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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남녀 6화

무료소설 이계남녀: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35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계남녀 6화

006 무림의 남자와 판타지의 여자(4)

 

 

 

 

 

“저건 뭐지?”

 

경호대장을 협공하던 2명의 습격자 중 한 명이 뒤로 물러서면서 입을 열었다. 그의 말에 경호대장과 다른 자도 고개를 돌렸고 그들이 바라보는 곳에서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아이네스 공주가 사이한 느낌의 붉은 기류가 담긴 냉기를 휘날리며, 자신의 동료에게 맹공격을 가하고 있었다. 눈으로 봐도 공주의 실력이 우세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맙소사! 검기잖아?”

 

공주의 롱소드에서 보이는 붉은 기운은 틀림없이 실력 높은 기사가 펼쳐내는 기술인 검기였다. 그들이 놀라서 보는 있는 사이에 공주는 상대의 다리를 잘라내고 고통의 비명을 지르는 적에게 다시 한번 검을 휘둘러 목을 날렸다. 그리고 경호대장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눈빛이 붉은색이야.”

 

“이봐, 그게 중요한 게 아냐. 저 여자 우리를 노리고 있어.”

 

같이 온 소드익스퍼트들은 거의 비슷한 실력이다. 자신의 동료를 간단히 처치한 공주가 이곳으로 와 2대 2의 싸움이 벌어진다면 결론은 뻔하다.

 

“모두 후퇴하라!”

 

그러는 사이에도 공주는 자신의 앞을 막아선 자를 한 명, 한 명 베면서 오고 있었다. 자신의 상관이 후퇴의 명령을 내리자, 모든 습격자들은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공주는 그들이 후퇴하는 것을 보고 있을 뿐 쫓지 않고 있었다.

 

‘다행이다. 검기를 다루는 세 명 중 한 명도 간신히 잡았다. 감각이 없어서 어려웠어.’

 

그녀의 속에서는 무혼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조금 전의 강한 적을 쓰러뜨린 것은 단순히 운이었다. 공주의 놀라운 모습에 당황한 적이 빈틈을 보이지 않았다면 무혼은 몹시 고생을 했을 것이다.

 

‘제길. 감각만 제대로 느껴져도 셋 다 잡을 수 있었는데.’

 

긴장감이 풀리니 무혼은 나른해졌다.

 

‘일단 이 몸을 저쪽으로… 응? 안 움직여지네?’

 

무혼이 감각을 되살려 공주를 움직이고자 해도 공주는 그 자리에 서 있을 뿐 움직이지 않았다.

 

 

 

 

 

멀리 후퇴한 습격자들은 모여 있었다. 호위대장과 싸우던 자 중 한 명은 살기를 내뿜으면서 검은 로브를 입은 자의 멱살을 잡고 흔들고 있다.

 

“야! 별 볼 일 없는 실력의 마법사라며? 엉? 근데, 요즘 별 볼 일 없는 실력의 마법사는 검기 뿌리냐? 앙? 우릴 다 죽이려고 작정한 거야? 야, 이 자식아. 콘웰의 목이 날아갔어. 네가 말한 별 볼 일 없는 마법사에게 말이야. 너, 죽고 싶어?”

 

“저… 저기, 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멱살을 잡힌 채 살기를 온몸으로 받으면서 식은땀만 흘리고 있는 그는 속으로 절규하고 있었다.

 

‘정보대 녀석들 다 죽여버릴 거야-.’

 

 

 

 

 

사이한 기운을 흩날리며 서 있는 아이네스 공주에게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사람들은 멀뚱히 볼 수밖에 없었다. 습격자들을 단칼에 베는 솜씨에 가까이 다가갔다가 자신도 그들처럼 될까 두려웠던 것이다. 어느새 파티를 준비하기 위한 일행이 도착하자, 소식을 전해 들은 경비대장은 같이 온 병사들에게 주위를 샅샅이 조사하게 했고 그들을 보던 공주는 사이한 기운이 사라지며 서서히 쓰러지고 있었다.

 

“공주는 무사한가?”

 

“특별히 다친 곳은 없사옵니다. 허나…….”

 

“허나, 무엇인가?”

 

“파티 준비 인원이 도착했을 때, 습격자들은 이미 없었지만, 공주님은 붉고 사이한 기운 속에서 계셨다고 하옵니다.”

 

왕의 눈이 꿈틀거렸다. 지금 빛의 연합군은 어둠의 동맹과 전쟁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둠의 기운이 공주에게 있다면 국가적인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다. 골똘히 생각하던 라에뮤 3세는 옆에 있는 벨리타 후작을 보면서 물었다.

 

“어찌했으면 좋겠소?”

 

“예, 공주님의 몸이 불편하오니 대신전에서 며칠을 요양하게 하심이 좋으실 듯하옵니다.”

 

“요양이라…….”

 

“그러하옵니다. 만일 어떤 사이한 기운이 있다면 대신전에서 못 알아낼 리가 없사옵니다. 또한, 건강을 되찾기 위해서도 대신전은 좋은 선택이옵니다.”

 

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공주의 회복을 위해서 대신전에서 요양을 한다면 높은 신성력을 지닌 사제들이 많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사이한 기운에 대해서도 조용한 처리가 가능하다.

 

“좋은 생각이오. 즉시 대신전에 연락을 취해서 공주의 거처를 마련해 달라고 하시오. 그리고 그 습격한 자들에 대해서 조사를 철저히 하라 이르시오.”

 

 

 

 

 

눈을 뜬 공주가 처음 본 모습은 빛의 신이 어둠의 추악한 자들을 몰아내는 그림이었다. 언제나 친숙하게 느껴지는 이 그림들은 신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었다.

 

“내가 왜 신전에 있지?”

 

공주가 중얼거리자 옆에서 조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니 여러 명의 여사제들이 있다.

 

“공주님, 괜찮으시옵니까?”

 

제일 앞에 서서 공손히 물어보는 여사제는 대신관의 고위사제인 델피 사제였다. 생각하지 못한 주위의 모습에 잠시 멍해진 공주는 다시 정신을 차리며 물어보았다.

 

“제가 왜 신전에 있죠?”

 

“기억이 안 나시옵니까?”

 

“기억? 아…….”

 

공주는 마지막 기억이 머릿속에서 천천히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공격하던 습격자에게서 자신을 지키고자 뛰어든 앨리. 그녀가 쓰러지고 다시 자신에게 달려드는 습격자를 상대로 몸이 멋대로 움직였었다. 전신을 휘감는 붉은 냉기와 날렵한 움직임으로 펼쳐지는 놀라운 검술로 한 명의 습격자를 쓰러뜨리자 그들은 곧 사라졌다. 너무 놀란 마음에 멍하게 서 있었고 병사들이 몰려와 겨우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상태가 되자 긴장의 끈이 끊어지며 정신을 잃었다.

 

“앨리, 앨리는 어떻게 되었나요?”

 

“그녀는 무사하옵니다. 다리에 단순한 검상을 입었을 뿐이옵니다, 공주님.”

 

아이네스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자신이 고집을 피워 먼저 파티 장소로 온 것이 화근이었다. 따로 오지 않았다면 아무도 다치지 않았을 것이다.

 

“며칠간 이곳에서 요양하시는 것이 좋을 듯하옵니다. 공주님.”

 

“예. 고마워요, 델피 사제님.”

 

공주는 진심 어린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대신전에서 머물게 된 공주는 며칠이 지난 아침에 스노샤니 대신전의 뜰을 거닐고 있었다. 대신전의 가장 안쪽에 있는 이곳은 고위사제 이상의 허락된 자들에게만 개방된 곳이지만, 라이에노 대신관의 배려로 공주는 그곳을 둘러볼 수 있었다.

 

스노샤니와 그의 딸들의 모습을 간직한 20개의 대리석들이 자애로운 눈길로 내려보고 있는 뜰의 한쪽에는 활짝 핀 꽃들이 보였고 색깔별로 아름답게 배치된 꽃밭 가운데 하얀 돌로 만들어진 작은 길이 있었다. 그 길을 따라 걸으니 하얀 꽃들이 휘감은 아치와 그 뒤에 보이는 꽃의 장막이 보인다. 공주가 다른 사람에게 들은 모습 그대로였다.

 

잠시 숨을 고른 공주가 꽃의 장막을 돌아 장막의 안쪽으로 거닐자 눈앞에는 거대한 흰색의 나무가 나타났고 나무에 피어난 하얀 꽃은 옅은 푸른빛을 아름답게 발하고 있다.

 

“아름다워라. 저것이 설화… 책에서 묘사한 것보다 더 아름답구나. 마나의 흐름으로 보면 얼마나 더 아름다울까?”

 

혼자서 중얼거린 아이네스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디텍트 마나!”

 

그러자 공주의 눈에는 여러 가지 색깔의 옅은 기류가 보이기 시작했다. 눈을 돌려 다시 설화를 보니, 꽃과 나무에 신성한 흰색이 강하게 일렁이고 있었고 공주는 그 아름다운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 중얼거렸다.

 

“이 왕국의 수호신이 내려주신 신성한 빛의 꽃…….”

 

“그렇사옵니다. 눈의 신 스노샤니의 축복이 담긴 신의 꽃, 설화이옵니다.”

 

공주가 뒤를 돌아보자 그곳에는 라이에노 대신관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라이에노 대신관님. 저에 대한 많은 배려에 항상 감사를 드립니다. 설화는 처음 보지만 너무나 친숙하게 느껴져요.”

 

“공주님은 빙계 마법과 신성 마법을 배우고 계신다 들었습니다. 설화는 차가움과 신성함을 담고 있는 신의 선물이어서 더욱 친숙하게 느껴지실 것이옵니다.”

 

“그럼 그 책에 안내되어 있는 말이 맞나 보네요.”

 

대신관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나무를 보았다. 가이오스트 대륙의 왕국들은 자기 왕국의 수호신이 내려준 신성물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눈의 신인 스노샤니를 모시는 미라크네 왕국이 자랑하는 신성물이 설화다. 설화의 꽃잎은 마법 시약인 설화의 가루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잘 자란 설화의 꽃잎을 제련하여 가루로 만들면 티스푼 4개 분량이 나온다. 티스푼 하나의 분량을 먹으면 엄청난 양의 냉기의 마나를 다룰 수 있게 되니, 빙계 마법을 익히는 마법사들에게는 절대적인 보물이다.

 

“전 언제쯤에 설화의 가루를 취할 수 있을까요?”

 

아이네스 공주가 설화를 보면서 말하자 대신관은 살짝 웃으면서 대답을 했다.

 

“아직 전하께옵서도 설화의 가루를 취할 만큼 냉기의 마나를 다루지 못하십니다. 하지만 멀지 않은 날에 취하게 되실 듯합니다. 공주님의 마법 실력이 빠르게 늘어나신다고 하니 30년쯤 지나시면 충분히 취하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공주는 다시 설화로 눈을 돌리며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설화는 너무 아름다워요. 책에서 그림으로 봤을 때, 참 아름답게 그렸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보니 그림으로는 표현하기 힘든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어요.”

 

“가서 만져보시겠습니까?”

 

대신관의 말에 공주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설화에게 다가갔다. 손을 들어 디텍트 마나를 취소시키고 그 손을 설화 쪽으로 내밀었다.

 

은은한 푸른빛이 공주의 손을 푸르게 물들였고, 공주가 꽃을 살짝 어루만지자 손끝을 통해 꽃의 냉기가 느껴지고 있었다.

 

“아름다운 만큼 몹시 차갑군요.”

 

“성스러운 냉기입니다, 공주님. 스노샤니 님의 축복이지요. 같이 설화를 보며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내일은 공주님의 생일이시니 이만 왕궁으로 출발하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그 말을 들은 공주는 아쉬움에 옅은 한숨을 쉬며 대신관에게 살짝 인사를 하고서 자신의 처소를 향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의 뒷모습을 보던 대신관은 미소를 띠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사악한 어둠의 힘에 잠식되셨다면 설화의 성스러운 냉기에 이겨내지 못하고 쓰러지셨을 텐데… 이것으로 공주님의 몸에는 어둠의 기운이 없다는 것이 확실히 확인되었구나.”

 

대신관은 이 사실을 라에뮤 3세에게 알리기 위해서 자신도 발걸음을 옮겼다.

 

 

 

 

 

며칠을 보낸 대신전을 아쉬운 눈빛으로 다시 한번 바라본 공주는 마차에 올라 왕궁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마차에서 내리자 곧바로 라에뮤 3세의 집무실로 향했다.

 

“오오, 공주야. 몸은 괜찮으냐? 불편한 곳은 없느냐?”

 

“대신전의 분들이 저를 잘 돌봐주셨사옵니다. 몸은 불편한 곳은 없사옵니다.”

 

미소를 띠며 대답하는 공주가 사랑스러운지 라에뮤 3세는 공주를 살짝 안아주었다.

 

“걱정을 많이 했단다.”

 

옆에서 보던 왕비가 그 모습을 보고서 못 말린다는 듯 살짝 웃으면서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하지만 자신과 자신이 낳은 5남매에게 끝없는 애정을 보여주는 남편이 고마웠다. 자신의 결혼도 정략결혼이었고 또 후궁들과도 정략적으로 결혼한 왕이었지만, 처음부터 자신을 특별히 아껴주었던 라에뮤 3세였다.

 

“전하, 공주를 그만 쉴 수 있도록 하심이 좋으시겠사옵니다.”

 

“응? 아… 이곳까지 오느라 피곤하겠구나. 오랜만에 공주를 보게 되어 내가 그것을 깜박했소. 이해하시오, 왕비. 그리고 공주야, 내일은 공주의 생일이니 네 어머니 말대로 오늘 푹 쉬는 것이 좋겠구나.”

 

왕은 공주를 놓아주고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럼 아바마마, 어마마마, 소녀 이만 처소로 돌아가겠사옵니다.”

 

살짝 무릎을 굽히며 인사를 하고서 처소로 돌아가자 그곳에는 자신의 시녀장인 앨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앨리, 몸은 괜찮아?”

 

“다리만 살짝 다쳤을 뿐이었사옵니다. 걱정을 끼쳐 죄송하옵니다, 공주님.”

 

“아니야. 나 때문에 다친걸. 미안해, 앨리.”

 

“아니옵니다. 저는 아무렇지도 않사옵니다. 그리고 공주님께서는 여행을 하느라 피곤하실 것이오니 제 시중을 받으시고 어서 휴식을 취하시옵소서.”

 

앨리의 방긋 웃는 웃음에 마음이 놓인 아이네스는 그녀의 시중을 받아 여장을 풀고서 침대로 돌아와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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