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남녀 10화
무료소설 이계남녀: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09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계남녀 10화
010 귀접연무관(鬼蝶演武館)(2)
귀룡일검 장대암은 눈앞에 보이는 광경을 보고서 감탄하고 있었다. 같이 온 흑사독편 윤서광이 그의 모습을 이해가 가지 않아 멀뚱히 보고 있자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대단하구나. 저 아이가 지금 20살쯤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맞느냐?”
“예, 맞습니다만…….”
“검에 대한 이해가 잘 되어 있으며 자세가 좋고, 투지가 강하고 실전 경험도 꽤 많이 가졌군. 게다가 내공까지 잘 유통되고 있으니 저렇게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게야. 지금의 저 아이라면 자네를 상대로 싸워도 이길 수 있겠어.”
그 말을 들은 윤서광은 얼굴이 약간 창백해졌다. 어제도 무혼이 내공이 약해서 초식이 잘 이어지지 않는 것을 이유로 고된 훈련을 시켰다.
그런데 이제 자신을 능가한다면 마교의 특성상 자신보다 윗줄에 놓일 것이다. 실력에서 밀리면 얕보이고 시달림을 받는 게 마교의 전통이다.
“그… 그렇습니까?”
“보아라. 자네는 교두들이 저 아이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고 제압하려 한다고 했으나, 지금 보면 저 아이의 공격을 막아내기에도 벅차 보이지 않느냐?”
윤서광의 눈에도 교두 2명은 제압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아이들을 노리는 무혼을 막기에 바빠 보였다.
“어쨌든 저 아이를 위해서라도 이 싸움을 끝내도록 해야겠군.”
그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그는 검을 뽑고서 무혼에게 날듯이 달려갔다. 방위를 잡은 뒤 무혼에게 일초를 펼치며 찔러갔다. 그러자 무혼이 몸을 날려 그의 검을 피했다.
‘호오. 내 검을 피할 여유도 있더냐?’
무혼은 갑자기 자신의 등 뒤로 다가오는 강한 기운에 몸을 날려 피했다. 그러나 그 기운은 여전히 자신을 따라오고 있었다.
으드득.
무혼의 눈에 쓰러져 있는 8명의 아니꼬운 녀석들이 보였다. 생명까지는 빼앗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팔이나 다리 하나씩은 잘라내고 싶었다.
하지만 계속 방해를 하는 교두들 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다행이라면 평소 내공이 약해서 적재적소에만 사용하던 버릇 덕분에 아직도 내력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왜 방해하는 거야.’
무혼은 화가 났다. 이제까지 자신과 친구들을 무시하던 놈들을 밟아버릴 힘이 생겼는데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억울했다.
‘혈랑이 벼락을 내뿜는다. 혈랑벽력(血狼霹靂)!’
“하하합.”
무혼의 기합성과 함께 혈랑도법의 강력한 살초 중 하나인 혈랑벽력을 펼쳐졌다. 붉은 검기가 스며든 검이 날카롭게 파고드는 것을 본 장대암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아까 피한 것도 잘했지만 이 공격도 좋구나!’
그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위협적인 살초를 보며 그의 일초를 꺼내었다.
‘귀룡동천!(鬼龍動天).’
그를 귀룡일검이라 불리게 해준, 그가 가장 자신 있는 초식인 귀룡동천으로 무혼의 검면을 튕겨내자 그의 눈에 자세가 흐트러진 무혼의 허점이 보였다. 그는 왼손으로 그 허점을 찔러 혼혈을 짚었다.
“억울해…….”
“이 녀석아, 억울해할 것 없다. 네 애비도 노부를 이기지 못하는데… 훌훌.”
쓰러지는 무혼을 잡으면서 한마디를 던져준 장대암은 고개를 돌려 교두들을 향해서 소리쳤다.
“쓰러진 아이들을 모두 약사전으로 옮겨라. 이 아이는 내가 직접 데리고 가겠다.”
교두들과 일전을 벌이느라 여기저기 상처가 있는 무혼을 한 손으로 잡고 약사전을 향해서 경공으로 달려갔다.
남아 있는 교두들은 자신의 모습을 훑어보았다. 무혼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상처를 입은 자신들에게 뒤치다꺼리를 맡긴 관장이 미울 뿐이었다.
‘내가 실력만 저 영감보다 높았어도 그냥 콱…….’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마음과 다른 경우가 많으니 한숨을 쉬며 수련생들을 부르러 간 윤서광을 기다리는 교두들이었다.
희미한 눈앞의 광경이 밝아지며 무혼은 주위를 둘러볼 수 있었다. 이리저리 눈을 움직이며 풍경을 보니 약사전으로 생각이 되었다.
“이제 정신이 드나?”
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천마연무관장인 장대암이 보인다. 2년 전 천마맹호단과의 대련에서 이긴 후로 자신에게 상당히 많은 관심을 보이시며 간혹 눈에 보일 때는 자신의 자세에 한마디씩 조언을 해주는 것을 아끼지 않은 고마운 분이셨다.
“헛! 관장님.”
자신이 누워 있음을 깨달은 무혼은 스승과도 같은 대선배에게 예의를 차리고자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화도환과 그의 친구들과의 결투 그리고 교두들과의 접전의 여파인지 아직 몸이 편하지는 않았다. 그런 그를 보며 장대암은 다가와서 그의 어깨를 짚으며 다시 눕혔다.
“괜찮다. 아직 몸의 피로가 그대로이니 누워라. 네 마음은 충분히 알아볼 수 있느니라. 그리고 네 친구들도 다 이곳에 누워 있으니 불편해할 것은 없다.”
그 말에 무혼이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니 약사전에 자신을 중심으로 친구들이 누워서 손을 흔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네가 해를 가한 아이들은 약사전 동관에 있는데, 이삼일 몸조리를 하면 일어난다고 한다. 큰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니 마음을 편하게 하고 쉬어도 된다.”
“예, 저기, 그런데 관장님께서 여긴 어떻게 오셨습니까?”
“이 녀석아! 아무리 흥분을 하였다고 하나, 살인은 금지되었다는 것을 잊었느냐? 내가 나서지 않았다면 너는 아주 곤란한 처지에 놓였을 것이야.”
“죄… 죄송합니다.”
무혼은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당시에는 자신은 분명히 살심을 가지고 있었고, 그게 안 된다 하더라도 팔이나 다리를 하나 자를 생각이었지 않았던가?
무혼은 그 생각을 하다 장대암의 마지막 말이 떠올랐다. 관장님이 나서다니? 그럼 혹시 자신을 습격한 그 사람이?
무혼이 놀란 눈으로 장대암을 바라보자 귀룡일검은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입을 열었다.
“허허, 네가 나에게 펼쳤던 그 일격은 아주 보기 좋았느니라. 완전하게 다듬어지진 않았지만 젊음의 열정이 듬뿍 담긴 쾌검이었다.”
무혼은 경악을 했다. 뒤에서 밀려오던 강대한 힘, 너무 빨라 누군지 확인하기도 힘들었던 상대가 관장님이었다니?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다. 너를 탓하는 게 아냐. 오랜만에 즐겁게 감상했던 초식이었다. 혈랑검법이더냐?”
“그렇습니다.”
무혼이 미안한 마음을 금치 못하여 얼굴을 붉힌 채 장대암의 얼굴을 슬쩍 보았다. 하지만 그의 입가에는 조용한 미소가 걸려 있고 노여워하는 기색을 찾을 수 없었던 무혼은 내심 안도를 했다.
“하지만 어찌 되었건 너희들은 아주 위험한 결투를 벌였으니 그 벌로 5일간 근신을 하며 반성하도록 하라.”
장대인의 말을 들은 무혼과 친구들은 진심으로 감사했다. 보통 그 정도의 사고를 일으키면 엄벌을 받게 된다. 어떠한 심한 벌을 받을지 걱정되던 그들에게 아주 가벼운 벌로 마무리를 한 것이다.
“오늘은 근신 안 하고 술을 마셔도 됩니까?”
그런 그들 사이로 장대암에게 질문을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두들 갑작스러운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목소리의 주인공은 감숙 마 씨 세가의 후손인 마진풍이었다. 그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는 무혼과 친구들은 장대암을 보며 대답을 기다렸다.
“술?”
장대암은 마진풍의 말에 반문을 하며 그의 옆에 있던 의생을 보았지만, 의생은 어림도 없다는 듯이 고개를 옆으로 흔들고 있었다. 그러나 마진풍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오늘은 무혼의 생일입니다. 그래서 모두들 저녁때 무혼의 집에서 같이 술을 마시기로 약조가 되어 있습니다.”
“오호.”
장대인은 내심 반겼다. 그러지 않아도 무혼의 부모와 이야기를 나눌 것이 있는데 마침 무혼의 생일이라면 집을 방문하기도 쉬울 터였다.
“나도 갈 수 있는 자리겠지?”
그 소리를 들은 친구들은 얼굴이 환해지며 무혼을 바라보았다. 무혼도 자신의 생일잔치에 관장이 온다는 말에 얼굴이 환해졌다. 서열 1,000위 안의 인물이 없는 자신의 마을에 357위의 귀룡일검이 온다는 것은 자신의 집에서 자랑거리로 삼을 일이었기 때문이다.
“물론입니다. 후배의 부모님이 몹시 기뻐하실 것입니다.”
무혼의 시원스러운 대답에 장대암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그럼 시간이 되면 내 방으로 와서 알리도록 해라. 그리고 자네는 이 아이들이 저녁에 술을 마실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주게.”
치료를 맡고 있는 의생은 황당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피 터지는 싸움을 하고 온 자들을 무슨 수로 짧은 시간에 멀쩡한 몸으로 만든단 말인가? 하지만 눈앞의 인물을 꽤나 잘 아는 그로서는 고개를 숙여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최선을 다해 치료하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장대암이 약사전을 나가자 친구들은 크게 웃으며 난리를 치고 있었다.
“무혼, 오늘 끝내줬다. 그 우쭐대던 녀석들이 공포에 질려 하는 얼굴 봤냐?”
“크크크. 몸은 안 움직여도 눈은 움직이더라. 캬… 그동안 쌓인 게 싹 빠지더라니까?”
“야, 무혼 언제 그렇게 대단한 내공을 쌓았냐? 실력도 좋은 녀석이 내공까지 높아지니까 무섭더라?”
“저 녀석 우리 몰래 특별 수련이라도 한 거 아냐?”
모두들 신이 나 무혼에게 한마디씩 하고 있을 때, 천월강이 심각한 목소리로 외쳤다.
“야, 그게 중요한 게 아냐! 아까 난 더 중요한 것을 봤단 말이다.”
그의 거센 목소리에 갑자기 조용해지며 모두 천월강을 보았다.
“…….”
“능미류가 무혼에게 관심을 팍팍 보이는 것을 다들 봤지? 무혼이 첫 격돌을 할 때도 능미류가 도와주고 싶어 했어. 게다가 나머지 사화(四花)도 눈을 반짝이며 무혼이 무공을 펼치는 것을 보고 있더라.”
“휘익-. 무혼 너 혼자서 오화를 독식하려는 거 아니지?”
“오- 하늘이시여, 저런 짐승에게 어떻게 그런…….”
몇몇 친구들은 무혼의 옆으로 달려와서 목을 조르며 말하고 있었다.
“좋겠다. 이 자식아, 다섯 미녀들의 마음을 잡은 소감이 어때?”
“흑조냉묘, 그 애 앙증맞으면서도 몸매도 환상이잖아?”
“능미류뿐만이 아냐. 다섯 명 다 몸매는 빵빵하다고.”
“무혼 넌 오화(五花) 중 누가 제일 좋냐?”
옆에서 왁자지껄한 친구들의 말을 듣고 있으니 무혼에게 생각이 나는 것이 있다. 오랜 기간 동안 꿈에서 가끔씩 보던 아이네스와 그녀의 시녀들 몸매가 눈앞에 떠올랐던 것이다.
“몸매라…….”
꿈에서 본 그 여자들의 풍만한 몸매를 떠올리고 능미류의 몸매를 상상하며 겹쳐보니 상대가 안 되었다. 꿈에서 본 여체를 계속 되살리며 무혼이 몽롱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그게 뭐가 빵빵하냐? 여자 몸매는 역시 그…….”
“뭐? 그… 그게 뭔데?”
천월강은 눈빛을 반짝반짝 빛내며 물어보았다. 무혼의 눈을 보니 어딘가를 보고 있는 듯했고, 무혼의 왼손이 어떤 곡선을 그리고 있다. 순간 천월강은 그가 무엇을 생각하고 손이 무엇을 그리는지 알아챘다.
무혼이 머릿속에 십 년 동안 가끔 봐왔던 색목인 여자들의 몸매를 계속 떠올리자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느다란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