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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마교대장 197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12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97화

#197화

 

 

 

 

 

“형님!”

 

“문주님!”

 

“허…… 소윤 애비! 벌써 돌아왔는가?”

 

소천문으로 복귀한 나를 보며 동생들과 동벽 선생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나는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대답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뭐랄까…… 금강불괴체신공이 저랑 꽤 궁합이 맞더군요. 마치 절 위해 만들어진 무공이랄까?”

 

그러자 사람들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실소를 머금으며 저마다 한 마디씩 내뱉었다.

 

“뭐……. 어련하시겠어요. 형님?”

 

“흐흐! 문주님. 역시 자신감은 천하제일이십니다.”

 

“허허……. 아무튼 잘 복귀했네.”

 

이윽고 내 복귀 소식에 음양쌍마, 강백산, 백강, 당씨 남매 등이 문주실로 모여들었고, 나는 그들에게 그간 소림에서 겪었던 일을 간략히 설명하며 찻잔을 홀짝였다.

 

“어르신.”

 

그러던 중 나는 동벽 선생에게 넌지시 말했다.

 

“말하게, 소윤 애비.”

 

“오늘 길을 나서려 합니다. 같이 가시죠.”

 

“어딜 말인가?”

 

“천마와의 대결은 아직 한 달 하고 며칠이 남았습니다. 그간 소윤이 데리고 동정호에 바람 쐬러 갈 생각인데, 같이 가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음……. 그리하지.”

 

그랬다.

 

나는 이번 여행길에 꼭 동벽 선생을 동참시키고 싶었다.

 

어쩌면…….

 

어쩌면 이번 여행은 내 인생의 마지막 여행이 될지도 몰랐다.

 

나는 그 시간을 꼭 동벽 선생과 함께하고 싶었다.

 

그 순간,

 

“문주님! 아니 형님! 저는요? 저도 같이 가야지요!”

 

“설마…… 우리 강씨 형제를 두고 가실 건 아니죠?”

 

“에이! 설마 큰형님이 그러려고요?”

 

바람 쐬러 간다는 말에 기다렸다는 듯이 동동이 형제가 손을 번쩍 들며 동행을 요구했다.

 

내가 피식 웃으며 고갤 끄덕이자, 이번에는 연우, 백강, 당씨 남매도 호들갑을 떨었다.

 

“형님! 저는 당연히 갑니다. 아시죠?”

 

“저도 갑니다, 형님.”

 

“저도요, 오라버니.”

 

“물론, 저도 갑니다.”

 

솔직히 그럴 줄 알았다.

 

사실…….

 

녀석들과 인연을 맺은 지 꽤 오래됐으나, 나는 한 번도 그들과 사사로이 시간을 보낸 적이 없었다.

 

“좋다. 너희도 같이 가자.”

 

그러자 백산이도 동행하겠다며 선언했는데, 심지어 독선 영감과 음양쌍마도 은근슬쩍 끼어드는 게 아닌가?

 

“진 문주. 나는 동벽 선생에게 한병을 치료받아야 하는데…… 동벽 선생이 오래 자릴 비우면 위험하지 않겠나? 하니 함께 하겠네.”

 

“클클. 나는 음마의 보호자니 당연히 같이 가야하고.”

 

뭐…….

 

이유가 그럴싸하니 나는 말릴 재간이 없었다.

 

“좋습니다. 가고 싶은 사람은 전부 가는 걸로.”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는 조용히 소윤이 방문을 열고 새근새근 잠든 소윤이 얼굴을 바라보다가, 이내 연무장으로 나와 달빛 아래 밤하늘을 멍하니 올려다보았다.

 

“마음이 심란해 보이는군.”

 

그때…….

 

동벽 선생이 다가와 나직이 입을 열었다.

 

나는 그를 향해 고갤 내저었다.

 

“아닙니다. 어르신. 심란할 게 어디 있겠습니까. 외려 홀가분한걸요.”

 

그러자 동벽 선생은 게슴츠레한 눈으로 날 응시했다.

 

“정말 그런가?”

 

“네?”

 

“정말 마음이 홀가분하냐는 말일세.”

 

“네. 정말 홀가분합니다.”

 

“다행이군. 큰일을 앞두고 쓸데없이 장고하면, 종내에 악수를 두는 법이지. 자네 마음이 평온하단 건 그만큼 자신이 있단 소리니……. 자네는 이번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 걸세.”

 

동벽 선생의 말을 들으니, 나는 가슴 한구석이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뭐랄까……?

 

내가 본 동벽 선생은 한 번도 헛소리를 한 적이 없다.

 

그런 동벽 선생이 내 승리를 공헌하자, 정말 내가 교주에게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러나…….

 

“어르신.”

 

“말하게, 소윤 애비.”

 

“만에 하나라도……. 제가 천마를 이기지 못한다면, 어르신께 소윤이를 맡겨도 되겠습니까?”

 

이길 자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야 했다.

 

왜냐면 내겐 어떤 경우에도 반드시 지켜내야 할 소윤이가 있기 때문이었다.

 

“소윤 애비……! 왜 그런 말을 하는 겐가? 저 핏덩이 같은 딸내미를 두고 어찌 패배를 생각하는 거냔 말일세.”

 

“어르신. 제 입장이 그런 걸 어쩌겠습니까. 물론 저는 이길 거고, 또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할 테지만……. 강호에서 칼 밥 먹고 사는 무림인이 어찌 필승을 자신하겠습니까?”

 

“소윤 애비…….”

 

“주 영감님도 그렇고…… 당대 중원 무림의 최고수였던 검황 선배도 그렇고. 무림인은 언제 어떻게 갈지 아무도 알 수 없지요. 게다가 이번 상대가 천마니, 죽음은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무거운 말이지만 이는 내 솔직한 심정이었다.

 

“만약 제가 천마에게 죽는다면……. 소윤이를 잘 부탁드립니다.”

 

일순…….

 

나는 굉장히 낯설고 이질적인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졌다.

 

가슴이 쓰라리고 목이 꽉- 메는 느낌이었는데, 이내 눈가로 눈물까지 핑- 감도는 게…….

 

‘아…….’

 

역시 나도 냉혈한은 못 되는 모양이다.

 

내가 없는 소윤이를 상상하는 것만으로 이런 추태를 부리니, 정말 천마 손에 모가지라도 따이는 순간엔 죽어도 눈을 감지 못할 거다.

 

하나 그때

 

탁-!

 

“……!”

 

동벽 선생이 내 정수리에 당랑 꿀밤을 쥐어박는 게 아닌가?

 

“소천아…….”

 

“어르신…….”

 

“두 번 다시 그런 소리 하지 마라.”

 

“어르신…….”

 

“너는 죽으면 안 된다.”

 

“…….”

 

“나는 안다. 너는 기필코 천마를 이길 수 있을 것이다.”

 

“어르신…… 정말 확신하십니까?”

 

“물론이다.”

 

“……어르신.”

 

“그러니 패배 따윈 생각하지 말 거라.”

 

그렇게 말하는 동벽 선생이 내 어깰 살포시 두들겼다.

 

천군만마를 얻게 된 장수의 기분을 어찌 헤아리겠냐만…….

 

아마 대충 지금의 내 심정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기겠습니다. 어르신.”

 

“당연히 그래야지. 아예 천마의 모가지를 사정없이 비틀어 줘라.”

 

“모가지도 비틀고, 대가리도 깨부수고……. 부X도 터뜨려 주죠.”

 

“끔찍하구나.”

 

“제가 원래 좀 그런 편이잖습니까.”

 

“허허허! 미친 녀석 같으니라고.”

 

나와 동벽 선생은 서로를 마주 보며 잠시 킥킥거리다 다시 밤하늘로 시선을 옮겼다.

 

‘그래. 내가 나답지 않은 생각을 했군.’

 

그렇다.

 

워낙 상대가 무시무시하고 살벌한 놈이다 보니까, 내가 별 쓸데없는 잡생각을 한 게 틀림없다.

 

애당초 나 같은 독종에게 ‘패배’란 놈은 어울리지도 않을뿐더러, 놈도 날 혐오할 게 뻔하다.

 

고로…….

 

나는 이긴다.

 

 

 

 

 

* * *

 

 

 

 

 

“아빠야! 정말 우리 동정호에 가는 거야?”

 

“당연하지.”

 

“와아아아!! 신난다. 내가 정말 동정호에 가볼 수 있다니!”

 

이튿날 아침.

 

할아버지 삼촌들을 대동하고 동정호에 놀러 가자고 하니, 소윤이는 제자리에서 방방 뛸 정도로 크게 기뻐했다.

 

나는 내친김에 예린이나 글 선생도 데리고 갈까 하다가, 꽤 장거리인 데다 무공을 익히지 않은 두 사람의 체력을 감안해 본래 가기로 한 인원만 데리고 길을 나섰다.

 

그렇게 광양산 중턱을 넘을 때…….

 

연우와 소윤이의 기분이 최고조에 달했는지, 세상 호들갑을 떨어대기 시작했다

 

“연우 삼촌! 나 잡아 봐라!!”

 

“하하. 요 녀석아. 삼촌이 못 잡을 줄 알고?”

 

“히히! 난 흰둥이 소환해서 타고 다니면 되지롱!”

 

“어쭈? 그래. 어디 한번 그래 봐. 삼촌이 못 따라잡을 줄 알고?”

 

꺄르르…… 꺄르르.

 

하하호호 후후후!

 

‘졌다 졌어…….’

 

새삼 다시 한번 나는 연우의 동심(?)에 혀를 내둘렀다.

 

연우와 소윤이는 마치 또래 친구처럼 가는 내내 온갖 설레발을 치며 신난 모양새였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연우를 처음 만났을 때도 떠오르고 또 그런 연우를 유난히 따르던 소윤이도 떠오르고…….

 

한마디로 지난 3년간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치는 순간이었다.

 

쿵-!

 

그러자 나도 모르게 나는 연우의 머리통에 당랑 꿀밤을 쥐어박게 되었다.

 

순간 연우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날 바라봤고, 나는 그런 녀석을 향해 입술을 달싹였다.

 

“연우야.”

 

“뭡니까 형님? 네? 왜 다짜고짜 예고도 없이 또 사람을 때리는데……”

 

“나도 잡아 봐라.”

 

“???”

 

나도 연우와 소윤이의 술래잡기에…… 끼고 싶었다.

 

 

 

 

 

* * *

 

 

 

 

 

동정호에 도착한 우리는 끝없이 펼쳐진 호수의 수평선을 보며 저마다 경탄을 금치 못했다.

 

소윤이 같은 경우는 대자연의 장관에 압도되어 멍한 표정이었고, 남만 촌놈 출신인 백산이도 동정호를 보는 건 처음이라 얼떨떨한 눈치였는데, 나는 호수가 가장 잘 내려다보이는 객잔을 통째로 빌리는 한편, 삼시 세끼 전부 최고급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밤새 술도 들이켰다.

 

그러다 아침이 되면 간단한 명상과 운기로 취기를 몰아내고, 소윤이랑 산책도 하고 모처럼 서책도 살펴보고 낮잠도 자고…….

 

한마디로 그간 못했던 모든 일을 여유롭게 만끽했는데, 하루는 소윤이 손잡고 이곳저곳 기웃거리다 동네 왈패들을 만나 돈을 뺏길 뻔한 적도 있었다. 물론 놈들은 따끔하게 손을 봐줬다.

 

그렇게 동정호에서의 시간은 내게 환상적인 나날이 아닐 수 없었다.

 

나는 그제야 왜 사지 멀쩡한 인간들도 백수가 되는지 깨달았는데, 역시 먹고 마시고 자는 게 세상에서 가장 편하고 재밌는 일인 건 진리인 모양.

 

하나 그 짓도 무려 열흘을 하다 보니 슬슬 몸에 좀이 쑤셨고, 소윤이도 어느새 예린 언니며 삼복이 삼촌이며 리원이가 보고 싶다는 소릴 하길래, 그쯤 하여 우리는 동정호 여행기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소윤아. 내년 이맘때쯤이 되면 아빠랑 청해호에 가자. 거긴 동정호보다 더 큰 호수가 있어서 배를 타고 며칠을 돌아도 다 볼 수가 없을 정도니까.”

 

“헤헤헤! 정말? 정말 내년 이맘때쯤 소윤이랑 또 놀러 갈 거야?”

 

“당연하지. 약속할게.”

 

“우와 신난다!”

 

소윤이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내 마음도 큰 성취감으로 젖어 들었다.

 

우습게도…….

 

혈광곡에서 태봉 떼를 잡아 현경에 올랐을 때나, 팔문둔갑술을 익혔을 때도……. 심지어 금강불괴체신공을 체득했을 때도 나는 이만한 성취감을 느낀 적이 없다.

 

그러고 보면 나도 이젠 꽤 좋은 아빠가 아닐까?

 

돈 많고, 싸움 잘하고, 인맥 두텁고…….

 

해마다 철마다 딸내미 손 잡고 천지사방 놀러 다닐 정도면, 누가 봐도 좋은 아빠가 틀림없지 않은가.

 

‘낄낄…….’

 

이것으로 나는 전생자가 된 지 3년 만에 대부분의 소원을 이루었다.

 

이제 딱 하나…….

 

마지막 싸움만이 남았을 뿐.

 

“자! 다들 집에 갑시다. 내년 봄엔 청해호에 가는 걸로.”

 

 

 

 

 

* * *

 

 

 

 

 

천마와의 대결 당일-.

 

며칠 전부터 소천문에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다.

 

그로 인해 소천문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는데, 금일 진시부터 마교의 인물들도 방문한 터라 장내는 어느 때보다 어수선하고 부산스러운 분위기였다.

 

“진소천.”

 

하나 그 시끌벅적한 분위기도 천마 위지혼의 한마디에 무겁게 가라앉았는데…….

 

“왔냐, 교주야.”

 

진소천은 평소처럼 담담한 모습으로 위지혼을 응수하고 나섰다.

 

“진소천. 약속대로 금일 우리는 생사결을 치른다. 대결 조건은 이전과 동일하다. 내가 지면 마교는 10년간 강호에서 활동하지 않을 것이며, 네가 지면 소천문은 오늘부로 끝이다.”

 

위지혼의 말에 진소천이 콧방귀를 뀌며 고갤 절레절레 저었다.

 

“교주야.”

 

“…….”

 

“계산은 똑바로 해야지.”

 

“무슨 말인가?”

 

“내가 지면 우리 소천문은 끝인데. 네가 지면 고작 마교의 10년 봉문? 그게 이치에 맞다고 생각하냐?”

 

“하면?”

 

“네가 지면 마교도 오늘부로 끝나야 공평하지.”

 

“후훗……. 네놈에게 그럴 여력이 있느냐? 만에 하나 네가 이긴다 해도, 본교의 10만 병력을 어찌 네놈이 감당한단 소리냐?”

 

“위임장 쓰자.”

 

“뭣이라?”

 

“네놈이 패배하면. 향후 천마신교의 교주 자리를 내게 위임하는 걸로. 위임장 하나 쓰자는 소리다.”

 

“……!”

 

“내가 이기면 오늘부터. 내가 마교대장이 되는 거다.”

 

“마교대장이라…… 후후훗!”

 

일순…….

 

중인들은 혼이 빠져나간 표정을 지었지만, 천마는 외려 웃음을 터뜨렸다.

 

“위지혼.”

 

“…….”

 

“이제 내가 마교대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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