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130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30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30화
#130화
돈황으로 가는 길…….
나는 산로를 거닐다 문득, 거대한 폭포수를 발견하고 그곳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태경심법의 구결을 외웠다.
폭포는 심법 수련을 하기에 좋은 장소였다.
쏟아지며 떨어지는 물줄기를 바라보고 낙수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편해지는데, 그때 나는 태경심법을 외우며 눈을 감고 마음의 눈. 즉, 심등(心燈)을 발동시켰다.
그러고 있으면…….
나는 놀랍게도 눈을 감은 상태에서 더욱 뚜렷이 눈앞의 사물을 관조할 수 있었다.
쏴아아-!
세차게 떨어지는 폭포수와,
우우웅…….
단전에서 용암처럼 들끓는 내력이 충돌하자, 백회혈에서 하얀 김이 흘러나왔다.
‘…….’
순간.
나는 심연 속에서 불현듯, 미약하지만 익숙한 무언가를 발견하게 되었다.
‘…….’
이것은…….
또 하나의 힘일까…….
나는 심상에서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무언가’의 느낌을 직시하기 위해 정신을 집중했다.
‘…….’
그것은 막연하게 심기를 간질였다.
잡힐 듯하면서 잡히지 않고 보일 듯하면서 보이지 않는…….
하나, 나는 직감적으로 그것이 또 다른 ‘자연결’ 속성의 개문(開門)과 관련이 있음을 알았다.
왜냐면 나는 이미 전생에 풍風-뢰雷-수水-화火-역力에 달하는 모든 자연결을 체득한 경험이 있으니까.
우우웅…….
그러자 내 단전은 더욱 요란한 굉음을 내며 요동치기 시작했는데, 순간 매우 극심한 통증이 밀려왔다.
‘음…….’
잡히지 않는 그것을 잡으려 할수록…….
오장육부 전체가 작열감에 휩싸였는데, 그런데도 나는 그를 쫓기 위해 더욱 심기를 쏟아부었고…….
어느새 나는 좁쌀만 한 크기의 ‘힘’이 단전 한구석에 똬리를 틀었음을 깨달았다.
그 좁쌀의 정체는 바로,
“풍風 속성…….”
그간 그토록 갈구하고 열망하던 자연결의 힘.
‘풍’ 속성의 힘이었다.
콰아아아앙-!
나는 이내, 도약하여 허공에서 소윤검을 휘둘렀다.
동시에 풍 속성의 힘을 발산했는데 별다른 무리(武里)없이 휘두른 검격에 강맹한 돌풍이 동반되는 걸로 봐서 확실히 풍 속성의 힘을 개문한 게 틀림없었다.
“호호오오옵……!”
일순 나는 사무치는 고양감에 더욱 풍 속성을 토납하여 ‘바람’의 힘을 만끽했다.
‘대박이다!’
이것은 실로 대박이 아닐 수 없다.
왜냐면 내가 전생부터 풍 속성의 힘을 가장 즐겨 사용했고, 또 내 검법의 장점을 십분 발휘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풍 속성의 힘이 필요했던 까닭.
콰과과과과과광!
그 때문에.
비록 아직 미약한 수준이지만 나는 풍 속성을 힘껏 펼쳐 더욱 미친 듯이 검을 휘둘렀다.
사실…….
내 검의 최대 장점은 무시무시한 폭발력과 살상력에 있다.
예를 들어, 무당의 검이 태극의 정수를 바탕으로 한, 오묘한 검이라면 화산의 검은 화려함과 예리함에 중점을 둔 검이며, 종남의 검은 진중하고 무거운 중검(中劍)의 무리를 가지는데…….
내 삼재검은 그런 무학적 기치는 담보하지 않지만, 대신 단시간에 무지막지한 강기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폭발적으로 일으키는 것이다.
이때, 풍 속성은 검을 극한의 쾌검으로 만들어주는 바탕이 된다.
쉽게 말해, 내 검은 삽시간에 상대를 죽이는 일격필살의 검.
“이제야 됐네…….”
새삼 감개무량했다.
나는…….
이제야 비로소, 전생의 내 경지를 어느 정도 찾게 된 것이었다.
“후우…….”
그것은 내가 이제 진짜 고수가 되었음을 의미했다.
그냥 싸움 잘하는 정도가 아닌, 능히 나 혼자의 힘으로 작은 문파 하나를 작살 낼 수준이랄까?
“참……. 이렇게 번개 불에 콩 튀기듯 깨달음을 얻다니. 세상일은 알다가도 모르겠군.”
또한, 나는 내심 어이가 없기도 했다.
그토록 풍 속성의 힘을 개문하기 위해 광양산 정상에 올라 명상을 하고 태경심법을 외우고, 꿈에서도 수련을 했건만.
그땐, 그리도 오리무중이던 풍 속성이 이렇게 예고도 없이 찾아오다니.
“기연이다, 기연.”
역시…….
인생은 기연의 연속이라던 누군가의 말이 정답이다.
물론, 기연이 찾아왔을 때,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잡을 수도 없지만.
다행히 지금의 나는 환골탈태에 접어드는 중이고, 전생 후 무던히 단련해왔던 터라, 우연히 찾아온 풍 속성의 힘을 내 것으로 체득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이러면 뭐…….”
이무기가 아니라, 진짜 용도 때려잡을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나는 부푼 마음으로 다시 여정에 올랐다.
감숙, 돈황 명사산.
그곳에 나의 ‘재물’이 잠들어 있다.
* * *
역-뢰-풍…….
나는 세 가지 자연결의 속성을 품은 사람다운 속도로 쾌경보를 펼쳤다.
본래 내가 경주마처럼 쉬지 않고 달리는 독종의 행군을 지속했다면.
풍 속성을 개문한 후엔 선불 맞은 멧돼지 마냥 무지성으로 경신법을 쏟아부었는데, 그 결과 이틀 뒤 돈황 명사산에 진입했고, 또 거기서 반나절 협곡을 지나, 산봉우리를 넘고 계곡 두 개를 거쳐…….
“여기네.”
나는 강호의 10대 금역이라 불리는…….
만귀곡에 다다를 수 있었다.
“왜 강호 10대 금역이라 하는지 알겠군.”
만귀곡은 뭐랄까?
을씨년스럽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강력한 음기를 발산하는 곳이었다.
눈앞에 보이는 건 오래된 노송과 물이 말라비틀어진 계곡이 전부였고 곳곳엔 이름 모를 독충과 사나운 송곳니를 드러낸 맹수들이 포효했는데, 나는 대번에 달려드는 온갖 짐승을 패 죽인 뒤 한참을 걸어 거대한 석탑을 마주 보게 되었다.
그러자,
츠츠츠-!
석탑 부근에서 꼬리에 방울을 단 것처럼 괴음을 내는 독사들이 쉴새 없이 몰려들었다.
그것들은 마치 내게 석탑으로 들어가지 말라며 경고하는 듯했는데, 문제는 독사가 아니라 만귀곡의 탁하디탁한 공기(空氣)에 있었다.
‘이러니 금역이지…….’
그 공기는 단순히 탁하기만 한 공기가 아니었다.
대체 대기 중에 어떤 사특한 것이 섞인 건진 알 수 없었지만…….
마음을 뒤숭숭하게 흔드는 몽혼약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심기가 굳건하지 않은 사람이면 만귀곡을 그냥 걷기만 해도, 환청이나 환각에 빠질 듯했다.
하나 내가 누군가?
단언컨대, 세상에서 가장 심기가 굳건한 사람이지 않나.
실제로 나는 전생에 천마성당 술법사들의 환영술에도 빠지지 않을 만큼 심기가 강하고 억새 풀처럼 질긴 정신력을 보유한 사람으로 정평이 났었다.
하니, 내게 만귀곡 특유의 음기와 을씨년스러움은 제약이 되지 않았다.
콰아아아앙-!
나는 단번에 소윤검을 휘둘러 기백 마리에 달하는 독사들을 도륙한 뒤, 10층 석탑으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 * *
이 석탑을 누가 설계한 건지 모르겠지만…….
아마 고대에 석탑을 만든 최초의 설계자는 당대를 주름잡던 법력의 소유자였을 게 틀림없다.
아니면 애당초 사람이 아닌, 초월적 존재가 특정한 목적을 두고 만든 것이거나.
“기가 막히네, 기가 막혀.”
왜냐면…….
석탑 1층엔 그야말로 ‘무릉도원’이 아닐까 싶을 만큼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후…….”
나는 1층 부의 모습에 혀를 내두르며 감탄을 자아냈다.
하늘하늘 끼어 있는 꿈속 세상 같은 하얀 안개와 비취색 옥으로 만들어진 영롱한 바닥.
군데군데 자라난 모양 좋은 복숭아나무와 따뜻하게 끓고 있는 온천…….
그리고 물 위에 형형색색 모습을 드러낸 연꽃과 연못을 휘적휘적 거니는 비단잉어까지…….
퀴퀴하고 탁하던 만귀곡의 공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은은한 매화 향이 코끝을 간질이니 어찌 감탄하지 않을 수 있겠나.
“사람 홀리기 딱 좋은 곳이군.”
그랬다.
아마, 누구라도 석탑 1층 부의 절경을 보면 정신을 차리지 못할 것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실제로 나 역시 도원경 같은 광경에 심취해 머리가 어지럽고 마음이 녹는 듯한 느낌을 받았으니까.
게다가…….
“연못 안에 연꽃은 천년연실(千年蓮實)이고…… 잉어들은 태양화리(太陽火鯉) 같군.”
나는 이내 이곳을 이루는 모든 사물이 ‘보물’임을 알아차렸다.
“……미쳤어.”
그것은 실로 믿을 수 없는 천혜天惠의 보물들이었다.
천년연실은 각종 불치병에 쓰이는 최상질의 약재요, 태양화리는 천하에서 가장 양강한 성질을 가졌다 알려진 영약 재료기 때문이다.
“그뿐이 아니야…….”
또한…….
1층 부의 보물은 비단 천년연실과 태양화리뿐 아니었다.
비록 내가 동벽 선생 같은 안목의 소유자는 아니지만…….
나 역시 의술을 심도 깊게 익혔고 ‘무림도감’을 몇 번이나 정독한 지식인답게 금세, 주변의 모든 것이 영약이요, 보물임을 깨달았는데.
“복숭아는 천도복숭아에…… 바닥엔 야명주가 곳곳에 박혀 있으니. 후…….”
이쯤 되니 나는 꿈인지 생시인지 판단이 서지 않을 정도였다.
“대체…….”
이게 다 얼마야?!
“진짜 개꿀이구나.”
순간, 나는 태화방의 오원중에게 감사했다.
그가 내게 의뢰를 맡겨서가 아니다.
또 그가 내게 거금의 대금을 제시했기 때문도 아니었고.
다만, 오원중 덕에 나는 석탑을 발견했고 이것들을 죄다 팔아 재끼면…….
“부자?”
나는 대충 돈 좀 굴리고 넉넉하게 사는 정도가 아니라 진짜 돈 지랄을 밤새도록 할 수 있는 ‘거부’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언젠가…….
나는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소윤이에게 북해의 한빙옥으로 만든 침대를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을.
물론 값이 금강석과 맞먹는 북해산 한빙옥으로 침대를 만드는 건 석가장 같은 거부 집단도 생각 못 할 미친 짓이지만.
어쩌면 나는 이번 여정을 통해 내 숙원을 이룰 수 있을지도 몰랐다.
“일단…… 천년연실부터 따자.”
그래서 나는 우선, 연못 위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연꽃의 열매를 추출할 생각이었다.
파파팟!
그런 일념으로 대번에 연꽃이 피어 있는 연못으로 들어갔는데…….
‘이건 또 뭐야?!’
그것은 나의 패착이 되고 말았다.
“아…….”
이러면 완전 나가린데…….
* * *
마중수(魔重水).
이는 물의 일종이지만…….
어떤 독극물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살상력을 가진 독물로 명성이 자자하다.
그 이유는 바로, 마중수가 천하에서 가장 ‘무거운’ 물이기 때문이었다.
일단…….
마중수에 발을 담그게 되면 빠져나올 방도가 없다.
발에 묻은 마중수의 무게가 천근보다 무거워 도저히 다리를 들 수 없기에 그러한 것이다.
그렇게 마중수에 몸을 담그면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인간은 서서히 물 안으로 가라앉는다.
이후, 입이나 코, 귀 등의 오공에까지 마중수는 침투하게 되고 몸 안으로 들어간 마중수는 전신을 무게로 짓눌러 결국, 종내에 사람은 죽고 마는 것이다.
한데…….
하필이면 진소천은 그런 마중수로 들어가 버렸다.
만약 그냥 발만 살짝 담근 거라면 ‘역’ 속성의 힘을 통해 다리를 들어 올리고 탈출할 수 있을지 모르나…….
애석하게도 천년연실에 눈이 돈 진소천은 그만, 마중수의 연못에 풍덩- 몸을 빠뜨렸으니 사실상 자력으로 나올 방법이 전무한 상황이었다.
‘……X됐네.’
그러나…….
진소천은 이대로 죽기 싫었다.
아니.
결코, 죽을 수 없었다.
‘…….’
끄드드드득-.
일순…….
진소천의 육체에서 근육이 파열되는 괴음과 함께 뼈가 부러지는 파골음이 터져 나왔다.
‘나는…….’
현재 진소천은 오직 정신력에 의존하여 자신이 지닌 힘의 수십 배에 달하는 완력을 만들기 위해 인위적으로 근골을 박살 내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