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148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21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48화
#148화
타타타타탁-!
나는 혼절한 적마왕의 수혈(睡穴)을 짚어 깊은 잠에 빠지게 했다.
이후 큼지막한 포대 자루에 놈을 집어넣고 둘러맸는데, 제단을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남은 마교 잔당들과 마주치게 되었다.
“머, 멈춰라! 네놈들은……!! 대체 누구냐?”
“누군지 알면 뭐 어쩌게? 이 마교도 녀석들아. 낄낄낄!”
그러나…….
그들은 주 영감의 권격에 추풍낙엽처럼 쓸려나갔고, 구룡산 초입에 이르렀을 때 영감님은 싱글벙글하며 내게 물었다.
“흐흐……. 소형제. 적마왕을 이제 어쩔 생각인 게야?”
“무림맹 본청까지는 너무 멀고……. 사도맹 사천 지부로 넘길 생각입니다.”
“오! 그러면 되겠군. 듣자 하니 마침 홍 맹주도 지금 사천 지부에 있다더군.”
“아하. 그럼 더 잘된 일이네요.”
“한데, 소형제. 뭔가 아쉬워하는 거 같은 눈친데?”
“아……. 실은 제가 적마왕을 당장 패 죽이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하나 어쩌겠습니까? 개인적인 은원보다 대의가 중요한 법이니 생포하는 편이 낫지요.”
그렇다.
나는 지금 적마왕의 대가리를 사정없이 깨고 싶은 충동에 휩싸이고 있다.
어쨌든 전생에 나는 사천왕의 협공에 죽었으니 적마왕도 흉수나 마찬가지기 때문.
하지만…….
나는 적마왕의 모가지를 따고 얻을 순간의 쾌락 보다 강호의 앞날을 생각했다.
물론, 내가 ‘무림의 평화’ 같은 거창한 선의나 의협심에 그런 결정을 한 건 아니지만…….
나는 마교의 멸망을 소망하고, 그것이 진정한 복수임을 믿었다. 그러려면 필연적으로 무림맹과 사도맹이 마교에 이겨야 했다.
게다가…….
나는 더 이상 자연인 진소천이 아닌, 무림 청년단을 이끄는 청룡단주기에.
원한과 분노는 잠시 뒤로하고, 생포한 적마왕을 인계하기로 마음먹었다.
“응? 소형제…… 적마왕에게 사사로운 은원이 있었던가?”
한데…… 젠장할.
아무래도 이건 말실수였다.
“물론입니다.”
“엥? 적마왕은 강호에 모습을 드러낸 지 한참 된 자인데……. 소형제랑 어떤 은원이 있었단 겐가?”
하나 내가 누군가?
나는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 현란한 말빨의 대가.
주둥아리 신공의 최고 권위자였다.
나는 곧장, 임기응변을 발휘해 위기를 모면코자 했다.
“영감님.”
“왜?”
“제가 무림 청년단의 청룡단주란 걸 아십니까?”
“들었어. 본파의 진후 녀석은 백호단주가 되었다더군.”
“하면 무림 청년단이 뭐 하는 단체인지는 아시는지요?”
“알다마다! 마교 놈들 패 죽이려 만든 단체 아닌가?”
“정확합니다.”
“헤헤-!”
“그런 무림 청년단 단주인 제가 마교도를 원수로 여기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제겐 적마왕뿐 아닌, 마교도 전원이 불구대천의 원수죠.”
“아! 그런 뜻이군.”
“네.”
후…….
일단 대충 둘러댔는데.
“낄낄낄!”
왠지 저 노친네…….
내 말을 믿지 않는 눈치였다.
“소형제. 뭐, 그렇다고 치지. 뭔들 상관없으니까. 흐흐.”
“영감님……. 혹시 저를 또 마교와 관련지어 생각하시는 겁니까? 제가 철응 선생을 죽이고 적마왕을 생포한 현시점에서까지 말입니다.”
“헤헤. 그러니까 더 관련짓는 거지.”
“네?”
“자네는 아까 적마왕과 싸울 때, 내게 마인화를 알려줬지?”
“아…….”
“그런 건 마교의 고급 정보일 텐데. 소형제가 마교와 연관 없다면 어찌 그걸 알아?”
“그건…….”
“하하! 하나, 걱정하지 마. 전에도 말했지만 난 소형제가 마교와 관련 있든 없든 신경 안 써.”
“……그런 거 아니라니까요.”
“괜찮대도?”
“진짜, 아니라고요.”
“낄낄! 한때, 마교도였으나 지금은 마교 사냥꾼이 된 협객이라…….”
“영감님. 자꾸 놀리실 겁니까?”
“농담이야, 농담! 흐흐흐.”
아무래도…….
주 영감은 날 아예 마교 출신으로 확신하는 모양이었다.
‘에라!’
이쯤 되면 나도 모르겠다.
그냥 될 대로 돼라지!
* * *
사도맹 사천 지부로 향하는 길.
나는 모처럼 주 영감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경신법 대결도 펼치고 무공 담론도 나눴는데…….
주 영감은 그간 내 무공이 상승한 것을 두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소형제. 자네는 독특한 사람이야. 한 마디로 연구대상이랄까?”
“왜 그리 생각하십니까?”
“대개, 천무지체를 타고난 자라 해도 큰 벽을 넘기 위해선 오랜 시간이 걸리는 법. 한데, 자네는 벽이 없는 사람 같단 느낌이 들어.”
“제 나이 때의 주 영감님은 어떠셨는데요?”
“음……. 나도 소형제 나이 때, 환골탈태를 경험하긴 했지. 그래도 그때의 나와 지금의 소형제를 비교하면 분명 내가 밀릴 거야. 자네는 무공의 경지로 재단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닌 것 같아.”
“제가 좀 그런 편이긴 합니다.”
“흐흐흐. 적당히 강해지게. 너무 강하면 부러지니까.”
“어인 말씀이십니까?”
“소형제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무림 대회에서 진후랑 결승전을 치렀어. 그게 뭘 의미할까?”
“…….”
“그건 소형제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결국 후기지수에 불과함을 의미해. 한데, 이번엔 철응 영감을 이겼지. 이는 이제 자네가 강호의 대종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니, 앞으로 어떻겠어?”
“…….”
“낄낄……. 아마 피곤해질 거야. 강호는 호승심에 미친 자들이 넘쳐나는 곳이니까. 게다가, 소형제가 철응 영감을 죽인 사실을 마교의 원로원이 알게 된다면?”
“…….”
“그 늙은것들은 소형제를 찾아갈 거야. 본래 원로원 놈들, 자존심이 알아주거든.”
나는…….
순간, 내가 알던 주 영감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왜냐면 그의 추론이 논리적인 데다, 일리도 있었던 까닭이다.
‘눈치도 빠르고, 머리도 팽팽 돌아가는 걸 보면, 노망난 게 아닌 거 같은데…….’
주 영감의 말 대로…….
내가 아는 원로원의 영감, 할망구들은 자존심이 하늘에 닿은 자들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들 대부분 전전대 교주였던 천마 위지록을 보필했던 데다, 일부는 현 교주조차 손자처럼 대할 만큼 교내에서의 입지가 굳건하기 때문.
물론…….
그들은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나 어떤 보직이나 감투도 쓰지 않은 채, 원로원에 두문불출 중이지만.
만약 철응 선생이 나 같은 젊은 놈에게 맞아 죽은 걸 알게 되면?
아마 피가 거꾸로 솟아 알량한 복수를 하려 들지 모를 일이었다.
“뭐…… 찾아오면 상대해줘야죠.”
그러나…….
나는 그들이 두렵지 않다.
앞일이 걱정돼서 이놈, 저놈 봐주다 보면 정작 강호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나?
고로, 무인에게 싸움은 숙명.
나는 숙명을 피하지 않는 사내다.
“원로원이든 나발이든 찾아오면 시원하게 한판 뜨면 그뿐 아니겠습니까?”
“하하! 소형제는 정말 기백이 대단하군. 원로원을 건드리고도 배짱을 부리다니!”
“배짱이 아니라 자신감으로 생각해주십쇼, 영감님.”
“흐흐흐.”
“제가 아무렴, 그 송장 새끼들한테 지겠습니까?”
나는 내가 말을 하고도 우스워서 킥킥거렸다.
솔직히 이는 자신감을 넘어선 만용이지만…….
어쩌겠나? 내 타고난 근본이 이럴진대.
“하하! 내가 이래서 소형제를 좋아해. 하나 걱정 붙들어 매. 원로원 것들이 자네를 찾기 전에, 내가 직접 찾아가서 죽여버릴 테니까.”
“무슨……?”
“마교 놈들이 무림맹 분타를 습격하고 있는 거 알지? 놈들은 지금 우릴 사냥하기 시작한 거야.”
“아! 그러고 보니…… 영감님이 이곳에 온 것도?”
“맞아. 그래서 나도 마교도들을 사냥하고 있지. 우리도 가만있을 순 없잖아?”
“아!”
“노부는 이제 마교 사냥꾼이야. 흐흐흐- 마교 놈들과 관련된 모든 세력을 들쑤시면서 하나둘씩 패 죽일 생각인 게지. 뭐, 그러다 보면 나보다 센 놈 만나 죽을 수도 있겠지만 그건 상관없네. 나는 살 만큼 살았으니까.”
마교 사냥꾼이라.
나는 이 유치한 이름이 대체 왜 근사하게 느껴질까?
* * *
사도맹 사천지부-.
“세, 세상에……! 대체 이게 무슨!!”
때마침, 사천 지부에서 마교의 동태를 살피던 사도맹주 홍금부는 대경실색했다.
“주 선배! 이자가…… 정말 적마왕입니까?”
“그렇다니까? 오는 길에 자꾸 깨는 바람에, 진 문주가 좀 패서 몰골이 상했지만. 놈은 틀림없는 적마왕이야. 자! 자세히 살펴봐. 홍 맹주 너도 알잖아?”
솔직히…….
홍금부는 포박된 채, 혼절한 눈앞의 늙은이가 적마왕인지 분별할 도리가 없었다.
그것은 마인화가 풀리면서 적마왕이 급격히 노쇠한 탓이기도 했고…….
“대체 얼마나 사람을 패야 이 지경이 됩니까? 안 죽은 게 신기할 정도군요, 주 선배. 허……!”
일견, 적마왕의 몰골이 엉망진창이기 때문이었다.
“하하. 소형제가 좀 야무지게 때리긴 하더라고. 낄낄!”
현재 적마왕은…….
속된 말로 시체나 다름없었다.
머리털이 몽땅 뽑혀 대머리가 된 건 물론, 이빨도 죄다 깨진 상태에 얼굴 뼈도 심각하게 함몰돼 인간의 모습이 아니었던 것이다.
“일단 놈의 상태를 호전시켜야겠습니다. 이대로면 하루도 되지 않아 절명하겠으니…….”
“그렇게 해. 어쨌든 명줄은 붙여놔야 정보를 캐내든가, 아니면 볼모로 이용해서 마교와 협상이라도 할 테니.”
“그럼 그리 조치하겠소, 주 선배.”
이윽고 홍금부는 적마왕을 약당으로 옮긴 뒤 주영천, 진소천과 함께 찻잔을 기울이며 말문을 열었다.
“후…… 좀 얼떨떨한 게 사실이지만. 아무튼 주 선배님. 잘 오셨습니다. 진 문주 자네도 잘 왔고 말일세. 거기다 적마왕을 생포했으니 이를 남궁 맹주가 알면 기뻐서 춤이라도 출 걸세. 크흐흐.”
홍금부의 말에 진소천이 고갤 끄덕였다.
“그럴 테지요. 사실 죽이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적마왕 정도면 쓸모 있지 않을까 해서 생포했습니다.”
“크하하하하핫! 좋은 판단일세. 적마왕이 누군가? 무려 마도사천왕 아닌가? 저런 거물을 생포했으니 마교도 상당히 곤혹스러울 걸세.”
“맹주님이 기뻐하시니 저도 기분 좋군요.”
“한데, 진 문주. 그나저나 이게 다 어찌 된 일인가? 어쩌다 저자를 생포했으며 주 선배와 자네가 같이 온 거야?”
“그게…….”
홍금부의 물음에 진소천은 그간의 일을 간략히 설명했다.
임무를 받은 후 청룡단원의 수련 문제로 혼자 구룡산에 올랐으며, 소성당 술법사와 괴인들을 토벌한 일.
더불어 적마왕과 철응 선생을 맞닥뜨린 일까지.
물론 진소천의 말이 이어질 때마다 홍금부의 표정은 시시각각 충격과 경악으로 뒤덮여갔다.
“진 문주…… 내가 지금 뭘 잘못 들은 겐가?”
“아니요?”
“그러니까…… 지금 자네가 하는 말이 다 사실이란 말이지?”
“네.”
“그러니까! 지금 자네는 혼자 마교 제단에 올라 술법사와 괴인들을 죽인 것도 모자라, 원로원의 철응 영감까지 죽였단 소리를 하는 건가? 이후, 주 선배와 적마왕까지 생포했고?”
“그렇다니까요, 맹주님.”
“이, 이럴 수가!”
홍금부는 실로 기가 막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버렸다.
대체…….
몇 달 전만 해도 무림 대회에 참가할 수준이던 진소천이 무슨 기연으로 오늘날 원로원의 마도 고수를 꺾었단 말인가?
하나 혼란을 느낄 무렵.
주영천이 끼어들어 진소천의 주장을 입증해주었다.
“헤헤- 홍 맹주. 너무 놀라지 마. 소형제의 말은 모두 사실이니까.”
“주 선배…….”
“내가 직접 봤다고. 원로원의 철응 영감이 소형제의 이기어검술에 목이 잘려 뒤지는 꼴을 말이야.”
“하! 주 선배. 이게 당최 말이 되는 소립니까? 이기어검이라니! 하면, 진 문주 자네…… 화경을 벽을 뚫은 겐가?”
“뚫은 지 좀 됐습니다만.”
“허! 괴물이야, 괴물. 내 진작 자네가 특출난 건 알았지만…… 이제 보니 숫제, 괴물이었구먼?”
저기…….
아무리 그래도 사람한테 괴물은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