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161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11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61화
#161화
“헤헤! 흰둥아 이리 와!”
소윤이의 명령(?)에
크어어어엉!
흰둥이가 포효하더니 조련된 강아지처럼 옆으로 다가가 벌러덩 배를 뒤집었다.
“허허! 소윤아. 이제 흰둥이가 네게 완전히 복종하는구나! 백호는 신수중 가장 길들이기 어려운데, 어찌 옴짝달싹 못 하는 신세가 되었을꼬?”
그 모습을 지켜보던 동벽 선생은 기가 막혔지만, 그래도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백호를 소윤이 소환수로 만든 건 잘한 일이다. 앞으로 저놈만 있다면 소윤이는 어디서든 안전할 테지.’
사실…….
백호 같은 소환수는 누구든 욕심을 낼 만한 신수였다.
하나 동벽 선생은 일말의 고민도 없이 소윤에게 ‘소환의 서’를 건넸고, 어느덧 신수인 백호를 충견처럼 부리게 된 소윤이를 보며 진심으로 기꺼워했다.
“히히! 할아버지. 그건 소윤이가 흰둥이를 사랑해줘서 그런 거야.”
그때.
소윤이가 동벽 선생에게 다가오더니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사랑해준다라! 소윤이 너는 사랑이란 뜻을 알고 있는 게냐?”
그러자 동벽 선생이 소윤의 머릴 쓰다듬으며 물었다.
“당연히 알죠!”
“하면 할아비한테 설명해보겠느냐?”
“음……. 그러니까 사랑이 뭐냐면! 할아버지가 나한테 소윤단을 만들어 주는 마음. 아빠가 나한테 맛있는 경단을 사주는 마음. 연우 삼촌이 나한테 예쁜 비단옷을 사주는 마음. 동동이 삼촌들이 내 손을 잡고 호숫가를 산책하는 마음. 또…… 내가 흰둥이를 먹이고 털도 빗겨주고…… 또 놀아주는 마음! 이게 전부 사랑이에요!”
소윤이의 엉뚱한 대답에 동벽 선생이 박장대소했다.
“껄껄껄! 제법이구나? 그래……. 정확하다! 그 모든 것이 사랑하는 마음이다.”
“히히히! 할아버지.”
“응?”
“사랑해요!”
“허허허! 원 녀석도 참…….”
순간 소윤이가 동벽 선생의 다리를 끌어안으며 고갤 파묻었다.
“어찌 이리 애교도 많을꼬? 클클!”
동벽 선생은 그런 소윤이를 번쩍 들고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소윤아……. 눈이 많이 오는구나. 춥지 않느냐?”
“응! 소윤단을 먹고 나면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은걸?”
“허허. 하면 나도 조금 더 살아야겠구나. 네가 어른이 될 때까지 소윤단을 만들어 줘야 하니 말이다.”
“힝……. 안 돼요. 할아버지.”
“응?”
“할아버지는 내가 할아버지처럼 흰 머리 많아질 때까지 살아야 하는데! 고작 어른이 될 때까지만 살면 어떡해?”
“녀석아. 그러면 나더러 대체 몇 살까지 살란 소리인 게야?”
“헤헤- 나도 몰라요.”
“껄껄! 소윤아. 이제 곧 너도 여섯 살이 된다. 다가오는 내년도 지금처럼 건강하고 무럭무럭 자라야 하느니라. 약속할 수 있느냐?”
“네 할아버지! 할아버지도 오래오래 살기로 약속?”
“오냐……. 노부도 약속하마. 아무래도 네 덕에 나는 천수를 넘기지 않을까 싶다.”
두 사람은 한동안 멍하니 하늘에서 떨어지는 하얀 눈을 바라보았다.
하얗게 뒤덮인 설산과 백호.
노인과 소녀의 마음 까지…….
모든 것이 새하얗게 물들어 가는 저녁 무렵이었다.
* * *
사도맹 사천 지부-.
“적마왕……. 이제 정신이 드는가?”
마인화의 부작용으로 사경을 헤매던 적마왕은 의식을 찾자마자 사도맹주 홍금부를 맞닥뜨렸다.
“너는…….”
지금의 적마왕은…….
무인은 고사하고 평범한 노인보다 못한 폐인이 되었다.
단전에는 한 줌 공력도 남지 않았고, 온몸의 뼈가 으스러져 평생 일어서지 못하게 되었으며, 심신의 정기가 모두 쇠했으니…….
당장 절명한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그러나 그를 살리려는 홍금부의 의지가 대단했다.
사천의 이름난 명의들을 죄다 초빙한 것도 모자라 당문에서도 의원이 파견되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바.
죽어가던 적마왕은 가까스로 의식을 돌릴 수 있었다.
“크흐흐. 섭섭하군. 노부를 알아보지 못하겠느냐, 적마왕?”
“너는…….”
“나는 홍금부다.”
홍금부의 말에 어쩐 일인지 적마왕은 입을 다물었다.
마인화의 부작용으로 목내이(木乃伊)처럼 얼굴이 말라비틀어진 그의 미간이 깊게 패었다.
“널 살리기 위해 모인 의원들이 하나 같이 말하더군. 본래 너는 진작 죽어야 하는데, 생전 하도 좋은 걸 많이 처먹은 터라 정-기-신(精氣神)의 밀알이 남아 숨을 쉴 수 있다고 말이다. 대체 뭐 그리 좋은 걸 많이 처먹은 게냐? 노부에게도 나눠다오. 흐흐흐!”
조롱의 의미가 명백한 말이었다. 하나 적마왕은 대꾸할 힘도 의지도 없었다.
자신은 폐인이 되었고 살아도 산 게 아닌 이상…….
할 수 있다면 혀를 깨물고 자결하고 싶었지만, 애석하게도 그에겐 그럴 힘조차 남지 않았다.
하나…….
이내 침묵하던 그의 입이 나직하게 열렸다.
“그자는…… 그자는 대체…… 누구냐?”
비록 특정하지 않았지만.
홍금부는 적마왕이 말하는 ‘그자’가 누군지 알았기에 선뜻 대답했다.
“그자는 소천문의 문주 진소천이다.”
“그는…… 그자는…… 마인화를 알고 있었다……. 그것은 본교 출신 중에서도 고위급 인물이 아니면…… 결코 알 수 없는 것……. 그런 자가 어찌…… 일개 중소방파의 문주가 될 수 있느냐.”
그랬다.
마인화의 부작용으로 완전히 이지를 상실하기 전, 적마왕은 진소천이 마인화를 알아본 것을 상기하고 의문을 가졌다.
“네놈이 정신을 잃기 전 괴물로 변했단 사실은 보고 받았다. 쯧쯧. 마교 놈들은 어찌 그토록 몸을 혹사하는 것이냐? 무인으로서 혼을 팔아가면서까지 그리 강해지고 싶어 하느냐?”
“닥쳐라…… 그놈…… 그놈을 데려와라. 나는 그놈이 누군지 알아내야겠다.”
적마왕이 연신 진소천을 캐묻자 홍금부가 대소했다.
“크하하하하! 녀석아. 진 문주가 오면 널 산 채로 가죽 벗겨 소금을 뿌려줄 텐데. 그 망가진 몸으로 감당할 자신이 있느냐? 그는 천하제일의 괴짜다. 차라리 날 상대하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다.”
“네놈……!”
“그리고……. 나는 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안다.”
“…….”
“나라고 왜 그런 생각을 안 해봤겠느냐? 진 문주는 혜성처럼 강호에 나타나 사도맹과 무림맹을 모조리 휘젓고 다녔다. 게다가 누구도 그의 무공 연원을 파악하지 못했으며, 과거에 대해서도 알지 못하지.”
“…….”
“그러잖아도 나는 무림맹주와 진 문주의 신변에 관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때 우리는 진 문주가 이국(異國)이나 서장 출신이 아닐까 했지.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느냐?”
“무슨…….”
“상관없다는 뜻이다.”
순간 홍금부의 음성이 진중하게 바뀌었다.
“진 문주가 서장 출신이든 남만 출신이든, 아니면 다른 나라 출신이든. 심지어 마교에서 무공을 갈고닦았다 해도 나는 상관하지 않는다. 비단 나뿐만 아니라 무림맹주도 마찬가지! 이미 진 문주는 마교를 상대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그 덕에 너 같은 거물도 이처럼 인질이 되었잖느냐?”
“…….”
“적마왕. 노부가 네놈을 살려둔 것은 너로 하여금 마교를 멸망시키기 위해서다. 진 문주는 선봉에서 그 일을 수행하는 자……. 그의 과거는 중요치 않느니라.”
그러자…….
적마왕의 축 처진 입꼬리가 희미하게 올라갔다.
“흐흐……. 홍금부. 망상이 심하구나……. 네놈들은 절대 본교를 이길 수 없다……. 나로 인해 본교로부터 어떤 것도 얻을 수 없을 것이고…… 무엇보다 교주는 무신(武神)이 되었다……. 교주가 건재한 이상…… 천하에 마도의 물결이…… 범람할 것이니라.”
적마왕의 말에는 확고한 신념이 깃들어 있었다.
하나 홍금부는 여전히 웃는 낯으로 말했다.
“크하하하하! 적마왕. 너를 이용하겠단 것이 과연 망상일까?”
“무어라……?”
“네가 잊은 모양인데.”
“…….”
“나는 사파의 대장이다.”
“…….”
“사람 괴롭히는 걸로는 세상에 날 따를 자가 없다는 소리다.”
“네…… 네놈.”
“자! 네가 아는 마교의 모든 것을 털어놓아 보거라.”
“……!”
“지금부터 평생 흑도에서 굴러먹던 사파 대장의 고문을 경험시켜주겠다. 흐흐흐!”
홍금부의 얼굴에 사악한 웃음이 내걸렸다.
* * *
공동으로 진입해 일다경쯤 달려간 나는…….
-크와아아아아아앙!!!
이내 기린과 치열하게 사투를 벌이는 백산이를 목도했다.
한데…….
“와 왔냐?! 빨리 좀 도와봐라!!”
그 모습이 가관이라 나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크와아아아아앙!!!
일단 나도 기린을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었는데…….
기린의 몸집이 남만의 코끼리를 연상시킬 만큼 큰 데다, 온몸에 불길이 펄펄 일어나고 있어 인력으론 도저히 잡을 수 없을 것처럼 보인 까닭이다.
‘화(火) 속성의 기린인 건가?’
아무래도 이 기린은 화 속성의 자연결을 타고난 듯했다.
자연결의 힘이 그렇다.
살아 움직이는 모든 것은 풍-뢰-수-화-역의 다섯 가지 속성 중 한 가지를 지니는 데, 대개 그 힘을 개화하지 못하는 법.
하나 기린은 자연이 빚어낸 영물답게 속성의 힘을 자연스레 발현시켰고 가뜩이나 손 병X이 된 지금의 백산이로선 기린이 내뿜는 불기둥에 안 타죽은 게 기적이었다.
“왔냐? 빨리 좀 도와봐라? 넌 부탁을 그렇게 건방지게 하냐?”
내 물음에 연신 회피만 일삼던 백산이가 이맛살을 찌푸리며 짜증을 냈다.
“인마! 장난 아니라고. 나 지금 공력을 얼마나 썼는지, 이렇게 가다간 한 식경도 못 버티고 쓰러질 지경이다. 도와라, 빨리!”
나는 그런 백산이의 모습이 웃겨서 킥킥거렸다.
하나 이내 기린의 시선이 내게 쏠렸고 놈은 대번에 내 쪽으로 거대한 불기둥을 내뿜었다.
-크와아아아아아앙!!!
“아이고 무서워라. 뜨겁네, 뜨거워.”
그러나 전신에서 공력이 터질 듯했던 나는 전력으로 쾌경보를 사용해 불기둥을 피했는데,
‘화 속성이라…….’
이윽고 머릿속에 기막힌 묘책이 떠올랐다.
‘화 속성이면…… 너무 쉽겠는데?’
나는 쾌재를 불렀다.
왜냐?
“백산아. 너 혹시 빙강(氷罡)이라고 들어봤냐?”
“빙강?”
“그래 빙강.”
“검강은 들어봤어도 빙강은 처음 들어봤다. 그게 문제가 아니라…… 빨리 저것 좀 어떻게 해보라니까?”
내가 바로 빙강의 창시자기 때문이다.
‘일이 너무 잘 풀리니까 무섭기까지 하네.’
빙강은…….
지독할 정도의 한기(寒氣)를 지닌 소윤검에 화 속성의 상극인 수 속성을 주입하고 거기에 풍 속성의 바람을 더한 일격.
기린에겐 치명적인 일격이 될 터였다.
“잘 봐라, 백산아.”
“……?”
“이 형님이 단번에 저놈 목을 비틀 테니까.”
물론…….
적당히 힘 조절도 해야지?
너무 세게 때렸다간 기린의 사체도 벌떼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질 테니까 말이다.
콰아아아아앙-!!!
나는 최소한의 강기(罡氣)만을 일으켜 기린에게 빙강을 시전했다.
그러자 공동 전체를 얼릴 듯한 거대한 얼음 폭풍이 휘몰아쳤는데
휘이이이이이잉-!!!
얼음 폭풍은 삽시간에 기린의 불을 꺼트리고
쿠아아아아앙-!!!
놈의 목숨마저 단숨에 얼려버렸다.
쾅!
이윽고 숨이 끊어진 기린의 사체가 공동 바닥으로 쓰러졌다.
“……뭐 뭐냐?”
일순 파랗게 질린 백산이가 대경실색해서 물었다.
“빙강.”
“그러니까…… 빙강이 대체 뭐냐고?”
“말 그대로 빙강이다. 강기는 강긴데, 그 강기가 얼음이야.”
“미친 소리 하지 말고! 살면서 그런 건 처음 들어봤다.”
“남만 촌놈아. 네가 모르는 무공이 천하에 몇 가지나 되겠냐? 빙강도 그런 거라고 생각해라.”
“그게 아니라니까! 강기를 그렇게 변형시키는 건 강기의 발현에 아무런 제약도 받지 않는단 건데. 네 공력으로 그런 게 가능하냐는 말이다.”
“내 공력이 어때서?”
“뭐?”
“백산아. 내 공력이 9갑자다, 9갑자.”
“???”
“있잖아.”
“…….”
“나 이제 현경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