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133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12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33화
#133화
광양산, 정상-.
“형님. 갑니다?”
“백산 형님. 괜찮겠수?”
“다쳐도 책임 안 져요?”
“전력을 다할 테니 그렇게 아십쇼, 형님?”
석연우와 동동이 형제들의 말에 강백산이 고갤 끄덕였다.
“제발 좀 다치게 해 줘봐라. 그럴 수만 있다면.”
그러자,
타타타타타타타!
네 사람이 동시에 목검을 들고 강백산에게 달려들었는데, 강백산은 권사답게 맨몸으로 합공을 받아내기 시작했다.
파파파파파파팟!
하나 네 사람을 상대하는 강백산은 조금도 밀리는 기색이 없었다.
외려, 빈틈을 찾을 수 없는 공-수 전환과 적재적소의 알맞은 대응으로 네 사람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는데, 대련을 지켜보던 동벽 선생은 내심 혀를 내둘렀다.
‘음…… 소윤 애비 말대로 무공이 기가 막힌 자구나……. 박투술의 숙련도만 따지면 결코, 소윤 애비의 아래가 아니야.’
그랬다.
동벽 선생이 본, 강백산의 박투술.
철각문의 ‘철권’은 적수공권의 박투로선 완벽에 가까운 것이었다.
물론, 강백산은 진소천에게 맨몸 싸움에서 패배했지만.
그것은 오랜 세월 축적된 진소천의 실전 경험과 마음가짐에서 비롯된 차이였을 뿐, 결코 철권이 십초무적공보다 못한 무공이어서가 아니었다.
‘게다가…… 개인적인 성향이 강해서 그렇지, 인성이 나쁘지도 않은 것 같고…… 아무래도 실보단 득이 될 거란 소윤 애비의 말이 맞을지도.’
무엇보다…….
그간 강백산을 유심히 지켜본, 동벽 선생은 그가 악인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처음부터 강백산을 탐탁지 않게 여기던 동벽 선생이지만.
별다른 위화감 없이 소천문의 구성원이 되어가는 그를 보며 얼어붙었던 동벽 선생의 마음에도 훈풍이 일어났다.
‘후후……. 강백산이 소천문의 일원이 된다면……. 정말 아무도 소천문을 무시할 수 없겠군.’
확실히…….
진소천 한 사람에게만 전적으로 의지하는 현재의 소천문으로선…….
강백산 같은 강력한 고수의 등장은 전력을 크게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터다.
‘그나저나 소윤 애비는 지금쯤 만귀곡에 도착했으려나…….’
그때.
동벽 선생의 머릿속에 문득 진소천의 생각이 떠올랐다.
‘만귀곡은 위험한 곳인데……. 그래도 소윤 애비의 무공이 출중하니 별일은 없겠지?’
물론, 진소천을 신뢰하기에 큰 걱정은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궁금한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문주. 이번 건만 해결하고 돌아오게. 하면, 본문의 가세가 불어나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고 자네도 나름의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거야.’
속으로 조용히 빌어보는 동벽 선생이다.
* * *
“백산이 삼촌. 괜찮아요?”
석연우, 동동이 형제와 대련을 펼친 강백산은 얼굴에 작은 상처를 입었다.
하나, 깊은 상처가 아니고 그저 목검의 예기에 살짝 긁힌 수준이라 신경 쓰지 않고 있었는데.
“무슨 말이야, 소윤아?”
먼발치서 그 상처를 목격한 소윤이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고 다가온 것이었다.
“삼촌! 이거요!!”
“응?”
이후, 소윤이는 자그마한 헝겊 조각을 강백산에게 내밀었다.
“이게 뭐야?”
“삼촌. 내가 할아버지한테 삼촌 줄 약을 만들어 달라고 했어요. 약초를 빻아서 헝겊에 덧댄 거니까, 얼굴에 붙이면 금방 나을 거예요!”
일순, 고사리 같은 소윤의 손에 쥐어진 헝겊을 보며 강백산은 얄궂은 감정이 들었다.
“…….”
그 때문인지.
그는 당장, 헝겊을 받아들지 않고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는데…….
척-.
그때, 소윤이가 헝겊을 강백산의 상처에 직접 갖다 대며,
“헤헤- 삼촌. 이렇게 붙이는 거예요!”
환한 미소를 선보였다.
“소윤아…….”
순간…….
강백산은 당혹스러워서 소윤이 붙여준 헝겊을 매만지다 이내 자신도 모르게 실소했다.
‘참…….’
그것은 실로…….
일생을 외롭게 살았던 강백산에게 낯선 감정으로 다가왔다.
‘어찌 제 아비를 하나도 안 닮고 이리 착할까? 귀여운 녀석 같으니라고.’
하나 강백산은 그 생경한 감정이 싫지 않았다.
동시에 자신도 장가를 가서 아이를 낳으면 소윤이 같이 귀여운 아이를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우스운 생각도 떠올렸는데.
“흐흐. 뭐, 그럴 수 없다면 또 어때?”
그는 괜히 실없는 웃음을 남발하며 머쓱하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히히. 삼촌. 뭐가?”
“응?”
“그게 무슨 말이냐고요.”
“아……. 아니다, 소윤아.”
“헤헤- 삼촌 바보 같아.”
“흐흐흐. 그래. 삼촌은 바보야.”
“히히히!”
“크크크!”
강백산이 소윤이를 번쩍- 들어 올렸다.
그러자 소윤이는 깔깔거렸고, 어느새 다가왔는지 소윤이 친구 리원이도 강백산의 다리에 대롱대롱 매달려 안아달라 떼를 썼다.
“까르르! 백산이 삼촌! 재밌다! 재미써어!!”
“백산이 삼촌, 나두나두! 나두 안아줘요!!”
“클클, 요것들아. 제발 놔달라는 소리가 나올 때까지 업고 달려주마!!!”
그렇게 강백산은 아이들을 안아 들고 경신법을 펼쳐 장안교 부근을 내달렸다.
한탕주의에 빠져, 한몫 챙겨 중원을 뜨려던 아저씨는 어느덧 그렇게 변화해가고 있었다.
* * *
감숙, 돈황 명사산.
만귀곡, 10층 석탑-.
콰콰콰콰콰콰콰쾅!
-크아아아아아악!!!
소윤검에서 파생되어 유성처럼 낙하하는 나의 검강劍罡은…….
거대한 구두망의 머리를 삽시간에 도륙하고 이내 몸통 전체를 흔적도 없이 불태웠다.
마치 벼락을 맞고 뒈지는 용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달까?
물론 나는 그 와중에도 구두망 내단이 상하지 않도록 마지막에 내력을 거둬 사정을 두는 치밀함도 잊지 않았는데, 그 덕에 내단은 무사히 수중으로 들어왔고 구두망도 처리한 나는 ‘만세태극과’가 열린 나무로 자리를 옮겼다.
“크다, 커…….”
만세태극과 나무는 예상을 웃도는 거대한 크기와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높이만 자그마치 3장 이상 될 듯했고, 굵기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거목을 연상케 했는데, 나무 사이사이에 찬란한 오색 빛깔을 뽐내는 과실이 시선을 강렬하게 사로잡았다.
‘한눈에 봐도 확실히 대단한 보물이네…….’
그 때문에 나는 티 안 나게 한두 개 정도 슬쩍- 해도 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삿된 생각을 이내 깡그리 지웠다.
왜냐면 나는 오원중에게 신뢰받는 사람이며, 누구보다 신의를 알고, 또 이미 이곳에서 내 인생 최고의 횡재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걸로 끝이 아니기도 하고.’
또한…….
만귀곡의 석탑은 오를 때마다 절세 보물이 나오고 나는 이제 고작, 3층을 정복했을 뿐이었다.
말인즉슨, 앞으로 4층부터 10층까지 남아 있으니 거기서 어떤 보물을 얼마나 추가로 얻을지는 감도 잡히지 않는다는 뜻.
‘신의 계시지……. 그렇고말고.’
나는…….
이 모든 게 신의 계시가 아닐까 싶었다.
뭐랄까…….
전생에 고생만 하고 살았으니 이번 생은 편하게 살라며 내려주신 선물?
아니면 불쌍한 우리 문도들 잘 건사하고 소윤이 잘 키우라는 하늘의 뜻?
아무튼, 뭐가 됐든…….
내겐 호재가 틀림없었다. 나는 그 호재를 한 올도 남김없이 빨아 먹기 위해 만세태극과를 챙긴 후 곧장 석탑의 4층 부로 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애당초 그릇된 욕심임을 이내 깨달아야 했다.
* * *
쿠우우우우우우웅!!!
파파파파팟!
압사(壓死)…….
말 그대로 깔려 죽을 뻔했다.
“후…….”
안도의 한숨이 튀어나왔고, 이마에는 한 줄기 식은땀이 맺혔는데.
“골로 갈 뻔했네…….”
그 이유는 바로, 석탑의 4층 부로 발을 딛기 무섭게 석탑 전체가 폭발하듯 붕괴하기 시작한 까닭이었다.
‘진짜 보면 볼수록 설계자의 법력이 미쳤다니까. 어떻게 이런 걸 만들었지?’
나는…….
새삼 다시 한번 석탑 설계자의 치밀함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석탑은 내가 4층에 발을 딛기 무섭게 무너졌는데, 파괴되는 속도가 수백 개의 벽력탄을 한 번에 터뜨린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말인즉슨 내가 살아남은 것 자체가 거의 기적이란 소리다.
예상하건대…….
석탑의 설계자는 ‘인간의 욕심’을 단죄할 생각으로 이를 만든 게 틀림없다.
이미 1층부터 마중수라는 희대의 독수를 설치한 데다, 3층에는 구두망을 배치했고, 그마저 정복한 인간이 또 욕심을 부려 4층으로 향하면, 아예 무너지도록 설계했으니…….
애당초 석탑에서 보물을 얻어 무사히 돌아간다는 건, 사실 불가능한 일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 괜히 금역으로 알려진 곳이 아니었던 거겠지.’
그랬다.
당초, 만귀곡이 용담호혈로 불린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실제로 나 역시 화경을 뚫지 못했다면 석탑의 붕괴에서 무사하지 못했을 테고, 이미 1층의 마중수에서 애초에 죽었을 가능성이 크다.
하나 나는 그 죽음의 수렁에서 끝까지 살아남았고, 덕분에 임무를 수행했으며. 또, 값을 산정하기 힘든 보물도 거머쥐었다.
더불어 삼화취정과 환골탈태를 이룩했으니 이번 여정은 전생 후 내 인생의 큰 변곡점이 된 셈.
‘돌아가자…….’
임무를 마친 나는…….
지금 이 순간, 소천문이 그리웠다.
문도들에게 영약을 선물하면 녀석들의 표정이 어떨까?
의뢰대금으로 소천문의 규모도 훨씬 더 키우고 장안 발전에도 좀 기여하고.
소윤이한테 북해산 한빙옥으로 만든 침대도 진짜 선물해보고…….
이런 쓸데없는 잡념들을 자연스레 떠올리니 소천문에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이 일어났다.
또한,
‘이제 갓 화경을 뚫었으니…….’
나는 향후 화경의 폭을 넓히는데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대개 환골탈태를 거친 후의 무인은 수련의 양상이 단출해지기 마련인데…….
예를 들어, 지금까지 내 수련 일과가 체력 단련-심법-대련의 세 가지로 구성되었다면 앞으로의 나는 오직 ‘실전’을 통해서만 무공을 증폭시킬 수 있는 것이다.
흔히…….
사람들은 화경부터를 입신의 경지에 접어들었다고 표현한다.
사실 이때부터는 육신을 단련하는 것보다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실전 싸움이 공부가 되는 만큼.
앞으로 나는 생사 대결을 통해, 무공의 폭을 보다 넓고 또 깊게 만들어갈 요량이었다.
파파팡!
지속된 전투와 내력의 소모로 몸이 천근 같은 순간이지만 나는 힘을 쥐어짜, 쾌경보를 펼쳤다.
우리 집.
소천문을 향해서…….
* * *
보름 후-
“형님!”
“문주님!”
“문주니이이이임!”
돌아온 진소천을 보며, 석연우와 문도들이 전원 반색했다.
그들은 알고 있었다.
진소천이 얼마나 중요한 임무를 띤 채, 만귀곡으로 향했고 또 그가 무사히 돌아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들. 내가 출장 다녀오는 사이 별일 없었겠지? 수련도 열심히 했을 테고?”
“네, 형님.”
“네!”
“네, 문주님.”
“네!”
진소천의 물음에 문도들이 고갤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러자, 그는 나직이 일동을 불렀다.
“일동아.”
“네, 문주님.”
“동벽 선생은 어디 가셨냐?”
“어르신은 소윤이랑 리원이 데리고 장안교에 가셨습니다.”
“너는 당장, 이 길로 동벽 선생을 모셔와라. 급히 할 말이 있으니. 그리고 이동아. 너는 섬서에서 가장 돈 많은 상단 몇 군데 추려봐. 물건을 팔아야 하는데 워낙 고가품에 희귀한 물건이라 부르는 게 값일 거다. 이럴 땐 가격 경쟁을 붙이는 게 최고지.”
“무, 문주님……. 어떤 물건이길래요?”
“천년연실.”
“아…….”
“태양화리 내단.”
“태, 태양화리 내단까지요?”
“천도복숭아 추가.”
“네?!”
“물론, 구두망의 내단도 있는데 이건 동벽 선생이 제조할 영단의 재료로 쓸 거고. 삼동이는 태화방으로 기별 넣어라. 내가 의뢰를 끝내고 돌아왔다고.”
“앗! 네, 문주님.”
“아. 그리고 삼동아.”
“네?”
“오원중이한테 꼭 전해.”
“뭐를요?”
“잔금은 전부 들고 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