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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마교대장 171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15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71화

#171화

 

 

 

 

 

“크하하하하하!!!”

 

양마 백원교가 느닷없이 미친놈처럼 광소를 터뜨리며 말했다.

 

“네놈! 시건방이 하늘을 찌르는 망종임엔 틀림없으나, 배짱만큼은 대단하구나! 하니 특별히 대접해주마. 본래 살가죽을 벗기고 사지를 찢어 고통스럽게 죽일 생각이었으나, 단번에 황천길로 인도하지!”

 

양마는 한 마디도 지지 않고 주둥아리 신공을 펼치는 내게 질린 눈치였으나, 한편으로는 우스웠던 모양.

 

사실 나도 양마의 마음이 이해는 갔다.

 

새파랗게 젊은 놈이 한때 무림을 공포로 물들인 자신에게 개소리를 늘어놓으니 당연히 우습지 않을까?

 

나 같아도 기가 막혀 폭소를 터뜨릴 테니 말이다.

 

게다가 음양쌍마는 내 기억에 호인으로 남은 터라, 나는 내심 그런 양마가 귀여웠다.

 

그래서,

 

“원교 할아범……. 귀엽구려?”

 

그냥 내 감정에 충실했다.

 

“뭐…… 뭐야?!”

 

“할아범처럼 작달 만하고 뚱뚱한 사람이, 광소를 터뜨리며 염라대왕 흉내를 내니 솔직히 귀엽소.”

 

그러자…….

 

싸악-.

 

어째 장내의 분위기가 싸늘하다 못해 서릿발 내리듯 차갑게 얼어붙었다.

 

나와 입씨름을 벌이던 양마도, 양마 옆에서 날 응시 중인 음마도.

 

심지어 내 뒤에 서 있던 동벽 선생, 독선 영감, 백산이까지…….

 

하나 나는 그들의 따가운 시선은 개의치 않고 내 생각을 여과 없이 발산했다.

 

“왜 그러오? 귀엽단 말이 더 듣고 싶어 되묻는 거요, 아니면 나처럼 어린놈이 귀엽다고 해서 기분 나쁜 거요?”

 

“진소천……. 노부는 살면서 이토록 모멸적인 순간은 겪어본 적이 없다.”

 

“양마 영감. 이것 하나만 기억하시오.”

 

“…….”

 

“무림인의 권위는 나이에서 나오는 것도, 지위나 재산에서 나오는 것도 아니오.”

 

“뭣이?”

 

“오직 무공.”

 

“……!”

 

“무림인은 오직 무공으로 말하는 법이오.”

 

스르릉-.

 

동시에 나는 소윤검을 슬그머니 끄집어냈다.

 

양마의 동공이 풍랑 앞의 난파선처럼 세차게 흔들렸다.

 

 

 

 

 

* * *

 

 

 

 

 

양마 백원교는 마교 내에서 장공(掌功)의 대가로 통했다.

 

특히 그의 성명절기인 양의합마공(兩儀蛤蟆功)은 무시무시한 파괴력과 살상력을 자랑했는데, 강호 최강의 장공이라 불리는 소림의 여래신장이나 개방의 강룡십팔장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평가였다.

 

콰아아아아앙-!

 

역시…….

 

내 출수를 감지한 양마는 대번에 강력한 장공을 펼쳐 응수해왔다.

 

‘웬만한 바위도 가루가 되겠군.’

 

물론 나는 쾌경보로 그의 공세에서 벗어나 보신할 수 있었지만, 저 무지막지한 장공에 한 번이라도 적중당한다면 호신강기가 박살 날 것이 자명해 보였다.

 

“제법 빠른 몸을 가지고 있구나!”

 

단 일격에 기세를 잡은 양마가 멀찍이 몸을 물린 날 향해 득의양양한 어투로 말했다.

 

나는 조소를 지으며 고갤 저었다.

 

“할아범. 왜 그렇게 설레발치는 거요? 싸움은 이제 시작일 뿐인데.”

 

“미친 녀석 같으니라고.”

 

이어지는 내 도발에 양마가 도끼눈을 떴다.

 

이윽고 그는 번개 같은 공격을 연이어 퍼부었는,데 뚱뚱한 몸뚱이에 어울리지 않는 경쾌한 경신법과 쾌속한 연환 장공에 나도 모르게 모골이 송연해지고 말았다.

 

콰콰쾅……!

 

콰지지지직-!

 

허공을 가른 양마의 장강이 죽림의 대나무를 초토화시켰다.

 

“세상에……!”

 

“허……. 음양쌍마가 대단하긴 하군.”

 

“미친……!”

 

동시에 귓가로 동벽 선생 독선 영감 백산이의 경탄이 흘러들어왔다.

 

“설레발만 잘 치는 게 아니라 장법도 좀 치네?”

 

물론 나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도 그럴 것이…….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손바닥에 강기를 모으는구나……. 방비하기 까다로운 무공이야.’

 

양마의 장공에는 일체의 ‘선행’ 동작이나 ‘전조’ 증상이 없었던 까닭이다.

 

가령…….

 

뛰어난 권법가나 장법가라도 권강-장강을 발하기 전엔 반드시 ‘티’가 나기 마련이다.

 

물론 ‘티’라는 게 보인다 해서 막을 수 없고, 알면서도 방어할 도리가 없기에 무섭지만.

 

무릇 인간의 육체는 검(劍) 도(刀)와 비교했을 때 강기(罡氣)를 담기에 부적합한 그릇이므로 기를 운용할 때 전조 증상을 나타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나 양마의 장공은 그런 ‘티’가 나지 않았다.

 

마치 자연스럽게 용암을 분출하는 활화산같이…….

 

양마의 쌍수에선 태산도 무너뜨릴 듯한 거대한 강기가 물 흐르듯 터져 나왔다.

 

‘이대로 피해 다니면 끝이 없다……. 이제 나는 공력 면에서 꿀릴 게 없으니까 들이받자.’

 

그러나…….

 

그런 양마의 패도적인 장공을 막을 방법이 지금의 내겐 존재한다.

 

‘정면 승부해야지.’

 

정면 승부…….

 

나는 작금 9갑자에 달하는 내 공력을 믿고

 

“할아범……. 당신 장공이 센지 내 검강이 센지 한번 붙여 봅시다.”

 

질풍처럼 휘몰아치는 양마의 장공 속으로 소윤검을 쥔 채 몸을 날렸다.

 

 

 

 

 

* * *

 

 

 

 

 

“문주!”

 

“소천이 너……!”

 

“소천아!”

 

아마…….

 

장공의 공세 속으로 몸을 던지는 날 보며 동벽 선생 독선 영감 백산이는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심지어 음마와 양마 본인도 그런 눈치였는데, 나는 그들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렸다.

 

마치 죽을 줄 알면서 불빛으로 뛰어드는 부나방을 보는 심정이지 않겠나?

 

그만큼 폭발적인 공력과 살벌한 파괴력을 지닌 장공의 대가를 상대로, 검수가 거리의 이점을 포기하고 달려드는 건 미친 짓에 불과했다.

 

하나 나는 미친 짓을 하고 싶었다.

 

아니…….

 

그냥 숫제 미친놈이 되고 싶었다.

 

콰콰콰콰콰콰쾅-!

 

왜냐면 진정한 깨달음은 미쳤을 때야 비로소 얻을 수 있으니까.

 

“문주!!!”

 

“저 저런 미친!”

 

“소천이 너……! 제정신이냐?”

 

나는…….

 

지금 이 순간, 소윤검을 검집에 집어넣고 십초무적공으로 양마를 상대하고자 했다.

 

콰아아아아아앙-!

 

양마의 장공과 내 일권이 충돌하자 방대한 기의 폭발로 주변에 돌풍이 일었다.

 

순간 양마의 두 눈에 지독한 살광(殺光)이 번뜩였다.

 

“네 이노오오오옴! 네놈이 나를 능멸하려 드는 것이냐?”

 

콰아아아앙!

 

동시에 양마가 노호성을 터뜨리자 음성에 실린 공력이 사자후가 되어 쏘아졌는데, 나는 그보다 훨씬 큰 내력을 일으켜 귀를 보호하고 주먹을 내지르다 급격히 궤도를 틀어 팔꿈치로 양마의 머리통을 찍었다.

 

콰콰콰아아앙!

 

하나 양마는 보기 좋게 내 팔꿈치에 장법을 갈겼고, 그 여파에 나는 휘청였지만.

 

타닷!

 

나는 곧장 좌수로 지면을 때려 반동으로 몸을 일으킨 뒤 각법으로 양마의 목울대를 겨냥했다.

 

파아아아아앙-!

 

물론 이번에도 내 각법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양마는 치가 떨릴 정도로 반사 신경이 좋았다.

 

당최 어찌 저런 후덕한 몸으로 번개 같은 반응을 보이는지 의문이지만…….

 

그만큼 그의 체술은 전반적으로 빈틈이 없고, 완벽한 균형을 이루고 있었기에 난공불락과 같았다.

 

“잔재주를 부리는구나! 하나 이번엔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거기다…….

 

싸움에 임하는 양마는 지능적이기까지 했다.

 

그는 이미 내가 검을 집어넣는 순간 적수공권의 싸움을 벌일 거라 예상했을 터다.

 

그 때문인지 정직하고 직선적이며 평이한 형태의 일장을 휘갈겼는데, 워낙 날아드는 속도와 투로가 적절해서 나는 정면으로 받거나 아니면 5장 이상 물러나 도망쳐야 할 상황에 직면하고 말았다.

 

‘간다!’

 

하나 그 순간…….

 

파아아아아아앙-!

 

나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양마의 장격에 정면으로 맞서 권강을 폭사했다.

 

퍼어어어어어엉!!!

 

그러자 죽림을 터뜨릴 듯한 천지개벽의 굉음이 터져 나왔고, 짓이겨진 대지와 대나무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새로운 세계네.’

 

나는…….

 

일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묘한 감흥에 휩싸였다.

 

확실히 그것은 ‘쾌감’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이런 게…… 진짜 정면승부구나.’

 

사실…….

 

내 싸움 방식은 교활하고 영악하다.

 

십초무적공을 예로 들면 투박한 듯하지만, 그 이면엔 매우 영리한 이치가 숨었는데 주먹질-발길질-박치기는 물론 무릎-팔꿈치-어깨-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신체를 병기화하는 무공이므로 다양하고 변칙적인 상황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그런 다각적인 공격은 상대를 당혹스럽게 하는데,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종내에 결정타를 날린다.

 

그뿐인가?

 

내 특기인 ‘검법’은 삼류무공으로 평가받는 삼재검법이지만 나의 삼재검법은 기존의 태산압정-팔방풍우-횡소천군에선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함이 깃들어 있다.

 

그것은 상황 상황에 맞춰 적절히 변형되는 초식 연환에 있는데,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내 무공의 이해력과 응용력인 것이다.

 

하나 외려 그 때문에 나는 성정에 맞지 않는 귀찮은 싸움을 고수해야 했다.

 

무슨 말이냐 하면…….

 

대개 나의 상대는 최정상 고수들인데, 그들에 반해 별다른 절기도 중후한 공력도 없는 나는 온갖 지랄에 염병까지 떨어야 승리할 수 있었단 뜻이다.

 

“네…… 네놈이…… 네놈이 정녕 장격을 정면으로 받은 것이더냐?!”

 

하나 이젠 다르다.

 

아니, 다르고 싶었다.

 

나는 더 이상 양마 같은 늙은이 하나 이겨보겠다고 무공의 상성부터 상대의 습관까지 모두 분석해 약점을 물고 늘어지는 영악한 싸움을 하기보다…….

 

그냥 정면에서 냅다 처박아버리는 힘의 싸움을.

 

말 그대로 ‘완력’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진짜배기 ‘상남자’식 싸움을 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할아범……. 그런 의미 없는 장공을 백날 천날 갈겨봤자 날 죽일 수 없소.”

 

그리고 오늘날 9갑자에 달하는 공력을 얻은 나는…….

 

비로소 그런 싸움을 해볼 수 있게 되었다.

 

“내가 공력이 남아돌아서 말이오. 할아범의 합마공이 아무리 뛰어나도, 나는 공력으로 씹어먹으니까 도저히 답이 없지요?”

 

지금 양마의 심정은 어떨까?

 

표정만 봐선 그냥 아무 생각 없는 것 같은데…….

 

그의 입에선 외려 아무 감흥도 느껴지지 않는 건조한 한 마디가 흘러나왔다.

 

“진소천이라…….”

 

“…….”

 

“무서운 놈이구나…….”

 

“아직 무서운 건 보여준 적도 없는데, 벌써 그러면 어쩝니까?”

 

“하면 더 무서운 거라도 지니고 있단 말이더냐?”

 

“지니고 있는 정도가 아니라 그냥 시작도 안 했다니까 할아범.”

 

그러자…….

 

털썩-.

 

갑자기 양마가 지면에 두 팔과 다리를 붙여 엎드린 자세를 취해 보였다.

 

나는 이 황당한 상황에 어이가 없어 대뜸 물었다.

 

“뭐 하는 거요? 싸우다가 이렇게 갑자기 노망이 날 수도 있나?”

 

하나 그를 지켜보던 음마의 반응은 나와 사뭇 달랐다.

 

“원교야……! 너……!!”

 

뭘까?

 

대충 상황을 유추하면 양마에게 내가 모르는 심각한 정신질환이 있거나.

 

아니면 경천동지할 필살기가 펼쳐질 모양이거나…….

 

“진소천……. 설마하니 장안에서 평생을 바친 내 음양합마공을 선보이게 될 줄은 몰랐구나.”

 

역시…… 후자였다.

 

“음양합마공이라…… 이름 한번 거창하군. 보통 거창한 이름의 무공은 별 볼 일 없던데.”

 

“막상 받아보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일순…….

 

꿀렁-.

 

마치 두꺼비처럼 바닥에 엎드린 양마의 양 볼이 얄궂은 굉음과 함께 기이하게 부풀어 올랐다.

 

“얼마나 셀지 모르겠지만 보기는 좀 끔찍한데 할아범?”

 

비록 그렇게 말했지만…….

 

‘이 정도면…… 웬만한 초절정 고수도 오줌 지리겠다, 시X!’

 

나는 현재 양마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거대한 기운이 완벽한 음양의 조화를 이루었단 사실을 깨달았다.

 

‘이걸 쌩 내력으로는 절대 받을 수 없겠다…… 그랬다간 몸이 터져 버릴 것 같은데.’

 

그 때문에 나는 곧장 태세를 전환했다.

 

힘 대 힘의 싸움?

 

진정한 ‘상남자’식 싸움?

 

그딴 거 부르짖다가 저 두꺼비 신공에 몸이 터지면 누가 내 억울함을 풀어주겠나?

 

채애애애앵-!

 

결국 나는 소윤검을 뽑았다.

 

어쨌든 이기긴 이겨야지.

 

고오오오오오……!

 

나는 수(水) 속성의 힘을 발산해 소윤검의 한기와 접목했고, 이내 주위의 사물이 단단하게 얼어붙기 시작했다.

 

“들어오시오. 할아범.”

 

“…….”

 

“확 그냥 얼음 두꺼비로 만들어 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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