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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마교대장 167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18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67화

#167화

 

 

 

 

 

“쿨럭…… 쿨럭!”

 

“음마야……. 괜찮느냐?”

 

진소천과 강백산의 암살을 위해 십만대산을 떠나 장안으로 향하던 음양쌍마는 어느새 광양산에 당도했다.

 

그간 음마 백원천의 한병이 더 심각해진 상태.

 

밤이 되면 지독한 오한에 시달렸고 낮에는 각혈을 토했는데, 지켜보는 양마 백원교의 입장에선 가슴에 돌덩이가 내려앉은 심정이었다.

 

“양마야……. 걱정하지 말거라. 아직 내 천수가 남아 있으니.”

 

“지랄! 네놈은 지금 다 죽어가고 있다. 이럴 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명의를 찾아 요양하고, 후일을 도모하는 게 어떠냐? 급한 것도 없지 않느냐?”

 

양마의 말에 음마가 피식- 조소 했다.

 

“허허! 양마야. 걱정 말라니까. 죽을 거 같으면, 너한테 유언이라도 남길 테니.”

 

“뭐야?”

 

“갑자기 죽을 일 없다는 뜻이다. 녀석아.”

 

“젠장!”

 

피를 토하면서도 여유로운 태도로 일관하는 음마의 모습에 양마가 짜증을 털었다.

 

‘아무리 봐도 심각한 거 같은데…….’

 

현재 음마의 안색은 의술에 문외한인 양마가 보기에도 병색이 완연했다.

 

이대로면 자신의 형제가 절명하진 않을까 하는 우려와 걱정이 양마의 머리를 어지럽혔다.

 

“양마야……. 정말 걱정은 안 해도 된다니까.”

 

“…….”

 

“나는 나를 잘 안다. 내가 그리 쉽게 죽을 사람은 아니니 그만하거라.”

 

“죽기만 해봐라. 네놈 시체를 산짐승 밥으로 던질 테니.”

 

“허허. 예끼 녀석아!”

 

그때.

 

-크아아아아아앙!!!

 

두 사람의 귀에 무시무시하면서도 상서로운 힘이 실린 맹수의 포효가 울려 퍼졌다.

 

“음마야. 지금 이거 호랑이 울음소리가 맞냐?”

 

“일견 호랑이 소리 같지만…… 포효에서 헌앙한 힘이 느껴지는 걸 보니…… 신수의 소리 같기도 하다.”

 

“신수? 하면 당장 잡아야 하는 거 아니냐?”

 

“허허……. 잡을 수 있다면 천운인 게지.”

 

“가자. 신수 잡으러.”

 

“그러자꾸나!”

 

파파팟-!

 

이내 두 사람이 허공으로 신형을 날렸다.

 

 

 

 

 

* * *

 

 

 

 

 

“헤헤- 흰둥이 이리 와!”

 

-크아아아앙!

 

신수의 포효를 추적한 음양쌍마의 눈에 들어온 건…….

 

‘……허!’

 

‘대체…… 저게 뭐야?’

 

이제 갓 대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여아와 여아 주변에서 배를 까뒤집고 재롱을 부리는 거대한 백호 신수의 모습이었다.

 

“흰둥아……. 대체 우리 아빠는 언제 돌아올까? 안 본 지 오래됐는데. 힝! 아빠 보고 싶다…….”

 

여아는 연신 백호 신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한데…….

 

아이의 모습이 너무도 귀여웠던지라 음양쌍마의 눈에 자애로움이 번들거렸다.

 

“허허……. 양마야. 저 아이를 보니 소윤이가 생각나는구나.”

 

그때.

 

아이를 바라보던 음마 백원천의 입이 나지막하게 열렸다.

 

그러자 양마 백원교는 복잡한 표정을 짓더니 긴 한숨을 내뱉었다.

 

“후……. 소윤이 이야기는 하지 말자. 마음이 심란해지니까.”

 

“양마야……. 이미 50년이 지난 일이다. 어찌 아직 괴로워하느냐? 네 잘못이 아니었다. 먼저 간 네 딸 소윤이를 위해서라도 과거는 그만 가슴에 묻거라.”

 

“…….”

 

그랬다.

 

양마 백원교는 지금으로부터 50년 전 늦은 나이에 얻은 딸아이를 병으로 잃었다.

 

물론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양마의 가슴 한구석엔 그때의 참혹한 심정과 상처가 고스란히 남은 채였다.

 

그 순간

 

“허허……! 소윤아.”

 

“할아버지!”

 

별안간 깐깐한 인상의 노인이 여아에게 다가오더니 대뜸 품에서 환약 하나를 건네는 게 아닌가.

 

“소윤아. 놀 때 놀더라도 소윤단은 먹어야 하지. 어서 먹거라.”

 

“응, 할아버지!”

 

여아는 환약을 냉큼 삼켰고 노인의 입에서 흘러나온 ‘소윤이’란 이름에 음양쌍마의 시선에 놀라움이 번졌다.

 

‘하필…… 아이의 이름이 소윤인가?’

 

양마가 번민이 깊어질 때…….

 

“고인들은 누구시오?”

 

돌연 나타난 노인이 수풀 사이에 몸을 감추고 있던 음양쌍마를 향해 물었다.

 

 

 

 

 

* * *

 

 

 

 

 

“……우리는 지나가는 과객이오. 어쩌다 호랑이 울음소리를 듣게 되었는데, 그 소리가 워낙 범상치 않아 잠시 와봤소. 일부러 숨어서 염탐하던 건 아니니, 오해는 하지 마시오.”

 

동벽 선생의 물음에 음마가 대답했다.

 

그러자 소윤이가 음양쌍마를 향해 한 발짝 다가가 배시시-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헤헤- 할아버지들 안녕하세요? 할아버지들이 들은 건 호랑이 울음소리가 아니라, 흰둥이가 짖는 소리예요!”

 

소윤이의 말에 음마가 안면에 환한 웃음을 내걸었다.

 

“허허! 그렇구나……. 한데 아이야. 대단하구나. 아직 어려 보이는데, 백호 신수를 마음대로 부리다니! 어찌 이리도 영특할꼬?”

 

“히히! 할아버지! 그건 소윤이가 천재라서 그래요.”

 

“응?”

 

“아빠가 그랬어요. 소윤이는 중원 제일의 천재라고!”

 

“뭐? 하하하하하!”

 

음마가 박장대소하는 사이에도 양마는 표정이 굳어 있었지만.

 

“할아버지……. 혹시 흰둥이 짖는 소리에 놀란 거예요? 표정이 안 좋아 보여요.”

 

이내 다가와 조심스레 묻는 소윤이를 보며 양마는 어쩔 줄 모르겠단 표정으로 허둥지둥 데다 나직이 말했다.

 

“아이야.”

 

“네에?”

 

“이름이 소윤인 것이냐?”

 

“네! 제 이름은 진소윤이에요!”

 

“진소윤이라……. 예쁜 이름이다.”

 

“히히- 감사합니다!”

 

“하하…… 인사성도 참 밝구나.”

 

일순 양마는 저도 모르게 소윤이의 머릴 쓰다듬었다.

 

그러자 소윤이는 더 해맑은 미소를 선보였고, 두 사람을 지켜보던 음마의 표정은 한없이 평온해졌다.

 

그 순간,

 

“노인장…….”

 

음마를 유심히 바라보던 동벽 선생이 말했다.

 

“왜 그러시오?”

 

“외람된 말이오나 병색이 완연하구려. 혈색이 푸르게 물든 것으로 보아 중독 현상을 겪는 듯한데, 독에 의한 건 아닌 듯하고……. 안구가 건조하고, 호흡이 거칠며, 생기가 없는 것으로 보아 한병을 앓고 있는 듯하오만?”

 

그에 음마와 쌍마의 눈이 동시에 휘둥그레졌다.

 

“그걸 어찌 아셨소?”

 

“내 평생 의원으로 살았소. 또한 최근 한병에 관한 의서를 집필 중이라, 한증에 관한 사례를 연구하고 있소.”

 

“허……! 대단하시구려. 나는 분명 한병을 앓고 있소. 그것도 아주 오래된 만성 질환을.”

 

음마의 말에 동벽 선생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갤 끄덕이더니 다시금 말문을 뗐다.

 

“노인장. 실례되는 줄 알지만, 여과 없이 말씀드리겠소. 내 보기에 귀하의 상태가 위중한 듯하오. 제대로 된 처치를 하지 않으면, 귀하는 삼 일을 넘기지 못할 거요.”

 

그러자 음마 대신 양마가 화들짝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그 그게 정말이오?”

 

“틀림없소.”

 

“하면…… 인근에서 가장 가까운 의원이 어디 있소? 당장 가야겠소.”

 

“저 노인의 한병은 아무나 고칠 수 없소.”

 

“……!”

 

“당분간 내가 노인을 한병을 다스려보겠소.”

 

“당신이 말이오?”

 

“그렇소.”

 

“혹시…… 당신의 이름을 알 수 있겠소?”

 

“내 이름은 이시진이오.”

 

순간 음양쌍마는 대경실색을 감추지 못했다.

 

 

 

 

 

* * *

 

 

 

 

 

무당파(武當派) 옥허궁(玉虛宮)-.

 

초주검이 된 채 의식을 잃었던 주영천이 깨어난 건, 그가 옥허궁으로 돌아온 지 삼 일째 되던 날이다.

 

“사숙…… 정신이 드십니까?”

 

그간 옆에서 한 시도 자리를 떼지 않던 장문인 허원이 걱정스러운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하나 주영천은 별일 아니라는 듯 평소처럼 아이 같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헤헤……. 허원아. 참 다행이다. 하마터면 감숙에서 죽을 뻔했는데. 그래도 사문에서 죽을 수 있게 됐으니, 이것도 복이라면 복이겠지?”

 

“사숙…….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의약전주가 성심껏 병구완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소림으로 전갈을 보냈으니, 곧 공원 대사가 살피러 당도할 겁니다. 공원 대사는 천하 삼대 명의로 알려진 분 아닙니까? 그의 신통한 의술이라면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 있으실 테니, 약한 소리 하지 마십시오.”

 

“허! 허원아. 뭐하러 소림 땡중 놈들에게 아쉬운 소릴 한 거냐? 명색이 천하제일 도가 문파인 무당이 땡중에게 부탁을 하는 건 영 체면이 안 선다고.”

 

“사숙…….”

 

“흐흐흐……. 농담이다. 하나 쓸데없는 짓을 했다. 나는 호전되지 않을 거다.”

 

“…….”

 

“나는 많은 기력을 소진했고, 원종산에서 선천진기를 사용했다. 화타가 살아 돌아와도 고칠 수 없지 않겠니?”

 

“허…….”

 

주영천의 말에 허원의 입에서 짙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사실…….

 

허원도 주영천의 소생이 힘들다는 걸 짐작하고 있었다.

 

3일간 그를 보살피던 중 허원은 주영천이 선천진기를 사용한 걸 깨달았고, 그가 고령임을 감안했을 때 기력을 회복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허원은 무기력하게 주영천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비단 주영천은 무당파의 산증인이자 역사임은 물론, 현 백도의 상징적 인물이기에.

 

‘사숙…… 힘을 내셔야 합니다!’

 

허원은 실낱같은 희망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하나 정작 당사자인 주영천은 여전히 평온하게 말을 이었다.

 

“허원아……. 원통해 할 것도 애통해 할 것도 없다.”

 

“사숙…….”

 

“그래도 나는 명색이 당대 천마와 싸우다 아깝게 패했으니, 이름값은 한 셈이야.”

 

“사숙…… 어쩌다가 마교주와 대결을 펼치신 겁니까?”

 

허원의 물음에 주영천이 수염을 쓰다듬었다.

 

“노부가 그간 마교도 사냥을 하지 않았냐? 그러던 중 검황 늙은이를 만나 담소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감숙으로 가게 됐다. 간 김에 원종산의 마교굴을 없애려던 참에 위지혼을 만났지.”

 

“사숙…….”

 

“허원아. 위지혼은 강하다. 그놈은 흡사 지치지 않는 야생마 같은 인간이었어. 또한 마인임에도 완전한 탈마를 이룬 터라, 허점을 찾을 수 없었다. 내 평생 갈고닦은 태극의 오의를 간파하고 파훼한 자였다.”

 

순간 허원의 어깨가 세차게 떨렸다.

 

“사숙의 태극혜검을 파훼했다면…… 천하의 누가 그자를 막겠습니까?”

 

“훗날엔 또 모르지. 강호엔 유능한 인재들이 많으니까. 우리 진후 녀석도 그렇고. 흐흐! 하나 지금으로선 누구도 놈을 이길 수 없을 거다. 심지어 검황 늙은이도.”

 

“…….”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가 된다.”

 

“사숙……?”

 

“천마는 무리를 했다. 아마 나와 싸우기 전의 상태로 돌아가려면, 최소한 일 년 가까이 정양해야 할 거다.”

 

“…….”

 

“고로 지금이 기회야.”

 

“사숙…….”

 

“너는 당장 검황에게 연락해라. 지금이라면 검황의 능력으로 천마와 겨루어 볼 만하다. 물론 승패는 하늘만이 알겠으나, 확실한 건 지금이 아니면 검황은 두 번 다신 놈을 이길 수 없다. 그 영감도 이제 늙었거든.”

 

“사숙…… 하면 독고 선배에게 무어라 합니까?”

 

“당장 마교주에게 도전하라고 일러.”

 

“……!”

 

“위지혼은 자존심이 강한 자였다……. 제 조부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아마 검황이 도전하면 불리한 상황에도 반드시 수락할 수밖에 없을 거야.”

 

그렇게 말한 주영천이 돌연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놀란 허원이 다급히 부축하며 물었다.

 

“사숙……. 어딜 가려 하십니까?”

 

“허원아. 날 조사전(祖師殿)으로 데려다 다오.”

 

“조사전은 어찌……?”

 

“헤헤- 실은 말이다……. 내가 한 10여 년 전에 요상한 꿈을 꾼 거 아니겠어?”

 

“꿈…… 말씀입니까?”

 

“응. 한데 글쎄 그 꿈이 내 죽을 자리를 가르쳐 주는 게 아니냐.”

 

“사숙…….”

 

“나는 그때 내 임종을 예견한 거다. 호랑 말코 같은 도사로 100년 가까이 살다 보니 드디어 신통이 생긴 것이지. 흐흐흐!”

 

“…….”

 

“그때 나는 분명 조사전에서 죽었다.”

 

“사숙!”

 

“사조님을 뵙고 싶구나. 날 조사전으로 데려다 다오.”

 

“안 됩니다. 사숙!”

 

“부탁이다.”

 

“…….”

 

“평생을 바보처럼 살았지만…… 마지막 순간만큼은 도사로서의 내 신통을 확인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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