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165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06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65화
#165화
이식수술이 끝난 지 이튿날…….
“음…….”
백산이는 의식을 되찾았다.
나는 그간 환약으로 제조하겠다며 자릴 비운 독선 선생 탓에 홀로 백산이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펴야 했다.
밤새도록 녀석의 식은땀을 닦아주고, 반 시진마다 내력을 주입해 기혈을 다스리는 한편, 치료를 위해 병사에 피워놓은 약향(藥香)이 꺼질 때마다 향도 태우고…….
한 마디로 놈의 회복을 위해 나는 반쯤 의원 노릇을 한 것이다.
“깨어났냐?”
“그래…‥.”
“백산아.”
“왜?”
“이걸로 넌 나한테 두 번의 목숨을 빚졌다.”
“아…… 깨어나자마자 뭔 소리야?”
“나는 무림맹 본청에서 널 한번 구해줬고……. 이번에는 혈광곡에 동행한 것도 모자라, 밤새 네 회복을 위해 병구완했으니 생명의 은인이 아니면 뭐냐?”
그 때문에 나는 녀석에게 생색을 냈다.
물론 내가 이처럼 생색을 내려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일단…….
독선 선생을 말대로 백산이가 정말 기린 내단을 처먹고 화경을 뚫는다면?
나는 천하에서 가장 몸값 비싼 객원 무공 교관을 부리게 되는 거고, 백산이는 빚지고 못 사는 성미기에 어떤 식으로든 보은하려 들 게 자명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개소리하지 마라, 인마!”
꼼짝도 안 하는 거 보소?
“뭐야?”
“진소천. 넌 정말 양심이란 게 없냐?”
“그러니까 뭔 소리냐고?”,
“야! 내가 돈 한 푼 안 받고 문도들 지도해주는 것도 모자라, 최근엔 소윤이, 리원이 데리고 산책도 했다. 게다가 한 번씩 소천문으로 들어오는 의뢰도 맡은 데다, 네 덕분에 팔자에도 없는 무림 청년단 부단주가 돼서 온갖 잡일을 다 했잖아. 말인즉슨, 내가 네 일거리를 덜어준 셈인데. 외려 네가 고마워해야지. 어? 너 나한테 월봉 한 번 준 적 있냐?”
“…….”
“목숨 구해준 건 고맙다만, 어차피 상부상조다. 개수작 부릴 생각하지 마라.”
“…….”
“그리고 또 하나.”
“또…… 뭐?”
“내 방에 감춰둔 금강석이 없어졌더라?”
“…….”
“그거…… 내가 마교 놈들한테 받은 거다. 목숨값이라고 목숨값. 그거 어디 갔어?”
“…….”
“내놔 새끼야.”
와…….
나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왜냐?
백산이의 주장은 논리정연하고 일목요연해서 반박이 불가능한 탓이었다.
‘이 자식…… 지금껏 이렇게 자잘한 부분까지 담아두고 있었던 건가?’
치사하고 엉큼한 놈 같으니라고…….
하나 내가 누군가?
나는 안 되면 되게 하고, 그것도 안 되면 상황을 바꿔버리는 황당무계함의 권위자, 우기기의 달인, 무엇이든 내 멋대로 하는 장안 최고의 독재자다.
해서 나는 백산이를 향해 호통을 질렀다.
“닥쳐라!”
질렀는데…….
후비적, 후비적-
백산이는 호통이 같잖았는지, 날 한심한 눈으로 바라보며 귀를 후비는 게 아닌가?
“됐고.”
“…….”
“독선 어르신은 어디 가셨냐?”
“……네놈 처먹일 환약 만들러 갔다, 이 새끼야.”
오늘 나와 백산이의 촌각 토론은…….
명백한 나의 패배였다.
* * *
“어떠냐? 손은 괜찮은 것 같으냐?”
병상에서 일어난 백산이와 마당으로 나가니, 마침 독선 선생도 환약 을 완성하고 돌아온 참이었다.
그의 물음에 백산이는 수술한 제 손을 이리저리 살피고 휘둘러 보다 밝은 음성으로 말했다.
“네 어르신……. 놀랍게도 감각이 뚜렷하게 느껴집니다. 외려 이전보다 손이 더 민감해진 느낌이랄까요?”
그러자 독선 선생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허허허! 왜 안 그렇겠느냐? 기린은 영물이니라. 영물의 피륙을 이식했으니, 네 우수(右手)는 이전보다 훨씬 강해질 것이다.”
“쉽지 않은 수술이었을 텐데…… 감사드립니다.”
백산이가 독선 선생을 향해 꾸벅- 묵례했다.
“물론 쉽지 않았지. 아마 내가 아니라면, 누구도 이 외과술을 실행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물론 독선 선생은 또다시 자화자찬 삼매경에 빠졌고…….
“본래 외과술이란 게 말이다…… 얼마나 어려운 것이냐면…….”
나와 백산이는 그렇게 한참 동안 독선 선생의 토악질 나오는 자랑을 들었다.
그러던 중 돌연 약재 창고로 들어간 독선 선생이 자그마한 환약 하나를 들고나왔다.
“백산아. 이것이 기린의 내단을 환약으로 제조한 것이다.”
일순…….
나와 백산이는 오만상을 찌푸리며 코를 막았다.
환약에서 뿜어져 나오는 악취가 거의 똥 냄새를 능가한 까닭이다.
“윽……. 어르신! 그거 환약 맞습니까? 혹시 기린 똥은 아니고요?”
그 때문에 나는 어이가 없어서 물었다.
정말이지 환약 냄새는 진짜 ‘똥’ 냄새와 유사하면서도 훨씬 지독했으니까.
하나 돌아온 독선 선생의 대답은 냉담하기 짝이 없었다.
“호랑 말코 같은 녀석아! 뭐가 어쩌고 어째? 이 귀한 걸 보고, 똥? 똥? 확 그냥 똥 밭에 던져버릴까 보다!”
동시에 독선 선생은 환약을 집어 던지는 시늉을 해 보였는데, 그에 기함한 백산이가 학을 떼며 만류했다.
“왜 왜 그러십니까 어르신! 기껏 만드신 걸 갖다가……. 주십시오. 제가 얼른 코 막고 꼴깍 삼켜버리겠습니다.”
하나 어쩐 일인지 독선 선생은 고갤 저었다.
“안 된다.”
“네?”
“이 환약은 아주 양강한 기운을 내포하고 있다. 말하지 않았느냐? 환약이 아닌 내단이었다면 복용하는 순간 단전이 녹아내릴 거라고.”
“그래서 어르신이 복용할 수 있는 환약 형태로 제조하신 게 아닙니까?”
“물론 그렇지. 하나 아무리 양기를 다스렸다 해도, 복용하면 현재 네 몸이 감당할 수 없는 극양의 힘이 널 집어삼킬지 모른다.”
“하면……?”
“산장에서 10리 떨어진 곳에 공동이 있다. 매우 음기가 성한 곳인데다 공동 앞에 폭포수가 흐르니, 그곳에서 복용하고 운기 하도록 해라. 하면 음기가 환약의 양기를 눌러 기운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어르신.”
독선 선생의 말에 백산이가 환약을 받아들고 끄덕였다.
어쩌면…….
화경을 뚫을 수 있다는 기대심 때문일까?
지금 백산이의 눈은 활화산 같은 의지를 담은 것처럼 보였다.
“소천아.”
그때 독선 선생이 날 불렀다.
“네?”
“너는 백산이를 따라가 녀석이 운기 하는 동안 호법을 서라. 만약 운기 중 백산이가 힘들어하면 공력을 주입해 기혈을 다스려야 할 것이다. 잘못하면 심마에 빠지기 십상이니 각별히 유념하거라.”
“네.”
후…….
나더러 또 백산이 똥을 닦으란 건가?
“야, 강백산.”
“뭐?”
“이래도 내가 은인 아니냐?”
“…….”
“소천문으로 돌아가면 크게 한턱내라.”
“알았다, 이 계산적인 놈아.”
나와 백산이는 잠시 킥킥거리다 이윽고 독선 선생이 일러준 공동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소환된 학을 타고 주영천이 사라진 후…….
사원 전체를 감싸던 검은 장막 이 사라졌는데, 그 순간 위지혼의 신형이 균형을 잡지 못하고 휘청- 기울었다.
“교, 교주님!”
“괜찮으십니까, 교주님!”
“……교주님!”
그러자 교도들이 쏜살같이 달려와 위지혼을 부축하려 들었다.
하나 위지혼은 고갤 저으며 손사래 쳤다.
“괜찮다. 단시간에 심력을 많이 소진한 탓에 잠시 피로한 것이니, 개의치 마라.”
“존명!”
이윽고…….
위지혼이 대뜸 가부좌를 틀고 앉더니 호흡을 가다듬었다.
‘하마터면…… 심마에 빠질 뻔했구나!’
비록 내색하지 않았으나…….
위지혼으로서도 주영천과의 결투는 매우 위험한 격전이 아닐 수 없었다.
‘주영천이 노구였기에 망정이지…… 아니면 쉽게 승기를 잡을 수 없었을 것이다.’
위지혼에게 주영천은 분명 생애 최강의 맞수이자 난적이었다.
만약 주영천이 100세에 가까운 노인이 아니었다면, 위지혼의 압도적인 승리가 아닌 건곤일척(乾坤一擲)의 혈투가 됐을 터였다.
‘이제…… 무신(武神)이 되었다고 자부했건만. 아직 수련이 필요한 것인가? 만약 주영천이 아닌 검황이었다면…… 나는 과연 승리할 수 있었을 것인가…….’
문득 그러한 상념이 위지혼을 번민하게 할 때…….
“크흑……!”
그의 입에서 시커먼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교주님!”
“교주님!”
“교주님!”
그러자 교도들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초조한 기색을 드러냈는데…….
위지혼은 힘겹게 신형을 일으킨 뒤 나직이 입을 열었다.
“내 서찰을 써줄 터이니, 당장 본산 비응각으로 전달하라.”
“존명!”
“나는 삼일간 폐관하여 정양하겠다.”
“알겠나이다. 한데…… 교주님! 외람된 말이오나 속하들은 주영천을 추격해야 할는지요? 아니면…….”
“됐다. 어차피 추격한다 해도 잡을 수 없을 것이다. 또한…….”
“…….”
“결국 그는 소생하기 힘들 것이다. 하니 굳이 애쓸 필요 없느니라.”
“존명!”
위지혼의 시선이 어두컴컴한 밤하늘로 향했다.
‘검황……. 다음은 당신이겠지?’
* * *
끼이이이익-!
주영천이 소환한 백학(白鶴)의 날개에는 여전히 검은 불꽃이 붙은 채였다.
하나 그런데도 백학은 날갯짓을 멈추지 않고 주영천을 태운 채 창공을 날았다.
“백학아……. 미안하구나. 나 때문에 너도 천수를 다하지 못하고 절명할지 모르겠다. 이를 어쩌면 좋을꼬…….”
주영천은…….
백학의 날개에 붙은 검을 불꽃이 천마신공의 ‘흑화黑火’임을 알아차렸다.
천마신공의 흑화는 공력으로 불길을 생성하는 삼매진화(三昧神火)와 궤가 같았다.
하나 방대한 마기와 강력한 마공으로 창조한 마화(魔火)이자 신기였기에.
인위적으로 진압하지 않는 이상 자연적으로 소멸시킬 방도가 없었다.
만약 백학이 상서로운 태극의 힘으로 흑화가 번지는 걸 억제하지 않았다면, 흑화는 백학의 몸 전체를 태웠을 터였다.
“백학아……. 노부를 무당산까지 데려다줄 수 있겠니?”
전신에 피칠을 한 주영천이 백학의 몸을 쓰다듬으며 읊조렸다.
백학은 물음에 답이라도 하듯 소리를 내며 더 쾌속하게 비행했는데, 그 속도가 가히 질풍과 같아 이대로면 한나절에 섬서성을 질러 무당산에 당도할 수 있을 듯했다.
“헤헤……. 언제고 이런 날이 올 거라 생각했지만……. 막상 어린놈한테 이토록 쥐어 터지니 억울하군. 원시천존이시여……. 그 악두(惡頭)의 독보를 막아주소서…….”
매사 장난스럽기 짝이 없는 주영천이지만.
지금, 이 순간 그는 입으로 원시천존을 부르짖었다.
“흐흐……. 나도 결국은 별수 없는 도사 나부랭이구나…….”
그런 자신의 모습이 스스로도 우스웠는지 주영천은 빙그레 미소 지으며 백학에게 몸을 맡긴 채 서서히 의식을 꺼트렸다.
‘허원아……. 내 죽기 전에 널 만날 수 있겠느냐?’
* * *
무당산(武當山) 옥허궁(玉虛宮)-
끼이이이익-!
“저것은?!”
장문인 허원의 눈에 들어온 건 금광(金光)을 발산하며 옥허궁으로 내려앉는 백학이었다.
그는 백학이 주영천의 소환수임을 알았기에 다급히 발길을 옮겼는데, 불안한 예감은 정확하게 적중했다.
“주…… 주 사숙!!!”
허원의 시야에 피칠을 하고 의식을 잃은 주영천의 모습이 새겨졌다.
“사숙! 이게 무슨 일이오!!”
허원이 주영천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그런데도 주영천의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는데, 고통스럽게 울부짖는 백학의 절규에 그제야 허원은 날개에 붙은 검은 불꽃을 발견했다.
“이 흑화는…… 혹여 천마신공이란 말인가?”
그때…….
무당파 도사들이 대경실색한 채로 모여들었고 허원은 다급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청상아. 너는 주 사숙을 약전으로 옮기거라. 청허는 약전주를 모시고 오고, 청일이는 자소궁으로 가서 장로들을 소집해라. 사숙도 사숙이지만, 당장 백학의 날개에 붙은 흑화를 진압하지 않으면 녀석도 절명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러자 도사들이 뿔뿔이 흩어졌고, 허원은 주영천을 진맥하며 탄식을 자아냈다.
“사숙……. 대체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