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129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00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29화
#129화
“젊은이……. 나는 방금 자네의 눈에서 살기를 보았네. 만약 내가 나서지 않았다면 저들을 몽땅 죽일 생각이었겠지? 참게. 마음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참아.”
뭘까……?
일순, 나는 거대한 의문에 휩싸였다.
당초, 나는 노인이 용호방의 수장격 인물쯤 될 거라 예상했는데.
말하는 걸 들어봐선, 맥을 잘못 짚은 듯했다.
“실례지만 누구시오?”
그 때문에 나는 노인을 향해 물었다.
대체 용호방 인물이 아니면 날 왜 막아선 걸까?
하나 내 물음에 노인은 고개만 저을 뿐, 정체를 밝히진 않았다.
“내가 누구인 게 중요하겠나. 다만 나는 젊은이가 내 앞에서 저들을 도륙하는 모습을 볼 수 없을 뿐이네.”
“저들과 한패요?”
“그렇게 보이나?”
“그렇게 보이진 않소. 다만, 그렇지 않고서야 날 막아설 연유가 없기 때문이오.”
“…….”
“저들은 어린아이들을 납치한 놈들이오. 저런 것들은 살아봤자 쓸모가 없소. 용호방 사람이 아니면 막지 마시오. 당신의 이타심과 자비심이 훗날 더 많은 아이들의 인생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게 될 거요.”
솔직히 나는…….
노인이 용호방 인물이 아님에 안도했다.
왜냐면 노인의 무공은 현재 내 수준으론 넘어설 수 없는 상대라는 판단이 본능적으로 들었으니까.
하나 그렇다고 노인의 권유를 받아들일 생각은 없었다.
용호방 인물이 아니라면 노인에게 날 막을 명분이 없을뿐더러, 저들은 죽어 마땅한 새끼들이기 때문이다.
“젊은이. 하면 이리하는 게 어떤가?”
“말해보시오.”
“내가 자네의 삼초식을 받겠네. 지금 자네의 살심을 어찌 내 권유로 누그러뜨릴 수 있겠나. 하니 그 분노를 내게 풀게. 나는 반격하지 않음세.”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다 떠나서…….
이 노인장, 누굴 등신으로 아나?
뭐?
삼초식을 반격 없이 받아내겠다고?
참나!
인간 진소천의 자존심이 갈 데까지 가는구나.
“싫소.”
“뭐?”
“삼초식은 작고. 한 사초식쯤 합시다.”
“???”
* * *
농담 같았지만, 농담이 아니었다.
내가 앞뒤 분간 못 하는 망종도 아닌데, 뭐 하러 이런 상황에서까지 농담을 할까?
다만 나는 애당초 내가 노인의 상대가 되지 못함을 알고 있으며, 그가 날 막으려면 무슨 수를 써도 용호방 놈들을 죽일 수 없음을 알기에.
그저 노인의 무공이 얼마나 대단한지 체험해볼 요량으로 미친 소릴 지껄인 것이다.
한데…….
“알겠네. 그럼 사초식을 받지.”
이걸 또 받네?
후…….
“죽어도 원망하지 마시오.”
우선 나는 날 장기판 졸로 여기는 노인의 콧대를 납작하게 만들어 주고 싶었다.
해서, 처음부터 역-뢰의 속성을 동시에 끌어 올려 노인의 가슴팍에 일권을 후려갈겼는데, 거대한 권풍과 강맹한 권기(拳氣)가 형성된 터라 웬만한 외가 기공의 고수도 뼈를 분쇄될 만한 주먹이었다.
꽈아아아앙!
‘……!’
하나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왜냐면 노인의 반탄력에 외려 내 주먹이 저릿저릿했던 까닭이다.
그러나…….
실망하진 않았다.
흐읍-.
내 일권을 깔끔하게 갈무리한 노인의 짤막한 호흡이 느껴지는 순간,
‘들숨은 못 참지.’
나는 모처럼 ‘들숨’의 찰나를 공략한 권격을 노인의 비장 부위에 집어넣었기 때문이다.
“크읏……!”
그러자 노인도 이번에는 잠시 신형을 비틀거릴 정도로 충격을 받아 나지막한 신음을 뱉었다.
사실…….
들숨 주먹질이 이렇게나 위력적이다.
게다가 방금 나는 주먹을 지를 때 몸통 전체를 비틀어 회전력을 가미했는데, 이런 질풍권의 묘리가 깃든 권기를 들숨에 처맞았으니 금강불괴 아닌 다음에야, 답이 있겠나?
“……무서운 주먹이구먼, 젊은이.”
“…….”
“하나 아직 두 초식이 남았네. 개의치 말고 들어오게.”
하나 그 와중에도 노인은 내 다음 공격을 기다리고 있었다.
뭐랄까?
순간, 나는 초라해지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대체…….
이게 무슨 짓이야, 시발?
“그만합시다.”
“왜 그러나?”
“나도 무인이오.”
“…….”
“쪽팔릴 땐, 쪽팔릴 줄 아는 사람이란 뜻이오. 노인장의 뜻대로 저 악마들을 살려주겠소. 다만, 사원에 납치된 아이들을 모두 데려가겠소.”
“……젊은이. 잘 생각했네. 또한 나는 감복했네.”
“됐소. 그런 말 듣고 싶지 않소. 누구 놀리는 것도 아니고.”
* * *
나는 당장, 마을에서 큰 수레를 가져와 아이들을 싣고, 인근 약방으로 향했다.
이후, 의원에게 돈을 두둑이 건네고 진료를 맡겼는데 아무래도 관청으로 가서, 아이들의 부모도 찾아줘야 할 듯싶었다.
‘후…….’
용호방 놈들.
죽였어야 하는 건데.
그나저나, 대체 노인은 누굴까?
그런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 때.
나는 다시 한번 정체불명의 노인을 만나게 됐다.
“노인장……. 날 따라다닌 거요?”
“젊은이. 잠시 이야기 좀 나눌 수 있겠나?”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고갤 끄덕인 후, 노인과 함께 근처 찻집으로 향했다.
* * *
“노인장. 왜 날 찾아온 거요?”
“자네의 정체가 궁금해서네.”
“노인장도 정체를 밝히지 않으니 나 또한 정체를 알려줄 마음이 없는데 말이오?”
“……하면 노부부터 이름을 말해야겠군.”
“그러시오.”
“독고황.”
순간…….
진소천은 저도 모르게 전율하고 말았다.
하나, 그는 자신의 경악을 내비치지 않았다.
다만, 다소 가라앉은 음성으로 물었을 뿐.
“검황 선배란 말이오?”
“그러하네. 내가 바로, 검황 독고황일세.”
검황 독고황.
단언컨대, 강호에서 그 이름을 모르는 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흑-백-정-사-마를 막론하고…….
검황 독고황은 백도제일인이자 당대 최고의 검수라 손꼽히는 인물이기에.
“그래서였군. 어쩐지 무공이 너무 세다 했습니다.”
“허허. 그러한가?”
“물론입니다. 한데 한 가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묻게.”
“대체 왜 절 막으신 겁니까? 용호방 놈들은 갱생이 불가한 쓰레기들인데. 차라리 죽이는 편이 낫지 않습니까?”
“물론이네.”
“네?”
“하나 내가 그들을 살려두고자 한 데에는 이유가 있네.”
“이유가 뭡니까?”
“그들은 바로 마교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지.”
“마교요?”
“그러하네. 놈들은 마교의 사주를 받아 움직이는 마교의 졸개라 할 수 있지. 한데, 용호방의 방주가 마교와 어디까지 개입이 되어 있는지 알 수 없는 데다, 그들의 세력이 어디까지 뻗어있는지도 확실치 않아 본가는 최근 그들을 조사 중이었네.”
“아…….”
“한데 느닷없이 자네가 나타나서 저들을 몽땅 죽이겠다고 하니, 어쩌겠나? 막는 수밖에.”
“지금 놈들은 어디 있습니까?”
“본가의 인물들이 끌고 가, 조사 중이네. 사실, 나는 조금 더 놈들의 동태를 살피고 한 번에 일망타진할 생각이었으나, 자네가 개입되는 바람에 수포로 돌아간 셈이네…….”
독고황의 말에 진소천은 내심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그럼……. 용호방이 아이들까지 납치하는 걸 알면서 대의를 위해 묵인하며 간을 봤다는 소린데……. 참.’
하나 진소천은 이내 그런 독고황의 냉철함을 이해했다.
그것은 독고황의 이어지는 한마디 때문이었다.
“자네는 아마, 날 냉혈한이라 생각할 걸세. 용호방이 갖은 패악질을 저지르는 걸 알면서도 그들을 뒤에서 조사하고자 했던 날 욕할 테지. 하나, 변명을 하자면……. 당장 놈들을 단죄한다고, 악인들이 사라지는 게 아닐세. 나와 독고세가는. 나아가서 백도무림은 거악(巨惡)을 처단하기 위해, 눈앞의 불의를 잠시 눈감은 것일세.”
“이해는 합니다. 다만 저라면 그럴 수 없었을 테지만요.”
“해서 나도 자넬 탓하진 않네. 그리고…… 나는 자네가 꽤 괜찮은 사람 같네.”
“왜입니까?”
“자네는 내 사정을 봐주지 않았나?”
“네?”
“나는 분명 자네의 사초식을 받겠다 약속했네. 한데 자네는 두 초식을 펼치고 측은지심을 발휘해 날 공격하지 않았지. 그건 의협심일세.”
“제가 두 초식을 더 펼쳤다 해도, 선배를 저지할 수 있었겠습니까?”
“모를 일이네. 정말이지 두 번째 공격은 나도 꽤 아팠거든.”
“미안합니다. 제가 들숨은 못 참는 편이라…….”
“응?”
“아닙니다.”
“허허. 그나저나 자네도 이제 실토해야지.”
“뭘 말입니까?”
“자네의 정체.”
“아…….”
“나는 자네 같은 사람이 강호에 있단 걸 들어본 적이 없네. 자네처럼 젊은데, 그토록 무공이 강한 사람 중에 내가 모르는 인물이라……. 궁금하군.”
“진소천입니다.”
“…….”
“장안 소천문의 문주. 진소천.”
* * *
“자네였구먼! 자네였어!!”
내가 유명해지긴 한 모양이다.
독고황 같은 대선배가 내 이을 듣고, 대번에 알아보니 말이다.
“그러잖아도 자네에 대해 궁금한 게 많던 참이네. 얼마 전 무림 대회에서 우승했다지?”
“그렇긴 합니다.”
“사실, 그 대회에 내 손주 녀석을 내보낼 작정이었는데……. 일선에서 마교와 본가가 싸우는 중이라 그러지 못했지.”
“선배의 손자라면…… 독고준 소협을 말하는 거겠지요? 백도구봉이라던?”
“맞네. 사실 나보다 준이가 자네를 더 궁금해하네. 듣자 하니, 무당파의 진후 도장에게도 승리했다던데. 과연 그럴 만하네…….”
“과찬이십니다.”
“이리된 거, 내 손주 녀석을 보지 않겠나?”
“그러고 싶지만, 시간이 없습니다. 태화방의 의뢰를 받아, 감숙으로 가는 중이어서 말입니다.”
“감숙이라……. 거긴 어떤 일로?”
“의뢰의 내용은 외부에 발설할 수 없으니 양해 바랍니다.”
“알겠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또 인연이 될 겁니다. 어차피 독고 선배께선 일선에서 마교와 싸우고 계시니. 저 또한 후일 무림맹의 요청을 받아 마교와 싸워야 할지도 모르니까 말입니다.”
“자네가 도움을 준다면 천군만마가 되겠군.”
나는 이후, 찻잔을 기울이며 독고황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대화는 대부분 무공에 관한 담론이었는데 중간중간에 나는 그를 통해, 마교에 관한 소식도 들을 수 있었다.
‘참 무공에 진심인 사람이구나…….’
그렇게 한 식경 정도 독고황과의 대화를 끝내고.
나는 그에 대한 평가를 내렸다.
내가 본 그는 ‘무공’ 그 자체 같은 사람이었다.
무공을 대하는 마음가짐도 범인과 달랐고, 무엇보다 현재 자신의 경지에 불만족스러워하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 정도로 강한 사람이 만족을 못 하니 이걸 노욕이라고 봐야 할지, 열정으로 봐야 할지 헷갈릴 정도랄까?
게다가…….
내가 정말 놀란 것은 독고황이 겉으로 보기에 그리 강해 보이는 티가 나지 않는단 점이었다.
비교하자면…….
독고황과 함께 당대 최고라 꼽히는 교주는 누가 봐도, 무신(武神)의 위엄을 느낄 수 있는 인물인 데 반해, 독고황은 동네 복덕방 영감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천외천이구나, 천외천.’
새삼 느끼지만.
세상에 고수는 많다.
나는 언제쯤 독고황과 맞먹을 수준이 될까?
“독고 선배. 아무튼 즐거운 대화였습니다. 약방에서 치료 중인 아이들의 처우를 맡겨도 되겠습니까?”
“당연하네. 내가 직접 납치된 아이들의 부모를 찾아주고 용호방 놈들은 더 정보를 캐다가, 나중엔 도륙하겠네. 하니, 걱정하지 말고 길을 나서게.”
“화끈하시군요.”
“나도 칼 밥 먹고 사는 무림인일세.”
“좋습니다. 그럼 보중하십시오.”
“자네도 보중하게.”
“아. 그리고 선배.”
“말하게.”
“용호방 놈들. 곱게 죽이진 마십쇼.”
“응?”
“자고로 그런 놈들은 똥오줌 지릴 때까지 패서 죽이는 게 손맛도 좋고 속도 편해지는 법입니다.”
“허허…….”
그렇게 나는 독고황과 작별한 뒤, 다시 약방으로 향해 아이들의 상태를 살폈다.
확실히 아이들은 안정기에 접어들고 있었다.
나는 한숨을 돌리고, 의원에게 돈을 더 쥐여주며, 상질의 약재를 쓰도록 종용한 뒤 마음을 놓고 길을 나섰다.
뭐…….
이번에 좋은 일을 한 셈이니.
그 덕이 돈황에서 복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금원보 50개에, 구두망의 내단이라…….”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