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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남녀 16화

무료소설 이계남녀: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17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계남녀 16화

016 당신의 몸과 나의 영혼(4)

 

 

 

 

 

문밖으로 나온 무혼은 길을 따라 걸어가면서 생각에 잠겼다. 귀접연무관에서 배운 여러 가지를 머릿속에서 떠올리고 있었다.

 

‘배운 대로 눈에 띄지 않는 평복으로 갈아입었고, 검도 생겼으니 이제 몸을 은신할 수 있는 장소를 확보해야 하고 은자도 구해야 하는구나…….”

 

어디서 어떻게 필요한 것들을 구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주위를 세심하게 살펴보았다. 그러자 조금 전에는 급히 달리느라 보지 못했던 풍경들이 눈에 들어왔다.

 

약간 경사진 푸른색 지붕을 가진 이층집들이 길을 따라 쭉 이어져 있었고 그 집들은 대부분 흰색의 벽에 푸른색의 창문을 가지고 있다.

 

길의 바닥에는 돌이 깔려 있고 점심때가 되어서인지 마차들과 사람들이 그 위를 많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니 자신을 쳐다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왜 날 보는 거지?’

 

최대한 여자임을 숨기기 위해서 모자로 숨기고 옷을 헐렁하게 입었다. 자기가 보기에는 그냥 좀 예쁘장한 남자로 보일 듯했는데 이곳 사람들의 눈에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자꾸 자신을 힐끔거리며 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애써 외면하며 길을 계속 걷던 무혼의 앞에 한 명의 기사와 8명의 병사가 막아섰다.

 

무혼이 보니 8명의 병사는 특별한 내공이 있어 보이지 않았고 앞에 있는 기사도 눈에 의지가 깃든 것이 어느 정도의 실력을 지닌 듯했으나 왕궁에서 만난 기사와 비교해 보면 빈약한 실력의 소유자라고 느껴졌다.

 

무혼이 아무 말 없이 계속 보고 있자 기사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난 수도경비대 소속의 기사 우리스다.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무혼은 무슨 말을 하는지 유심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자신의 차림에서 눈에 띌 만한 이유를 찾지 못했던 터라 왜 주목을 받는지 궁금했던 것이다.

 

“그 검은 어디서 난 거지?”

 

검. 지금 무혼이 들고 있는 검은 꿈을 통해 자주 본 평범한 검이다. 그리고 자신 외에도 간혹 무기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본 무혼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주운 것.”

 

“주웠다고? 그 검이 어떤 검인지 아느냐?”

 

도리도리.

 

무혼은 자신이 들고 있는 롱소드를 다시 한번 봤지만 특별한 점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눈앞의 기사에게는 다른 모양이었다. 그는 갑자기 자신의 롱소드를 뽑으며 무혼을 향해 겨누었다.

 

“네 이년, 넌 어디서 온 년이냐? 같이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하겠다.”

 

“왜?”

 

“그러고 보니 계속 반말이군. 네가 가지고 있는 검은 왕가의 문장이 새겨져 있는 왕실 기사들의 검이다. 이 검은 왕실 기사들만 사용할 수 있으며 발견하게 되면 당연히 신고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애들도 알고 있다. 그것을 모른다는 것은 네년이 영광스러운 미라크네 왕국의 사람이 아니라는 뜻. 게다가 여자가 남자의 옷을 입는 해괴한 짓까지 하고 있는 너는 충분히 의심스러운 자다. 반항하면 가차 없이 벨 테니 순순히 포박을 받도록 하라.”

 

이제야 무혼은 사람들이 자신을 주시하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공주가 생활하던 왕궁에서는 검을 사용하는 자는 모두 들고 다니는 흔해빠진 롱소드가 왕궁 밖에서는 상당히 의미가 있는 검이라는 것이다.

 

‘젠장. 게다가 여자가 남자의 옷을 입으면 안 되나 보군.’

 

그러나 순순히 끌려가 줄 수 없었던 무혼은 자신의 롱소드를 휘둘러 기사의 롱소드를 쳐냈다.

 

‘죽이기엔 곤란하고…….’

 

내력은 얼마 없었지만, 그 기사도 나름대로 상당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던 듯 자신의 검이 퉁겨지자 자세를 낮추며 무혼의 하체를 쓸어갔다. 하지만 무혼은 자신의 검을 뽑지도 않고 다리를 향해 다가오는 롱소드를 다시 쳐낸 후 기사의 얼굴에 그대로 내려쳤다.

 

퍽!

 

“우아악!”

 

힘을 줄였다고 하지만 내력이 담긴 무혼의 검에 안면을 맞은 기사는 뒤로 쓰러지며 대자로 뻗었다. 그것을 본 병사들은 거리를 벌리며 창으로 무혼을 포위했다.

 

무혼은 그들을 뚫고 가고자 했지만, 병사들은 그들이 훈련받은 대로 무혼이 몸을 뺄 수 있는 모든 방향에 창을 들이대고 있었다.

 

‘이자들을 베어야 하나?’

 

그렇지 않고는 병사들이 만든 포위망을 뚫기 힘들겠다고 생각한 무혼은 롱소드를 뽑았고 조금 전에 기사를 간단하게 때려눕힌 것을 본 병사들은 얼굴이 굳어지면서도 자신의 자리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무혼이 거울을 볼 때부터 계속 같이 보고 있던 아이네스도 자신의 육체를 움직이는 자는 검술이 아주 뛰어난 듯하자 눈앞의 자랑할 만한 미라크네의 병사들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이 자리를 피하고자 하니 혼돈의 힘이여, 나를 감싸라.’

 

“블링크.”

 

 

 

 

 

무혼은 롱소드를 겨누며 어디를 뚫고 나갈까 생각을 하고 있는데 입이 움직이며 눈앞이 흐려지는 것을 보았다.

 

‘뭐야? 드디어 영혼의 주인이 깨어나는 것인가?’

 

눈은 다시 정상으로 왔지만, 자신은 허공에 떠 있었다. 떨어지는 몸의 균형을 잡고 살짝 착지하니 병사들로부터 3장 이상 떨어진 곳에 있었다.

 

“마검사다! 저자를 놓치지 마라.”

 

한 중년 병사의 외침에 병사들은 다시 무혼을 둘러싸기 위해 달려왔지만 이미 무혼은 뒤쪽으로 날 듯이 다시 달리고 있었다.

 

“쫓아라-.”

 

병사들 중에서 중년의 나이로 보이는 병사가 외치자 모든 병사들이 뒤쫓기 시작했으나 무혼이 지붕으로 뛰어올라 순식간에 사라지자 멍하게 바라보았다.

 

“어쩌지? 계속 따라가야 하나?”

 

“보고나 하러 가세. 저 기사님도 몇 초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는데 우리가 쫓아가서 무엇을 할 수 있겠나?”

 

중년 병사의 말에 다른 병사들은 뒤를 돌아보았다. 검을 뽑은 상태에서도 한 방에 대자로 뻗어버린 기사. 그를 보면서 병사들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평소 강하다고 생각한 기사가 제대로 손도 못 써보고 당했을 정도인데 자신들이 몰려가도 이길 가능성이 보이지 않았다.

 

기사를 업고 경비대로 복귀한 병사들이 그 사실을 보고하자 그 보고를 들은 수도경비대의 기사는 옆방으로 걸어갔다.

 

“수고하네. 그래 그자를 어디서 보았다고 하던가?”

 

“예. 템즈포 3번째 거리에서 만났다고 합니다. 수도 경비기사와 접전을 벌인 후 콜린 광장 방향으로 사라졌답니다. 남자의 옷을 입었지만, 목소리와 외모를 보아 여자가 틀림없었다고 합니다.”

 

기사의 말을 들은 갈우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했다.

 

“병사들에게 술값이라도 주도록. 그리고 방금 보고한 자에 대해서는 정보가 들어오는 대로 우리에게 계속 알려주길 바라네.”

 

“알겠습니다.”

 

 

 

 

 

“후우후우.”

 

수도 경비기사를 때려눕히고 도망친 무혼은 지붕 위로 달리는 도중 큰 창고를 발견했다. 주위에 몇 개의 창고가 더 있는 것으로 보아 무슨 상단의 창고쯤 되어 보였다.

 

‘일단 저곳에서 좀 쉬도록 하자.’

 

다른 자들의 눈을 피해 창고 안으로 들어가니 벽과 지붕밖에 없는 구조였지만 거대한 기둥과 지붕을 받치는 굵은 나무들이 몸을 숨기기에 부족함이 없도록 해주었다.

 

‘이 여자의 영혼이 깨어나는 듯한데 여기서 몸이 본래대로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까…….’

 

하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몸을 숨기기 쉽지만 운기 하기에도 장소가 좋지 않았고 창고를 사용할 사람들이 오고 가면 곧 발각을 당할 것이다. 추적자가 없을 때 안전하게 은신할 곳을 찾아 그곳에서 자신의 몸으로 돌아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나을 것이다.

 

도망을 오면서 슬쩍 해온 빵과 물로 간단히 요기를 한 무혼은 창문을 통해 거리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거리에 보이는 여자들의 복장은 각양각색이었지만 공통점이 모두 통이 넓은 치마로 검술을 펼치기에는 아주 불편한 복장이라는 것이다. 하늘하늘한 레이스가 안 달렸을 뿐이지, 아침에 자신이 입었던 옷과 비슷해 보였다.

 

그리고 남자들의 복장은 모두 자신과 비슷한 옷으로 되어 있었다. 남자와 여자의 복장이 확연히 구분되어 있으니 자신이 의심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무혼은 다시 고민을 시작했다.

 

이 모습으로 돌아다니면 다른 사람들이 신고할 것으로 생각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다시 쫓기는 것은 시간문제다.

 

게다가 조금 전에 수도경비기사를 때려눕히고 왔으니 수도경비대에는 자신의 모습에 대한 말이 이미 퍼졌다고 봐야 했다.

 

혈난보로 이곳의 실력자들인 기사들을 따돌릴 수 있다고 하지만 언제까지나 그렇게 쫓기고 살 수는 없었다.

 

“미치겠네. 그렇다고 저 불편한 치마를 입을 수도 없고.”

 

그때 무혼의 눈에 갑자기 띄는 게 있었다.

 

“가만, 저것도 여자들이 입는 옷 같은데?”

 

지금 무혼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눈앞에서 말을 타고 가는 여자들이 입은 옷들이었다. 그 여자들은 통이 아주 넓은 바지를 입고서 말을 타고 있었으며, 말에서 내렸을 때 치마처럼 보였다.

 

“오… 아주 적절한 옷이 있었군?”

 

 

 

 

 

이제 갈아입을 옷을 발견했으니 다른 것들을 고민해 보았다.

 

“롱소드를 들고 다니는 여자들이 없군.”

 

간혹 보이는 여자들의 무장은 일반 단도나 얇은 두께의 검이었다. 중원의 협봉검과 비슷한 검으로 무혼의 기억이 맞는다면 레어피어라고 불리는 무기였다.

 

그리고 돈도 필요했다. 몸에 보석들이 있지만, 가치를 알기가 힘들 뿐 아니라 보석으로 인해 추격을 받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자네들이 중원에 나갔을 때 예상치 못하게 경비가 부족한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그럴 때는 자체보충을 해야 하는데 뒤탈이 없고 소문이 날 걱정이 없이 돈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뒷골목의 불량배들과 산어귀에 자리 잡은 산적들을 터는 것이다. 그들은 언제나 적당량의 돈을 가지고 있으므로 몇 번만 털면 필요한 경비를 다 채울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하오문도나 녹림18채(綠林十八寨)의 인물들인지만 잘 파악하라. 그들과 문제가 생기면 자네들이 피곤해진다. 그 두 세력이 아닌 자들이라면 얼마든지 털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가 될 것 같은 자는 철저하게 밟아주도록 하라.”

 

 

 

 

 

“뒷골목의 불량배들과 산어귀의 산적들이라… 이 도시 안에서는 산적은 찾을 수 없을 것이고, 도시가 크니 불량배들은 있겠지?”

 

무혼은 기회를 노리며 자세를 편안히 하고 조용히 창밖을 응시했다.

 

이윽고 날이 조금 어두워질 무렵 무혼이 숨어 있는 창고의 옆집에 치마바지를 입은 한 여자가 말에서 내려 자신의 집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무혼은 숨은 자리에서 나와 여자의 집으로 조용히 다가갔다. 주위를 둘러보니 그렇게 주의해야 할 대상은 없지만, 자신이 눈에 띄는 복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무혼은 주위를 살피며 눈에 띄지 않도록 조심하였다.

 

“엄마~ 저 왔어요.”

 

무혼이 노리고 있는 대상으로 추측되는 여성의 목소리가 창밖으로 가느다랗게 들리고 있었다.

 

“이제 왔니? 어휴, 어디를 그렇게 돌아다닌 거야? 위층으로 올라가 승마복은 벗고 새 옷으로 갈아입어라.”

 

“예-.”

 

곧 가벼운 발걸음과 함께 위층으로 올라가는 소리가 들려오자 무혼도 벽을 타고 2층으로 살짝 올라갔다. 왼쪽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그쪽으로 다가가니 창가에 흥얼거리는 소리도 들려왔다. 벽에 난 홈을 디디면서 베란다로 살짝 다가가니 문은 아주 단순한 거는 고리로 되어 있다.

 

무혼은 여자의 흥얼거리는 소리에 거리를 가늠해 보며 자신이 취할 동작을 머릿속에서 떠올려보았고 그 동작이 자연스럽게 느껴지자 창문으로 몸을 날렸다.

 

 

 

 

 

에디나는 부유한 상인인 아버지에게서 밤색 말 그랜트를 생일 선물로 받은 뒤로는 아주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녀는 오늘도 승마를 즐기는 친구들과 해 질 무렵까지 말을 타고 달리며 즐거운 시간을 만끽하고서 돌아왔고 온몸에 흥분이 가라앉는지 심호흡을 간간이 하고 있다.

 

“아~ 아쉬워라. 해가 지지만 않는다면 좀 더 달렸을 텐데. 3일 후에 또 만나서 같이 달리기로 했으니 참아야겠지?”

 

그녀는 콧노래로 흥얼거리며 승마복을 벗어 의자에 놓은 뒤 옷장 쪽으로 몸을 돌렸다.

 

스르르르

 

“어머? 창문이 안 잠겨 있었나 보네?”

 

놀란 에디나가 창문을 닫기 위해서 몸을 돌릴 때 갑자기 방안으로 뛰어든 사람이 있었다. 무혼은 아주 능숙한 모습으로 검을 휘두르더니 에디나의 목을 향해서 검을 돌렸다.

 

‘이 사람 뭐야?’

 

생각지도 않은 일에 비명을 지르는 것도 잊어버린 에디나는 무혼의 모습을 보았다. 그녀보다는 조금 더 예쁜(?) 얼굴에 목에는 남자의 특징적인 것도 없고 남자 옷을 입었지만, 가슴이 부드럽게 나온 것을 봐서 여자가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혼이 그녀를 보며 입에 손가락을 대는 것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다물고 있었다.

 

‘큰 소리를 내면 검이 목을 관통할 것 같아. 그래도 다행히 남자가 아니야. 그것만으로도 감사해야지.’

 

그녀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떨고 있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무엇을 원하세요?”

 

그 말은 들은 무혼은 얼굴이 팍 찌푸려졌다. 다른 사람들에게 어색하지 않을 옷을 구하기 위해서 들어왔는데 생각해 보니 자기가 여자 옷을 입으러 왔다는 사실이 머릿속에서 떠오른 것이다.

 

‘제길, 내가 여자 옷을 입으러 여자 방에 올 줄이야.’

 

하루 전만 해도 거울 앞에서 옷을 벗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훑어봤을 때 아주 만족스러운 건장한 몸을 자랑하던 당당한 마교 남아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지금은 남자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느낌의 몸을 하고서 좀도둑질에 여자 방에 몰래 들어와서 여자를 협박하며 여자 옷을 뺏어 입을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을 떠올리니 머리를 쥐어뜯고 싶은 심정이었다.

 

잠시간 이를 갈던 무혼은 살짝 떨리는 손으로 승마복을 가리키며 입을 열어 내뱉듯이 말했다.

 

“여자 옷!”

 

그러자 원독에 찬 듯한 여자 목소리가 흘러나왔고 자신의 목소리에 무혼이 내심 놀랐을 때, 앞에 있던 에디나도 두려움에 얼굴이 창백해지며 옷장에서 다른 승마복을 꺼내어 무혼의 손에 넘겨주었다.

 

“뒤돌아!”

 

‘왜 반말이야? 칼만 없어도 그냥 콱!’

 

하지만 속으로만 큰소리칠 뿐 목숨을 걸고 입을 열 자신이 없었던 에디나는 몸을 돌려 침대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의 목 뒤가 따끔하더니 정신이 아득해져 오는 것을 느낀 에디나는 앞으로 허물어졌다.

 

무혼은 에디나의 몸을 부축해서 침대에 눕힌 후 자신의 옷을 벗고 에디나가 준 승마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래도 그 치마보다는 훨씬 낫군.”

 

남자 옷만큼은 아니지만 비교적 행동이 자유로워서 마음에 들었다. 옷장에 있는 모자를 하나 들고 전신거울 앞으로 다가가 자신의 몸을 비추어 보던 무혼은 거울에 비추어진 등 뒤에 있는 여자의 몸에 눈길이 갔다.

 

옷을 갈아입기 위해서 겉옷을 벗어 속옷만 입은 채 침대에 누워 있는 에디나에게 천천히 다가간 무혼은 그녀의 몸을 세심하게 본 후 자신을 쭉 훑어 내려다보면서 중얼거렸다.

 

“이 여자가 입고 있는 속옷들을 나도 다 입고 있어야 하나? 그런데 저 허리에 있는 것은 어떻게 입어… 으악! 내가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머리를 부여잡고 고개를 휘휘 젓던 무혼은 여성 속옷에 대한 생각이 지워지자 빠른 동작으로 롱소드를 천으로 둘러싼 후에 다시 창문을 통해서 밖으로 나갔다.

 

얼마 동안 지붕으로 달리던 무혼은 아무도 보지 않는 골목에서 땅으로 뛰어내렸다. 그리고 길로 나와 보니 이제야 아무도 자신을 이상한 눈빛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쉽사리 추격을 당하지 않을 것이다. 모자를 눌러쓰고 눈에 띄지 않을 검과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 뒷골목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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