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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마교대장 137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14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37화

#137화

 

 

 

 

 

“…….”

 

삼백 사람의 청운이 깃들었던 무림맹 청해, 하남 분타에는…….

 

한 줌 잿더미와 고독해 보이는 한 사내만이 덩그러니 남았다.

 

사내는 불과 한 식경 만에 삼백 사람을 도륙한 천마신교 교주, 위지혼이었다.

 

“후…….”

 

위지혼의 손에 죽임당한 무림맹원들은 시체조차 남기지 못하고 한 줌 고혼이 되었다.

 

‘나는…….’

 

정녕 무신武神이 되었구나!

 

오직, 새카만 잿더미만 남은 허망한 장내를 바라보며…….

 

문득, 그런 생각을 떠올리는 위지혼이었다.

 

“어쩌면…… 괴물이겠지만.”

 

순간 위지혼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다들, 잘 가게.”

 

건조한 한 마디로 망자의 명복을 빈, 위지혼은 이내 한 장의 서찰을 펼쳤다.

 

서찰의 전면부엔,

 

‘무림맹 1급 기밀문서 : 개봉 금지’

 

한 줄의 경고문이 새겨져 있었는데, 그를 뜯어낸 위지혼은 빼곡히 적힌 서찰의 내용을 심유히 살펴나갔다.

 

그러던 중…….

 

“진소천이라…….”

 

그는 한 사람의 이름을 나직이 되뇌었다.

 

“진소천…….”

 

진소천.

 

“…….”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그 이름을 위지혼이 기억해내는 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재밌는 우연이로다…….’

 

바로 그 이름은, 세상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이해하던 충직한 부하이자, 벗이며, 아우였던 천마신교 살수회 대장.

 

7호의 이름이었다.

 

‘그래…… 그것은 너의 이름이었지.’

 

기실…….

 

7호의 이름을 기억하던 사람은 위지혼이 유일했다.

 

천마신교의 율법상, 살수의 출신과 관련된 모든 정보는 살수 본인도 열람할 수 없었던 탓에.

 

오직, 위지혼만이 그 이름을 새기고 있었던 것이었다.

 

“진소천…….”

 

그 이름을 부르면 부를수록…….

 

위지혼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흘렸다.

 

“또 다른 진소천. 그대는 어떤 사람이오?”

 

츠츠츠-.

 

일순…….

 

위지혼의 손에서 검은 불꽃이 일어나 삽시간에 서찰을 흔적도 없이 태웠다.

 

“…….”

 

다시 한번 텅 비어버린 장내를 살피던 위지혼은 마른 미소를 머금은 채, 길을 나섰다.

 

“머지않아 그대를 만나면 알 수 있겠지…….”

 

 

 

 

 

* * *

 

 

 

 

 

진소천이 동동이 형제, 석연우, 강백산을 데리고 입산 수련에 나선 지 한 달이 흐르고…….

 

그간 동벽 선생은 이틀에 한 번꼴로 수련터를 오가며 그들의 부상을 치료하는데 심력을 쏟아부었다.

 

갈 때마다 동동이 형제와 석연우의 근골은 조금씩 변형되어 있었고, 무리한 격타와 추궁과혈로 기혈 또한 뒤죽박죽이었는데, 그때마다 영단을 복용시키고 시침을 사용해 신체를 회복시키는 데 심혈을 기울인 것이었다.

 

하나 근자엔 그들을 보살피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

 

그것은…….

 

“드디어 실마리를 풀었구나!”

 

만귀곡에서 돌아온 진소천이 건넸던 한 권의 서책.

 

‘소환의 서’를 해석하는 일이었다. 서책에 적힌 문자는 모두 이국의 것인 데다, 문장 구성도 난해했고, 어떤 부분은 법력으로 봉인되어 식별조차 힘들 만큼 독해讀解가 어려운 것이었다.

 

그러나…….

 

동벽 선생은 걸어 다니는 서고이자, 무공-의학-술법-역사-이능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식견을 갖춘 자였다.

 

그는 한 달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 ‘소환의 서’를 완독할 수 있었다.

 

“허허허! 소윤 애비가 이번엔 정말 사고를 쳤구먼……. 사고를 쳤어!!”

 

그러자, 동벽 선생은 떨리는 가슴을 주체하기 힘들어졌다.

 

“기연도 이런 기연이 있나! 이건…… 소윤 애비가 만귀곡에서 얻은 천년연실, 태양화리 내단, 천도복숭아 따위와 비교조차 안 되는 보물이니!”

 

그랬다.

 

진소천이 건넨 ‘소환의 서’는…….

 

바로 ‘신수’가 잠들어 있는 ‘봉인서’였다.

 

“할아버지! 뭐 때문에 그래요?”

 

순간.

 

의약당에서 독서를 하던 소윤이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관심을 보였다.

 

“소윤아. 아무래도 네 아비가 대단한 일을 한 것 같구나. 할아비는 무척이나 기쁘다.”

 

“응? 그러니까 뭐 때문에 그러는 건데요? 아빠가 돈 많이 벌었어?”

 

“흐흐. 천금을 주고도 못 구할 물건을 구해왔지.”

 

“헤헤- 그러니까 그 물건이 뭔데요?”

 

“음……. 잠시 있어 보거라.”

 

이윽고, 동벽 선생은 다시 ‘소환의 서’를 유심히 살펴보다가 한 가지 묘책을 떠올렸다.

 

‘그래! 이 소환의 서에 봉인된 신수는 누가 뭐래도 소윤이 것이다!!’

 

결심이 선 동벽 선생이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소윤아…….”

 

“응, 할아버지?”

 

“지금부터 할아비 말을 잘 듣거라.”

 

“네!”

 

“이 책에는 고대의 신수가 봉인되어 있단다. 나로서도 아직 신수가 어떤 것인지 명확히 알 순 없지만……. 아무튼 대단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해서, 나는 신수를 너의 친구로 만들어 줄 생각이다.”

 

그러자, 소윤이가 만면에 놀라움을 가득 담은 채로 물었다.

 

“신수? 친구요?”

 

“그렇단다. 하니, 네 앞에 무엇이 튀어나오든 놀라지 말려무나.”

 

“응응! 알겠어요, 할아버지! 나 빨리 친구 보여주세요!”

 

“오냐.”

 

 

 

 

 

* * *

 

 

 

 

 

소윤이와 함께 연무장으로 나온 동벽 선생은 최상급 경면주사(鏡面朱砂)를 빻은 후, 소윤이의 손가락에서 한 방울의 피를 뽑아냈다.

 

이후, 그를 약탕에 넣고 섞기 시작했는데 이윽고 황색 부적지에 알 수 없는 그림과 문자를 새기더니 대뜸 오른손에 삼매진화三昧眞火의 불길을 일으키는 게 아닌가?

 

“우와! 할아버지. 손에서 불이 나요!”

 

그 모습에 신기했던 소윤이 눈을 화등잔만 하게 뜬 채 환호성을 터뜨렸다.

 

하나 동벽 선생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품속에서 ‘소환의 서’를 꺼낸 뒤, 책 속에 부적을 척- 하고 붙였다.

 

이후…….

 

촤르르르르륵-!

 

동벽 선생의 손에서 활활 타오르던 삼매진화의 불길이 서책에 옮겨붙는 순간…….

 

퍼어어어어어엉-!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연무장 한복판에 새하얀 연기가 시야를 가릴 만큼 짙게 서렸다.

 

척-!

 

그러자, 동벽 선생은 번쩍 소윤이를 안아 들고, 뿌연 연기 속을 향해 무어라 중얼거리기 시작했는데,

 

「고대의 신수여……. 인과율에 종속된 상제의 피조물이여. 깊은 잠에서 깨어나, 소환의 부름을 받으시오.」

 

마치 주문과 같은 그의 음성이 멈추자,

 

고오오……!

 

눈앞에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는 한 마리의 백호白虎가 말할 수 없는 위용을 드러내며, 연무장에 나타났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

 

순간, 그를 목도한 소윤이가 놀라움과 환희를 담아 고함을 질렀다.

 

“허……!”

 

동시에 동벽 선생의 입에서도 경탄이 흘러나왔는데, 그도 그럴 것이 소환된 백호는 한눈에 봐도 평범한 범虎과 차원이 다른 신수임이 틀림없기 때문이었다.

 

“소윤아……. 어서 가보거라.”

 

“응?”

 

“네 친구에게 말이다.”

 

동벽 선생의 말에, 소윤이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백호를 향해 총총 달려나갔다.

 

 

 

 

 

* * *

 

 

 

 

 

때아닌 소란에 소천문의 문도 전원이 연무장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 같이 불신의 눈초리로 눈을 비비며 눈앞의 사물을 바라보다 이내 아연실색하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저게…… 대체 뭐야? 그냥 호랑이가 아닌데……!”

 

“여, 영물인가? 아니면 신수?!”

 

“세상에……!!!”

 

그들의 눈에 비친 신수 백호는 실로 오금을 굳게 만들 압박감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마음 한구석에 신비감을 선사하였다.

 

그때…….

 

당혹스러워하는 문도들을 향해 동벽 선생이 나서 이해를 도왔다.

 

“다들 경동할 것 없다. 저것은 문주가 만귀곡에서 얻은 소환수로, 오랜 시간 봉인되었던 신수라 생각하면 되느니라. 앞으로는 소윤이가 저것을 다룰 것이다.”

 

그제야…….

 

문도들은 고갤 끄덕이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하나 그런데도 눈앞의 현실이 믿기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헤헤- 정말? 정말 너는 내 친구가 맞는 거야?”

 

그때.

 

백호 신수에게 다가가 그를 매만지며 구시렁대던, 소윤이 까르르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 듯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허……. 아무래도 소윤이가 벌써 신수의 심어를 듣는 모양이군.’

 

동벽 선생은 그 광경을 지켜보며 현재, 소윤이와 백호 신수가 소통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소윤아…….”

 

“응, 할아버지?”

 

“신수를 한 번 봉인시켜 보겠느냐?”

 

“봉인? 어떻게 하는 거예요?”

 

“나도 신수를 소유한 적이 없어 잘 모르지만. 몇 번 소환된 걸 본 적은 있으니 예상이 맞을 게다. 혹시 지금 백호 신수가 심어로 얘기하고 있진 않느냐?”

 

“맞아요! 막, 머릿속에 백호 친구의 음성이 울리는걸?”

 

“하면 너도 머릿속으로 백호를 봉인하겠다 생각해도 되고……. 아니면 마음으로 말해보려무나. 그도 아니면 입으로 내뱉어봐도 될 게다. 그러면 신수가 모습을 감출 게야.”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소윤은 머릿속으로 백호의 봉인을 떠올렸다.

 

그러자,

 

퍼어어어어엉-!

 

처음 등장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하얀 연기를 뿜으며 백호가 감쪽같이 사라지는 게 아닌가.

 

“우와아아아! 너무, 신기해요!!”

 

그 모습에 소윤이는 제자리에서 팔짝팔짝 뛸 정도로 신기해했고, 문도들 역시 얼빠진 눈초리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퍼어어어어어엉-!

 

하나…….

 

금세, 소윤이는 다시 백호 신수를 소환했고.

 

퍼어어어어엉-!

 

다시 그를 봉인했다가,

 

퍼어어어어엉-!

 

또다시 소환했다가…….

 

“까르르!”

 

마치 신기한 걸 본 어린아이처럼 연신, 백호의 소환과 봉인을 반복하며 깔깔대기 시작했다.

 

이쯤 되니…….

 

“세상에……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냐?”

 

“다섯 살짜리 아이가 신수를 소환했다, 봉인했다 멋대로 휘두르고 있는 장면?”

 

“크크. 너무 어이가 없으니, 웃음이 다 튀어나오네.”

 

경악한 얼굴로 신수를 지켜보던 문도들마저 황당함에 실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허허허!”

 

물론.

 

웃음이 튀어나오는 건, 동벽 선생도 마찬가지였지만.

 

‘보아하니, 완전히 영글어 경천동지할 법력을 지닌 신수는 아닌 것 같다만……. 소윤이와 동화될수록 신수도 더 성장할 테지.’

 

사실…….

 

당초 ‘소환의 서’는 진소천이 동벽 선생에게 선물한 보물이지만.

 

동벽 선생은 그것을 소윤이에게 내준 것에 대해 일말의 후회도 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소윤이는 확실히 비범하단 말이지. 어찌 눈곱만큼의 법력도 없는 아이가 이토록 쉬이, 소환수를 다룰 수 있을꼬?’

 

왠지…….

 

이는 하늘이 맺어준, 소윤이와 신수의 인연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동벽 선생의 뇌리에 맴돌았다.

 

“소윤아.”

 

“네, 할아버지.”

 

“이제 밤이 깊었으니 신수는 봉인해두고, 내일 또 놀지 않겠느냐?”

 

“응, 알겠어요!”

 

동벽 선생의 말에 소윤이 백호를 봉인한 채, 그의 다리에 폴싹- 안겼다.

 

여전히 소윤이의 입가에 웃음이 끊이지 않는 걸로 봐서.

 

오늘 밤엔 꿈에서도 백호와 봉인-소환 놀이를 반복할 게 틀림없어 보인다.

 

“소윤아.”

 

“응?!”

 

“백호가 네게 뭐라 그러든?”

 

“아! 백호가 나한테 반갑다고 했어요! 앞으로 언제든 날 지켜줄 거래요!”

 

“껄껄껄! 참…… 듬직하군.”

 

“근데, 할아버지!”

 

“응?”

 

“백호 이름을 뭐라고 짓지?”

 

“이름?”

 

“네! 백호는 이제 내 친구니까 이름이 있어야 하잖아요?”

 

“글쎄다……. 백호는 네 소환수가 되었으니 이름도 네가 짓는 게 낫지 않을까?”

 

“음…….”

 

소윤의 시선이 허공을 향했다.

 

그러다 이내,

 

“흰둥이!”

 

“응?”

 

“백호 친구는 몸이 새하야니까! 흰둥이로 할래요!!”

 

“허허! 흰둥이라……. 그래. 그리하려무나.”

 

도저히 신수와는 어울리지 않는 앙증맞은 이름을 ‘작명’해버린 소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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