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182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248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82화
#182화
“진 문주…….”
흑마왕에 백마왕까지 데리고 오란 내 말에 교주는 뭔가 상념에 빠진 듯해 보였다.
그러다 이윽고 진중한 음성으로 나직이 입을 뗐다.
“왜? 위지 교주.”
“한 가지 묻겠다.”
“말해라.”
“……혹시 어디서 무공을 배웠나?”
“아 그거였냐?”
“…….”
“마교.”
“……뭣이?”
“나는 마교에서 무공을 배웠다.”
그러자 교주는 헛웃음을 터뜨리며, 고갤 절레절레 흔들었다.
마치 나 같은 또라이는 처음 봤다는 듯한 표정이 되어서.
“진 문주……. 너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심계가 대단하고 배짱이 하늘을 찌르며, 무공 또한 제법이라더군. 하나 내 보기에 너는 그저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까부는 망종에 불과하다. 네가 지금껏 무슨 요행으로 살아남아, 운 좋게 양마 선배까지 꺾은 건지 모르겠으나. 나는 네 말대로 흑마왕과 백마왕을 모두 대동하고 소천문을 찾을 것이다. 그날도 천운이 따라 네가 흑마왕을 이긴다 해도…… 너는 백마왕까지 상대하겠다 약조했으니, 반드시 두 사람 모두를 꺾어야 할 것이다.”
“물론이다.”
“또한 대결은 생사결의 방식으로 치러질 것이며…… 네놈이 승리할 경우 너는 내게 도전해도 좋다. 하나 질 경우 너의 죽음은 물론 내 직접 소천문의 모든 인물을 도륙할 것이니 그리 알아라.”
“교주야. 생각보다 혓바닥이 길구나? 알겠다고 몇 번이나 말해야 하냐?”
“…….”
“자……. 볼일 다 봤으면 이제 가라.”
“…….”
“먼 길 왔으니 밥 한 끼 대접하는 게 인지상정이겠지만……. 소천문은 불청객에게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다.”
내 말에 교주는 피식- 조소를 머금은 채 자리를 일어섰고, 날 바라보는 동벽 선생 등의 눈에는 커다란 경악이 서렸다.
“진 문주. 미리 신변 정리를 해두는 게 좋을 것이다. 기왕이면 묫자리도 봐두는 게 좋겠지. 후후후…….”
문주실을 나서며 교주는 내게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나는 녀석에게 가운뎃손가락을 세워 흔들어 준 다음 입꼬리를 말아 올리는 것으로 대답과 인사를 대신했다.
* * *
“형님! 대체 제정신인 겁니까? 네?!”
다들 같은 마음이겠지만…….
역시 예상대로 가장 먼저 잔소리 신공을 퍼부어대기 시작한 건 연우였다.
그래…….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평소 연우 성격을 감안하면, 내가 교주와 대화하는 도중에 끼어들어 잔소리 안 한 것만 해도 기적에 가까웠으니…….
“연우야.”
“…….”
“너 혹시 지금껏 내가 제정신이라고 생각해왔던 거냐?”
“……뭐요?”
“내가 고금제일 또라이라는 건, 너도 알고, 나도 알고, 하늘도 알고, 땅도 안다. 후한서(後漢書) 양진전(楊震傳)에 나오는 사지(四知)도 몰라? 배울 만큼 배운 녀석이.”
“형님!!! 이 와중에도 말장난입니까?”
워…….
보아하니 연우뿐만 아니라, 동동이 형제와 동벽 선생도 날 죽일 듯이 노려보는 듯해서…….
나는 잠시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일단 이럴 땐 모르쇠 전법으로 일관하는 게 상책이었다.
“그래요! 형님이 혈광곡인지 뭔지 하는 곳에서 말도 안 되는 기연을 얻었고, 그 기연을 통해 현경의 고수가 된 거? 익히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
“게다가 저 몰래 저기 음양쌍마 중 양마 님과 대결까지 했다죠? 한데 빙강인지 뭔지 하는 요상한 것까지 익혀 그 싸움에서도 승리했다더군요.”
“이 새끼가 미쳤나…….”
“됐고! 마저 들으세요. 형님은 잔소리 좀 들어야 하니까!!”
“…….”
연우가 목에 핏대를 세우며 열변을 토했다.
나는 순간 그 모습을 보며 말 안 듣는 자식 타박하는 아비의 모습을 보는 듯해 어이가 없었지만, 워낙 분위기가 무거워 경청하는 척해야 했다.
“좋습니다. 그쯤 되면 흑마왕에게 도전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죠. 아니! 저는 이번에도 형님이 보기 좋게 흑마왕을 이길 거라 생각했습니다! 항상 그래왔듯이 말입니다.”
그걸 아는 사람이 그래?
“하지만, 형님! 이번에는…… 정말 경솔하셨어요. 누가 뭐래도 형님은 실수한 겁니다!”
나는 연우가 왜 저리 성질을 내는지 알면서도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그러자 녀석은 콧김을 씩씩 뿜으며 말을 이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요? 그걸 지금 몰라서 물어요?”
“어. 몰라서 묻는다.”
“형님! 대체 무슨 정신머리로 마교주에게 흑마왕과 백마왕을 모두 데리고 오라고 했어요? 형님이 아무리 고수라도 흑마왕과 백마왕을 연이어 이기겠다고요?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아마 검황 선배가 살아 돌아와도 그런 일은 어려울 겁니다. 대체 무슨 정신으로……!”
그때…….
연우의 일장 연설을 듣던 동벽 선생도 끼어들었다.
“이건 연우 말이 맞네.”
“어르신…….”
“나는 지금껏 자네가 어떠한 돌발행동을 할 때도 타박한 적 없네. 내가 왜 그런 줄 아나?”
“…….”
“나는 적어도 자네가 굉장히 영리한 사람이라 믿었기 때문일세. 언뜻 보기에 자네는 다혈질에 감정적인 사람 같으나…… 큰일을 결정하기에 앞서 나름 치밀한 계산을 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지.”
“어르신…….”
“하나 이번엔 이해하려 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군. 자네의 무공이 대단한 건 누구보다 잘 알지만…… 그런데도 흑마왕과 백마왕을 연이어 싸워 이기겠다는 건 단순히 만용이네. 경솔한 짓을 한 게야.”
일순 나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왜냐?
확실히 내 결정은 순간의 감정과 분노에 치우친 결정이 아닐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나는 위지혼을 보는 순간 이성을 잃었다.
그간 내 심연에 침잠해 있던 교주에 대한 열등감과 두려움…… 공포와 그리움까지.
모든 복잡한 심경이 실타래처럼 얽히고설켜 나는 말도 안 되는 무리수를 던진 것이다.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결정을 후회하지 않았다.
아니…….
다시 생각해도 당시의 내 패기는 잘한 일이 확실했다.
나는…….
교주에게 큰소리치던 그 순간, 전생부터 억눌려 있던 그에 대한 모든 피해의식과 패배주의를 깔끔히 털어낼 수 있었으니까.
말인즉슨…… 오늘 이후의 나는 진정 위지혼을, 위지혼 그 자체로 볼 수 있게 되었단 뜻이다.
‘결국 나는 종내에 교주와 싸워야 해. 그러려면 이런 과정을 겪어야 맞지.’
아마 교주는 돌아가는 내내 나에 대한 당혹스러움과 호기심에 번민할 것이고, 내가 흑마왕과 백마왕을 모두 꺾으면 그의 정신은 크게 흔들릴 것이다.
그리고 그 혼란은 내게 승부를 뒤집을 ‘기회’가 될 것이었다.
“어르신…….”
나는 그런 내 심정을 동벽 선생에게 피력할 요량으로 말했다.
“일단 아시다시피……. 저는 흑마왕 백마왕을 동시에 상대하겠다고 선언한 게 아닙니다.”
“소윤 애비…….”
“저는 다음 달 보름. 흑마왕을 먼저 이긴 뒤, 이어서 백마왕을 죽일 겁니다. 물론 그 또한 어려운 일이 될 테지만, 한 달간 무공을 정비하고 빙강의 힘을 극대화할 수 있다면……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내 말은 사실이었다.
우선…….
나는 사천왕의 무공이 어느 정도인지 누구보다 잘 안다.
그들의 무공은 객관적으로 양마와 비슷한 수준인데, 백마왕이 사천왕 중 가장 강한 걸 감안해도 둘을 상대하는 건 음양쌍마와 싸우는 정도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터다.
따지고 보면 주 영감이 적마왕을 어렵지 않게 생포했으니, 사실 주 영감이나 검황이 사천왕보다는 확실히 고수인 것이다.
고로 아무튼…….
내 빙강이 음양합마공을 압도한 걸 보면, 나는 남은 한 달 혹독하게 수련해서 흑마왕 백마왕을 패 죽일 수 있을 거란 계산이 들었다.
하나 계산은 계산일뿐…….
가능성이 있는 것과 가능성을 현실로 승화하는 것에는 큰 간극이 존재하기에
동벽 선생은 내 호언장담에도 여전히 미심쩍은 눈치였다.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 해도, 그를 가능케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 나는 자네를 신뢰하지만…… 사천왕 의 남은 두 사람을 상대하는 건 무척이나 힘든 일일세.”
“어르신…….”
“게다가 자네는 무려 소천문을 담보로 걸었네. 말인즉슨 자네가 패배하는 순간 위지혼은 소천문을 단숨에 멸문시킬 거란 뜻이지.”
“…….”
“그리고 그자에겐…… 충분히 그럴 힘이 있네.”
동벽 선생의 말에 동생들은 침울한 얼굴이 되었다.
지금껏 내가 온갖 미친 짓을 할 때 녀석들은 핀잔을 털면서도 꿋꿋이 따라줬지만, 이번에는 정말 절망하는 듯한 분위기랄까?
하나 다행히,
“그러나…….”
대뜸 동벽 선생이 어조를 바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자네에게 승부를 걸어보겠네.”
“어르…… 신?”
“자네가 양마 선생과 싸울 때 펼쳤던 그 빙강(氷罡)은…… 정말이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희대의 절기였네.”
역시…….
내 속 알아주는 건 저 양반밖에 없다.
“자네는 언제나 세상의 예상을 비웃듯이 뒤집으며 스스로를 증명해왔지. 단 한 번의 실패 없이 말일세.”
“정확합니다.”
“허허…… 예끼 이 사람아!”
동벽 선생이 너털웃음을 터뜨리자 연우 등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는데 어쩐 일인지 나와 손을 섞었던 양마마저 끼어들어 말을 보탰다.
“흐흐. 그건 동벽 선생 말이 맞소. 진 문주의 빙강을 보게 된다면, 교주라도 혀를 내두를 거요. 내 음양합마공을 파훼한 절기이니 만큼…… 그걸 마주하면 사천왕도 무사할 수 없을 거란 판단이외다.”
이쯤 되자 장내의 분위기가 또 묘하게 바뀌어 갔다.
동동이 형제는 ‘진짜?’라는 물음을 만면에 띄운 채였고, 연우도 한풀 꺾인 기세로 동벽 선생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문주.”
“네 어르신.”
“약속할 수 있겠나?”
“뭘 말입니까?”
“반드시 이기겠다고 말일세.”
“어르신…….”
“다시 말하지만, 이 대결은 자네의 목숨과 소천문의 명운이 달린 중차대한 문제일세. 설마하니 마교 놈들에게 맞아 죽어 소윤이를 아비 없는 자식으로 만들 생각은 아니겠지?”
“두말하면 잔소립니다. 제가 그깟 마교 놈들한테 죽겠습니까?”
말끝마다 마교놈 운운하자 왠지 모르게 음양쌍마의 얼굴에 그늘이 지는 느낌이었지만, 나와 동벽 선생은 개의치 않았다.
“그래야지. 소천문의 문주라면 그래야 맞지.”
“역시 어르신이십니다.”
“허허허! 자네는 이 와중에도……! 정말이지 말릴 수가 없군.”
“세상천지에 누가 절 말리겠습니까?”
“내가 졌네.”
“…….”
“다음 달 보름. 기적을 보여주게.”
그 순간 연우가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치더니 뭔가 말을 내뱉으려 했다.
했는데…….
“자 모두 주목!”
나는 녀석의 잔소리를 또 들을 용기가 없어 대번에 싹을 자르기 위해 입을 열었다.
“앞으로 한 달. 나는 초실전 집중 수련에 돌입한다.”
그러자 백강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소천 형님. 그게 뭡니까?”
“아…… 그게 뭐냐면. 그냥 존X 빡세게 수련하는 거랄까?”
“네?”
“아무튼 그런 게 있다. 그러고 보니 백강이 너도 날 도와야겠다.”
“제가…… 어떻게 도우면 됩니까?”
“너 이십사수매화검법 전부 다 쓸 줄 알지?”
“그럼요.”
“그럼 그걸로 날 죽여봐.”
“네?”
“향후 한 달 백강이 너는 나랑 입산해서 수련한다. 백산이도 함께 말이다.”
“네?”
“됐고. 음양쌍마 할아범들.”
이번에는 음양쌍마에게로 시선을 옮긴 나는 그들을 향해 말을 이었다.
“할아범들이 나 좀 도와줘야겠소.”
그러자 양마가 고갤 갸웃하며 물었다.
“우리가……? 왜?”
“왜긴 왜요? 동벽 어르신한테 치료받지, 소천문에서 공짜로 먹고, 마시고, 잠자지. 이유가 더 필요하오?”
“그, 그런…….”
“양심이 있으면, 날 도와야지. 안 그렇소?”
“대체 우리가 뭘 어떻게 자네를 도와야 한단 말인가?”
양마의 물음에 나는 피식 웃으며 답했다.
“한 달간……. 나랑 피 터지게 싸워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