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173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17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73화
#173화
“할아범……. 당신은 마교가 세상의 중심인 줄 아는 모양인데…… 그거 알고 보면 순 착각이오.”
“무슨 말인가……?”
양마의 두 눈은…….
분명 날 마교 출신이거나 마교와 관련 있는 자라고 확신하는 듯했다.
물론 나는 그의 심정을 이해한다.
왜냐?
양마의 말대로 자연결은 현 강호에서 마교만이 계승 중인 비기고, 그런 마교에서도 제대로 익히는 사람이 없는 탓에 지금은 거의 사장 되다시피 한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하나 내가 누군가?
나는 고금제일 임기응변의 달인, 주둥아리 신공의 절대 고수다.
궁지에 몰린 상황이지만, 나는 이내 빠져나갈 구실을 마련하고 당당히 입을 열었다.
“양마 할아범. 당신은 자연결의 기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소?”
“…….”
역시…….
내 물음에 양마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역으로 내가 묻고 싶소. 어째서 자연결을 마교만의 것이라 생각하오?”
“하면……. 진 문주, 자네는 어디서 자연결을 배웠나? 그냥 익힌 정도가 아니라 극한까지 연성한 것 같던데. 자연결의 진정한 전승종파(傳承種派)인이 아니면, 그 심오한 무리를 어찌 그토록 완벽히 체득할 수 있겠나?”
아…….
그냥 마교랑 관련 없겠구나 정도로 알면 되지, 거 더럽게 파고드는군…….
나는 확 짜증이 치밀어 올라 이맛살을 찌푸리며 툭- 내뱉었다.
“알 거 없소.”
“……?”
“알려주기 싫다는 말이오.”
“허…….”
“생각해보쇼 할아범. 내가 왜 내 모가지 따러 마교에서 나온 흉수에게 무공의 연원을 알려준단 말이오? 어림도 없소.”
생각해보면 이렇게 일축해도 상관없는 일인데 괜한 고민을 했다.
아닌 말로, 안 알려주면 자기가 뭐 어쩔 거야?
“음…….”
하나 내 말에 양마의 눈초리는 더욱 미심쩍어졌고, 동시에 동벽 선생 등도 나에 대한 의구심을 품는 눈치였다.
다행히 그 순간…….
천지신명이 날 도왔다.
“양마 할아범.”
“…….”
“당신 입에서 피 나고 있소.”
“어…….”
“당장 치료 안 하면 빙강에 의한 한기가 오장육부에 침범해, 음마 할아범처럼 평생 한병을 앓다가 얼어 죽을지도 모르오.”
“허……!”
“그러면 기껏 당신을 살려준 의미가 없어지지 않겠소?”
그러자 때마침 동벽 선생이 적절하게 나섰다.
“백 대협.”
“동벽 선생…….”
“치료부터 받읍시다. 일단 살고 봐야 하지 않겠소?”
“고, 고맙소. 동벽 선생.”
“별말씀을.”
그때 내가 한마디 보탰다.
“음양쌍마. 두 할아범 모두 약속을 지킬 거라 믿소.”
“…….”
“이제 당신들은 평생 나와 소천문에 위해를 가할 수 없소.”
양마는 민망한지 헛기침을 토했지만, 음마는 빙그레 웃으며 고갤 끄덕였다.
* * *
나는 풍-뢰-수-역의 네 속성을 동시에 일으켜 빙강을 펼치던 순간 극도의 고통에 휩싸였었다.
그 고통을 필설로 형용하자면…….
수백만 마리의 벌레가 몸 안을 파고들어 살과 뼈와 내장을 죄다 갉아 먹는 느낌이랄까?
아무튼 X같은 느낌이 아닐 수 없었는데, 단순히 아프단 느낌의 ‘통증’과 격이 다른 끔찍함이었다.
한데…….
그렇게 개고생해서 펼친 빙강의 힘을 나는 도중에 반쯤 회수해 갈무리했다.
왜냐?
그것은 양마를 죽이고 싶지 않았던 까닭이었다.
일단 내가 양마를 살려두기로 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음양쌍마는 전생에 나와 인연이 있으며, 원로원의 송장들 중 유일하게 인간다운 자들이었다.
굳이 죽이지 않아도 승복할 것이었고, 약속한 이상 복수하려 든다거나 비열하게 수작 부리지 않을 거란 믿음이 있었다.
또한 둘째…….
나는 내 힘을 온전히 제어할 수 있단 확신이 필요했다.
무슨 말이냐 하면…….
풍-뢰-수-역의 네 속성을 한데 섞는 순간, 나는 인생 최고의 필살기가 탄생 될 것을 직감했는데, 그 힘을 과연 완벽히 제어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던 것이다.
무릇 강한 힘도 감당하지 못하면 독(毒)이 되는 법.
나는 살면서 그런 경우를 수없이 봤다.
특히 하루아침에 큰 힘을 얻으면 주화입마에 빠지기 십상인데, 나는 빙강의 파괴력을 제어함으로써 스스로를 시험했고, 그 시험을 당당히 통과했다.
“문주.”
동이 틀 무렵…….
중인들은 모두 거처로 향했고, 음양쌍마는 의약당에서 치료를 받았는데, 두 사람의 상태를 살피던 동벽 선생이 연무장에 있던 내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네, 어르신.”
“자네가 힘 조절을 했으나, 빙강의 한기가 강해 양마는 최소 보름 이상 정양해야 할 듯하네. 그간 두 사람은 소천문에 머물며 치료받기로 했네. 하나 이후 그들의 처우를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군. 자네 생각은 어떤가?”
“음양쌍마를 설득할 생각입니다.”
“설득……?”
“네. 어르신도 파악하셨겠지만, 두 사람은 마교에 적(跡)을 두고 있을 뿐, 은퇴한 지 오래된 노(老) 고수일 뿐입니다. 또한 신의 있는 자들이니, 마교를 탈퇴하여 소천문의 객식구가 되길 권유해 볼 겁니다. 만약 수락한다면 우리로선 상당한 조력자들을 얻는 셈이죠.”
“허……! 그들이 수락하겠는가? 자존심이 강한 자들인데…….”
“그래서입니다.”
“그래서라니?”
“어르신 말씀대로 저들은 자존심이 강합니다. 그런 자들이니만큼 임무에 실패한 이상 마교로 복귀하려 할까요?”
“아! 생각해보니 그렇군!”
“그렇지요. 저들은 저와 백산이를 죽이지 못했으니, 마교로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아마 평생 유랑하며 여생을 보낼 생각이겠죠. 하나 음마는 한병을 앓고 있으니, 어르신의 치료가 필요합니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잘 설득한다면, 제안을 수락할 가능성이 큽니다.”
“들어보니 일리가 있군.”
“네. 그리되면 천하의 음양쌍마도 그냥 오갈 데 없는 노인이 되는 겁니다. 잘만 꼬시면 객식구 삼을 수 있죠.”
“허! 자네는 다 생각이 있구먼? 크크크.”
“하루 이틀 일이 아니죠.”
순간 나와 동벽 선생은 서로를 바라보며 함께 킥킥거렸다.
동벽 선생은 내 황당한 발상에 기가 막힌 눈치였고, 나는 나대로 그런 미친 생각을 이해하는 동벽 선생이 우스웠다.
“한데, 문주.”
“네, 어르신.”
“이제 내겐 솔직히 털어놓는 게 어떤가?”
“뭘 말입니까?”
“몰라서 묻는 게 아닐 텐데.”
역시…….
올 것이 찾아왔다.
아까 양마의 추궁은 가까스로 넘겼지만.
‘이제 더 이상 어르신을 속이는 건 무리다.’
나는 지금껏 동벽 선생이나 백산이에게 수도 없이 많은 빌미를 줬다.
아마 두 사람은 내가 마교와 관련 있음을 확신하고 있을 터였다.
“어르신……. 전에도 말씀드린 적 있지만, 지금으로선 제 과거를 설명할 도리가 없습니다. 아마 말해도 믿지 못하실 겁니다.”
“……정녕 끝까지 말을 안 할 생각인가?”
“그리 궁금해하시니 한 말씀 올리죠.”
“말해보게.”
“저는…….”
“…….”
“과거 마교도였습니다.”
그래…….
될 대로 돼라.
이젠 나도 모르겠다.
* * *
“역시 그랬군. 듣고도 믿기 힘든 부분이지만…… 그보다 석연치 않은 점도 한두 가지가 아닐세.”
“그러실 겁니다. 당연히 혼란스러우시겠죠.”
“나는 아직 종남산의 산장에서 처음 자네를 보았을 때를 기억하네. 그때 자네의 몸은 무공을 익히지 않은 몸이었네.”
“정확히 말씀드리면, 당시 저는 무공을 잃은 상태였습니다.”
“음…….”
만약 내 마음을 타인에게 보여줄 수 있는 마도구가 존재한다면?
억만금을 주고서라도 그걸 사서 내 진심을 보여주고 싶은 심정이다.
지금껏 설명할 길이 없어 줄곧 과거를 숨겼지만…….
사실 동벽 선생에게만큼은 언제나 내 사정을 말하고 싶던 참이다.
‘답답하구나! 정말…….’
지금의 나는 전생의 나와 다른 사람이 되었다.
전생의 나는 주군이었던 교주의 충직한 개로 살았으나, 지금의 나는 소윤 애비 진소천으로 살고 있다. 그리고 지금의 소윤 애비로 있을 수 있게 한 사람은 바로 동벽 선생이었고, 나는 그를 스승이자 아버지 같은 사람으로 여기며, 진심으로 믿고 의지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그에게만큼은 모든 걸 터놓고 싶었다.
“뭐…… 어찌 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자네가 마교 출신이라는 것은 확실히 알았군. 그간 내심 예상만 하고 있었던 사실을 직접 들어 후련하네.”
“어르신……. 쉬이 받아들이기엔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많을 텐데요…….”
그렇다.
덮어놓고 날 마교 출신으로 받아들이기에 동벽 선생 입장에선 전혀 아귀가 들어맞지 않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가령 처음 보았을 때 나는 고작 늑대에게 교상을 당해 정신을 잃었고, 당시 내 몸을 진맥했을 때 이 몸엔 한 줌의 공력도 존재하지 않았으니 미심쩍은 구석이 한둘이 아닐 터였다.
하나 그런데도 동벽 선생은 별다른 의심 없이 내 말을 순순히 믿는 눈치였다.
“물론 그렇긴 하네. 하나 내 나이쯤 인생을 살면 자연스럽게 체득하는 진리가 있지. 뭔지 아는가?”
“모르겠습니다.”
“바로 세상사 모든 일을 논리적으로 해석할 수 없다는 걸세.”
“…….”
“따지고 보면…… 자네를 만난 이후 내가 겪은 일의 십중팔구는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들이었네. 하나 그럴 때마다 나는 그저 자네를 믿었네.”
“왜 그러셨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나는 순간 진심으로 궁금해서 물었다.
생각해보면 엉성하기 짝이 없었던 내 과거지사.
그 수많은 날 동안 옆을 지켜주고, 믿어주었던 동벽 선생의 의중이 나는 너무도 궁금했다.
“……그렇게 물으니 당혹스럽네만. 뭐랄까? 내가 자네에게 처음 신뢰를 쌓은 것은 바로 자네의 정신력 때문이었어.”
“정신력…… 말입니까?”
“그러하네. 내 산장에서 자네는 중상을 입은 상황에도 내 한 마디에 힘겹게 몸을 일으켜 도끼로 장작을 팼지. 식은땀을 비처럼 흘리는 와중에도 신음 한번 내뱉지 않고 묵묵히 땔감을 모두 팼을 때,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는가?”
새삼 동벽 선생의 말에 나는 그때 기억이 떠올라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잘 모르겠군요.”
“자네는 뭘 해도 종내에 반드시 최고가 될 사내란 생각. 살면서 그토록 의지가 강한 자는 처음 보았기 때문이지.”
“어르신…….”
“그리고…… 나는 소윤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네. 처음 소윤이를 보았을 때 그 아이는 사경을 헤맸네. 만약 날 만나지 못했다면, 어떤 의원도 소윤이를 치료할 수 없었겠지. 그 또한 인연 아니겠나? 그날 이후 나는 소윤이를 위해서라도 자넬 도왔던 걸세.”
순간…….
나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의 동요를 느꼈다.
그것은 날 향한 동벽 선생의 의리 때문도 아니었고, 나만큼이나 소윤이를 위해주는 마음 때문도 아니었다.
“그 때문에 나는 이번에도 자네를 믿네. 또한 자네가 마교 출신이든 아니든 중요한 일도 아니지 않나? 마교면 어떠하고, 명문정파 출신이면 어떠한가?”
“어르신…….”
“지금 자네는 소천문의 문주고, 소윤이 애비일 뿐인 것을.”
왠지…….
그 말을 들으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고맙습니다.”
나는 동벽 선생을 향해 허릴 숙이며 공손히 포권지례했다.
“허허. 뭐가 고마운가?”
“그냥요. 그냥 고맙습니다.”
“실없는 소리 말게.”
“가끔 저도 이러고 싶군요.”
“가끔만 하게. 아주 가끔만…….”
나와 동벽 선생은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며 한동안 실없이 킥킥 웃음만 터뜨렸다.
그러다 이윽고 동벽 선생이 말을 이었다.
“이제 곧 소윤이 깰 시간이군.”
“네.”
“몸은 괜찮은가? 음양합마공을 파훼한다고 공력을 많이 쏟았을 터인데.”
“그래도 소윤이랑 놀아줄 힘은 남아 있습니다.”
“하면 오늘은 만사 제쳐두고, 소윤이한테 집중하게. 저 어린 것이 그간 애비를 많이 그리워했네.”
그러고 보니…….
나도 소윤이가 보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소천문 문주 말고, 소윤이 아빠가 되어야 할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