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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마교대장 186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27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86화

#186화

 

 

 

 

 

“맹주님……. 소천문에서 당도한 서찰입니다.”

 

다급히 들어서는 장 대주를 보며 무림맹주 남궁학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평소 침착한 성정의 장 대주가 서두르는 모양새에 놀란 탓도 있지만, ‘소천문’의 소식이란 생각을 하자 저도 모르게 묘한 기대감을 갖게 된 것이다.

 

“소천문이라! 이리 줘보시구려, 장 대주.”

 

“네 맹주님.”

 

『긴급 정보 보고 재중在中- 소천문 문주 진소천』

 

진소천의 이름이 쓰인 서찰을 받기 무섭게, 남궁학이 봉투를 뜯어 내용을 파악했다.

 

『맹주님……. 별고 없으셨습니까? 아마 바쁜 날을 보내고 계실 줄로 압니다. 주 영감님의 장례를 치르기 무섭게 검황 선배까지 유명을 달리했으니, 독고세가의 식솔들도 위로해야 할 테고, 이후 마교에 대한 대책을 준비하느라 공사다망하시겠지요.

 

인사는 이쯤하고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제가 이처럼 편지를 보내는 까닭은 바로 제 일신상의 일이 무림의 중차대한 일이 될 수 있음이요, 맹주님이 반드시 알아야 할 일이란 판단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천마 위지혼이 소천문을 찾았습니다.

 

일촉즉발의 상황이 펼쳐질 뻔도 했으나, 물리적 충돌은 없었습니다.

 

대신 저는 그와 한 가지 약속을 했습니다.

 

그 약속은 내달 보름에 사천왕 중 남은 흑마왕-백마왕과 저의 생사결입니다.

 

대결은 연승식의 방식을 빌려 치러질 것입니다.

 

하루에 모든 싸움을 끝낼지 중간에 간극을 두고 싸울지는 정하지 않았지만, 세부적인 사안은 당일 마교와 협의하여 최종결정할 생각입니다.

 

그러고자 하면 아무래도 소천문에 남궁 맹주님과 홍 맹주님이 동석해주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하여 내달 보름까지 소천문으로 와주시길 부탁합니다.

 

응당 대면하여 보고하는 것이 마땅하겠으나, 지금은 강호의 도리보다 어떻게든 두 사천왕에게 승리할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되어 편지로 대신합니다.

 

추신 : 같은 내용을 홍 맹주께도 전송하겠습니다. 추가로, 대결 당일 인질로 붙잡은 적마왕을 대동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의 참전이 흑마왕과 백마왕의 정신을 흔드는 좋은 미끼가 될 수 있습니다.

 

소천문 문주 진소천 배상』

 

편지를 읽은 남궁학은 놀란 얼굴을 감추지 못하며 안면을 새파랗게 물들였다.

 

그뿐만 아니라 옆에서 함께 엿보던 장 대주도 기함했는지 입을 다물지 못했는데…….

 

“음……. 장 대주. 자네 지금 뭐 하나?”

 

“아……! 맹주님. 진 문주에게 온 편지라 너무 궁금해서…….”

 

“후……. 아무튼 자네도 같이 읽었으니…… 어찌 생각하는지 묻고 싶군.”

 

“맹주님……. 그냥 머릿속이 하얘지는 거 같습니다만?”

 

“자네도 그렇군…….”

 

“그렇죠…….”

 

“나도 그러하네…….”

 

두 사람은…….

 

사실 어안이 벙벙해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물론 그들도 진작 진소천이 범인과 다른 기상천외한 사고체계의 소유자임을 알아본 터.

 

무림 영웅 대회에서부터 독보적인 또라이(?) 기질을 보여줬던 그였으니 말이다.

 

하나 주영천과 검황의 죽음으로 기인한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시점에, 또 한 번 진소천이 중대한 사건에 휘말리자 학을 떼고 만 것이다.

 

“음……. 내달 보름이라면 시간이 많지도 않군. 뭔가 결정할 틈도 없이 진 문주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할 판인데…… 난감하기 이를 데가 없도다.”

 

남궁학이 애꿎은 하늘을 올려보며 한탄하듯 읊조리자, 장 대주가 입을 열었다.

 

“맹주님.”

 

“말하게 장 대주.”

 

“솔……생각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는 사안 아닙니까?”

 

“무어라?”

 

“이미 진 문주가 마교주와 담판을 지어버린 문제입니다. 하면 소천문을 도와야 이치에 맞다는 뜻입니다.”

 

“음…….”

 

“게다가 진 문주가 지금껏 세운 공을 생각해보십시오. 그는 무림맹 본청에서 간자 짓을 하던 해사파 장문인을 잡았고, 사천에서 원로원의 철응을 죽이고 적마왕을 생포했습니다. 더구나 살수회 대장을 제거하고, 음양쌍마에게도 승리했으니…… 이번엔 불문곡직하고 진 문주를 도와주시지요.”

 

장 대주의 말에 어쩐 일인지 남궁학은 피식- 옅은 웃음을 터뜨렸다.

 

“장 대주.”

 

“네 맹주님.”

 

“자네는 내가 진 문주를 돕지 않을까 싶어서 그러는 겐가?”

 

“네?”

 

“나는 당연히 진 문주의 요청대로 소천문으로 갈 것이네. 최악의 경우 펼쳐질 싸움까지 상정해서 말이네.”

 

“맹주님……!”

 

“단, 내가 걱정하는 건 과연 진 문주가 두 사천왕을 이길 수 있을지에 관한 것이지.”

 

“아…… 그건!”

 

순간 장 대주는 즉답을 내놓지 못했다.

 

‘그래…… 이는 가능하냐 불가능하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작금 강호에서 흑마왕과 백마왕을 상대하여 확실하게 승리를 자신할 사람이 있는가?

 

만약 검황이나 주영천이 살아 있다면 이야기는 다르겠지만.

 

그들이 없는 지금, 이 싸움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존재치 않았다.

 

그때,

 

“장 대주……. 이런 대결 조건이면 소림 방장 공일이나 무당파 장문인 허원이 나서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네. 한데…… 진 문주가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야. 자네 생각은 어떤가?”

 

남궁학이 장 대주에게 물었다.

 

잠시 침묵한 채 고심하던 장 대주가 이윽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맹주님.”

 

“장 대주…….”

 

“진 문주를 한 번 믿어보시지요.”

 

“음…….”

 

“그는 이번에도 보기 좋게 해낼 것입니다. 저는 진 문주를 믿습니다.”

 

“역시…… 자네 생각도 그러한가 보군.”

 

“맹주님도?”

 

“나도 마찬가지네.”

 

“맹주님.”

 

“나는 왠지…… 진 문주가 이번에 강호의 역사를 새로 쓸 것 같은 느낌이 드네.”

 

“하하! 진 문주에 대한 신뢰가 너무 두터우신 것 아닙니까?”

 

“느낌이 그렇단 이야기일세. 느낌이……. 허허.”

 

그랬다.

 

객관적으로 전력을 분석했을 때, 이 같은 대결은 미친 짓이었지만.

 

왠지 진소천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품어 보는 두 사람이었다.

 

“일이 어찌 되든 간에……. 장 대주는 당장 소천문으로 갈 채비를 서두르세.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야 하니, 무림맹의 최정예 전력을 소집해야 할 걸세.”

 

“준비하겠습니다. 맹주님.”

 

 

 

 

 

* * *

 

 

 

 

 

진소천이 팔문둔갑술의 원리를 깨우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그는 그저 동벽 선생이 일러준 대로 팔문둔갑술의 술식을 이루는 구결을 암송하고 초집중 상태에 접어들었는데…….

 

놀랍게도 금세 자신의 내면에 침잠한 무의식의 세계에 발을 내딛게 되었다.

 

‘……신기할 따름이네.’

 

그의 심안(心眼)에 펼쳐진 세상은 칠흑 같은 어둠으로 점철된 삭막한 공간이었다.

 

하나 이내 시야에는 여덟 개의 상자가 떠올랐고 그 상자를 보는 순간 진소천은 팔문(八門)임을 직감했다.

 

-「명심하게. 처음에는 반드시 개문(開門)과 휴문(休門)만을 개방해야 하네. 이후 몸이 완벽히 적응했을 때 비로소 생문(生門)을 팔문둔갑술의 이치를 온전히 깨닫고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되었을 때야 남은 상문(傷門) 두문(杜門)을 개방하게. 물론 상문의 개방부터는 지옥 같은 고통이 따를 걸세. 하니 경험만 하되 실전을 제외하고는 결코 상문과 두문을 개방해선 안 될 걸세. 또한 경문(景門), 경문(驚門), 사문(死門)은 무슨 일이 있어도 개방하지 말게. 그리하면 금강불괴의 육체도 버틸 수 없으니.」

 

동벽 선생의 말을 떠올린 진소천은 처음에 개문(開門)과 휴문(休門)의 상자만 열었고, 그 상자에서 생전 경험하지 못한 신비스럽고 생경한 종류의 힘을 만끽했다.

 

‘대단한 술법이다……. 술법이라기보다 절세 신공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 무려 9갑자의 공력을 체득한 내가, 또 다른 힘을 얻을 수 있다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군.’

 

하나 개문 휴문을 개방시키고도 진소천은 만족할 수 없었다.

 

아니.

 

만족하지 못했다.

 

그가 원하는 건 강백산, 동동이 형제, 석연우, 백강, 음양쌍마 전원을 상대하면서도, 그들에게 부상을 입히지 않고 수련의 경험치를 오롯이 육신에 집어넣는 것.

 

그런 싸움을 20일이나 지속해야 하기에 그는 곧 생문(生門)까지 개방하여 수련을 이어갔다.

 

‘미쳤…… 다?’

 

그제야 비로소 진소천은 왜 동벽 선생이 두 사천왕을 상대하기에 앞서 팔문둔갑술(八門遁甲術) 추천한 것인지 깨달았다.

 

‘이건…… 진짜 최고다! 그냥 힘이 물줄기처럼 샘솟는데?!’

 

그랬다.

 

팔문둔갑술은 진소천에게 일종의 ‘각성제’였다.

 

강호에는 예부터 여러 형태의 각성제가 있었다.

 

대개 각성제는 일시적인 공력 상승과 육체 능력의 상승효과를 일으키지만, 부작용 또한 지독해서 복용한 자의 대부분이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는데…….

 

그에 반해 팔문둔갑술은 조절만 잘하면 몸에 큰 무리없이도 막강한 힘을 얻을 수 있기에 탁월한 묘책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나 같은 천재가 아니면 쓸 수가 없어서 문제겠지만.’

 

또한 동벽 선생이 진소천에게 팔문둔갑술을 가르친 데는 다른 이유도 있다.

 

팔문둔갑술을 체술로 응용하려면 상상을 초월하는 ‘감각’과 ‘인내’, ‘직관’이 필요한데, 진소천은 그 모두를 갖춘 자로 타인은 평생 배우기 힘든 난해한 팔문둔갑술의 원리를 반나절 만에 체득한 것.

 

“허……! 자네 정말…… 말이 안 나오는군.”

 

“어찌 싸우면 싸울수록 더 강해질 수 있나? 당최 이해가 안 간단 말이야! 껄껄껄!!”

 

진소천이 자유자재로 생문까지 개방하여 쓸 수 있게 되었을 때.

 

그와 야간 수련을 펼치던 음양쌍마는 혀를 내둘렀다.

 

하나 두 사람의 칭찬을 듣고도 진소천은 만족할 수 없었다.

 

‘분명……. 개문-휴문-생문까지 개방하면 흑마왕을 죽이고도 백마왕과 싸울 힘을 남길 수 있다. 하나 그들에겐 마인화(魔人化)의 술법이 있으니……. 평시라면 모를까 생사결인 만큼 그들은 마인화를 쓸 테고, 그러면 이걸로 부족하다. 이길지 질지 모르는 애매한 싸움을 해선 안 돼. 반드시…… 이길 수 있단 확신이 들어야 한다!’

 

생각이 미친 진소천은 음양쌍마를 향해 고갤 흔들며 나직이 말했다.

 

“할아범들……. 아시겠지만, 흑마왕과 백마왕은 대결 당일 마인화를 쓸 거요. 어차피 내가 죽든 놈들이 죽든, 결국 누군가는 죽어야 하니까. 놈들은 두려울 게 없으나 마인화는 실로 무서운 술법이니, 지금의 나로선 부족한 실정이오.”

 

“음…….”

 

“확실히 마인화는 무서운 술법이지.”

 

진소천의 말에 음양쌍마도 수긍을 했다.

 

그만큼 ‘마인화’는 일시적이나마 인간을 신의 영역에 올려놓는 최강의 술법이었기 때문이다.

 

“하나 내게도 방법이 있소. 지금부터 상문(傷門), 두문(杜門)을 모두 개방하여 싸울 생각이니, 할아범들은 실전이라 생각하고 전력을 다해 싸워주시오. 부탁하겠소.”

 

그러자 세 사람의 싸움을 지켜보던 동벽 선생이 눈을 화등잔만 하게 뜨고 말했다.

 

“문주! 정말 상문과 두문을 개방할 생각인가? 말했지만 죽음에 필적하는 고통이 뒤따를 걸세.”

 

하나 동벽 선생의 경고에도 진소천은 그저 피식- 웃음을 지어 보일 뿐이었다.

 

“어르신.”

 

“문주…….”

 

“죽음에 필적하는 고통이 뒤따를 뿐, 죽는 건 아니잖습니까?”

 

“…….”

 

“진짜 죽을 것 같으면 멈추겠습니다. 그때 고쳐주십쇼.”

 

그 말에 동벽 선생도 쓴웃음을 머금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 자넬 누가 말려? 마음대로 해보게. 단! 어떠한 경우에도 두문(杜門) 이상을 개방해선 안 되네. 알겠지?”

 

“약속하겠습니다. 진짜 죽을 생각은 없습니다.”

 

그렇게 말한 진소천은 잠시 눈을 감고 입으로 자연결의 호흡을 일으켰다.

 

“각오하쇼, 쌍마 할아범들. 풍-뢰-수-역의 힘에 두문까지 개방할 작정이니. 살면서 가장 무시무시한 한방을 보게 될 거요.”

 

그러자,

 

“지, 진 문주! 그러다가 우리가 죽을 수도 있겠네, 이 사람아!!”

 

양마가 파랗게 질린 채로 소리를 질렀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말입니다…….”

 

“응?”

 

“두 분 같이 덤벼 보시죠?”

 

순간 음마와 양마의 이맛살이 잔뜩 찌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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