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남녀 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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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97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계남녀 8화
008 삼화취정(三華聚頂)(2)
“무슨 일이냐?”
“공주님께옵서 갑자기 심한 열과 함께 고통 속에서 헤매고 계신다 하옵니다.”
“뭣이?”
라에뮤 3세는 가운을 걸치고 방문을 거칠게 열었다.
“어르신들께는 연락을 하였느냐?”
“아이네스 공주님의 9별궁을 지키는 병사들이 달려갔을 것이옵니다.”
라에뮤 3세는 고개를 끄덕이며 달리기 시작했다. 사이한 붉은 기운에 휩싸여 대신전에서 요양을 받고 돌아온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서 이런 일이 생기다니. 대신관은 분명히 공주에게 어둠의 기운은 없다고 알려왔었다.
어느덧 정신을 차려보니 9별궁 앞이었다. 라에뮤 3세는 지체없이 공주의 침실로 들어섰다.
“이게 어찌 된 일이냐?”
“공주마마께서 갑자기 비명을 지르셔서 달려왔사온데, 몸에서 엄청난 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사옵니다.”
앨리의 다급한 소리를 들은 왕은 공주에게로 다가왔다. 시녀장의 손을 보니 얼음을 싼 수건으로 공주의 몸을 닦고 있었다.
“어르신들은?”
시녀장 뒤에 있던 9별궁의 경비 2조장이 대답을 했다.
“경비병들이 이미 도착했을 것입니다.”
강렬한 열기가 느껴지는 공주의 팔을 잡고 있던 왕은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겨울의 매서운 추위여, 이 공간에 너를 부르느니 나의 의지에 호응하여 너의 영역으로 삼을지어다. 아이스 웨더!”
일정한 공간의 온도를 낮추는 마법인 아이스 웨더가 펼쳐졌다. 공주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추위가 공주의 몸을 조금은 식히고 있었지만, 여전히 고통에 찬 신음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전하, 무슨 일이옵니까?”
“어서 오시오, 스토레무 경. 이게 어찌 된 일인지 모르겠소. 대신관께서 공주에게 사악한 기운은 없다고 하셨거늘, 지금 공주의 상태가 심각하오.”
9별궁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머물고 있던 궁정 수석마법사 스토레무가 도착했지만, 왕은 손을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마법을 거두면 공주가 불길에 휩싸일 듯한 불안감에 잡힌 것이다.
궁정 수석마법사는 공주에게 다가가 공주의 손을 잡아보니 엄청난 열기가 느껴졌다.
“흐음.”
“이게 무슨 일이옵니까?”
왕이 고개를 돌려보니 현자 로디나우였다. 공주의 침대로 다가온 로디나우는 주위를 한 번 둘러보더니 공주의 팔을 만지며 스토레무 경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대신관께서는 아직 안 오시나?”
“전하, 대신관께서는 대신전에 계시옵니다. 연락이 되었을 것이오나 시간이 좀 더 걸리실 거라 생각이 되옵니다. 대신관께서 도착하시면 왕궁에서 대기 중인 고위사제들과 이곳으로 달려오실 것이옵니다.”
스토레무 경과 로디나우는 이야기를 끝냈고 스토레무 경이 공주의 옆으로 다가서며 주머니에서 설화의 가루를 꺼냈다. 이 강렬한 열기를 잠재울 만한 것은 설화의 꽃잎을 제련해서 만든 설화의 가루뿐이라는 것이 두 사람의 결론이었다.
‘빙계 고위 마법사가 아니라면 얼려버리는 설화의 가루가 공주님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
다시 한번 이 방법이 옳은지 눈을 감고 생각을 하던 궁정 수석마법사는 왕을 돌아보며 말했다.
“이제 마법을 거두어 주옵소서.”
스토레무 경의 말에 따라 왕은 마법을 캔슬했다. 공주의 침대에서 냉기가 흐트러지며 주위의 기온으로 돌아오자 마법사는 설화의 가루를 티스푼으로 떠서 공주에게 먹이고 지켜보았다. 그러나 공주의 열기는 가라앉을 줄을 몰랐다.
“설화의 가루도 소용이 없소?”
옆에서 지켜보던 왕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어보았다. 하지만 스토레무 경은 대답할 여유를 가지지 못했다.
‘설화의 냉기보다 공주님 몸속의 열기가 더 강하다니?’
스토레무 경은 다시 한번 설화의 가루가 든 주머니를 보았다. 엄청난 냉기를 간직하고 있기에 특수 마법이 걸린 마법 도구가 아니라면 이렇게 보관할 수가 없는 마법시약인 설화의 가루였다.
‘티스푼 두 개면 바위골렘도 얼어버린다는 설화의 가루인데…….’
하지만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아직도 엄청난 열기를 뿜어내고 있는 공주의 몸이지만 아까보다 열기가 약해졌다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떨리는 손으로 다시 한번 천천히 먹였다.
“전하, 늦어서 죄송하옵니다.”
스토레무 경이 고개를 돌리니 대신관 라이노혼이 가쁜 숨을 내쉬며 들어오고 있었다.
“잘 오셨소. 공주에게 사악한 기운이 있는지 확인을 해주시오.”
스토레무 경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대신관에게 말했다.
“사악한 기운? 공주의 몸에 그러한 기운이 느껴지오?”
“모르겠소. 하지만 분명히 확인을 해야 할 것 같소이다.”
라이노혼은 공주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뒤를 보며 말했다.
“모두들 신성 결계를 펼쳐라.”
대신관의 뒤에 서 있던 사제들은 공주를 중심으로 자리를 잡았다. 사람들이 뒤로 물러나자 서서 기도하는 듯한 자세를 잡고서 자신들의 성전을 암송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들의 몸에서 백색의 신성한 기운이 흘러나왔고, 그 기운은 공주의 몸을 휘감아 은은하게 빛을 내고 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대신관은 암송을 마쳤고 대신관의 몸을 감싸던 신성한 기운도 옅어져 사라졌다.
“어떤 사악한 기운도 느낄 수 없었소이다.”
그러자 스토레무는 앨리를 향해서 물었다.
“어제 공주님께서 드신 음식은 무엇이더냐?”
“여정에 피곤해하시면서 갓 구운 치즈케익과 신선한 우유만 약간 드시고 주무셨사옵니다.”
“그릇은 어떤 것을 사용했느냐?”
“공주님께서 항상 사용하시는 식기이옵니다.”
“흐음.”
“스토레무 경, 무슨 일이오?”
바라보고 있던 대신관이 궁금하다는 듯이 물어보았다. 그러나 스토레무는 그 말에는 대답을 하지 않고 오히려 대신관에게 되물었다.
“설화의 냉기와 비견될 열기의 신성물이 어떤 것이 있습니까?”
“설화의 냉기와 비견될 열기의 신성물이라…….”
대신관이 생각에 잠기자 로디나우가 입을 열었다.
“빛의 태양신의 신성물인 열천(熱泉)과 어둠의 용암신의 신성물인 염석(炎石)이 설화의 냉기와 비견될 것이오.”
“그 외에는 설화의 냉기를 능가하는 것은 없습니까?”
“내가 알기로는 없다오.”
대신관이 다시 스토레무 경을 바라보자 수석마법사는 입을 열었다.
“공주님께 설화의 가루를 티스푼으로 두 번이나 드시게 했소. 그러나 아직도 열기가 잦아들지 않아 혹시 설화의 냉기를 능가하는 다른 것을 섭취하시거나 사악한 마법에 이리 되신 게 아닐까 해서 물어본 것이었소.”
“그런 것은 없다오. 설화의 가루는 마법 주머니에 보관해야 하듯이 열천과 염석 또한 밀폐된 마법 도구에 담아야만 보관이 가능하오. 공주님의 그릇에 담았다면 그 열기가 온 사방에 다 퍼졌을 것이오. 또한, 열천과 염석을 드셨다면 드신 순간 이미 불에 휩싸였을 것이오.”
“그리고 설화는 신성물이오. 어떤 사악한 기운도 설화의 신성력에 이미 소멸되었을 것이오.”
현자와 대신관의 대답을 들으며 수석마법사는 다시 공주의 옆에 앉았다. 공주의 팔을 잡아보니 아직도 많은 열기가 남아 있었다.
“설화의 가루가 공주님의 몸을 식혀주는 데 효과가 있다는 생각이 드옵니다. 이미 두 번을 드시게 했지만, 양을 조절하며 다시 한번 더 드시게 해야 할 듯하옵니다.”
스토레무가 긴장을 하며 이야기하자 왕과 다른 두 노인은 침묵에 잠겼다. 설화의 가루를 티스푼으로 두 번 먹은 전례도 없었다.
“다른 방법이 없다면 세 번이 아니라 네 번이라도 먹여야겠지요?”
고개를 들어보니 그 말을 한 사람은 공주의 침실로 들어오고 있는 왕비였다.
“저는 수석마법사님의 판단을 믿겠습니다.”
왕비가 주위를 쭉 돌아보며 이야기하자 왕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스토레무 경을 믿겠소. 공주를 도와주시오.”
스토레무 경은 다시 품속에서 설화의 가루가 든 주머니를 꺼냈다. 주머니의 입구를 열자 새삼 설화의 냉기가 자신의 얼굴에 느껴졌다.
‘내 생각이 틀리면 공주님께서 얼어버린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도저히 떠오르지 않는구나.’
마음을 가다듬은 수석마법사는 다시 티스푼으로 설화의 가루를 떴고 그 모습을 모두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 아이네스 공주는 장난기가 심한 말괄량이였지만,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왕궁의 귀염둥이이기도 했다.
스토레무 경은 공주의 팔을 잡고서 설화의 가루를 공주의 입에 조금씩 조심스럽게 흘려 넣기 시작했다.
‘실수하면 공주님이 얼어버린다.’
그러한 생각이 스토레무 경의 신경을 예민하게 만들고 있었다.
‘고통스러워.’
무혼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제 온몸에 열기와 함께 냉기도 느껴지고 있다. 처음에는 열기와 공존하는 냉기가 자신의 고통을 줄여주는 듯해서 안도하던 무혼이었다.
그러나 그 냉기는 점점 강해지고 있었고, 어느 순간이 되자 섞이지 않는 열기와 냉기가 온몸을 휘젓고 다니기 시작했다.
‘구결이 어떻게 되더라? 생각이 안 나. 으으윽!’
하지만 혈령마경의 구결은 아이네스 공주도 외우고 있는 구결이었다. 극심한 고통 속에서 공주가 그 구결을 떠올리자 공주의 생각이 무혼에게도 그대로 전달되고 있었다.
무혼은 떠오르는 생각을 따라서 열기와 냉기를 유도했다. 제대로 유도되지 않고 고통스러운 것은 똑같았으나 무혼은 구결에 따라 기운을 다스리는 데 집중하며 고통을 잊어갔다.
무혼이 혈령마경으로 두 기운을 유도하자 그 감각을 느끼고 있던 아이네스는 극한지기를 운용하는 냉혈공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무혼과 아이네스를 괴롭히고 있는 두 기운이 분리되기 시작했다.
열기는 차원을 넘어 무혼의 몸에 모여 혈령마경의 구결을 따라 혈도들을 타동시키고 있었고, 냉기는 아이네스의 몸에 모여 냉혈공의 구결에 따라 혈도를 뚫고 있었다. 빠른 속도로 혈도를 뚫어가던 두 기운은 생사현관에 도착하자 열기와 냉기는 차원을 넘어 서로를 휘감으면서 두 사람의 생사현관에 세차게 부딪쳤다.
다음 순간 무혼과 아이네스는 머릿속이 텅 비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게 어찌 된 일이오?”
라에뮤 3세는 놀라서 바라보고 있었다. 공주의 몸이 1미터가량 떠오르고 잠옷에 누런 진액이 번지더니 곧 잠옷이 불타올랐다.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이냐? 모두 고개를 돌려라. 보고 있는 자는 내가 직접 참수하겠다! 어르신들도 고개를 돌리시오!”
라에뮤 3세는 공주의 잠옷이 사라지자 서슬 퍼런 목소리로 주위에 말했다. 놀라운 광경에 눈을 떼지 못하던 주위의 남자들이 왕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모두 몸을 돌렸다.
“전하께서도 고개를 돌려주옵소서.”
왕이 고개를 돌려보니 왕비가 노려보고 있었다.
“아, 아니. 나…난 그래도 공주의 아버지인데……. 걱정도 되고…….”
“전. 하!”
왕비의 눈이 가늘어지는 것을 본 왕은 순간적으로 몸을 돌렸다. 그 모습을 본 왕비는 입가엔 살짝 미소가 어렸지만, 여전히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공주를 바라보았다.
아이네스의 온몸에서 균열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러더니 모든 피부가 허물이 타듯 타버렸고, 그 사이로 새하얀 살이 보이고 있었다. 잠시 공중에 머무는 아이네스의 머리에서는 3개의 꽃잎처럼 보이는 형상이 떠올랐다.
‘설화?’
왕비가 보기엔 설화의 꽃잎처럼 생겼다. 그 형상이 공주의 코로 들어가자 공주는 천천히 침대로 내려왔다. 왕비는 황급히 공주의 팔을 잡았다.
‘정상적인 체온이다.’
“어서 새로운 이불을 가지고 오너라.”
왕비의 목소리를 들은 앨리는 새로운 이불을 꺼내어 공주의 몸을 덮었다.
그동안에도 시선을 떼지 않은 왕비는 공주의 숨소리가 고른 것을 느끼고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공주의 상태를 봐주십시오.”
왕비는 수석마법사를 보면서 말했다. 그제야 고개를 돌린 노인들은 공주의 곁으로 다가왔고 대신관은 다시 기도를 하며 신성력으로 공주를 덮었다.
잠시 후 대신관이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물러서자 스토레무 경이 디텍트 마나로 공주의 몸을 살폈다.
‘엄청난 마나!’
공주의 심장에서는 7개의 마나 고리가 느껴지고 있었다. 특히 7번째의 가느다란 고리는 점점 두께가 더해지고 있다.
‘이… 이게?’
공주의 단전에 모인 냉기의 기운은 혈도를 따라 심장으로 모여들고 있었고 그녀의 심장을 둘러싼 마나의 고리를 휘감으며 고리의 일부로 합해졌다.
7번째 마나의 고리가 거의 완성이 되자, 공주는 깨어나기 시작했다. 그 순간 공주의 심장을 맴돌던 두 개의 마나의 고리가 갑자기 사라졌다.
‘응? 이건 또 무슨 일이지?’
스토레무 경은 다시 한번 공주의 마나 고리를 확인했으나 지금 공주에게서 느껴지는 것은 변함없이 5개였다.
‘5클래스의 유저급 마나, 공주님의 나이에 이것만 해도 대단한 것이지만… 조금 전에는 7클래스급의 마나였었는데?’
아이네스는 힘겹게 눈을 떴다. 어떤 멍청이의 행동 때문에 죽을 뻔했다는 것이 기억이 났고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녀는 몸을 일으키며 말을 내뱉었다.
“그 빌어먹을 자식!”
그런데 그녀의 눈앞에 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모두들 공주가 내뱉은 거친 말투에 얼이 빠진 듯 멍청하게 아이네스를 보고 있었다.
‘앗. 웬 사람들이… 으윽. 그 자식 때문에 나의 내숭이 벗겨지나…….’
하지만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고 있었다. 허전하고 그리고… 옆을 보니 왕비와 앨리가 이불을 잡고 공주의 가슴을 가리고 있었다.
“왜?”
공주는 이제야 제정신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여기는 자신의 침실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몸에는 옷이 없는데, 남자들이 왜 이렇게 많지?
“까아아아악- 다 나가!!!”
공주의 비명 소리에 왕을 비롯한 모든 남자들은 허겁지겁 공주의 침실에서 도망치듯 나왔다. 침실에서 좀 떨어진 곳까지 뛰어온 라에뮤 3세는 스토레무 경과 라이노혼에게 물어보았다.
“공주의 건강은 어떠했소?”
“공주님께서는 설화의 신성한 기운이 충만하여 더 이상 사악한 힘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사옵니다.”
“전하, 공주님께서는 이제 5클래스의 마법을 다룰 수 있게 되셨나이다. 축하드리옵니다.”
아이네스의 위험이 오히려 행운이 된 듯하자 왕은 기분이 좋아졌다. 20세의 어린 나이에 설화의 가루를 취한 마법사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5클래스라… 그러하다면 공주는 설화의 가루를 곧 다시 취할 수 있겠군요?”
“그것은 무리라 생각하옵니다. 공주의 몸에는 이미 냉기가 너무 많사옵니다.”
“아, 그래요?”
라에뮤 3세는 아쉽다는 듯한 얼굴을 하였다. 20세의 나이에 5클래스의 마법사라니, 설화의 가루를 취할 수 있다면 60세가 되기 전에 꿈의 7클래스를 노려보는 것도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어차피 8클래스의 마법사는 전설로만 전해지고 있는 이곳에서 7클래스의 마법사라면 대마법사였다.
그래도 다시 건강해 보이는 듯한 공주가 안심이 되는 듯 왕은 공주의 침실 쪽으로 눈을 돌리며 미소를 지었다.
“몸의 느낌은 어떠하냐?”
왕비로부터 자초지종을 다 들은 공주는 코를 찡그리며 대답했다.
“불쾌한 냄새가 나는 듯해요.”
“하지만 공주마마, 피부가 더욱 고와지셨사옵니다.”
앨리가 아직 공주의 몸에 남아 있는 불에 탄 피부를 손으로 쓸어내리며 말했다. 그녀의 손길에 따라 타버린 피부는 밀려나며 새하얗고 고운 피부가 드러나고 있었다. 앨리의 말에 아이네스 공주는 자신의 팔을 보며 대답했다.
“그런가? 잘 모르겠는데… 그것보다 앨리, 목욕 준비를 좀 해주겠어?”
“예, 알겠사옵니다.”
곧 공주의 방에서는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며 공주의 목욕 준비에 시녀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그 모습을 보면서 공주는 생각에 잠겼다.
‘그 멍청이는 어떻게 됐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