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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마교대장 168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02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68화

#168화

 

 

 

 

 

혈광곡에서 박쥐보다 더 큰 벌떼를 수천 마리나 잡는다고 개고생.

 

돌아와선 독선 영감의 외과술 보조로 개고생.

 

수술이 끝나고는 의식을 잃은 백산이 병구완한다고 또 개고생.

 

게다가…….

 

음기가 강해 가만있어도 숨이 턱- 막히는 공동에서 나는 3일이나 내단 처먹고 운기 하는 백산이 호법을 섰다.

 

심지어 돈 한 푼 안 받고 말이다.

 

“강백산. 너는 나한테 큰절 올려도 시원찮을 판이다. 소천문에 돌아가선 열과 성을 다해 문도들을 지도해라. 그게 빚 갚는 길이야.”

 

산장으로 돌아와 행낭을 꾸리던 중 나는 시종일관 헤벌쭉- 거리는 백산이를 향해 말했다.

 

녀석은 지금…….

 

화경을 뚫은 도취감에 젖어 정신을 못 차리는 상태였다.

 

“하하! 그럼 그럼……. 이를 말이냐? 네 덕분인 거 인정한다.”

 

“웬일이냐?”

 

“웬일은 무슨……. 내가 그래도 인정할 건 인정하는 사람이다. 너랑 다르게…….”

 

“닥쳐라!”

 

“???”

 

“나한테 고마우면 장안으로 가는 길에 내 행낭 좀 들든가.”

 

내 말에 백산이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고갤 저었다.

 

“진소천. 이젠 짐꾼 취급이냐?”

 

“짐꾼은 내 일을 덜어주는 사람이고. 너는 외려 날 못 부려 먹어서 안달 난 놈인데?”

 

“뭔 소리야?”

 

“내가 독선 영감 산장에 온 이후 널 위해 한 일이 얼마나 많은데…… 읊어줘?”

 

“됐다……. 네 짐은 내가 들고 가마.”

 

됐고!

 

“현명한 선택이다. 백산아.”

 

“말을 말아야지…… 어휴!”

 

그렇게 나와 백산이는 소천문으로 돌아갈 채비에 여념 없었다.

 

백산이가 병X 될 줄 알았던 손을 고치고 화경의 에 오른 것보다…….

 

‘후……!’

 

사실 내가 현경의 벽을 뚫은 게 훨씬 놀랄 일이었다.

 

아마 동벽 선생이나 연우 동동이 형제가 보면 경악을 금치 못할 테고, 다른 문도들과 청룡단원들도 대경실색하겠지?

 

역시 나는 가는 곳마다 일을 만드는 사람이다.

 

근데 이번엔…… 그 일의 크기가 좀 큰 거 같다.

 

“채비들은 다 했느냐?”

 

그때.

 

어느새 독선 영감이 다가왔는데…….

 

“영감님? 행색이 왜 그러십니까?”

 

나는 놀란 눈초리로 그에게 물었다.

 

지금 독선 영감은…… 한가득 보따리를 짊어진 게, 어디 먼 길 떠나는 사람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노부의 행색이 뭐 어때서?”

 

“아니……. 그 짐은 다 뭡니까?”

 

“뭐긴 뭐야? 장안까지 가려면 옷 몇 가지는 챙겨야 할 게 아니냐? 이미 네놈들이 공동에서 운기하고 있을 때, 값나가는 약재들은 산 아랫마을 약재상에게 넘겼다. 특별히 산삼 몇 뿌리와 영약 몇 가지만 남겼느니라.”

 

순간,

 

“네?”

 

“네?!”

 

나와 백산이는 동시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물었다.

 

“뭘 그리들 놀라는 게야? 게다가……! 소천이 너한테는 미리 언질 주지 않았느냐? 소천문에 의탁하고 싶다고.”

 

그랬다.

 

저 영감은 지금 우리와 길을 떠나겠단 말을…….

 

정확히는 소천문에서 공짜 밥, 공짜 술을 평생 퍼먹겠단 선언(?)을 하는 것이다.

 

“어르신! 정말 이제 소천문에서 사실 생각이신 겁니까?”

 

순간…‥.

 

백산이가 화들짝 놀란 음성으로 물었다.

 

물었는데…….

 

“오냐……. 본래 노부는 여생을 산장에서 두문불출할 생각이었다만……. 아무래도 내 천수가 아직 10년은 더 남은 것 같구나. 산에 틀어박혀 있는 것도 이젠 지겹다. 동벽 영감도 소천문에서 지낸다고 하니 나도 속세에서 살아야겠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어르신 같은 명의가 소천문에 가시면 문도들의 복이죠. 게다가 동벽 어르신도 좋아하실 겁니다.”

 

뭔가 상황이 희한하게 흘러간다?

 

“하……. 영감님. 그거 그냥 해본 소리 아니었습니까?”

 

황당하게 흘러가는 상황에, 나는 어이가 없어 독선 영감에게 물었다.

 

하나 독선 영감은 외려 쌍심지를 켜고 쏘아붙였다.

 

“그냥 해본 소리는 무슨 해본 소리? 내가 이 나이 먹고 뭐 한다고 허언을 하겠느냐? 왜? 싫으냐? 노부가 소천문에 가는 게 싫어?!”

 

그때 분위기 파악 못 하는 백산이가 끼어들어 그의 말을 거들었다.

 

“소천아. 독선 어르신은 동벽 어르신과 견줄 만큼 의술의 경지가 높으신데, 무슨 불만이라도?”

 

가만 보니 이놈…….

 

내가 독선 영감 싫어하는 줄 뻔히 알면서 일부러 엿 먹이고 있는 것 같달까?

 

아니…….

 

정확하다!

 

“후……! 네네 마음대로 하십쇼. 하나 한 가지. 영감님도 명심해야 될 게 있습니다.”

 

그래…….

 

이젠 어쩔 수가 없다.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 이런 거겠지?

 

하나 나는 독선 영감이 소천문에서 제멋대로 구는 꼴은 볼 수 없었다.

 

“뭐냐? 노부가 명심해야 할 것이라는 게?”

 

“우리 소천문이 내세우고 지향하는 문파 최고의 가치가 뭔지 아십니까?”

 

그래서 나는 밑밥을 깔기로 했다.

 

아무리 막돼먹은 독선 영감이라도 절대 빠져나갈 수 없는 밑밥을…….

 

“그게 무엇이냐?”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

 

“……입니다.”

 

일단…….

 

저 영감이 성질이 더러워서 그렇지 여러모로 쓸모는 많을 것이다.

 

의술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젊은 시절 사도십괴에 이름을 올릴 정도니 일황삼존오왕급 고수를 나는 객식구로 두는 셈이다.

 

물론…….

 

통제가 가능하다는 전제하에서지만.

 

“닥쳐라. 이놈!”

 

하나…….

 

“네?”

 

“소천아. 너는 젊은 놈이 벌써 노부를 부려 먹을 생각에 개수작 부리는 것이냐?”

 

이 영감 이거…….

 

관심법을 쓰는구나?

 

“경고하는데 날 속이려 들지 마라. 네 녀석한테 당할 내가 아니니까.”

 

“아…….”

 

“클클클.”

 

다시 한번 느끼는 바지만…….

 

저 영감은 나랑 안 맞다.

 

좀 많이…….

 

 

 

 

 

* * *

 

 

 

 

 

무당파 조사전(祖師殿)-.

 

무당파의 모든 도사가 조사전으로 모였다.

 

개파조사 장삼봉의 넋을 기리기 위해 혼백을 모신 도관(道觀)에서 주영천은 사조였던 장삼봉의 초상화를 지그시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사조(師祖)님. 기억하십니까? 제가 처음 무당파로 들어와 어린 도사가 되었을 때, 사조께선 회초리를 많이 드셨지요. 흐흐흐! 한데 그랬던 제가 이제 일백 살이 다 되었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장문인 허원과 장로들……. 당대 제자들까지.

 

모두가 속으로 나지막한 탄식을 자아냈다.

 

“사조님……. 그 철없던 어린 도사 놈이, 이제 사조님 곁으로 갑니다……. 부디 선계에서는 절 타박하지 마시고 예쁘게 봐주십시오.”

 

동시에

 

“쿨럭……!”

 

주영천이 입에서 피 분수를 뿜었다.

 

“사숙!”

 

금세라도 쓰러질 듯 휘청거리는 그의 신형을 허원이 붙잡았다.

 

“허원아……. 그래도 다행이구나. 평생 무당파와 어울리지 않는 철없는 인간으로 살았지만……. 죽을 때는 누구보다 무당파 도사다울 수 있게 됐으니. 헤헤…… 언제 비명횡사할지 모르는 무인에게 이처럼 큰 복도 없지.”

 

“사숙…… 힘을 내셔야 합니다. 이대로 가실 순 없습니다.”

 

“허원아……. 어차피 나야 한 번도 너에게 도움이 된 적 없지만……. 그런데도 무당파 최고의 어른으로 한마디 하자꾸나.”

 

그러자 허원은 대뜸 주영천에게 무릎을 꿇었는데, 장문인의 모습을 본 모든 장로와 제자들 또한 함께 무릎 꿇었다.

 

“무당 제자 허원이 사숙의 말씀을 듣겠나이다…….”

 

주영천은 운신조차 힘겨운 상황에도 웃음을 잃지 않으며 손사래 쳤다.

 

“흐흐흐……. 장문인이 함부로 무릎을 꿇어서야 되겠냐? 너는 무당파를 이끄는 사람이야.”

 

“사숙…….”

 

“허원아.”

 

“말씀하십시오.”

 

“약속해라.”

 

“무엇을 말입니까?”

 

“복수하지 않겠다고 말이다.”

 

일순 허원의 시선이 가늘게 흔들렸다.

 

그 마음을 읽은 주영천이 가라앉은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물론 마교와의 싸움을 중단하거나, 강호의 일에 개입하지 말란 뜻이 아니다. 우리는 무당파 도사들이고……. 너는 장문인이니 응당 마교 놈들과 싸워야 하지만, 섣부른 감정을 앞세워 복수하겠답시고 무리하지 말라는 말이야.”

 

“사숙…….”

 

“천마는 이길 수 없는 자다. 너도 최강의 검수 중 한 사람이지만…… 애석하게도 그의 적수가 될 수 없어. 그러니 크게 생각해라. 무슨 말인지 알겠지?”

 

“사숙…….”

 

허원은 주영천이 하고자 하는 말의 의미를 정확하게 깨달았다.

 

물론…….

 

심정 같아선 모든 무당파의 힘을 결집해 십만대산을 찾고 싶은 심정이었으나.

 

하나 그는 무당파의 장문인 신분으로서 제 역할에 충실해야 했다.

 

“명심하겠습니다. 사숙.”

 

“그래……. 그거면 됐다. 부디 무당파를 잘 이끌어라. 선계에서 지켜보마. 헤헤헤.”

 

“사숙……!”

 

허원이 주영천의 손을 꼭- 붙잡았다.

 

‘사숙…….’

 

조금씩 차가워지는 주영천의 손을 느끼며, 허원은 그가 곧 작고할 것을 알아차렸다.

 

“진후야…….”

 

그때.

 

주영천이 진후의 이름을 읊조렸고 진후는 부름에 다급히 앞으로 나아가 주영천 앞에 조아렸다.

 

“주 사숙조……. 말씀하십시오.”

 

“진후야. 나는 아직 기억한다.”

 

“무엇을 말입니까?”

 

“무림맹에서 네가 보여주었던 태극혜검을.”

 

순간 모든 도사들이 당시 상황을 떠올렸는지 두 눈에 아련함을 담았다.

 

“사숙조…….”

 

“나는 그때 그런 생각을 했다. 어쩌면…… 네 녀석이 나와 허원의 한을 풀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사숙조…….”

 

“내 사조께서는 천하제일인이셨다. 흑-백-정-사-마를 막론한 당대의 수많은 고수가 도전했으나 모두 상대가 되지 못했지. 정말 압도적인 분이셨어.”

 

그렇게 말하는 주영천의 시선이 다시 장삼봉의 초상화를 향했다.

 

진후 또한 떨리는 가슴을 억누르지 못하고 전율하였다.

 

“조사님의 입지전적인 신화를 어찌 모르겠습니까…….”

 

“하나 진후야. 사조님이 등선한 이후 본파는 쇠락을 거듭했다.”

 

“사숙조……. 본파는 이후 더 부흥했습니다. 조사께서 무당산에 자리 잡으시고 개파하실 때만 해도 본파는 인원이나 규모 면에서 보잘것없었다고 들었습니다. 하나 지금 무당파는 강호에서 가장 큰 문파입니다.”

 

진후의 말에 조사전의 모든 이가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무당파는 소림과 더불어 강호의 양대산맥이며 본산-속가의 제자 수를 합치면 남궁세가와 맞먹을 정도로 규모도 대단한 게 사실이었으니까.

 

그러나 주영천은 고갤 저었다.

 

“물론 규모는 그러할지 모르나…… 이후 본파는 한 번도 천하제일인을 배출하지 못했다. 심지어 백도제일인마저 만들지 못했어.”

 

“아……!”

 

“너는 그 길을 걸어라.”

 

“사숙조!”

 

“헤헤헤! 물론 가능하다면 말이야.”

 

“제자…….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꼭 그 길을 걷기 위해 평생 애쓰겠습니다.”

 

“흐흐흐……. 쉽진 않을 거야. 장안의 또라이 문주 놈이 있어서 말이지.”

 

진후는 주영천이 말하는 장안의 또라이 문주가 진소천임을 알았다.

 

또한 주영천이 평소 그를 각별히 생각하며 언제나 천하제일인의 재목으로 꼽았기에 말했다.

 

“사숙조……. 혹시 진 문주에게 남기실 말은 없습니까? 진 문주도 충격이 클 겁니다.”

 

“흐흐……. 내가 진 소제에게 무슨 말을 남기겠냐만. 한마디 전해주겠느냐?”

 

“말씀하십시오.”

 

“재밌었다고 전해다오.”

 

“사숙조…….”

 

“즐거웠다고. 그리고……. 위지혼을 조심하라고 말이다.”

 

주영천의 말에 진후는 가슴이 미어질 듯했으나 간신히 추스르고 고갤 끄덕였다.

 

“그리하겠습니다.”

 

이윽고…….

 

주영천이 장삼봉의 초상화를 향해 큰절을 올리고 향을 태웠다.

 

“헤헤헤- 다들 잘 있으시게나! 비록 이 늙은이는 수행이 모자라 우화등선 못 하지만…… 그래도 평생 정의롭게 살았으니 선계로 들어갈 것이다. 도사랍시고 산속에 틀어박혀 평생 적적하게 살지 말고! 가끔 하산해서 술도 퍼먹으면서 재밌게들 살아라.”

 

동시에,

 

털썩-.

 

주영천의 신형이 힘을 잃고 조사전의 바닥으로 쓰러졌다.

 

“사숙!”

 

“사숙!”

 

“사숙조!”

 

추적추적 겨울비 내리는 날…….

 

주영천은 자신이 보았던 꿈에서처럼.

 

대 무당파의 조사전에서 마지막 순간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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