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14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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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07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43화
#143화
“소윤 애비……. 정말 약속할 수 있는가? 어떤 일이 있어도 무사히 돌아오겠다고.”
동벽 선생은 깨달았다.
이미 진소천은 결심을 우뚝 세웠으며 그가 마음을 정한 이상, 어떤 말로도 회유할 수 없음을.
그 때문에 더 이상 진소천과 옥신각신하기보다, 그저 그의 결의와 각오를 듣고자 했다.
“약속합니다. 구룡산의 마교 제단을 괴멸시키고 무사히 돌아올 겁니다.”
“알겠네.”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르신.”
“하면 나 역시 약속 하나 하지.”
“…….”
“자네가 없는 동안, 누구도 소천문을 해할 수 없도록 수호하겠노라고.”
동벽 선생의 말에 진소천은 천군만마를 얻은 심정이었다.
‘…….’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서…….
진소천은 오직 단 한 사람, 동벽 선생에게만 정신적으로 의지했다.
그에게 동벽 선생은 스승이었고, 언제든 소윤이를 마음 놓고 맡길 수 있는 조력자기에.
‘어르신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겠지.’
진소천은 정중히 고갤 숙이며 포권지례했다.
“부탁드립니다, 어르신.”
“부디 무운을 빌겠네. 자네 말대로 이번 여정이 스스로의 발전을 도모할 기회가 되길 소망하면서.”
“그리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내, 진소천은 동벽 선생을 향해 한 잔의 술을 올리며 나직이 말했다.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오게, 소윤 애비.”
그제야 두 사람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
* * *
이튿날-.
이른 아침…….
소윤이 손잡고 장안교를 한 바퀴 거닌 후, 나는 곧장 여정에 올랐다.
별다른 작별 인사는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소윤이에겐 여느 때처럼 돈 많이 벌어올 테니 재밌게 놀고 있으란 말을 해줬고, 연우에겐 떠난다는 말도 하지 않았는데 그랬다간 녀석이 따라오겠다며 악다구니를 써댈 게 틀림없기 때문이다.
아마…….
이후, 내가 마교 제단을 털러 갔단 걸 알게 되면 연우, 이동, 삼동이나 청룡단원 전원이 발작을 일으키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녀석들은 아직 수련에 집중하는 편이 효율적이며, 안전하단 판단이 들었다.
‘이제…… 쾌경보를 어디까지 펼칠 수 있을까.’
그렇게 길을 걷던 중…….
문득, 지금의 내가 전력을 다해 경신법을 펼치면 얼마나 빠를지 궁금해졌다.
사실…….
나는 매번 전속력으로 달리지 않은 적이 없다.
하나, 최근 내 내공은 비약적으로 상승했으며 그간 줄곧 내력의 부재로 힘들어했으니 일종의 호기심과 오기가 치솟는달까?
파파파파팡-!
해서, 평상시 쾌경보를 펼칠 때 가동하는 내력의 곱절을 사용해 나는 궁신탄영(弓身彈影)으로 허공을 갈랐다.
타아아아앙-!
그러자, 웅크린 몸이 화살처럼 쾌속하게 쏘아졌다.
그렇게 산로를 달리다 때로는 능공허도(虛空踏步)도 펼쳐보고 답설무흔(踏雪無痕)의 묘리를 발휘, 눈밭을 신선처럼 헤쳐나가기도 했다.
‘경신법은 얼추 전생 수준을 회복한 셈이고…….’
그제야 나는 내 경신법이 절대 경지에 가까워졌음을 인지했다.
말인즉슨, 아직 무공 전반은 전생만 못 하지만, 적어도 나보다 센 놈 만났을 때 도망치는 것은 자신 있단 소리.
고로…….
지금 나는 두려울 게 없다.
나란 놈 자체가 겁대가리 상실한 인간인 만큼 애당초 두려울 게 따로 없지만.
예컨대, 이젠 마도사천왕이나 원로원의 산송장들을 만나도 도망칠 자신은 있으니, 최악의 상황에도 목숨 보전은 가능해진 셈이다.
‘…….’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볍고 몸도 깃털처럼 느껴졌다.
나는…….
한동안 무아지경에 빠진 채, 생각을 모두 비우고 사천으로 미친 듯이 달리기만 했다.
* * *
사천은 세력 싸움이 치열하게 치러지는 무인들의 도시였다.
그도 그럴 것이…….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구파일방.
아미파와 청성파가 자리했으며, 팔대세가 중 한 곳인 당문도 사천의 패자를 자처했기 때문이다.
외에도 사도맹의 여러 분타와 수많은 흑도 세력이 팽창했으니 사천은 청운에 부푼 무인들의 주요 활동무대가 되어왔다.
그러나…….
그런데도 아미산을 경계로 한 서남부 지역엔 무인들의 왕래가 없었는데…….
그것은 구룡산을 중심으로 서남부 전반에 걸쳐 마교의 세력이 득세한 까닭이었다.
‘오랜만에 오는군…….’
그 때문에…….
강호의 후기지수들 사이에서 서남부 지역은 위험지대로 알려져 있었다.
물론,
‘이 동네는 다시 와도 꺼림칙하고 을씨년스럽네. 괜히 찝찝하게.’
전생에도 구룡산을 몇 번 찾았던 진소천에겐 해당 사항이 없었지만.
‘생각보다 경계가 삼엄해.’
어느새…….
구룡산 초입에 다다른 진소천은 산로 입구를 지키는 30명의 복면인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저것들이랑 엮이면 조무래기들이 끝없이 튀어나올 테니, 제단까진 단번에 오르는 편이 낫다.’
그에 진소천은 평소처럼 경계병의 따귀를 후려치는 무식한 방법을 지양하고 곧장 천마잠형술(天魔潛形術)을 펼쳤다.
……!
동시에 전신의 기척을 죽이고 우회하여 경계병들을 피해 구룡산을 오르기 시작한 진소천은 반식경 만에 제단까지 당도하는 기염을 토했다.
‘후……. 역겨운 냄새가 진동하는군.’
그렇게 제단 입구에 들어서니…….
진소천의 이맛살이 깊게 찌푸려졌다.
그의 육감이 제단 전체에 짙게 밴, 피 냄새와 마기를 감지한 까닭이었다.
‘슬슬…… 들어가자.’
이윽고…….
거대한 규모에 퀴퀴하고 음산한 기운이 풍겨 나오는 낡은 제단 입구에서,
“뭐, 뭐야?!”
“네놈은 누구냐!”
“누구냐!”
천마잠형술을 풀고 모습을 드러낸, 진소천을 보며 문지기들이 대경실색했다.
그러자, 진소천이 눈을 부라리며 외려 되물었다.
“네놈들…… 혹시 병X이냐?”
“뭣이라?”
“나는 방금 천마잠형술을 풀었다. 너희 천마잠형술 몰라?”
동시에 진소천은 그들 앞에서 다시 천마잠형술을 펼쳐 일시적으로 모습을 감췄다가 이내 신형을 드러낸 뒤 말했다.
“세상에 이런 기묘한 잠형술이 천마잠형술 말고 또 있더냐? 이 병X 같은 새끼들아.”
그제야 문지기들은 시퍼렇게 질린 얼굴로 말을 더듬었다.
“호, 혹시…… 본교의 고인이십니까?”
“야.”
“네?”
“본교에서 천마잠형술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냐?”
“……제, 제가 알기로는 오직 교주님밖에 없는 걸로……”
“맞다.”
“???”
“내가 천마신교의 교주, 위지혼이다.”
일순, 등골이 오싹해진 문지기들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다, 무릎을 털썩- 꿇었다.
‘시, 실화?’
‘갑자기 교주님이라고?’
‘시X, 진짜야 가짜야?!’
물론…….
그들이 진소천을 교주로 확신한 건 아니지만.
그런데도, 분명 자신들의 눈으로 천마잠형술을 목도한 데다, 만약 눈앞의 사내가 교주라면 절대 무례할 수 없기에 냉큼- 무릎을 꿇고 본 것이었다.
하나,
콰아아아아앙!
바닥에 머리를 조아리던 그들은 묵직한 철 덩어리가 뒤통수에 작렬하는 느낌을 받았는데…….
“크악!”
“컥!”
“크윽!”
그 통증을 끝으로 단말의 비명과 세 사람의 머리통은 삽시간에 으깨져, 개죽음을 면치 못했다.
‘이걸 믿는다고?!’
물론, 망자들의 뒤통수에 내려꽂힌 철 덩어리는 다름 아닌, 진소천의 발길질이었다.
“실로 병X들이로세.”
낄낄…….
미친 사람처럼 혼자 낄낄거린 진소천이 이내 제단 내부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 * *
“사, 살려주십쇼!”
“제발…… 제발 살려주십시오!”
“살려만 주시면 무슨 일이든 다 하겠습니다! 대체…… 왜 이러시는 것입니까요!”
어둠이 자욱하게 내려앉은 석실 내부엔 군데군데 이글거리는 횃불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 횃불 사이로 젊은 남녀 100명이 포박당한 채 무릎 꿇고 있었는데, 이내 여우 가면을 쓴 흑의인이 그들을 가로질러 제단 앞으로 나가 나직이 말했다.
“어리석은 아해들아. 원통해 할 것은 없다.”
“……!”
“본좌는 거룩한 제사를 통해, 보잘것없는 너희의 영혼을 정화하고 새로운 영생을 부여할 테니!”
동시에,
스스스스스……!
흑의인의 우수에서 한 줄기 푸른 섬광이 터졌다.
스르릉…….
이윽고 석실 벽면의 사방에서 문이 열리고…….
쿵, 쿵, 쿵……!
이내 사람인지 괴수인지 알 수 없는 괴인들이 거대한 철퇴를 들고 사람들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클클…….”
괴인들의 입에서 음산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곧 그들의 무자비한 철퇴가 읍소하는 사람들의 머리통을 향했다.
콰아아아앙-!
“크아아아악!”
콰아아아앙-!
“사, 살려…… 어어억!”
콰아아아앙-!
“안 돼에에에에에!”
석실 내부는 삽시간에 젊은 남녀의 피로 흥건히 물들었다.
사람들이 죽을 때마다 흑의인의 손에 맺힌 휘광이 망자의 육신을 훑고 다시 그에게 쏘아졌는데, 그때마다 가면 쓴 흑의인의 몸이 반딧불이처럼 투명하게 발광했다.
“천마재림天魔再臨 만마앙복萬魔仰僕…….”
흑의인의 읊조림과,
“사, 살려줘어어어어!”
사람들의 비명이 교차 되고…….
“천마재림天魔再臨 만마앙복萬魔仰僕…….”
“으, 으아아아아악!”
어느새 장내는 지옥도를 연상시키는 아비규환이 되었다.
“천마재림天魔再臨 만마앙복萬魔仰僕…….”
“천마재림天魔再臨 만마앙복萬魔仰僕…….”
“천마재림天魔再臨 만마앙복萬魔仰僕…….”
그때…….
철퇴를 휘두르며 끔찍한 살육을 저지르던 괴인들 역시 흑의인처럼 마교의 성언을 읊조렸다.
“천마재림天魔再臨 만마앙복萬魔仰僕…….”
“사, 살려줘어어어어!”
콰아아아아앙-!
괴인들의 눈에 붉은 혈광이 번뜩였고, 사람들의 눈에 깊은 공포가 서리던 그 순간,
“니들은 세상이 어느 땐데, 아직도 이런 미개한 개짓거리를 하냐?”
석실 전체를 가득 뒤덮는 육합전성(六合傳聲)과 함께,
“에라, 미개한 놈들아. 아무튼, 니들은 오늘 다 뒤졌다.”
진소천이 나타났다.
* * *
“……너는 누구인가?”
여우 가면 뒤집어쓴 놈이 물었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닐 텐데?”
“…….”
“보아하니, 대성당에 가고 싶어 환장한 놈 같은데. 이제 니들도 이런 미개한 짓 그만할 때 안 됐냐? 역겨운 놈들.”
나는…….
여우 가면 쓴 놈의 정체를 알고 있다.
물론 놈의 개인 신상을 아는 건 아니고, 마교엔 저렇게 가면 쓰고 인신공양 일삼는 놈들이 있는데 그들은 소성당의 술법사들이다.
마교엔 ‘천마성당’이란 이름의 술법당이 존재한다.
거기서 강력한 법력으로 고난도의 술식을 펼치는 극소수는 ‘대성당’ 소속이 되고, 그렇지 못한 이들은 ‘소성당’ 소속이 되는데…….
주로 대성당 소속 술법사들은 천마성당 본당에서 두문불출하기에, 나는 여우 가면이 소성당 술법사임을 짐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너는…… 본교 인물인가?”
“그래. 나도 마교 출신이지.”
“정체를 밝혀라. 곱게 죽여주겠다.”
“안 밝히면?”
“……이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럽게 죽을 것이다.”
“그럴 자신은 있고?”
“…….”
나는 계속 주둥아리를 놀려, 여우 가면의 심기를 흔드는 한편 철퇴든 괴인들의 상태를 살펴 전력을 분석해봤다.
‘영혼까지 잠식당한 놈들이다……. 골치 아프겠는데?’
괴인들은 마교에서 수련을 하다, 주화입마에 빠진 놈들이다.
마교는 주로, 그런 놈들을 한데 모아 영육에 주술을 거는데, 이때 주술에 걸린 미친놈들은 이처럼 반인반괴半人半怪.
즉, 괴인이 되어버린다.
이후, 괴인이 된 놈들은 인간과 달리 어떤 통증도 느끼지 못하며, 오직 피와 파괴만을 갈망하는 살인 기계가 되는데.
한마디로 나는 오늘 X된 거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래도…….
“어디 자신 있으면 죽여봐, 여우 가면.”
후달려서야 되겠나?
“확 꼬리를 잘라서 네놈 아가리랑 똥구멍에 처박아 줄 테니까.”
본래 싸움은 기선제압이 생명인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