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162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18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62화
#162화
“……너 혹시 머리 다쳤냐?”
강백산은 기가 막힌 표정으로 물었다.
아무리 진소천이 기상천외한 인간이라도 하루아침에 현경이 되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조소를 머금고 득의양양하게 어깨를 으쓱대는 진소천의 행동에 강백산은 불안했다.
“이봐! 대답 안 하냐?”
“…….”
“아니지? 아니라고 말해라 빨리.”
“…….”
“야! 그게 말이 돼? 갑자기 뭐? 현경? 거짓말이라고 말해, 인마.”
침묵하는 진소천을 보며 강백산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아니야……. 소천이는 불과 얼마 전에 만귀곡에서 화경에 올랐잖아. 근데…… 갑자기 현경이라고? 말이 안 되잖아?!’
그때.
진소천이 나직이 말문을 뗐다.
“백산아.”
“뭐야?”
“진짜다.”
“……?”
“……나는 진작 무학의 깨달음에 있어 지고한 경지에 오른 상태였다. 해서 같은 양의 내공을 사용해도 타인보다 월등한 위력을 뽑아냈지. 너도 알 거다. 그래서 내 십초무적공이 네 철권을 능가했던 거고.”
“…….”
“하나 지금껏 내 공력은 깨달음을 뒷받침해주지 못했다. 아니! 부족해도 한참 부족했지.”
“그건 안다. 네가 동년배 중에 공력이 중후하긴 하나, 현경은 태산도 가른다는 경진데……. 그 높은 벽을 이렇게 짧은 시간에 허문다는 건 말이 안 되지?”
“허물었는데?”
“뭐?!”
“허물었다고. 그 높은 벽.”
너무도 천연덕스럽게.
마치 자신을 놀리듯 말하는 진소천을 보고 그제야 강백산은 이 믿을 수 없는 일이 현실일지 모른단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아니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배 아픈 일이었다.
“거짓말하지 마라! 네가 무슨 장삼봉이냐? 아니면 달마 조사야? 뭔 한 시진 만에 갑자기 현경에 올라?”
“내가 너한테 거짓말을 왜 하냐? 난 공력이 비약적으로 늘어나서 현경에 오른 거다.”
“후……. 그러니까 갑자기 무슨 수로 그런 공력을 얻은 건데? 어?”
“벌떼.”
“뭐?”
“공동 밖에 그 벌떼들 잡으니까 공력이 생기던데?”
점입가경이랄까?
순간 머리가 어질어질한 강백산이었다.
“너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진짜 시X, 짜증 나게. 갑자기 벌떼가 뭐 어쨌다고?”
* * *
‘허무하구나…….’
기린 사체를 둘러매고 최일경의 산장으로 돌아가는 강백산의 마음은…….
‘너무한다 진짜!’
실로 허무하고 씁쓸했다.
‘왜……! 저런 인간한테만 자꾸 기연이 생기냐고!’
현경에 올랐다는 진소천의 말이 거짓이길 간절히 바라던 강백산은…….
공동을 나서자마자 가벼운 탄지신통으로 거대한 바위를 가루로 만들어버리는 진소천의 무위를 보고 절망했다.
‘내가 벌떼를 잡았어야 했는데! 하필 저 귀신 같은 놈이 냄새를 맡아서! 9갑자라니! 저놈 공력이 9갑자라니! 이러면 난 죽을 때까지 저놈 발끝도 못 따라갈 텐데……. 아!’
그런 애달픈 강백산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진소천은 설레발을 치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홍홍! 어제는 화경이요, 오늘은 현경이로세. 하면 내일은?”
“…….”
“백산아. 나 생사경도 오르는 거 아니냐? 무림사를 보면 장삼봉이 생사경에 오른 후 구름을 타고 무당산을 날아다녔다던데. 나도 그럴 수 있겠지? 그럼 내가 너 구름 한번 태워준다.”
“닥쳐. 그런 걸 믿냐? 헛소문이지.”
“아닐걸? 충분히 가능할 거 같은데?”
“지랄 말라니까!”
“아닐걸? 하면 주 영감한테 물어볼까? 장삼봉이 진짜 구름을 탔는지, 안 탔는지. 내기라도 하실?”
“제발 좀 닥치자.”
강백산은 부아가 치밀어 말도 섞고 싶지 않았다.
하나 진소천의 주둥아리 신공은 보란 듯이 이어졌다.
“아! 그러고 보니 너는 생사경 같은 건 관심 없겠구나?”
“뭐?”
“그렇잖아. 아직 환골탈태도 제대로 못 해서 화경도 안 된 놈이 생사경에 관심이 가겠냐는 말이지. 평생 노력해도 현경 끄트머리 잡을까 말까 한 삼류 무인한테 생사경은 무슨! 미안하다 백산아. 내가 실수했다. 죽을죄를 지었다!”
“와……! 이거 진짜 미친놈이네? 진심 또라이냐?”
순간 강백산은 너무 기가 막혀 그만 속으로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클클클! 진짜 제정신이 아닌 놈이군. 어떻게 이런 놈이 일문의 문주일 수가 있지?
진소천이 얄미운 건 얄미운 거고…….
웃긴 건 웃긴 거였다.
‘……그래도 저런 괴물이 적이 아닌 건 다행이네.’
문득 그런 생각이 든 강백산은 이내 진소천에 대한 질투심을 지워버리고 말했다.
“소천아.”
“응?”
“한턱내라.”
“뭔 한턱?”
“내 덕분에 현경에 올랐으니, 한턱내야지? 내가 아니었으면 혈광곡에 안 왔을 거 아니냐. 니가 내 대신 벌떼를 잡아 9갑자 공력을 빨아먹은 건 열 받지만…… 크게 한턱내면 좋게 생각해 주……”
“닥쳐라!”
“……?”
“어디서 개수작이야?”
한턱내란 소리에 불같이 성을 낸 진소천은
“한턱 같은 소리 하지 말고 묘기나 구경하도록.”
대번에 소윤검을 허공에 띄우더니 검신을 타고 하늘을 나는 게 아닌가?
“와!”
순간 강백산은 저도 모르게 경탄을 터뜨렸는데…….
“이게 어검비행술(馭劍飛行術)이다. 공력이 남아돌아 쓸데가 없는 놈들이 펼친다는 신선놀음! 뭐…… 너 같은 남만 촌놈은 모르겠지만.”
그 말에 강백산은 눈을 질근 감고 고갤 절레절레 흔들었다.
‘한순간이라도 좋게 생각해주려 했던 내가 병X이다. 소천아…….’
오늘도 말 한마디에 천 냥 빚 갚는 대신, 경외감을 한심함으로 바꿔버리는 진소천이었다.
* * *
독선 최일경의 산장-.
“뭐야?”
“뭐요?”
“그러니까…… 방금 네놈이 말한 게 모두 사실이렷다?”
“그렇다니까요?”
“하면…… 혈광곡에 전설의 태봉(太蜂)이 나타났다는 게냐?”
처음 진소천과 강백산이 돌아왔을 때…….
최일경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것은 생각보다 두 사람이 너무도 빨리, 그리고 멀쩡히 돌아온 까닭이었는데, 그 경악마저 이어지는 진소천의 황당한 말에 깡그리 지워졌다.
“태봉이 뭔데요?”
“허……! 범인들은 태봉(太蜂)에 대해 잘 모르지만, 노부나 이시진 영감처럼 박학다식한 사람은 잘 알지.”
“갑자기 박학다식요?”
“험험! 있다. 그런 게. 아무튼 태봉은 예부터 공력을 증진시키는 영물로 알려졌는데, 워낙 귀한 놈들이라 떼를 지어 다니지 않고 개체별로 서식하기 마련. 한데 하필 혈광곡에 태봉 떼가 나타났다니……. 네놈은 천복을 받은 것이다.”
최일경이 진심 어린 감탄을 자아냈다.
그의 말마따나 한 마리만 잡아도 기연이라 불리는 전설의 태봉을 진소천은 무려 수천 마리나 잡았으니.
이는 기연을 넘어선 천운이 아닐 수 없었다.
“제가 좀…… 재수가 좋은 편이긴 합니다.”
“재수가 좋은 정도가 아니니라. 이건 도저히 말도 안 되는 일이야. 그래서! 네놈은 그 많은 태봉을 잡고 공력을 얼마나 늘렸느냐?”
“대충 6갑자 정도요.”
“???”
“왜요? 너무 적어서 실망했습니까? 한 10갑자는 늘려야 했는데, 아쉽죠?”
“…….”
한껏 너스레 떨며 묻는 진소천을 보며…….
최일경은 그제야 그가 어떤 인간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이놈은 당최 당할 수가 없는 놈이구나. 천하에 다시 없을 또라인 게야! 대체 이시진 영감은 어쩌다가 이런 놈을…….’
하나 최일경은 이내 기린의 사체로 시선을 옮긴 뒤, 그를 심유하게 살피다가 이리저리 만져보고는 강백산에게 말했다.
“음……. 아무튼 기린을 잡아 왔으니, 네 녀석의 손을 고치도록 하자. 우선 내가 기린의 사체를 해체하는 동안, 네놈은 운기하고 있거라. 비록 내가 외과술의 대가라 하나, 생살을 도려내고 뼈를 부순 뒤 영물의 뼈와 살을 이식하는 수술이다. 운기 하면서 기혈과 혈행을 다스리고 심신을 안정시켜라.”
“알겠습니다. 어르신.”
이윽고 강백산은 병사로 들어가 가부좌를 튼 뒤 운기에 돌입했다.
그렇게 한 식경쯤 지났을까?
마당에서 기린의 사체를 헤집던 최일경이 외과술을 시행할 여러 도구와 기린의 사체 조각을 들고 다가왔다.
“이것이 무엇인지 아느냐?”
그렇게 묻는 최일경의 우수에 작고 둥그스름한 무언가가 들려 있었다.
진소천은 그를 지그시 응시했고 강백산은 고갤 흔들며 대답했다.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자 최일경이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
“이것은 기린의 내단이다. 내단의 색깔과 향을 짐작하건대, 매우 양강한 물질로 구성되어 있을 것이다. 그 때문에 내단을 복용하면 너는 단전이 녹아버리고 말 터…….”
그에 강백산이 실망한 기색으로 물었다.
“하면…… 기린의 내단은 복용할 수 없습니까?”
“방법이 있다.”
“방법이 뭡니까?”
“노부가 누구냐?”
“그야…… 독선 최일경 어르신이죠?”
“그렇지. 노부가 바로 독선 최일경이다. 내 능력이라면, 네가 내단을 흡수할 수 있도록 환약으로 만들 수 있지. 나는 내단학의 대가기도 하거든.”
“아…… 네.”
“흐흐흐. 진가 놈 못지않게 너도 참 운이 좋구나! 날 만나지 않았다면 어찌 가능한 일이겠느냐? 클클클!”
순간…….
‘이 영감도 많이 아프네, 많이 아파. 아니면, 노망이 났거나.’
대화를 듣던 진소천은 어이가 없어 쌍욕을 퍼부을 뻔했지만 큰 수술을 앞둔 상황이라 한번 참았다.
“강백산이라고 했느냐?”
“네, 어르신.”
“지금 마비산으로 네 의식을 꺼트릴 것이다. 통증이 극심할뿐더러 네가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수술이 잘못될 수 있음을 우려해서다.”
“네.”
“그럼 누워라. 외과술을 시작하겠다.”
“잘 부탁드립니다.”
꿀꺽-.
마른침을 삼킨 강백산이 긴장한 표정으로 누웠다.
그런 강백산을 향해 진소천이 조소를 띄운 채 입을 열었다.
“백산아.”
“왜?”
“수술받다가 죽을 수도 있는데…… 그전에 네 재산 나한테 미리 넘기는 게 좋지 않냐?”
“……소천아.”
“응?”
“꺼져라.”
* * *
감숙 천수현.
원종산-.
“헤헤- 이것 봐 젊은이?”
매서운 눈보라 몰아치는 산중…….
설산의 눈발보다 하얗게 센 백발의 노인이 길을 걷던 젊은 흑의인에게 물었다.
그러자 흑의인은 옅은 미소를 머금고 답했다.
“네, 영감님.”
“여기가 원종산 맞아? 내가 천수현의 원종산을 찾아 감숙까지 왔는데. 지리에 젬병인 데다, 여긴 산새가 험하고 산짐승도 얼어 죽기 좋은 날씨라 사냥꾼 하나 안 보이는 거 아니겠어? 때마침 젊은이를 만났으니 확인받고 싶어! 나 제대로 찾아온 거 맞지?”
누가 보면 노망난 영감으로 치부할 만큼 나이와 어울리지 않는 아이 같은 말투였다.
하나 흑의인은 재밌다는 표정으로 대답을 이었다.
“맞습니다. 여기가 천수현의 원종산이 틀림없습니다.”
“헤헤! 하면 잘 찾아온 거네?”
“그렇죠.”
“좋았어! 고마워 젊은이. 요즘 젊은것들은 싸가지가 없어서 어른이 물어도 듣는 둥 마는 둥 하던데. 젊은이는 경우가 바르군.”
“별말씀을.”
“한데……. 젊은이는 무슨 일로 이 지랄 같은 산을 오르는 거야? 사냥하기엔 너무 추운 날씬데.”
“저는 사원을 찾아가는 길입니다.”
그러자 노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엥? 사원이라고?”
“네.”
“여긴 천하의 못돼먹은 사이비 종파 놈들이 기생하는 곳인데, 사원 같은 게 있다고?”
“그렇습니다.”
“허! 얄궂은 일이네? 아무튼 난 산 중턱까지 가야 하는데, 젊은이는 어디까지 가?”
“저도 그쯤 가야 합니다.”
“헤헤- 잘됐군. 하면 같이 가자고. 말동무도 하면서.”
“좋습니다.”
파파팡-!
말을 마치기 무섭게 노인은 신묘한 경신법을 펼쳐 눈밭을 헤쳐나갔다.
하나 눈이 수북이 쌓인 산로임에도 노인이 지나간 자리엔 발자국이 남지 않았다.
‘대단한 답설무흔(踏雪無痕)이군.’
젊은 흑의인 역시 이내 노인의 뒤를 따라 허공을 날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