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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마교대장 180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93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80화

#180화

 

 

 

 

 

“니들…… 제정신이냐?”

 

문주실로 들어서기 무섭게 나는 대뜸 이동이와 동생들을 향해 물었다.

 

“형님!”

 

“문주님!”

 

“진 오라버니…….”

 

“소천 형님!”

 

그러자 녀석들은 한껏 상기된 얼굴로 날 바라봤는데…….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했기에 나는 대수롭지 않은 척 말을 이었다.

 

“이것들아. 언제부터 소천문이 손님을 이런 식으로 대접했냐?”

 

그러자 이동이 인상을 찌푸렸다.

 

“문주님……. 저자는…… 저자는……”

 

“안다.”

 

나는 이동의 말허리를 자르고 다시 입을 열었다.

 

“……밖에서 음양쌍마 할아범들이랑 손님이 나누는 대화를 들었다. 마교 교주시라지?”

 

동시에 나는 위지혼을 힐끔 쳐다봤는데, 그는 내 등장에 흥미를 느낀 모양인지 재밌다는 표정으로 침묵을 유지했다.

 

“마교주 양반.”

 

내 말에 중인들이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나와 함께 문주실로 들어선 연우, 백산, 백강은 얼굴이 파랗게 질렸고, 동벽 선생과 독선 영감도 경악하는 건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음양쌍마는 복잡한 심경을 만면에 드러냈고, 오직 위지혼만이 미소를 잃지 않으며 날 가만히 바라보았다.

 

“여보쇼 마교주 양반. 왜 대답이 없어?”

 

나는 다시 한번 위지혼에게 물으며 눈썹을 팔자로 그렸다.

 

그러자,

 

“하하. 귀하가 최근 강호 전역에 위명을 떨치고 있다는 진소천 문주요?”

 

그제야 위지혼도 내게 넌지시 말했는데, 나는 위풍당당한 표정으로 고갤 끄덕였다.

 

“맞소. 내가 요즘 그리 잘나간다는 진소천이요.”

 

한데…….

 

어쩐지 사람들 눈빛이 좀…….

 

‘좀 무리수였나?’

 

낯이 뜨겁다. 뜨거워.

 

 

 

 

 

* * *

 

 

 

 

 

그 인간의 목소리를 듣는 건 오랜만의 일이지만…….

 

나는 문주실 밖에서 한 음절만 듣고도 음성의 주인이 위지혼임을 확신했다.

 

내게 교주의 목소리는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선명한 기억이자, 흔적이요, 과거의 발자취기 때문이었다.

 

‘…….’

 

살면서 몇 번이나 경험한 바지만.

 

사람이 너무 놀라면 외려 침착해지기 마련이었다.

 

나는 처음 교주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경악했고, 또 그의 얼굴을 직접 대면할 땐 사고가 완전히 정지하는 느낌이었다.

 

뭐랄까…….

 

이런 걸 두고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하얘진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

 

아무튼 이 시점에서 위지혼의 등장은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었고, 그의 일신에서 눈곱만큼의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걸 알아차렸을 때 나는 실로 두려움마저 느꼈다.

 

「완벽한 반박귀진의 상태!」

 

나는…….

 

지금의 교주가 또 한 차례 자신의 한계를 넘어섰음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

 

그러나…….

 

그를 보며 느낀 모든 감정의 소용돌이도, 이내 그의 미소를 보는 순간 가라앉는 거품처럼 삽시간에 수그러든다.

 

‘나는…….’

 

아직 교주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린 걸까?

 

나의 주군이었던 위지혼은 여전히 내 마음 깊은 곳에 살아 있었던 걸까?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진 나는 이윽고 해답을 내렸다.

 

‘위지혼…… 이번엔 절대로 패배하지 않겠다.’

 

그랬다.

 

전생에 나는 위지혼의 충견이었지만…….

 

지금의 나는 반드시 놈의 모가지를 따고자 하는 불구대천의 원수다.

 

‘……위지혼.’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본래부터 무신(武神)이던 위지혼이 더 강해진 모습으로 나타났고, 나는 놈을 이길 자신이 없었다.

 

아니.

 

내가 아닌 누구라도 지금의 위지혼을 꺾을 수 없을 듯했다.

 

하나 나는 교주 앞에서 부서질지언정 꿀리고 싶은 않았다.

 

[이동아. 소윤이는?]

 

다만 나는 내 치명적인 약점이자 반드시 지켜야 할 사람.

 

소윤이가 걱정될 뿐이었다.

 

[형님! 걱정하지 마십쇼. 글 선생에게 부탁해, 소윤이와 예린이를 피신시켜두었으니까. 지금 세 사람은 지부대인 댁으로 향했으니, 황제와 싸울 게 아닌 이상 아무도 못 건드릴 겁니다.]

 

내 전음에 이동이 전음으로 답했고, 녀석의 말을 듣고야 나는 안심할 수 있었다.

 

‘됐다.’

 

소윤이의 안전만 보장된다면…….

 

나는 오늘 교주한테 굽힐 이유가 없다.

 

한데…… 생각해보면,

 

‘이 인간을…… 당최 무슨 수로 이기지?’

 

무공으로는 도저히 답이 없을 것 같은데?!

 

 

 

 

 

* * *

 

 

 

 

 

교주 앞에 선 나는 긴장한 기색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사실 속으로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상념으로 대결도 해보고, 객관적으로 전력도 비교해보고…….

 

한마디로 별의별 개지X병을 다 떠는 중이었다.

 

‘……동동이 형제와 협공을 하면 이길 수 있을까?’

 

현재 나의 공력은 9갑자에 달하고, 그 정도면 본래 교주에게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저 인간은 더 강해졌으니, 또 다른 간극이 생겨났을 터…….

 

대신 동동이 형제와 힘을 합친다면?

 

‘그래도 될 리가 없잖아. 쟤들이 도움이 돼봐야 얼마나 된다고.’

 

물론 턱도 없을 것 같다.

 

‘그럼…… 연우나 백산이를 대동하면 어떠려나?’

 

이제 연우는 검기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고, 백산이는 명실공히 화경에 오른 고수니…….

 

녀석들의 힘을 빌리면 교주를 꺾을 수 있을까?

 

‘터무니없다 터무니없어…….

 

하나 그런데도 내 이성은 필패를 예견했다.

 

‘음…….’

 

그때부터…….

 

나는 동동이 형제에 연우 백산이도 모자라, 백강이와 당씨 남매를 추가했다가 독선 영감까지 대동해 교주와 싸운다는 가정을 해봤다.

 

하나 그 모두와 힘을 합쳐도 교주를 이길 수 없을 듯했고, 심지어 문도들과 청룡단원 전원의 힘을 빌려도 승부는 오리무중일 것이다.

 

그만큼…….

 

내게 비친 지금의 교주는 그야말로 ‘격’이 다른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아……. 이 인간은 안 본 사이에 얼마나 강해진 거야?’

 

무릇 무림인의 싸움이 그렇다.

 

인해전술도 최소한의 공격이 유효해야 효과가 있는데 나를 제외한 문도들이 교주에게 눈곱만큼의 타격이라도 줄 수 있을까?

 

화경에 이른 백산이나 독선 영감 정도가 목숨 바쳐 공격하면 생채기 몇 개 낼 수 있을 테고 나머지 문도나 청룡단원들은 어림도 없을 터였다.

 

‘하……. 이거야 원. 이제 위지혼은 진짜 무신이 돼버렸네.’

 

하나…….

 

소천문에는 복병이 있었다.

 

‘동벽 선생이라면?!’

 

만약 전력에 동벽 선생을 추가하면 기적이 창출될 가능성이 농후했다.

 

물론 무공만 놓고 보면, 동벽 선생을 추가한다고 교주를 공략할 뾰족한 묘수가 생기는 건 아니지만.

 

동벽 선생은 무공뿐만 아닌 온갖 잡기에 능통한 데다, 천마성당의 술법사 못지않은 법력의 대가니, 어쩌면 교주를 골로 보낼 방법을 가지고 있을지 모를 일이었다.

 

‘됐다……. 아무리 교주가 날고 기어도 우리 모두 협공하면 가능성은 있다!’

 

생각이 미친 나는 그때부터 교주에게 막말을 퍼부었다.

 

나는 잘 안다.

 

저놈은 예전부터 성인군자인 척 연기했지만, 사실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소인배요, 심마에 빠진 광인임을.

 

내 거친 언사에 머지않아 흥분할 테고, 그 순간이 내겐 유일한 기회가 될 거란 계산이었다.

 

“교주. 내 명성을 듣고도 소천문에 쳐들어왔다는 건…… 맞아 죽을 걸 각오했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되나?”

 

그래서 나는 말도 안 되는 개소리를 늘어놓으며 위지혼을 자극했다.

 

말하는 나도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니, 놈은 얼마나 황당할까?

 

한데…….

 

“하하하!”

 

어쩐 일인지 위지혼은 마치 부처님처럼 허허롭게 웃기만 했고, 외려 동벽 선생 등이 부끄러운 낯빛으로 얼굴을 발갛게 물들이며 민망함을 감추지 못하는 게 아닌가?

 

‘아…… 이거 이러면 완전 나가린데?’

 

왜일까?

 

혹시 무공이 강해진 만큼 위지혼의 내면도 성장한 걸까?

 

‘혹시…… 교주가 내면의 심마를 모조리 태워버린 건가?’

 

문득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그리고 만에 하나 위지혼이 심마마저 완전히 극복한 상태라면.

 

놈은 정말이지 끔찍하기 짝이 없는…… 완전무결한 무신으로 거듭났을 것이다.

 

하나 나는 여전히 건방지게 말을 이었다.

 

“웃어?”

 

“하하! 진 문주. 귀하는 정말 재밌는 사람이구려. 살면서 그대같이 황당하고 웃긴 인간은 처음 보오. 하하하!”

 

하긴…….

 

천마신교 교주에게 ‘내 명성을 듣고도 찾아왔단 건 맞아 죽을 걸 각오했단 뜻이냐’며 몰아붙였으니…….

 

내가 생각해도 웃겨서 순간 나도 모르게 킥킥거렸다.

 

그러자 날 보는 연우의 눈빛은 더 묘하게 일그러졌고, 백산이는 두 손 두 발 다 들었단 표정으로 고갤 절레절레 저었다.

 

“재미는 X발! 교주야.”

 

“…….”

 

“위지혼, 이 등신 새끼야.”

 

결국 나는 주둥아리 신공을 극성으로 끌어 올려 쌍욕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한데…….

 

‘기분 좋네?’

 

놈에게 쌓인 게 많아서일까?

 

욕을 한 됫박 퍼붓고 나니 속이 편안해지는 게…… 좀 근사한 듯?

 

“남의 문파에 쳐들어와서 사람들을 죽이겠다 협박한 것도 모자라, 뭐가 어째? 감히 나한테 재밌는 사람? 인마. 그거 모욕이야 모욕. 나한테 빙강을 처맞아 보면 재밌다는 소리가 쏙- 들어갈 거다.”

 

그러자,

 

“하하하하하하!!!”

 

위지혼은 문주실이 떠나가라 앙천광소를 터뜨렸는데,

 

쿠우우우우웅……!!!

 

음성에 실린 공력이 너무 중후해서 순간 문주실 전체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렸고, 비교적 공력이 약한 동동이 형제나 당씨 남매는 식은땀을 흘리며 얼어붙었다.

 

심지어 연우마저 몸을 가늘게 떨었는데, 그제야 나는 지금의 위지혼이 내가 알던 전생의 위지혼과 비교도 안 될 만큼 성장했단 걸 확실히 깨달았다.

 

‘놈은…… 심마를 완전히 극복한 거다. 유일한 약점마저 사라진 셈이야.’

 

순간…….

 

내 영육에 막연한 공포감이 사무쳤다.

 

한 번 개새끼는 영원한 개새끼고, 한 번 주인은 영원한 주인이란 건가?

 

나는 분명 전생의 나와 완전히 달라졌는데, 아직 마음 한구석에 교주에 대한 두려움이 남은 모양이었다.

 

“하하하! 진 문주. 어이가 없어서 웃음을 멈출 수가 없군!!”

 

말은 그리 하면서도 위지혼은 여전히 음성에 거대한 공력을 실은 상태.

 

나 역시 꿀리기 싫어 공력을 끌어 올린 후 사자후를 외쳤다.

 

“교주야. 내가 최근에 한 일을 알게 되면 아마 못 웃을 거다.”

 

“…….”

 

“내가 말이다. 사천 구룡산 제단에서 인신공양을 하던 제단장 대가리를 박살 내고, 원로원의 철응을 패 죽였는데, 너무 많이 때려서 당시 놈은 전신의 뼈가 모조리 가루가 됐었다.

 

“후후. 그 일은 들었어, 진 문주.”

 

“그 뿐이게? 적마왕은 마인화까지 사용했는데, 나는 그런 놈의 머리털을 쥐어뜯고 이빨을 몽땅 뽑은 뒤 심줄을 뒤틀었지. 그 새끼 그거 폐인 됐다?”

 

“…….”

 

“그 뿐이게? 네놈들이 보낸 살수회 대장과 휘하 정예들은 아예 눈알을 뽑아 산에 파묻어 줬다. 살수란 것들이 병X 같이 정체까지 밝히던데? 솔직히 마교에 실망했다. 뭐랄까? 아! 마교도 이제 맛탱이가 가버렸구나? 그런 생각이랄까?”

 

점점 내 촌철살인이 이어지자…….

 

위지혼의 안면에서 웃음기가 싹- 가셨다.

 

물론 우리의 대화를 듣고만 있던 사람들의 얼굴엔 더욱 커다란 경악이 서리고 있었지만.

 

“그 뿐이게?”

 

“…….”

 

“저기 저 두 할아범들……. 마교 원로원의 좌장격 인물인 음양쌍마도 내게 패배를 시인했으니, 이 정도면 아무리 네놈이라도 날 보고 웃는 게 어불성설 아닐까?”

 

“……!!!”

 

그제야…….

 

위지혼의 눈이 화등잔만 해진다.

 

놈은 아직 내가 양마를 꺾은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게 틀림없다.

 

“교주야.”

 

“…….”

 

“슬슬 쫄리지?”

 

“…….”

 

“내가 인마. 당대의 마교 사냥꾼 진소천이다.”

 

“…….”

 

“위지혼, 이 병X 같은 새끼야.”

 

후!

 

내가 교주에게 이리도 시원하게 욕지거리하는 날이 오다니.

 

……실화냐?

 

너무 좋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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