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198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11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98화
#198화
“진소천 좋다. 만약 내가 패배한다면 네가 마교를 가지도록 해라.”
일순 우리 측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마교 측 인물들도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물론 그럴 터였다.
이건 단 한 번의 싸움에 강호의 패권을 송두리째 거는 흡사 도박과 다름없기 때문.
하나 내가 이런 말 같지도 않은 제의를 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꼼짝없이 받을 줄 알았다 교주야.’
오직 힘의 논리로 운영되는 마교의 생리와 율법상 교주보다 강한 자가 있다면 교주의 자리를 찬탈할 수 있는 것이 마교의 대원칙이었던 것이다.
“교주야. 네 한 마디를 내가 어찌 믿냐? 그러지 말고 명확한 증거를 남기는 게 어때? 예컨대 위임장을 미리 써둔다든가 아니면 강호의 모든 동도가 지켜보는 앞에서 니들 좋아하는 천마신에게 맹세라도 하든가. 어?”
내가 슬슬 신경을 긁자 교주는 보란 듯이 조소 지으며 옆에 서 있던 방태산을 호명했다.
“방 군사는 들으라.”
“네, 교주님.”
“교주로서 명한다. 만약 내가 패배한다면, 그대는 진소천을 절차에 따라 교주가 될 수 있도록 조치하라.”
웅성웅성-.
사람들이 당혹스러운 낯빛으로 저마다 수군거렸다.
방태산의 얼굴에도 황당한 기색이 역력하게 서렸으나…….
“존명. 그리하겠습니다.”
그는 내가 절대 교주를 이길 수 없을 거라 확신했는지, 이내 말도 안 되는 명령을 받아들였다.
“이거면 되겠느냐? 진소천?”
교주의 물음에 나는 고갤 끄덕였다.
“됐다, 교주야. 이제 약속대로 싸움을 시작하지.”
나는…….
이기면 마교대장이 되고, 지면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일생일대의 대혈투 속으로 성큼- 발을 내디뎠다.
* * *
애당초 약속대로 나와 교주는 둘이서만 광양산 정상으로 자리를 옮겨 대결을 펼치려 했으나, 중원 무림과 마교 간의 명운이 걸린 싸움이니만큼 양측에 두 사람씩 증인을 대동하기로 했다.
나는 유사시를 대비해 우리 측에서 나를 제외하고 가장 무공이 강한 소림방장 공일대사와 무당파 장문인인 허원 진인을, 교주는 군사 방태산과 호위대장을 데려온 상황.
네 사람은 우리와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대결을 구경하기로 했고 나와 교주는 잠시 주변 경관을 두리번거렸다.
“위지혼.”
“…….”
“참 죽기 좋은 날씨지 않냐?”
그랬다.
어쩐 일인지 오늘따라 유난히 하늘이 맑고 햇살이 따사로운 게…….
생의 마지막 순간을 눈에 담고 세상 하직하기에 딱 좋은 날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 물음에 교주도 공감했는지 웃으며 고갤 끄덕였다.
“그렇구나, 소천아……. 참으로 죽기 좋은 날씨다.”
“오늘 우리 두 사람 중에 죽는 건 누가 될까?”
“네가 죽고 내가 살게 될 것이다.”
“역시……. 우리 교주는 자신감이 대단하단 말이야.”
“후훗……. 만약 우리에게 10년의 시간이 더 주어진다면…… 결과는 바뀔지 모르겠으나, 지금의 너로서는 나를 이길 수 없을 것이다.”
“그래. 어디 네 말대로 되는지 한 번 두고 보자.”
“한데, 소천아.”
“뭐냐?”
“소윤이는 어찌 된 것이냐?”
“……뭐?”
“소윤이란 아이는…….”
“몰라. 그냥 죽었다가 눈을 떠보니 영혼이 이 몸에 들어오게 됐고, 공교롭게도 몸의 주인이 소윤이 애비였던 것뿐이다.”
“한데…… 그토록 애지중지할 수 있단 말이냐?”
역시 교주는 X도 모른다.
한 번도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모하거나 아낀 적 없는 저놈이, 어찌 애비 마음을 알겠나.
“교주야.”
“…….”
“너 같은 놈이 뭘 알겠냐?”
“…….”
“부모 마음이란 게 핏줄한테만 생기는 게 아니다.”
“…….”
“같이 고생하고. 같이 힘들고……. 내 손으로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노심초사하다 보면 그게 다 부모 마음이 되는 거야.”
“후후훗……. 너 같은 자가 누군가의 부모가 되다니. 재밌구나.”
“나 같은 살수 출신 파락호나, 평생 착하게 산 나무꾼이나. 애비 마음이란 건 다 똑같다. 이 무식한 새끼야.”
“…….”
“그러니 내가 너한테 이기겠냐, 지겠냐?”
“…….”
“오늘 내가 아빠란 게 뭔지 알려주마.”
나는 씩-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생애 최초로 기수식을 취해 보였다.
어쩌면 인생의 마지막 대결이 될지도 모르는 싸움을 앞두고서…….
비로소 진짜 무림인다운 자세로 싸움에 임한 것이다.
“와라, 위지혼.”
* * *
콰콰콰콰콰콰……!
예상하던 바였지만 지금 내 앞에서 마기를 쏟아내는 교주는 숫제 마신(魔神)이란 말이 아깝지 않은 절대적인 모습이었다.
일신에서 흘러나오는 지독한 마기는 무시무시한 살기가 되어 주변을 잠식했고, 어느새 내 반경이 칠흑 같은 어둠으로 물들었다.
파파파파파파팟-!
그 암흑의 공간 안에서…….
위지혼의 장공이 빗발처럼 날아들어 내 신형을 갈가리 찢으려 했다.
파파파파파파팟-!
하나 내가 누군가?
나는 비록 보잘것없는 사냥꾼 몸에 빙의되어 다시 세상에 발을 내디뎠지만.
불굴의 정신력과 탁월한 재능으로 3년 만에 중원 최고수가 된 천하제일인의 재목이자, 기연이란 기연은 몽땅 빨아먹고 자라난 고금제일 무공 괴수다.
위지혼의 마기가 만들어낸 어둠은 심안(心眼)을 이용해 능히 밝힐 수 있었고, 무지막지한 공력이 서린 놈의 장공 또한 금강불괴체신공의 사기적인 방어력과 십초무적공의 묘리를 바탕으로 모두 막아내는 기염을 선보였다.
파파파파파파팟-!
그러나 누구 하나 승기를 잡지 못하는 팽팽한 상황에서도 나와 교주의 싸움이 빚어내는 여파는 가히 경악스러웠다.
콰가가가가가강-!
내 주먹과 교주의 주먹이 부딪칠 때마다 사위로 튕겨 나간 권강拳罡의 여파는 광양산의 산천초목을 초토화시켰고, 내 장공과 교주의 장공이 맞닥뜨릴 때면 경력과 경력의 충돌에, 대지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굉음을 터뜨리며 흔들리기도 했다.
‘좋구나…….’
이번 싸움은…….
확실히 인생을 통틀어 봐도 전례가 없는 최고의 승부가 틀림없었다.
나뿐만 아닌 교주도 그러할 것이고, 우리를 지켜보는 네 사람도 같은 생각이지 않을까?
“소천아. 대단하구나. 역시 기대에 부응하는 실력이다.”
때마침 수십 차례의 장공을 퍼붓고도 이득을 보지 못한 교주가 십여 보 신형을 떨어뜨리며 말문을 열었다.
나는 등으로 식은땀을 흘렸지만, 겉으론 태연하고 담담한 척 응수했다.
“교주야. 네가 지금 날 평가할 때냐? 그렇게 죽기 살기로 장공을 퍼부어도 한 대도 못 때려 맞춘 놈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그래……. 인정하마. 역시 너는 박투술에 있어 정말이지 무서울 정도로 재능이 탁월한 인간이다.”
“지X. 내 특기는 검이야. 은근슬쩍 권사로 몰아넣으면 내가 들떠서 검을 안 쓰기라도 할까 봐?”
물론 내 물음은 순도 10할의 도발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교주가 그럴 인간도 아니고, 설령 그렇다 해도 내가 검을 안 쓸 일은 없으니까.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장난을 치며 교주를 비꼬아 본 건…….
이제 두 번 다신 저 인간과 농담 섞으며 장난칠 기회가 없기 때문이었다.
교주도 그런 내 의도를 알아차렸는지 발끈하는 대신 차분하게 웃음을 터뜨리며 물었다.
“하하하! 대체 무슨 일을 겪었길래 그리 정신 나간 인간처럼 굴게 된 것이냐? 혹시 주화입마에 빠진 게 아니냐?”
낄낄낄……!
놈의 말을 들으니 나 스스로도 어이가 없어서 한동안 킥킥거렸다.
거렸는데…….
“닥쳐라!”
“???”
“내 정신은 내가 알아서 한다. 이 지랄 맞은 인생을 살다 보면 누구라도 제정신으론 못 버티기 마련. 물론 너 같은 제왕 놀이에 빠진 애새끼는 알 수 없겠지만.”
“…….”
“교주야.”
“…….”
“위지혼, 이 병X새끼야!”
“…….”
“그런 의미에서 이번엔 검을 쓰는 걸로.”
“그러지.”
“본격적으로 슬슬 신명 나게 놀아볼까?”
우우우우우우웅…….‘
내 의기(意氣)를 느낀 건지, 하필 소윤검도 살벌한 검명(劍鳴)을 터뜨렸다.
‘차분하게 기다려. 저놈은 쉽게 못 죽인다. 한 이틀 싸우면 너한테 저놈 모가지 썰어버릴 기회를 줄 수 있을지도?’
파파팡!
내 신형이 광양산의 하늘을 날았다.
* * *
애당초 교주를 쉽게 이길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솔직히…….
팔다리 하나쯤 내주고 이길 수만 있어도 기적인 싸움이니.
‘조급해하면 필패다.’
그 때문에 나는 내가 구사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한 방을 마지막까지 철저히 숨길 요량이었다.
‘그전까진 어떻게든 교주의 빈틈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나는 대번에 빙강(氷罡)을 펼쳐 교주의 신형을 옭아맸다.
휘이이이이이잉-!
‘퇴로를 완전히 막았다. 치명타는 안 되겠지만, 교주도 무사하진 못할 거다.’
역시나 빙강이 만들어낸 거대한 얼음 폭풍이 교주의 사위를 완전히 잠식한 상황.
지금껏 겪어본 빙강의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감안했을 때, 제아무리 교주라도 어느 정도 출혈은 피할 수 없다는 게 내 판단이었다.
그러나,
쉬이이이이이…….
‘……???’
그런 내 계산은 이어지는 교주의 반격에 의해 깡그리 사라졌다.
“정말 무시무시한 강기의 폭풍이다. 소천아…….”
천마 위지혼은…….
자신의 검을 수직으로 슬쩍 긋는 것만으로 빙강의 얼음 폭풍을 완전히 종식 시켜버렸다.
“소천아. 너는 무신이라 할 만한 검수다. 나는 살면서 이러한 형태의 강기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으니까. 이 빙강이란 것은 너 같은 무학의 천재가 아니면 결코…… 만들어낼 수 없는 경이로운 절기임이 틀림없다.”
“X까.”
마치 자신이 이기기라도 한 것처럼 득의양양하게 구는 교주에게 나는 다시금 빙강을 퍼부었다.
휘이이이이이이잉-!
빙강은 방대한 양의 공력을 필요로 하는 절기.
나는 그런 빙강을 연거푸 쏟아부었고, 만약 ‘금강불괴체신공’의 공능으로 신체를 강화하지 않았다면 아마 내 몸은 한기를 버티지 못하고 얼어버렸을 터였다.
‘교주도 결국 사람이야. 아무리 철옹성이라도 때리고 또 때리면 깨어지게 되어 있다.’
살면서 수없이 많은 싸움을 했다.
아마 살수 시절 벌인 대련까지 합하면 세상에 나보다 많이 싸운 사람은 거의 없지 않을까?
말인즉슨 그만큼 나는 풍부한 실전을 경험했고, 내 경험상 아무리 강한 놈도 때리다 보면 결국 무너지더란 뜻이다.
쉬이이이이…….
하나 이번에도 교주의 검이 일으킨 흑검강(黑劍罡)은 내 빙강을 흔적도 없이 지워버렸고,
‘꺼지지 않는 검은 불꽃…….’
그제야 나는 위지혼만이 시전할 수 있는 천마신공의 정점.
흑화(黑火)가 내 주변을 모조리 덮었단 사실을 알아차렸다.
“소천아……. 말하지 않았느냐. 나는 이미 완전한 탈(脫)인간을 이룩했다. 내 검격은 태산을 무너뜨리고, 바다를 가를 지경에 이르렀다. 너는 이 싸움에서 어떠한 활로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
“이번에는 내 손으로 너를 죽여야 하는구나…….”
그렇게 말하는 교주는 승리를 확신하는 모양새였다.
물론 그럴 것이다.
이미 나와 사천왕의 싸움에서 교주는 내 최강의 수가 빙강임을 확인했고, 더 이상 내게 다른 수가 없을 거라 생각할 게 뻔할 테니까.
“교주야. 너도 나이 먹더니 총기를 잃은 모양이구나?”
“…….”
“너는…… 날 너무 만만히 봤다.”
“…….”
“내가 명색이 위지혼이랑 목숨 걸고 싸움하는데, 빙강만 믿고 칼을 뽑았겠냐?”
“…….”
내 백회혈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눈자위는 자홍색으로 서서히 물들었고, 피부는 백지장처럼 새하얗게 새기 시작했는데…….
“풍(風)-뢰(雷)-수(水)-화(火)-역(力)의 자연결을 모두 개문하고 나니 알게 되더라.”
나는 드디어 내 무공의 근간인 자연결의 모든 힘을 일신에 품게 되었다.
“나도 더 이상 사람이 아니라는.”
“진소천…….”
“네가 마신(魔神)이 되었다면 나는 무신(武神)이 됐다. 지금부터 대충 반인반신이 된 무공광끼리 뒤질 때까지 굴러 보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