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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카일러 49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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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49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2권 - 24화

 

 

참사가 벌어진 직후, 네드벨 아카데미의 모든 선생들은 철저하게 조사를 받아야만 했다. 형식적이라고 하더라도 어쨌든 이번 참사의 원인을 밝혀내기 위함이었기에 피에나도 피할 수 없었다.

대부분의 선생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음이 밝혀졌지만 연금술학부의 선생들은 달랐다. 특히, 이번에 리저드맨들의 능력을 직접 저하시킨 연금술학부의 선생인 프리스케의 경우는 아주 심각했다.

프리스케는 작년, 재작년과 똑같이 리저드맨의 능력을 저하시켰을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그런 주장만으로는 그가 빠져나갈 구멍이 없었다. 무엇보다도 연금술사의 탑에서조차 그를 보호하지 않았기에 현재 프리스케는 이번 참사와 가장 밀접한 관계를 지닌 인물로 네드벨 시에 임시로 마련된 조사단에 감금된 상태였다.

“위드, 네 생각도 프리스케 선생님이 이번 일의 범인이라고 생각해?”

라이너의 물음에 위드는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내가 어떻게 알겠어.”

“하긴.”

라이너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위드와 라이너는 잠시 말없이 아카데미를 떠나는 학생들을 바라봤다. 벌써 아카데미의 학생 중 절반에 가까운 인원이 집으로 돌아간 상태였다.

아카데미를 떠나는 학생들의 얼굴엔 약속이라도 한 듯 안타까움만이 가득했다. 특히, 졸업을 코앞에 앞두고 있던 4학년 학생들의 심정은 더욱더 참담했다.

물론, 졸업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이면 어딜 가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네드벨 아카데미를 끝내 졸업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그들에게는 너무나도 큰 아쉬움이었다.

“저들이 언제쯤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라이너의 물음에 위드 역시도 모르겠다는 듯 대답했다.

“글쎄…….”

 

기숙사로 돌아가던 위드는 잠시 발걸음을 멈춰야만 했다.

“너도 돌아가겠지?”

에리카였다. 그녀는 이미 돌아갈 준비를 모두 마친 듯한 모습이었다. 위드는 어째서 그녀가 남자 기숙사 앞에 있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다 질문의 답을 하기 위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지. 오늘 떠나나 보네?”

“응.”

위드의 물음에 에리카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의 그녀답지 않은 모습에 위드는 이상하단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무슨 상관이 있겠냐는 듯 그녀를 향해 말했다.

“조심히 돌아가.”

짧은 인사.

위드는 그렇게 작별인사를 하고 에리카를 지나쳤다.

“저…….”

에리카의 음성에 위드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무슨 할 말이라도 있냐는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러니까…….”

뭔가를 어렵게 망설이던 에리카가 주저하며 말했다.

“설마 어디 가서 내 이야기 하지는 않겠지?”

위드는 피식 웃고야 말았다.

“그럴 일 없으니까 걱정 마. 잘 가라.”

고개를 돌려 기숙사로 들어가 버린 위드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에리카는 입가에 미소를 그리며 중얼거렸다.

“바보 같긴…… 거기서 고작 한다는 말이 그거라니. 에리카 플로렌 너 참 바보 같다…….”

에리카의 눈에 맑은 눈물이 잔뜩 고였다.

 

똑똑똑.

방으로 돌아온 위드는 곧바로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문을 열었다. 문을 열고 바라보니 후바가 제법 근엄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네 영지로 돌아갈 생각이냐?”

후바의 물음에 위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영지가 페르만 왕국의 프레타 지방이라고 했었지?”

위드는 또 다시 대답 대신 고개만을 끄덕였다.

“시간이 나면 한 번 들러주도록 하지.”

그렇게 말을 마친 후바는 이렇다 할 작별 인사도 없이 기숙사를 나가기 시작했다. 그의 등엔 그의 몸통만큼이나 커다란 도끼와 이런 저런 짐들이 주렁주렁 짊어져 있었다.

후바의 작별 같지도 않은 작별 인사에 위드는 말없이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기만 했다. 최소한 어디선가 술통이라도 붙잡고 거하게 술 한 잔을 하고 나서야 작별을 할 것 같은 그가 이렇게 간단하게 작별하자 위드는 기분이 이상했다.

그러는 사이 203호의 방문이 열리며 샤프가 나왔다. 그 역시도 네드벨 아카데미를 떠나려는 듯 간소하지만 짐을 짊어지고 있었다.

“떠나는 거야?”

위드의 물음에 샤프는 그답게 고개만을 까닥거렸다.

“휴교령이 풀리면 돌아올 거지?”

“약속이니.”

“약속?”

위드가 궁금하단 얼굴로 바라봤지만 샤프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위드를 지그시 바라봤다. 후바를 바라볼 때와는 분명히 차이가 있었지만 차갑게 느껴지는 것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피에나 님을 잘 부탁한다. 너만큼은 다른 인간들처럼 쉽게 약속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언제든 엘프 숲을 찾아오도록. 너만큼은 반겨주지.”

그렇게 말을 하고 샤프는 후바와 마찬가지로 위드의 인사를 들은 생각이 없는 듯 걸음을 내딛었다.

냉정하게까지 느껴지는 샤프의 작별이었지만 위드는 그것이 그만의 방식이며, 최대한 자신에게 호의를 드러낸 것임을 알고 있었다.

“언젠가 반드시 피에나와 함께 찾아갈게! 이로라에게도 다음에 다시 만나자고 전해줘!”

위드의 외침에 샤프는 대답도 하지 않고 그렇게 떠났다.

 

***

 

“이쯤에서 헤어져야겠다.”

위드의 말에 라이너는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며 펄쩍 뛰었다.

“헤어지자니? 위드! 이대로 헤어지긴 너무 섭섭하지 않냐? 휴교령이 언제 풀릴지 알 수도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이대로 헤어지면 언제 또 만나겠냐? 우리 모두가 다 같은 나라도 아닌데.”

트레제도 고개를 끄덕였다.

“라이너 말이 맞아. 언제 우리가 또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약속을 할 수도 없는 일인데 이대로 헤어질 수는 없지. 오늘 하루쯤은 실컷 놀자.”

“트레제! 네가 웬일이냐?”

라이너가 놀랐다는 듯 트레제를 바라보자 그가 눈을 살짝 찌푸렸다.

“무슨 소리야?”

“네가 나랑 의견이 맞은 것도 그렇고, 놀자고 말하는 것도 좀 의외니까 그렇지.”

“의외가 아니라 당연히 그게 맞는 거라서 그런 것뿐이야.”

트레제의 말에 라이너가 키득거렸다.

“좋았어! 그럼 오늘만큼은 실컷 먹고, 마시면서 놀자!”

라샤의 외침에 티스와 엘리아도 동의하자 위드는 피에나를 바라보며 어쩔 수 없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앞장서서 달려 나가려던 라샤는 갑자기 움직임을 뚝! 멈추며 일행들을 돌아봤다.

“그런데 돈은 누가 내지? 나는 돈 없는데.”

“…….”

“…….”

라샤의 말에 일행들은 모두 하나같이 넋을 잃은 사람처럼 그녀를 바라봤다.

 

“여기 술 좀 더 줘요!!”

라샤의 외침에 위드는 질렸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벌써 마르샤의 눈물을 7병이나 마신 상태였다. 그 결과 술이 약한 티스와 트레제가 가장 먼저 뻗어 있었고, 라이너 역시 술기운에 정신이 없는 듯 연신 헛소리를 주절대고 있었다. 놀라운 점은 레인과 라샤가 멀쩡한 모습으로 연신 술을 주고받고 있단 사실이었다.

“레인, 제법 술이 센데?”

“그래? 라샤 너도 만만하지 않은데 뭐.”

“내가 술은 좀 센 편이거든! 히힛!”

레인과 라샤는 잔을 부딪치곤 술을 한 번에 털어 넣었다. 탁 소리와 함께 술잔을 내려놓은 라샤는 자신의 옆에서 무섭다는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엘리아를 바라보곤 곧바로 술병을 들고 달려들었다.

“엘리아! 너도 좀 마셔!”

“저, 저는 술 안 마셔요.”

술을 먹지 못한다고 거절하는 엘리아였지만 라샤는 막무가내였다. 어떻게든 억지로 먹이겠다는 듯 술잔에 술을 따라 엘리아의 입에 쏟아 붓기라도 하겠다는 듯 달라붙었다.

“한 잔만 마셔봐! 마르샤의 눈물은 비싼 만큼 정말로 맛있는 술이라고! 자자! 빨리 마셔봐! 빨리!”

“라, 라샤 언니, 저는 술 안 마신다니까요.”

“그래, 엘리아도 한 잔 마셔! 딱! 한 잔만 마셔보면 술이 얼마나 좋은 건지를 잘 알게 될 거야. 아아!!”

몽롱하게 풀린 눈으로 라샤를 거들던 라이너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선 어디론가 비틀비틀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한쪽 테이블에서 조용히 술을 마시고 있던 2명의 여인들에게로 다가갔다.

“이렇게 아름다운 레이디들을 미리 알아보지 못했다니! 제 눈이 잠시 어떻게 된 모양입니다! 저는 라이너라고 합니다. 두 분의 이름을 듣는 영광을 제게 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술이 취한 상태에서도 몸에 베인 듯한 매너로 인사를 하는 라이너의 모습에 위드는 못 말린다는 듯 몸을 일으켜 그에게로 다가갔다.

2명의 여인들은 라이너의 모습이 재미있는지 작게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친구가 좀 취했습니다.”

위드는 여인들에게 미안하다는 인사와 함께 라이너의 뒷덜미를 잡아 자리로 돌아왔다. 물론, 라이너는 놓으라고 소리를 질러댔지만 위드가 주먹을 들어 그의 머리를 내려치자 그는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라샤!”

자리로 돌아온 위드는 어느새 피에나에게 억지로 술을 먹이는 라샤의 모습에 소리를 높였다. 

줄곧, 라샤는 피에나에게 술을 먹이려고 했지만 위드가 잘 막아주고 있었었다. 그러다 그가 잠시 자리를 비우는 사이 일이 벌어진 것이다.

“우하하하하!!”

라샤는 싸움에서 승리한 승자처럼 웃었다. 그런 그녀를 한 차례 노려보고 위드는 피에나를 바라봤다.

피에나는 어느새 양 볼이 불그스름하게 변해 있었다. 거기에 약간은 달콤한 술맛으로 인해서 피에나는 라샤가 억지로 주지 않아도 혼자서 잔에 담긴 술을 조금씩 홀짝거리고 있었다.

마르샤의 눈물은 어느 정도 돈이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좋은 술이자, 남자들이 여자들을 꼬시기 위해 가장 많이 먹이는 술이었다. 달콤한 맛에 한잔, 두잔 마시다 보면 어느새 정신을 잃을 정도로 취해 버리는 술이 바로 마르샤의 눈물이다.

피에나는 어느새 한 잔의 술을 다 마시고는 붉은 혀로 입술을 핥으며 라샤의 앞에 있는 술병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피에나 한 잔 더 먹을래?”

라샤가 술병을 들며 묻자 피에나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라샤는 위드의 눈치를 살짝 살피더니 피에나에게 술을 가득 따라주었다. 잔에 담긴 푸른빛의 마르샤의 눈물. 

피에나는 사탕을 손에 쥔 아이처럼 좋아하며 또 다시 조금씩 홀짝거리기 시작했다.

위드는 자신도 모르게 피에나의 모습에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처음 먹어보는 술로 인해서 양 볼이 불그스름하게 변한 모습도 귀여웠고, 행복한 표정으로 술을 조금씩 홀짝거리는 모습도 너무 사랑스러웠다.

“피에나, 이것만 마시고 그만 먹어야 해.”

반도 제대로 남지 않은 술잔의 술을 바라보며 피에나가 싫다는 듯 볼을 부풀렸다. 달콤하고 먹으면 먹을수록 뭔가 기분이 좋아지고 있었는데 그만 먹으라니 당연히 불만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 많이 먹으면 좋지 않아. 알았지?”

위드의 말에 피에나는 불만스러웠지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굳이 위드가 하지 말라는 것을 억지로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인지 피에나는 술잔에 남은 술을 더욱더 조금씩 마시기 시작했다. 아마, 피에나는 이 술자리가 끝날 때까지 술잔의 술을 마시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위드으으으.”

어느새 라샤도 슬슬 취기가 오르는지 약간 풀린 눈으로 위드에게 다가왔다.

“그러게 적당히 마시지.”

“헤헤헤.”

위드의 말에 라샤는 히죽히죽 웃고는 양팔을 벌려 그를 와락! 끌어안았다. 그 모습에 피에나가 움찔! 거렸지만 굳이 라샤를 위드에게서 떨어트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위드, 나 위드가 너무 좋아. 나한테 드래번을 처음 태워준 것, 내 목숨을 구해준 것, 내 성격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주는 것 등등! 위드가 나한테 너무 잘 대해주니까 나 자꾸 네가 좋아지잖아. 나 위드가 너무너무 좋아.”

라샤의 말에 피에나의 움직임이 뚝! 멈췄다. 엘리아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마치 자신의 잘못이라도 되는 듯 붉어진 얼굴로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술주정이냐?”

위드는 그렇게 말하며 라샤를 밀어냈다.

“히이잉! 술주정 아니야! 라샤는 위드가 너무너무너무 좋단 말이야!!”

“엘리아, 라샤 좀 데리고 가.”

“네…….”

엘리아는 라샤를 부축하며 일어났다.

“이거 놔. 나는 오늘 위드랑 잘 거야! 엘리아, 이거 놔줘! 놔줘!!”

발버둥치는 라샤를 엘리아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자 위드가 몸을 일으켰다. 라샤의 앞으로 다가가자 그녀가 헤롱거리는 얼굴로 웃음을 머금고는 양팔을 벌렸다. 그리고 막 위드를 껴안으려는 순간.

퍽!

“으갸악!”

해괴한 비명과 함께 라샤가 고개를 푹! 숙이며 잠에 빠지자 엘리아는 놀란 토끼 눈으로 위드를 바라봤다.

“방으로 옮겨.”

위드의 말에 엘리아는 축! 늘어진 라샤를 데리고 방으로 올라갔다.

“이제야 정리가 좀 됐구나.”

계산을 하기 위해서 잠시 자리를 떠났던 레인이 돌아와 웃었다. 라샤와 그렇게 마셨음에도 불구하고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은 레인이 위드로써는 신기할 따름이었다.

“이 녀석들을 옮겨야 정리가 끝나.”

탁자에 엎어져 있는 트레제와 티스, 바닥에 엉망으로 널브러져 있는 라이너의 모습을 가리키자 레인이 빙긋 웃었다.

홀짝, 홀짝.

그때까지도 피에나는 술잔의 술을 홀짝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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