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15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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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13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59화
#159화
백마왕의 등장에…….
어쩐 일인지 양마 백원교는 눈살을 찌푸렸는데, 때마침 음마 백원천이 나서 백마왕에게 인사했다.
“허……. 이게 누구신가? 백마왕께서 어떤 일로 이 심산유곡까지 방문한 것이오?”
그러자 백마왕이 포권지례하며 말했다.
“하하……. 음양쌍마께선 소싯적 저와 혈령문에서 동문수학했던 사인데……. 어찌 존대하십니까? 말씀 편히 하시지요. 이 사제, 서운합니다.”
순간…….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양마 백원교가 눈썹을 팔자로 그리며 불쑥 끼어들었다.
“백마왕! 너는 사부를 살해한 뒤 혈령문을 등졌는데, 어찌 우리가 동문이냐? 뚫린 주둥이라고 함부로 이야기하는구나!!”
그러자 백마왕이 비릿하게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말을 이었다.
“양마 사형. 당시 문주는 광인 아니었소? 흡성대법으로 제자들의 내공을 빨아먹던 미치광이였단 말이오.”
“…….”
“내 결단으로 사형들은 살아남았고, 이후 위지 교주와 천하를 호령했소. 그때 내가 문주를 죽이지 않았다면, 우유부단했던 사형들은 죽음을 면치 못했을 거요.”
그랬다.
백마왕과 음양쌍마는 소싯적 혈령문에서 동문수학했던 사형제 간이었다.
하나 당시 혈령문주는 심마에 빠져 미쳐버렸고, 그 모습을 본 백마왕은 사부를 죽이고 사문을 떠났던 것이다.
“……!”
해서 백마왕의 말에 양마 백원교는 반박할 수 없었다.
실제 백마왕의 용단이 아니었다면, 자신과 음마는 광인이 된 사부에게 죽임당했을 것이 자명했기 때문.
어쨌거나 사부를 살해한 백마왕은 결국 두 사람의 목숨을 구한 셈이었다.
“양마 사형……. 미우나 고우나 한때 우리가 사형제 간이었던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오. 또한 사형들과 나는 신교에 투신해 같은 교주의 심복이 되지 않았소? 하니 묵은 감정은 그만 버립시다.”
백마왕의 거듭되는 권유에도…….
백원교는 경계심을 버릴 수 없었다.
‘백마왕은 간사하고 비열한 인간. 절대 믿을 수 없는 작자야.’
그것은 백원교가 백마왕의 성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백원교의 심중을 읽은 음마 백원천이 나서 입을 열었다.
“백마왕……. 확실히 그대가 아니었다면 당시 우리는 사부의 손에 죽었을 거요. 그 빚을 인정하오. 하나 패륜을 저지른 그대와 우리가 사형제 간이라는 건 어불성설이오.”
“하하하……. 음마 사형까지 그리 말하니, 이거 원……. 정말 섭섭하구려.”
“유감이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 아니겠소? 그건 그렇고……. 마도사천왕인 귀하가 우리 같은 뒷방 늙은이들을 찾은 까닭이 무엇이오?”
“실은…… 간곡히 부탁할 게 있어서 찾아왔소.”
그러자 백원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무슨 부탁 말이오?”
“사람을 죽여주시오.”
“사람을 죽여달라니? 그건 살수회의 일 아니오?”
“살수회 대장이 행방불명되었소.”
백마왕의 말에 이번에는 양마 백원교가 대갈성을 터뜨렸다.
“백마왕!!! 우리는 비록 네놈보다 교내 서열이 낮지만, 원로원 명부에 이름을 올린 장로다. 우리에게 명령할 수 있는 사람은 교주가 유일하다는 걸 모르냐?”
그러자 백마왕이 손을 휘휘 저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허허! 양마 사형. 내 어찌 사형들께 명령을 내릴 수 있겠소? 오해는 마시오. 나는 부탁을 하는 거요.”
“닥쳐라. 네놈 부탁 들어줄 이유 없으니, 꺼져라.”
“사형……. 부탁을 들어준다면, 앞으로 사형을 사형으로 대하지 않으리다. 이것으로 내게 진 빚은 청산되는 거요.”
“…….”
“또한……. 이번 일을 성사시켜준다면, 방 군사에게 말해 사형들이 신교를 떠날 수 있도록 돕겠소. 사형들은 전전대 교주가 승하한 후 줄곧 탈교하고자 하지 않았소?”
백마왕의 말에 양마 백원교는 말문이 막혔고, 음마 백원천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정말이오?”
그러자 백마왕이 고갤 끄덕였다.
“물론이오. 단 두 사람만 죽여주면 사형들과 내 사이의 빚은 청산될 것이며, 사형들은 자유로운 삶을 살게 될 것이오.”
“좋소. 수락하겠소.”
그때…….
양마 백원교가 길길이 날뛰며 분노를 표출했다.
“원천아. 누구 마음대로 저놈의 부탁을 들어주자는 거냐?”
하나 음마 백원천은 고갤 저으며 양마에게 전음을 보냈다.
[원교야…….]
[…….]
[너도 알다시피 내 천수는 얼마 남지 않았다. 당장 죽어도 이상할 게 없단 것을 알지 않느냐?]
[…….]
[이것으로 백마왕과의 은원을 마무리하고 마교를 떠나자. 여생은 음양합마공의 전승자를 찾는 데 쓰는 게 어떻냐? 이것은 네 숙원이지 않으냐?]
[…….]
[원교야. 나는 이제 마교를 떠나고 싶구나…….]
* * *
「이 지도를 따라가면 혈광곡에 다다를 수 있다. 기린은 혈광곡의 공동에 살고 있으니 잡아 오도록 해라. 생포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으나, 불가능할 것이다. 잡아만 오면 노부가 사체를 해체하여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린 후 강백산의 손에 기린의 비늘을 이식하겠다. 더불어 지도 하단부에 혈광곡으로 오르는 생문의 길을 기술해놨으니, 진법을 파훼할 수 있을 것이다.」
독선 최일경에게 혈광곡의 지도를 받아든 진소천과 강백산은 이내 산장을 나섰다.
“백산아. 기린 비늘을 이식하게 생겼는데, 기분이 어때? 좀 징그러울 것 같은데…….”
산로를 지나던 중…….
진소천이 인상을 구기며 강백산에게 물었다.
그러자 강백산이 콧방귀 뀌며 대답했다.
“소천아. 강해지기 위해 온갖 사이한 대법으로 스스로 강시가 되려는 자가 있는 곳이 강호다. 그깟 영물 비늘 이식하는 게 대수겠냐? 내가 돈밖에 모르는 수전노에 안빈낙도하는 걸 인생 목표로 삼는 한심한 놈이지만…… 그래도 무림인이다. 평생 권법을 사용하지 못할 뻔하다가 다시 할 수 있다는데 뭔들 못할까?”
“오……!”
“왜? 감동했냐?”
“감동은 지랄. 단지 네가 스스로를 너무 잘 파악하고 있어 좀 놀랐다.”
“뭔 말이야?”
“방금 그랬잖아. 너는 돈밖에 모르는 수전노에 안빈낙도하는 걸 인생 목표로 삼는 한심한 놈이라고. 정확하잖냐.”
“시비냐?”
“칭찬이다. 자고로 스스로를 잘 파악하는 놈이 큰일 하는 법이다.”
진소천에 말에 어쩐 연유인지 강백산은 박장대소했다.
“흐흐흐! 그럼 너는 너 자신을 잘 알고 있냐?”
“당연하지. 나는 나를 세상에서 제일 잘 안다.”
“좋다! 어디 한번 들어나 보자. 너는 널 뭐라고 생각하는데?”
“최강의 검수가 될 인재?”
“지랄.”
“아니면 강호 지존이 될 사람?”
“염병하지 말고.”
“고금제일 또라이. 됐냐, 이 새끼야?”
“정확하다, 소천아.”
“아무튼 검은 머리 짐승은 조금만 풀어줘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기어올라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진형 진형 하면서 굽실거리던 놈이 이젠 날 농락하네?”
“소천아. 인생이 원래 그런 거다.”
“닥쳐라. 이제 이 고개만 넘으면 혈광곡이다. 금역은 어떤 무시무시한 게 있을지 모르니까 각오해라. 어쩌면 기린을 잡기도 전에 죽을 수도 있다.”
“내 걱정은 하지 마라. 나야 온갖 맹수며 영물이 우글거리는 남만 밀림에서도 버티던 사람이지만, 너야 중원 촌뜨기 아니냐? 온실 속 화초 같은 샌님이 까불기는.”
강백산의 말에 기가 막힌 진소천이 피식- 실소를 터뜨렸다.
‘나보고 온실 속 화초라고? 어휴…… 네가 뭘 알겠냐? 뭘 알아?’
“오냐. 하면 누가 잘 버티는지 두고 보자 이 새끼야.”
“이하동문이다, 인마.”
파파팡-!
그렇게 허공을 가른 두 사람의 신형이 혈광곡을 향했다.
* * *
마지막 생문을 넘고 혈광곡으로 진입했을 때…….
위이이이이잉……!!!
진소천과 강백산은 입을 쩍 벌리며 기함하고 말았다.
“저게 뭐냐……?”
“벌떼인 거 같은데…….”
“아니! 세상에 벌이 저렇게 클 수가 있냐는 말이다.”
“나도 모르지!”
두 사람의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박쥐만 한 크기를 가진 벌의 무리였는데…….
“백산아. 대충 봐도 수천 마리가 넘는다. 저 정도 크기의 벌떼면 호신강기고 뭐고 박살 나기 딱 좋겠다…….”
“하면 어쩌냐? 저걸 뚫어야 공동까지 들어갈 수 있을 텐데.”
“이러자. 내가 벌떼를 유인해서 상대하는 사이, 너는 공동으로 진입해서 기린을 잡아라.”
“너 혼자는 저 벌떼를 맡는 건 무리야.”
“됐고 서두르자. 금역은 어떤 X같은 게 또 나올지 모르는 데다, 시간이 지나면 환경도 바뀐다. 또 다른 관문이 우릴 막기 전에 움직이는 게 낫다. 공동으로 진입해.”
“음…….”
“혹시 너 혼자 기린 잡기 무서워서 그러는 거냐?”
“죽을래?”
“아니면 됐고. 그럼 시작한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리 들어와, 벌 새끼들아!!!”
한껏 공력을 끌어올린 진소천이 벌떼를 향해 사자후를 시전했다.
그러자 거대한 몸집을 가진 수천 마리의 벌떼가 진소천을 주목했고, 진소천은 이내 쾌경보를 펼쳐 강백산과 거리를 벌리며 벌떼를 유인하기에 이르렀다.
[전속력으로 공동까지 가라 강백산.]
진소천의 전음에 강백산이 끄덕이며 경신법을 펼쳤다.
[기린 잡아 올 테니, 잘 버텨 봐라.]
[너나 기린 밥 되지 말고 살아남으쇼.]
[이하동문.]
[거 한 번 배웠다고 더럽게 써먹네?]
진소천이 웃으며 손을 휘휘 저었다.
* * *
위이이이이잉-!!!
나를 향해 날아드는 벌떼의 모습은…….
마치 거대한 산이 성큼- 다가오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그 이유는 벌떼가 햇빛도 가릴 만큼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던 까닭이었다.
‘질리네, 진짜.’
나는 그제야 왜 강호의 영감들이 그토록 금역을 조심하라는 건지 알 것 같았다.
솔직히 만귀곡은 을씨년스러워서 그렇지, 석탑에 들어갔을 땐 무릉도원을 연상시킬 만큼 예쁘기라도 했지…….
혈광곡은 진입하자마자 온몸에 소름이 돋는 크기의 벌떼가 날아드니, 이거 원…….
‘게다가 이 정도 거리에서도 독향(毒香)이 코끝을 찌른다는 건……. 한 방만 쏘여도 전신이 마비될 정도의 극독이란 건데.’
더구나…….
나는 그러잖아도 독을 싫어하는데, 저 벌떼는 딱 봐도 지독스러운 봉독(蜂毒)을 품은 게 틀림없기에 나는 절로 몸서리쳐졌다.
하나…….
내가 벌떼를 상대하지 않으면 벌떼는 당장 백산이가 진입한 공동으로 들어갈 터…….
좁은 공동 안에서 저것들을 맞닥뜨린다면 아마 살아남을 고수가 강호에 몇 없을 것이다.
차라리 드넓은 목림에서 저놈들을 상대하는 편이 훨씬 유리하단 판단이 들었다.
콰아아아아아앙-!
생각이 미친 나는 벌떼를 향해 권강(拳罡)을 펼쳤다.
비록 내 무공 중 가장 살상력이 뛰어난 건 검법이지만…….
벌떼를 상대하기엔 공격 범위를 넓게 활용할 수 있는 권강에 질풍의 묘리를 가미하고, 풍 속성의 힘을 싣는 편이 효율적이었다.
파드드드득. 파아앙!
그러자 일권(一拳)에 수십 마리의 벌떼가 절명했는데, 권격이 파생시킨 용권풍이 사체를 휘감은 터라 벌들이 허공에서 유유히 비산했다.
‘벌의 덩치가 너무 크다. 권강을 펼치고도 고작 수십 마리 죽이는 게 전부니. 이런 식이면 온종일 강기를 쏟아부어도 반도 못 죽일 텐데.’
나는 순간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한 번의 권강을 펼치고 수십 마리를 잡는다면.
수천 마리의 벌떼를 잡기 위해선 선천진기까지 쥐어짜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어?’
한데…….
‘뭐지?’
콰아아아앙!
다시 권강을 펼치고.
콰아아아아앙!
또다시 권강을 펼치고.
콰아아아아아앙!
이번에는 아예 역-뢰-풍의 모든 자연결을 섞어서 권강을 펼쳤건만.
‘뭐지?!’
공력이 줄어드는 건 고사하고 오히려 단전에 공력이 쌓이는 게 아닌가?
‘이것들…….’
설마…….
아낌없이 주는 벌떼?
뭐 그런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