아머가 있고, 그것을 착용하면 아무리 체술이 대단하다 하더라도 네 녀석 정도는 얼마든지 상대할 수 있다는 일종의 협박이었다. 하지만, 카인은 여전히 여유로웠다. 아니, 오히려 비웃음까지 흘리며 레슬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할 수 있다면 해봐.”
“뭐?”
“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네 마음껏 해보라고.”
“이 자식!”
레슬리의 팔뚝에 그려져 있는 마법문신이 아주 희미하게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곧바로 그의 머리 위의 공간이 일렁거렸다. 트랜트 아머가 아공간에서 빠져 나오기 위한 변화였다.
“레슬리! 아카데미 내에서 트랜트 아머를 함부로 사용했다가는 퇴학이야!!”
“……!”
누군가의 외침에 레슬리는 흠칫한 표정으로 몸을 떨다 이내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동시에 아공간에서 막 빠져나와 레슬리의 몸을 뒤덮으려던 검은색의 액체가 다시금 아공간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젠장! 어차피 사용하지도 못할 테니까 그렇게 여유로울 수 있었던 거로군!”
비웃음을 흘리는 레슬리의 모습에 카인은 마음대로 생각하라는 듯 그를 바라보곤 등을 돌렸다.
“카인이라고 했지?”
카인이 슬쩍 고개를 돌리자 레슬리가 희미하게 웃었다.
“조심해라.”
그 말을 마치고 몸을 홱! 돌려버리는 레슬리. 그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카인은 웃기지도 않는다는 듯 피식 웃음을 흘리고는 이내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카인이라는 녀석 제법 머리가 좋은데?”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자신의 말에 트레제가 묻자 라이너는 가볍게 혀를 차며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
“알겠지만 네드벨 아카데미 내에선 트랜트 아머는 물론이고, 진검도 함부로 사용할 수 없잖아. 만약, 마음대로 분에 못 이겨 사용했다가는 그대로 퇴학을 당하고 마니까.”
“그런데?”
“너도 봤잖아! 카인이라는 녀석이 레슬리라는 녀석보다 훨씬 체술 실력이 대단한 걸! 그러니 굳이 레슬리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던 거지!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기 까지는 내가 말했던 것처럼 네드벨 아카데미의 규칙들을 일종의 보호막으로 생각해 놓고 있었기 때문이지.”
어떠냐 하는 표정으로 웃고 있는 라이너의 모습에 트레제는 그저 고개를 좌우로 흔들기만 했다.
라이너와 트레제의 모습을 보며 위드는 그저 가만히 웃기만 했다.
‘카인이라…… 어쩌면 미스릴로 만든 트랜트 아머를 다시 한 번 볼 수도 있었을지 모르는데. 아쉽군. 어쨌든 이렇게 다시 보게 될 줄이야…… 이것도 인연인가?’
입학식이 시작되기 전에 네드벨 시 거리에서 보았었던 미스릴 트랜트 아머. 그 소년이 설마 자신과 같은 신입학생이자 검술학부의 학생일 줄은 꿈에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위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