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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남녀 27화

무료소설 이계남녀: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12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계남녀 27화

027 블랙 블러디(4)

 

 

 

 

 

챙. 챙챙.

 

연달아 세 번을 막으면서 물러선 베르노는 무혼을 유심히 보았다. 이제까지 겪어본 결과 뛰어난 검사이면서도 이제까지 정보대에 그 능력이 파악되지 않고 있는 신비한 여자라고 생각했다.

 

“흐흐흐. 내 최후를 장식하기에 아깝지 않은 여자로군. 그래?”

 

그 모습을 보던 무혼도 살며시 웃음을 지었다. 조금 전에 주위 풍경이 흐려지면서 다른 곳으로 이동이 된 무혼은 눈앞에 자신을 노리던 자가 보이자 지체 없이 검을 지른 것이다. 그런데 이 사내는 아주 잘 막아내었다.

 

‘게다가 저 눈빛, 왠지 마음에 드는군.’

 

블랙 블러디가 어떠한 주술인지 몰라도 이곳에서 엘라드를 빼고는 처음으로 목숨을 걸고 싸울 만한 상대를 만났다. 옆에서 마법을 날리는 자가 있기는 하지만 생사투에서 어차피 1 대 1 대결을 바라는 것은 무리다.

 

‘휴, 진정하자.’

 

무혼은 검을 다시 꽉 잡고서 앞의 상대를 노리며 검을 내질렀다. 그러자 아주 빠른 속도로 옆으로 비켜나는 것이 보였다. 무혼은 검의 방향을 바꾸어 옆으로 막았다.

 

챙.

 

베르노의 입가에는 웃음이 슬며시 지어졌다. 평생 단 한 번 사용할 수 있는 블랙블러디는 감각과 힘과 속도가 적응하기 힘들 정도로 증가한다. 그런 그를 무혼이 대등하게 싸우자, 만족스러웠던 것이다.

 

‘그래, 그래야 내가 최후를 각오한 의미가 있지.’

 

베르노는 납치대에 자원을 와서 이제까지 5번의 납치에 성공을 했지만 단 한 번의 실패가 아이네스 공주였다. 그에게는 한 여자의 납치에 실패를 두 번 하느니 죽는 게 명예로운 선택이다. 그리고 그가 이 시도가 성공하면 아이네스를 제단의 제물로 바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베르노는 다시 팔에 힘을 주면서 검에 마나를 밀어 넣었다. 평소의 그라면 내지 못했을 힘과 속도, 그리고 강한 검기. 베르노는 스스로의 상태를 만족스럽게 생각했다.

 

무혼은 다시 혈난보로 다시 방위를 잡고 혈랑검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에 맞춰서 그의 몸을 감싸고 있는 붉은 기류도 더욱 거칠게 맴돌기 시작했다.

 

 

 

 

 

‘아… 꿈인가?’

 

비몽사몽간에 아이네스는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오히려 머리가 맑아지면서 눈앞이 또렷하게 보이고 있었다.

 

아이네스는 베르노의 모습을 보았다. 앞에는 말로만 듣던 블랙 블러디의 사람이 검을 들고 위협하고 있었고 그의 뒤쪽에서는 검게 변한 마법사가 자신을 노리고 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여긴 또 어디지? 그때는 미라크네의 기사를 공격했는데, 이번에는 블랙 블러디? 이 블랙 블러디는 누구야?’

 

조금 전의 공격에 놀라 무의식중으로 블링크 마법을 사용했을 때 주문도 없이 시동어만으로도 움직였다. 5클래스의 마나를 가지고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분명히 내 몸인 듯한데.’

 

꿈이라고 하지만 불안했다. 더욱이 지금 상황이 꿈에서 보이는 것이라고 느낀다는 것이 더 불안했다. 그건 4년 전에 자신을 고통에 밀어 넣었던 무혼에 대한 꿈처럼 실제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 듯한 불안이었다. 중원에서 꾸는 이 꿈은 가이오스트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아이네스는 재빨리 생각을 해보았다. 누가 자신의 육체를 움직이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앞에 있는 자의 검을 잘 막고 있으니 자신은 뒤의 마법사를 처리할 수 있으면 될 듯하다.

 

아이네스는 다시 한번 캐스팅을 시작했다. 그러자 심장의 마나가 움직인다는 것이 느껴지고 있다. 준비가 다 된 아이네스는 시동어를 외치며 마법사를 향해 왼손을 뻗었다.

 

 

 

 

 

무혼은 황당했다. 상대와 대치 중인데 갑자기 왼손이 쭉 뻗으면서 입이 스스로 움직인 것이다.

 

“아이스 볼!”

 

왼손 위에는 냉기를 흘리는 하얀 구가 떠올랐고 그것은 뒤에 보이는 마법사를 향해 날아갔다.

 

그러자 기회를 노리고 있던 마법사는 당황한 듯 몸을 날렸지만 날아가는 속도가 훨씬 빨랐다.

 

펑!

 

순간적으로 검붉은 바리어를 언뜻 보이는 듯하였으나 완전히 막지 못한 듯 한쪽의 어깨가 완전히 얼었다.

 

‘젠장, 이건 또 뭐야. 이럴 때 아이네스의 영혼이 이 몸을 장악하게 되면 무사하지 못할 텐데. 한가로울 때 깨어나면 좀 좋아? 여유가 있으면 필담이라도 했으면 하는데.’

 

무혼은 입술을 깨물며 급히 자세를 고쳤다. 앞에 있는 검은 검사가 자세가 무너진 틈을 타서 검을 휘둘러왔기 때문이다.

 

무혼은 자신의 검을 다시 휘둘러가며 부딪쳐갔다. 자신의 검이 밀리자 몸을 뒤로 튕겼고 베르노가 쇄도해 오자 몸을 돌리며 각법으로 옆얼굴을 노렸다.

 

휙!

 

베르노가 뒤로 물러난 틈을 타서 무혼도 뒤로 한 걸음을 물리며 다시 내기를 집중하기 시작했다. 베르노는 그 틈을 주지 않고자 급속히 다가섰으나 무혼을 휘감는 기운 속에서 시동어와 함께 3개의 매직 미사일이 떠올랐다.

 

“매직 미사일!”

 

“크하하, 놀랍구나. 그 나이에 그만한 무위와 마법을 동시에 구사하다니. 마검사는 말로만 들었다만 위력이 이 정도일지 몰랐다.”

 

검을 휘둘러 자신을 노리는 매직 미사일들을 깨뜨렸다. 그리고 무혼을 노리며 자세를 잡는데 무혼의 검이 베르노를 노리며 날아오고 있었다.

 

“우우웃?”

 

‘혈랑의 발톱이 하늘을 찢는다. 낭조파천(狼爪破天).’

 

혈랑검법의 초식 중 하나인 낭조파천이 펼쳐지자 베르노를 노리는 6개의 검기가 둘로 나뉘어 3개씩 번갈아 가면서 베르노를 노리며 휘둘러졌다.

 

“흐흐흐, 아주 놀라운 검술이야. 검기가 여러 개로 나뉘어 공격을 하다니 들어본 적도 없다.”

 

이런 기이한 검술을 본 적이 없던 베르노는 6개의 검기를 막기 위해서 안간힘을 사용했다.

 

그러나 쉬지 않고 연속적으로 공격해 오는 무혼의 검기에 오른팔을 한 번 베이자 그의 온몸이 난자되기 시작했다.

 

“크으으윽.”

 

‘이대로라면 허무하게 당한다. 그럴 순 없지. 일격필살(一擊必殺)!’

 

이미 이기기에는 어렵다는 생각을 한 베르노는 자신의 검기를 모아 정면으로 찔러갔다. 방어를 무시한 회심의 일격이었고 당황한 무혼이 베르노를 난자하고 있는 6개로 나눈 검기를 모아갔으나 무혼의 검기가 하나씩 부스러지고 있었다.

 

‘제길, 잠시의 틈이라도 있다면…….’

 

연속적으로 공격하기 위해서 너무 가까이 접근한 게 화근이었다. 그런데 다시 심장에서 기운이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왼손이 움직이고 입이 열렸다.

 

“블링크!”

 

그 순간 눈앞이 흐려지고 다시 밝아졌을 때는 풍경이 바뀌어 있다. 자신을 공격하던 자가 왼쪽에 보였고 자신이 있던 자리에는 땅이 길게 패인 채 검은 연기를 내고 있었다.

 

“크크크, 그 순간에도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더냐.”

 

그러더니 입에서 검은 피를 뿜어냈다. 베르노가 검을 다시 고쳐 쥐고 무혼에게 달렸지만, 그의 모습에는 힘도 속도도 없었다. 그에게 남은 것은 의지. 그는 이번의 휘두름이 생의 마지막이 될 것을 예감했다.

 

“으아아아아아!”

 

성난 곰처럼 달려드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무혼은 다시 혈랑검법의 초식을 떠올렸다.

 

‘정말 존경스러운 자세였소. 나의 전력을 다해 깨끗한 최후를 선사하겠소. 늑대의 이빨은 세상의 모든 것을 뜯어낸다. 낭아무비(狼牙武備)!’

 

“아아아합.”

 

무혼은 그의 검을 튕겨내고 목을 베었다. 잠시의 시간이 흐르고 뒤를 돌아보니 그자는 몇 걸음 더 걸어갔고 서서히 목이 떨어지고 있었다.

 

“피해요!”

 

엘라드의 목소리가 들리자 무혼은 무작정 옆으로 몸을 날렸다.

 

콰콰쾅!

 

화살 모양의 3개의 검은 불기운이 무혼이 있던 자리를 휩쓸었고 깊이 난 구멍은 그 불화살들의 위력을 잘 말해주고 있었다.

 

마법사에게 얼굴을 돌린 무혼의 눈에 3개의 마나탄이 날아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자나르는 날아오고 있는 마나탄을 보고 있다. 그는 이제 끝이라고 생각하는 듯 눈을 질끈 감았다. 자나르가 알기로 마검사라 하더라도 작은 하프 하나로 검기를 다루는 고급 기사를 상대하면서 마나탄을 날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이번 공격은 그의 예상을 벗어난 공격이었다.

 

그리고 자나르는 이미 오른팔이 얼어서 움직이지 않는 상태였고 그도 블랙 블러디가 된 뒤 기사와는 다르게 약한 체력을 한탄하며 오랜 시간 동안 싸울 수 있을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끝장이군.’

 

그의 생각과 동시에 마나탄이 그의 머리와 가슴에 직격했다.

 

“으아아악!”

 

한 명이 남은 기사는 처연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른 자들은 잡히고 겨우 빠져나온 3명은 납치대 중에서 가장 실력이 좋던 자들이었다.

 

마지막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 정보대의 도움으로 공주를 찾아냈지만, 블랙 블러디를 일으키고도 임무에 실패를 한 것이다. 3명일 때도 저 둘을 처리 못 했는데 혼자서 가능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아직 명예로운 죽음이 남아 있다.”

 

그는 음산한 목소리를 내며 자신과 싸우던 엘라드를 향해 방어를 하지 않고 오로지 공격만을 해갔다. 그러나 엘라드는 빠른 몸놀림으로 그 검을 쳐내고 하프를 뜯기 시작했다.

 

꽤 긴 하프의 움직임에 엘라드의 왼손이 하얗게 물들어가자 검사는 검을 들어 자신의 검을 검은색으로 짙게 물들여갔다.

 

“승부.”

 

그 말과 동시에 다시 엘라드를 향해 검을 겨눈 채 쇄도하던 그에게 엘라드는 하프의 한 현을 튕기면서 손에 가득한 마나탄을 날렸다.

 

쿠콰콰쾅.

 

커다란 굉음과 자욱이 깔린 연기를 뚫고 조금 전 검사가 들고 있던 검이 휘어진 채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휘우우웅.

 

바람이 불어 연기가 흩어지자 오른쪽 팔부터 어깨까지 모두 사라진 검사가 서 있었고 천천히 옆으로 기울어졌다.

 

 

 

 

 

“블랙 블러디, 생각 이상이었습니다.”

 

무혼도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원리로 그렇게 하는지 모르지만 무혼이 알기에 마교에도 자신의 몸을 급속도로 활성화를 시키는 방법이 있다고 들었다.

 

돌아가면 그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리라 생각하며 무혼은 자신의 검집인 우산을 주워들었다.

 

“그런데 마법은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 것입니까? 마검사라고 하던데 그런가요?”

 

무혼은 그냥 고개를 저었다. 사실 자신도 어떻게 마법이 펼쳐졌는지 모른다. 전에도 블링크로 이동을 했었지만, 이유를 알지 못했다.

 

‘아직 그녀의 영혼이 깨어 있을까?’

 

차라리 이대로 그녀의 영혼이 깨어나고 자신의 영혼은 지금 헤매고 있을 육체로 돌아갔으면 했다. 그러나 마법을 사용했을 뿐 더 이상의 아무런 느낌이 없자 무혼은 말이 죽어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그것을 보던 엘라드도 무혼의 뒤를 따라 죽은 자신의 말에서 짐을 풀었다.

 

 

 

 

 

“저들을 그냥 보내야 합니까?”

 

“그럼?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멀리서 블랙 블러디와 싸우는 것을 계속 지켜보던 흑의인은 침중한 목소리를 내었다.

 

“블랙 블러디 3명을 이긴 자들이다. 우리 실력으로 어떻게 할 방법은 없어. 우린 명예롭게 죽어간 사람들의 시신을 수습해서 돌아가면 된다.”

 

둘의 위치를 계속 쫓고 있던 정보대의 대장은 눈을 돌렸다.

 

 

 

 

 

엘라드와 마지막 블랙 블러디의 격돌 순간, 아이네스는 잠에서 깨어났다. 정신은 다행히 맑아졌지만, 몸은 여전히 자신의 의지를 벗어나 움직이고 있었다.

 

‘몸의 주인이 움직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하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도 확신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만일 지금 무혼의 몸을 움직이는 자가 무혼이라면 자신의 몸을 가지고 여행 중인 자는 누구인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누구라도 두 개의 몸을 동시에 움직이기는 힘들 테니까.

 

어디서 흘러왔는지 모를 희미한 빛이 보여주는 주위의 모습은 미로 속을 헤매고 있는 듯했다. 아이네스는 마법진으로 돌아가고자 하였지만 조금 느려졌을 뿐 몸은 아이네스의 의지를 거부한 채 계속 걸어가고 있었다.

 

‘제길, 대체 어떡해야 하는 거야?’

 

입조차도 의지대로 움직여지지 않자 아이네스는 답답해 마음속으로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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