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199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20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99화
#199화
쿠우우우웅……!!!
나와 교주의 싸움이 더욱 가열 차게 이어질수록 광양산의 산봉우리는 초토화되어 갔다.
거대한 공력의 격돌로 인해 지축이 흔들렸고, 사위는 숨도 제대로 내쉴 수 없을 정도의 압력으로 가득 찼다. 만약 싸움을 구경하던 네 사람이 먼발치에 있지 않았다면 무공이 강한 그들이라 해도 짙은 살기와 마기에 제정신을 유지하기 힘들 터였다.
채애애애애앵-!
하나 지금 내게는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아니 정신이 없었다.
두근두근-.
‘가슴이 두방망이질 치는구나…….’
작금의 나는…….
벼락을 맞은 사람처럼 손끝부터 머리끝까지 찌릿찌릿한 전율이 감도는 중이었다.
왜냐면,
‘이게…… 무릉도원이구나!’
나는 진심으로 교주와의 싸움을 즐기고 있기 때문이었다.
콰지지지지직-!
교주의 검봉이 쏘아낸 꺼지지 않는 검은 불꽃이 주변을 모두 태우기 시작했다.
더 이상…… 나와 교주의 공간으로 누구도 들어올 수 없는 상황이 펼쳐졌고, 나는 삽시간에 지독한 열기를 느꼈다.
‘뭐…… 버틸 만한데?’
하나 상관없다.
금강불괴체신공을 체득한 내 몸뚱이는 더 이상 어떤 열기나 한기, 독에도 침범당하지 않는 말 그대로의 금강불괴가 되었고
“소천아. 정말 대단하구나. 하나 이번엔 쉽지 않을 것이다.”
번번이 자신의 공격이 무위로 돌아간 교주는 이내 산봉우리만 한 크기의 흑검강(黑劍罡)을 생성했는데, 나는 그 찰나 풍-뢰-수-화-역의 다섯 가지 자연결 호흡을 모두 일으키는 한편, 팔문둔갑술(八門遁甲術)의 개문(開門)-휴문(休門)-생문(生門)-상문(傷門)- 두문(杜門)에 이르는 다섯 개 문을 모두 개방해 전력을 다했다.
“어, 교주야. 그런 걱정 안 해도 된다. 피차 서로 죽일 사람끼리 별걱정을 다하는구나.”
콰아아아아아아앙-!!!
그렇게 나와 교주의 검이 충돌하는 순간…….
‘아름답구나…….’
나는 내 검강이 한겨울 서릿발을 연상시키는 ‘빙강’이 아닌 영롱한 오색(五色)과 태극의 묘리를 품은 ‘절대검강’으로 승화했음을 깨달았다.
‘내 검이…… 이런 식으로 펼치질 줄은 몰랐군.’
의외였다.
작금 내 검은 마치 적막한 도가의 검처럼 고요하고, 정적이며, 차분한 성정을 품은 채였다.
쾌속하고 패도적이며, 오직 상대를 죽이기 위해서 펼쳐지는 이전의 내 검과 전혀 다른 느낌이랄까?
‘주 영감님 말이 맞았나……?’
새삼…….
나는 문득 예전에 주 영감님과 스치듯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렸다.
「흐흐! 소형제. 지금은 자네가 일견 패도적이고 살상력 짙은 검법을 구사하지만…… 언젠가는 본파의 태극혜검 같은 정적인 검법을 창안하게 될 거야.」
「주 영감님. 왜 그런 생각을 하십니까? 저는 도사들과 체질적으로 다른 인간인데……. 그런 제가 도가의 이치를 담은 검법을 왜 만들겠어요? 아니…… 만들고 싶어도 능력이 부족해서 못 만들걸요?」
「헤헤! 그건 착각이야.」
「네?」
「사조께서 말씀하시길 무릇 검(劍)은 마지막에 이르러선 모두 같은 형태를 추구하게 된다고 하셨어. 나는 소형제가 검의 궁극에 도달할 거라 생각해. 하니 결국 자네는 사조님과 비슷한 검법을 만들게 될 거야.」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주 영감님의 말을 개소리라 치부해버리고 말았다.
검법을 창안하는 것만 해도 보통 일이 아닌데, 뭐?
내가 ‘태극혜검’ 같은 검법을 만들어?
누가 들어도 미친 소리가 아닌가.
하나…….
콰아아아아앙-!!!
내 검강이 의식하지 않아도 완벽한 음양(陰陽)을 조화를 이루며 ‘태극’의 힘을 뿜어내는 걸 보면…….
‘도사는 도사인 모양이네. 이걸 예견했던 거구나.’
당시 왜 주 영감님이 내게 그런 소릴 한 것인지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
“……소천!!!”
이윽고…….
무념무상의 상태에서 휘두른 내 검을 목도한 교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너는……!!!”
콰아아아아아앙-!!!
하늘에선 천마검의 어두운 그림자가…….
땅에선 영롱하게 빛나는 오색검강(五色劍罡)이…….
자웅을 겨루듯 끝없이 대치한 상태로 수천수만 번의 격돌을 일으켰고
콰아아아아아아앙-!!!
어느새 광양산 정상은 폭풍으로 둘러싸여 천지가 개벽하는 듯한 광휘를 흩뿌렸다.
“위지혼.”
“…….”
“내가 말했지?”
“…….”
“나는 못 죽는다고. 어떤 상황에도…… 죽을 수 없다고. 반드시 널 이길 수밖에 없다고.”
“왜냐……. 도대체 무엇이…… 너를 진정 무신武神으로 만든 것이냐?”
교주의 물음에 나는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나직이 말했다.
“딸내미 놔두고 먼저 죽을 수는 없잖냐?”
그러자 교주는 웃었고, 이내 그의 어둠이…… 자욱하게 내려앉았다.
“위지혼. 이걸로 나는 너에 대한 원한을 모두 잊겠다.”
“소천…….”
“이제 너와 나 사이엔…… 과거의 추억만이 남은 셈이야.”
나는…….
썩은 고목처럼 바스러지는 교주의 신형을 끌어안았다.
* * *
“교, 교주님!!!”
“교주님!!!”
검고 영롱한 빛의 폭풍이 모두 가라앉은 후에야 방태산과 호위대장은 힘을 다해 진소천의 품에 안긴 위지혼의 신형을 확인했다.
동시에 상황을 파악한 공일대사와 허원 진인도 진소천의 이름을 부르며 그에게 다가서려 했는데.
“잠시……. 교주와 할 이야기가 있으니 다들 거기 계십시오.”
이어지는 진소천의 말에 그들 모두는 그 자리에서 멈춰 섰다.
이윽고…….
진소천은 천마 위지혼을 부축하여 절벽이 내려다보이는 봉우리 끄트머리로 발걸음을 옮긴 후 나직이 입을 뗐다.
“교주……. 어떠시오? 여전히 죽기 좋은 날이지 않소?”
어느새 천마를 향한 진소천의 어투가 온화하게 바뀐 채였다.
“그래…… 소천아. 오늘은 정말이지 죽기 좋은 날이구나…….”
“문득 당신과의 옛일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는군.”
“어떤 일들이 떠오르느냐?”
“교내 간부들 몰래 당신이 내게 흡성대법을 전수했던 일. 부교주 마저 출입할 수 없는 금역 서고에 날 자유롭게 출입하게끔 허가해주었던 일. 새파랗게 어린 나를 1급 살수로 임명한 것도 모자라, 얼마 지나지 않아 특급살수로 임명하고, 말도 안 되는 권한들을 부여했던 일……. 돌이켜보면 당신을 날 참 편애했소.”
진소천의 말을 들은 위지혼의 입가로 옅은 미소가 번졌다.
“후후……. 그렇구나. 내가 너를…… 그리 대했었구나.”
“그렇소. 아마 날 질시하는 교내 상소가 끊이지 않고 빗발쳤던 건 당신의 그런 행동 때문일지도 모르오.”
“…….”
“결국 이러나저러나 내 죽음에 당신이 적잖게 기여한 게 사실이란 뜻이지.”
“미안하구나……. 소천.”
그렇게 말하는 천마 위지혼이 덥석- 진소천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진소천은 그 손길을 뿌리치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하나……. 당신을 향한 내 은원은 이제 모두 정리되었소. 지금의 당신은 나의 옛 주군이요, 스승이자, 친구요.”
“하하……. 그리 생각해주니 고맙군.”
“교주…….”
“…….”
“아니 위지 형.”
“소천…….”
“어찌 보면 당신은 너무도 가엾은 사람이오. 물론 나도 그러하고. 하나 세상일을 어찌 측은지심으로만 행하겠소. 이제 우리의 인연도 여기까지구려.”
“…….”
“마교의 졸개들에게 마지막으로 남길 말이 있소?”
“난 이미 네게 본교의 모든 권한을 일임하지 않았느냐. 따로 할 말은 없다. 다만……. 다만 네겐 할 말이 남았다.”
“말하시오.”
“행복하거라……. 나의 아우야.”
“…….”
진소천은 천마의 말에 대답을 잇지 못했다.
‘나는…….’
하나 이내 그가 무슨 말을 건네려 할 때
“나는…….”
철푸덕-.
천마 위지혼.
교주의 신형이 오래된 난파선처럼 무너지고 말았다.
“나는…… 행복할 거요.”
독백하듯 말을 내뱉은 진소천이 위지혼의 시신을 끌어안은 채 발걸음을 내디뎠다.
‘잘 가시오. 위지 형.’
* * *
“방 군사. 보다시피 나와 교주의 대결은 내 승리로 끝났다.”
위지혼의 시신을 방태산에게 넘기며 진소천이 입을 열었다.
그러자 방태산은 묵묵히 고갤 끄덕였다.
“인정하오. 귀하는 교주를 꺾었소.”
“그게 끝이냐?”
“…….”
침묵하는 방태산에게 진소천은 대뜸
짜자작-!
전광석화 같은 뺨따귀를 세차게 휘둘렀다.
“끝이냐고 물었다. 이 마교도 새끼야.”
“……나 나는……. 당신이 교주가 될 수 있도록 모든 절차를 이행하겠소.”
그제야 붉으락푸르락 구겨져 있던 진소천의 인상이 온화하게 풀렸다.
풀렸는데…….
“방태산.”
“말씀하시오.”
“나는 교주 될 생각이 없다.”
“뭐…… 요?”
“내가 왜 천마신에 미쳐서 인신 공양을 일삼는 너희 같은 정신병자 새끼들을 거두냐는 말이다.”
“하면…….”
“본래 오늘부로 마교의 전원 해산을 명령할 생각이었지만……. 그리한다면 아마 원로원의 영감들은 물론이고, 평교도들까지 들고 일어나 반란을 일으키겠지?”
“그, 그럴 것이오.”
“그러면 이제 잠잠해지려는 강호가 또 한바탕 뒤집히고, 피로 얼룩질 게 뻔한바…….”
“…….”
“나는 마교의 30년 봉문을 명한다.”
진소천의 말에 모든 이가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는데……. 강산이 한 세 번쯤 바뀌면…… 니들도 좀 변하지 않겠냐?”
“진 문주…….”
“30년간 중원에는 얼씬도 하지 마라. 이건 현現 마교대장으로서 내리는 명령이다.”
“아, 알겠소.”
“만약…… 내 명을 어기고 또 어디서 더러운 짓을 일삼거나, 꿈틀꿈틀 세상에 기어 나오려 하면. 내 이름을 걸고 네놈과 네 식솔, 사돈의 팔촌까지 산 채로 껍질을 벗겨줄 생각이다.”
“……!!!”
“오늘 내 무공 봤으면 알 거 아냐. 나는 한다면 하는 사람이다. 명심해라, 태산아.”
“명심하겠소.”
“그럼 지금 당장 너희 졸개들을 데리고 십만대산으로 꺼져라.”
“…….”
“오늘 같은 날. 웬만하면 손님에게 밥 한 끼 대접하는 게 인지상정이지만. 우리 소천문은 불청객에게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 대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아직 어안이 벙벙하여 누구도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었지만.
일순 공일대사와 허원 진인은 하도 기가 막혀서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 * *
“……형님!”
“형님!”
“크…… 큰 형님!!!”
“형니이이이이임!!!”
멀쩡하게 돌아온 진소천의 모습에 가장 먼저 흥분하여 달려 나간 이는 석연우와 동동이 형제였다.
“이겼습니까?”
“이겼……지요?”
“맞죠? 이긴 거 맞죠?”
“형님!!!”
그들은 이내 폭풍 같은 질문을 퍼부었고, 진소천은 어쩐 일인지 미소만 머금었다.
다행히 참관인으로 갔던 공일대사와 허원 진인이 중인들을 향해 격정에 찬 음성으로 결과를 알렸다.
“진 문주가 위지혼을 꺾었소!”
“또한 진 문주는 마교 총군사에게 30년의 봉문을 약속받았으니……. 이것으로 중원 무림은 그간의 지리멸렬했던 전쟁을 멈출 수 있게 된 셈이오!!!”
그러자,
“와아아아아아!!!”
“진 문주가…… 진 문주가 결국 일을 해냈구나!”
“역시, 진 문주요! 나는 진 문주가 해낼 수 있을 거라 믿었소이다!”
“진 문주! 대단하오. 정말 대단하오!”
구파일방과 팔대세가의 핵심 인물들 모두가 저마다 소리치며 진소천의 공을 치하했고, 소천문 문도들과 청룡단원들은 일제히 진소천의 이름을 호명하며 함성을 터뜨렸다.
“진소천!”
“진소천!”
“진소천!”
“진소천!”
“진소천!”
“진소천!”
“진소천!”
어느새 장내의 분위기는 활화산처럼 뜨겁게 달아올랐고…….
싱글벙글 웃기만 하던 진소천은 검지를 입술에 슬쩍 갖다 대며 잠시 중인들을 침묵시킨 후 말했다.
“자자……. 다들 주목해주시고.”
그러자 모든 중인들이 진소천의 말에 집중하였다.
“지금부터…… 고금제일또라이에서 진짜 천하제일인이 된 진소천의 중대 발표가 있겠습니다.”
일순 동벽 선생은 고갤 절레절레 흔들더니, 도저히 참기 힘든 모양인지 체면도 생각지 않고 박장대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껄껄껄! 자네는 정말 말릴 수가 없는 사람이구먼.”
물론 진소천의 입꼬리도 하늘을 향해 승천하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